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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99화 (599/1,826)

§ 나는 될놈이다 599화

유 회장의 속마음을 모르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결사항전의 각오를 세웠다.

“폭탄 갖고 와.”

“헉! 그건…….”

“지금 아이템 가릴 때냐! 뭐든지 써야지!”

“길마님한테 도와달라고 요청해 봐! 우리로는 힘들어!”

-어이! 파워 워리어 길드!

“……!”

밖에서 들리는 고함!

몰려온 플레이어들이 왕궁 앞에서 외치는 소리였다.

-어쩌다가 너희들이 왕관을 손에 넣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안 맞는 왕관 갖고 있다가 맞지 말고 갖고 나와라! 그러면 목숨은 살려주마!

대놓고 무시하는 듯한 말투!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울컥했다.

“아니 저 자식이…….”

“우리보다 레벨 높고 직업 좋고 장비 좋고 컨트롤 좀 잘한다고 우리를 무시해?!”

“……그, 그건 말하면 좀 슬퍼지지 않냐?”

-만약 우리가 들어갈 때까지 안 나오고 버틴다면 전부 다 죽을 줄 알아!

느레의 엄포!

산적 직업을 괜히 가진 건 아니었는지, 스킬들이 적용되었다.

[느레가 <산적의 협박> 스킬을 사용합니다.]

[사기가 하락합니다.]

-왕궁 어인 전사들 믿는 것 같은데, 우리 숫자면 걔네들이 달려오기 전에 왕궁 점령하고 끝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회 준다. 3, 2…….

“왕관을 가져가고 싶냐?”

유 회장이 왕궁 테라스에 나와서 고개를 내밀었다.

-……!

-저 사람이…….

왕관을 쓰고 있는 유 회장을 발견한 플레이어들은 웅성거렸다.

-저 사람 파워 워리어 길드원 맞아?

-장비가 너무 호화로운데…….

“…….”

느레는 뒤에서 떠드는 건 무시하고 다시 협박을 시작했다.

-어이! 아저씨! 왕관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줄게!

‘저걸 협박이라고…….’

유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보기에 느레의 협박은 스킬만 있었지 실제 수준은 애송이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느레를 잘 이용해야 했다.

저놈을 잘 이용하면 왕관을 뺏길 수도 있을 테니까!

“왕관을 원하냐?”

-……?

“원한다면 와서 가져가라. 줄 테니까.”

느긋하고 여유 있는 유 회장의 태도!

그 모습에 느레는 움찔했다.

‘뭐……. 뭐지?’

너무 여유 있으니 오히려 수상했다.

“와서 가져가라니까? 안 오고 뭐하냐?”

-왜 그러십니까? 안 들어가고?

-잠깐만……. 뭔가 수상하다.

-……?

-저 태도를 봐라! 우리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잖아!

-확실히…….

뒤에서 ‘왜 안 들어가냐?’ 하고 기다리던 플레이어들도 그 말을 듣자 멈칫했다.

확실히 이상할 정도로 여유 있어 보이는 유 회장의 태도가 수상쩍었던 것이다.

“설마 함정이라던가…….”

“확실히 가능성 있어. 파워 워리어 길드는 김태현하고 같이 다닌다잖아. 들어보니까 기계공학 대장장이들 아이템을 쓴다던데.”

“자폭도 한다고…….”

“왕궁에 폭탄 설치된 거 아냐?”

“왕궁에 폭탄이 이미 설치됐다고?”

“들어오면 같이 자폭한다고?!”

점점 부풀려지는 소문!

느레는 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꿈에도 상상 못한 채 고민에 빠졌다.

‘들어가? 말아?’

괜히 들어갔다가 혼자 피해 보면 그만큼 억울한 것도 없었다.

여기 모인 놈들은 오늘 처음 만난 놈들. 그런 놈들을 위해서 괜히 희생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고민하던 느레는 무릎을 쳤다. 좋은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야. 너희가 먼저 들어가라.”

“뭐? 우리가 왜?”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을 방법이었다.

여기 모일 정도의 플레이어면 당연히 그 정도 눈치는 있는 것이다.

먼저 들어가는 놈이 독박 쓴다!

“너희 파티가 탱커 많잖아.”

“아냐. 얘 중갑만 입고 있지 사실 HP도 적은 편이고 스킬도 적어. 그보다 너희가 낫지 않냐? 사제도 있고 레벨도 높은데.”

“우, 우리 사제는 허접해! 회복도 제대로 못 시켜준다고! 얘가 얼마나 굼뜬지…….”

