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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97화 (597/1,826)

§ 나는 될놈이다 597화

-들어왔군…….

“……!”

들어오자마자 바로 들리는 느릿느릿한 목소리!

[오케노아스가 당신을 앞으로 이동시킵니다.]

파앗!

갑자기 강제로 순간이동하자, 태현은 긴장한 상태로 주변을 확인했다.

설마 진짜 함정인가?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그대가……. 아키서스의……. 전인이군. 골드 드래곤이 쓴 편지 때문에 아키서스라고 생각했지…….

[오케노아스를 직접 대면했습니다.]

[오케노아스가 호의를 가지고 당신을 대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오케노아스가 엎드려 있는 곳은 물이 차 있는 거대한 반구 형태의 둥지였다.

바닷속에서도 압도적인 오케노아스의 덩치!

과장 좀 보태서 말하면 몸통만으로도 배 몇 척을 그냥 쪼개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덩치였다.

과한 브레스를 쓰느라 레벨이 엄청나게 깎이고 시작한 용용이나 흑흑이랑 다른, 진짜 드래곤!

‘정말 드래곤이군!’

-주인이여. 뭔가 기분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 생각도 안 했는데? 오케노아스는 정말 드래곤 같다는 생각 정도밖에 안 했어.

-그게 기분 나쁜 생각이 아니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둘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 오케노아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 블랙 드래곤도 아키서스의 신수인가?

“아, 저건 사디크의 마수인데요.”

-???

[아주 오랫동안 살아온 고룡 오케노아스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명성이…….]

[…….]

-사디크의 마수를……. 다룬단 말인가……?

“어쩌다 보니…….”

-음……. 아키서스라면 놀라울 것도 없지…….

왜 아키서스라면 놀라울 것도 없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태현은 참았다.

지금은 그걸 물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저 두 드래곤은 너무 약하군……. 힘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은데…….

[오케노아스에게 아이템을 받았습니다.]

드래곤 회복의 비약:

오케노아스의 힘이 담긴 회복의 비약입니다. 드래곤 종족에 특화된 약입니다.

“……!”

이런 아이템을 그냥 공짜로 주다니!

태현은 오케노아스에 대한 평가를 바꾸었다.

약간 게을러 보이지만 마음은 참 착한 드래곤!

“감사합니다!”

-참고로 저 블랙 드래곤 건 없다……. 난 블랙 드래곤을 싫어하거든…….

-……

흑흑이는 입을 삐죽거렸다. 나도 너 싫어!

태현을 요리조리 쳐다보던 오케노아스는 금세 흥미를 잃었는지 본론을 꺼냈다.

-그보다 아키서스의 전인을 만나보고 싶어서 불렀지만……. 내가 말했을 텐데……. 자격이 없다면 여기 들어오지 말라고……. 밖에 있는 것들에게 말 좀 전해줬으면 좋겠군……. 자꾸 귀찮게 굴면 나가서 치워야 하니…….

“그 자격이란 게 뭡니까?”

-편지를 찾은 자가 있을 텐데……. 편지가 없었다면 내가 쉬는 이곳의 문도 열리지 않았을 테고…….

“……!”

태현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즉, 편지를 얻은 당사자인 유 회장이 직접 왔어야 했다는 것!

* * *

“어르신 때문에 괜히 다른 사람들이 죽었네요!”

“……내 탓이라는 거냐?”

“아뇨, 그냥 그렇다고요.”

해맑게 말하는 태현의 말에 유 회장은 투덜거렸다.

밖에서 낚시를 하다가 갑자기 태현이 귓속말을 보내는 바람에 여기 오게 되었다.

-편지를……. 갖고 와라…….

오케노아스의 웅장한 목소리.

그러나 유 회장은 다른 부분에 주목했다.

“아니, 저놈은 짐승 주제에 왜 나한테 반말을 하는 거지?”

“어르신. 저놈이 어르신보다 나이 많을 걸요. ……설정상.”

“판온 열린 시점부터 나이를 따져야 하지 않나…….”

“아,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일단 편지나 줘요.”

태현이 구박하자 유 회장은 일단 편지를 건넸다. 오케노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란티스 국왕은……. 내게 왕관을 맡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이제 이걸 줄 때가 온 것 같군…….

‘어? 그냥 주는 건가?’

태현은 살짝 놀랐다.

보통 왕관 정도 되면 한 열 단계 되는 장대한 퀘스트를 거쳐야 ‘후후……. 네게는 자격이 있다…….’ 하면서 주는 게 정상 아닌가?

바다에서 물고기 낚다가 위치를 찾은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특이한 퀘스트였다.

-그렇지만 인간……. 이 왕관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면 그렇지.’

-이 왕관을 받는다는 건 그……. 아란티스 왕국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영혼의 끝까지 묶여서 헌신한다는 걸 의미한다……. 너는 그럴 각오가 되어 있느냐?

‘어? 수상한데?’

뭔가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이거 받는 순간 넌 끝까지 이 왕국이랑 엮이게 되어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

유 회장은 아직 눈치를 못 챘지만, 태현은 예민하게 위험을 눈치챘다.

“아니……. 그런 각오 없는데…….”

“……!”

태현은 놀라서 유 회장을 쳐다보았다. 뭔가 눈치챈 건가?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다.

“낚시도 해야 하고 다른 곳도 가봐야 하고 관광할 곳이 얼마나 많은데……. 골치 아픈 건 밖의 회사로 족하지. 암.”

유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야 왕국의 왕 시켜준다니 미친 듯이 덤비고 있었지만, 유 회장은 애초에 욕심이 없었다.

그러자 오케노아스가 눈썹을 찌푸리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너라도…….

“저도 각오가 없습니다!”

재빨리 거절하는 태현!

-……둘 중 한 명은 받아야 한다……. 안 그러면 나는 또 여기서 계속 기다려야 하는…….

오케노아스는 정말 귀찮았는지 어떻게든 이번 대에서 일을 끝내려고 했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귀찮음!

-편지를 찾은 너……. 너는…….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초연한 마음을 갖고 있구나…….

‘지금 귀찮아서 이유 대충 갖다 붙이는 것 같은데…….’

태현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케노아스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 너라면……. 믿고 왕관을 맡길 수 있겠…….

“