“우리 탱커도 엄청 쓰레기거든?! 어그로 끌 시간에 딜을 넣는 쓰레기라니까!”

졸지에 분위기가 누가 더 자기 파티원을 욕 잘하는지의 싸움으로 바뀌어버렸다.

“…….”

“…….”

각 파티장들은 자기 파티원들이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뜨겁게 싸웠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황당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당장에라도 공격해 올 줄 알았던 놈들이 저러고 있다니.

“어르신…….! 오늘 새로 배웠습니다. 괜히 허둥지둥하는 것보단 그런 허세가 훨씬 더 잘 먹히는 거군요!”

감탄하는 길드원들!

허세 하나로 공격대들을 와해시키고 혼란에 빠뜨리다니!

그러는 사이 밖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 * *

-<일어나라>, <일어나라>, <일어나라>…….

[언령 스킬 레벨이 부족해서 언데드 소환에 실패합니다.]

-아직……. 그 수준은 아닌 것 같군…….

“쯧.”

-그보다……. 아키서스의 전인이……. 언데드를 부려도 되나……?

“안 됩니까?”

-아니……. 뭐……. 네 자유지만……. 으하암…….

오케노아스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

-이제 많이 배우지 않았나……?

“좀 더 해보겠습니다!”

-……지루하지……. 않나…….

“안 지루합니다!”

-언제……. 나갈 건가……. 기다리는 일행도 있을 텐데…….

[너무 오래 훈련장에 머물렀습니다.]

[오케노아스의 친밀도가 떨어집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오케노아스가 당신이 나가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로 읽어내는 드래곤의 속마음!

물론 알아챈다고 따라주는 건 아니었다. 태현은 무시했다.

[언령 스킬이 오릅니다.]

[언령 스킬 레벨이 2로 올랐습니다. 두 소절까지의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오오……. 잘됐군……. 이제 갈 건가……?

태현은 무시하고 스킬을 사용했다.

-<언데드 소환>!

[언령 스킬로 언데드를 소환합니다. 어떤 언데드인지는 랜덤으로 정해집니다.]

“오케노아스 님. 언령 스킬인데 어떤 언데드를 소환할 수 있을지 지정할 수는 없습니까?”

-그건……. 더 길고 자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언령 스킬의 레벨이 오를수록, 길고 자세하게 말할 수 있어졌다.

하위 언령 스킬의 강력함도 올라가고!

[중급 스켈레톤 전사가 소환됩니다.]

[하급 스켈레톤 전사가 소환됩니다.]

[하급 스켈레톤 전사가 소환됩니다.]

[…….]

[하급 데스 나이트가 소환됩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흑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계속해서 언령으로 소환하다 보니 마법 스킬과 흑마법 스킬이 올랐다.

-어둠에서 나를 불러내다니! 정당한 자격이 없다면 나를 소환할 수는 없……. 위, 위대한 존재가 왜 여기에?

[하급 데스 나이트가 드래곤의 위엄에 굴복합니다.]

언데드나 악마들 중 격이 높은 존재들은 소환한다고 바로 부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소환자가 자격이 없으면 오히려 역으로 공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예외!

고룡 오케노아스가 옆에 있는데 덤비는 언데드들은 없었다.

‘어라? 그러면 이번 기회에…….’

태현은 이번이 좋은 기회라는 걸 깨닫고 스킬을 연달아 사용했다.

-<악마 소환>! <악마 소환>! <악마 소환>!

-언제……. 나갈 건가…….

-<악마 소환>!

-내 말……. 안 들리나…….

오케노아스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애처롭게 들렸다.

* * *

아쉽게도 태현과 원수 관계인 악마들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악마들이 친절했던 건 아니었다.

-감히 인간 주제에 나를 부르다니! 내 너를 태워 주리라! 헉! 위대한 존재가 왜 여기에!

-……시끄러우니……. 닥쳐라…….

오케노아스가 심기 불편한 눈으로 쳐다보자 어지간한 악마들은 다 조용히 찌그러졌다.

태현은 그 기회를 틈타 악마들에게 물어보았다.

-요즘 에다오르는 뭐하냐? 요즘 아다드는 뭐하냐?

악마들은 제각각 다르게 대답했다.

-내가 그런 놈을 어떻게 알아?

-에다오르? 그놈 힘 회복하느라 안 나오고 있다던데.

-에다오르는 대륙에 가지 않았나?

-아다드……. 웬 사악한 인간한테 부하를 잃었다고 들었지. 얼마나 사악한 인간이길래.

-아다드가 곧 중앙 대륙에 나온다고 하더라.

[제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악마들의 소환이 취소됩니다.]

오케노아스가 MP를 계속해서 회복시켜줘서 그렇지, 원래라면 태현은 여기 있는 악마들과 언데드들을 소환해서 부리고 다닐 수준이 아니었다.

태현도 그걸 알았기에 악착같이 스킬 한 번이라도 더 쓰려고 하는 것이었고.

-악마들하고도 원한이 있나……?

“살다 보면 악마 한둘 정도 원수가 되는 법 아닙니까.”

-……아닌 것 같은데……. 그보다……. 이제 나가도 될 거 같은데……. 지금 나가면……. 여기 있는 목걸이를 주지…….

태현이 끝까지 버티고 안 나가자, 오케노아스는 겉으로만 봐도 좋아 보이는 목걸이를 꺼내서 흔들었다.

“아닙니다, 오케노아스 님! 저는 뭘 받으려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이 장갑도 주마…….

“아닙니다! 오케노아스 님!”

-제발……. 좀……. 나가라…….

오케노아스는 왜 다른 드래곤들이 아키서스와 엮이지 말라고 경고했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뭐든 한번 엮이면 좋은 꼴을 보기 힘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계속 버티려고 했다.

밖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플레이어들이 파티를 짜서 왕궁을 공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십쇼!

‘에이. 아쉽게 됐군.’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나갈 준비를 했다. 여기서 계속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바다 위에서는 각 교단 원정대가 기다리고 있었고, 또 지금 당장 왕궁을 공격하려는 놈들까지 있으니…….

“오케노아스 님. 이만 가볼까 생각 중인데…….”

-!!

오케노아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거……. 정말 잘 생각했다…….

“혹시 뭐 더 주실 수 있으십니까?”

-…….

[오케노아스의 친밀도가 떨어집니다.]

태현은 오케노아스에게서 뜯어낼 수 있는 만큼 뜯어냈다.

-오케노아스 님. 목걸이를 차니 팔목이 좀 허전한 것 같습니다. 팔찌 하나만 더 차면 좋을 것 같은데…….

-아니, 팔찌를 차니 이번에는 손가락이 허전한데…….

-반지를 차니까 이번에는 발이 좀 시리군요.

오케노아스가 게으른 용이 아니었다면 당장에 분노의 브레스를 내뿜었을 것이다.

태현은 마지막으로 다른 요청을 했다.

-혹시 오케노아스 님, 떨어져 나간 비늘이나 꼬리 같은 건 없으신지…….

-……

정말 끝까지 벗겨 먹으려는 속셈!

오케노아스의 눈 주변 왠지 모르게 파들파들 떨리는 기분이었다.

-여기 있다…….

[오케노아스의 낡은 비늘을 얻었습니다.]

[오케노아스의 낡은 발톱을…….]

“아. 꼬리는 안 떨어져 나가셨나요?”

-저주받을 놈의……. 아키서스…….

“예? 방금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다…….

태현은 오케노아스에게 ‘<비장의 몬스터 정수> 만들도록 꼬리 좀 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라고 물으려다가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오케노아스가 그걸 들으면 화를 낼 것 같았던 것이다.

‘뭐……. 비늘이나 발톱만으로도 충분하겠지…….’

대장장이라면 비늘이나 발톱으로 아이템을 만들 생각을 했을 것이다.

드래곤의 신체 부위라니!

낡고 보잘것없는 부분이라도 부르는 게 값이었다. 어디서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태현은 이걸로 몬스터 정수를 만들 생각이었다.

‘어차피 무기는 이미 충분하고, 비늘하고 발톱 몇 개 가지고 만들 수 있는 방어구는 한계가 있겠지. 차라리 방어구는 다른 곳에서 구하고 이걸로는 몬스터 정수를 만든다.’

적이 많은 태현에게는 이런 아무도 모르는 비장의 수가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케노아스 님. 다음에 이 주변 들리면 찾아뵙고 싶은데…….”

-잘 가라!

[던전에서 추방됩니다.]

[<고대 해룡의 숨겨진 던전>의 문이 완전히 닫힙니다.]

[더 이상 던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던전의 문이 실제로 있었다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만큼 오케노아스가 태현을 내보내는 속도는 재빠르고 단호했다.

‘다시는 오지 마라!’라는 감정이 느껴지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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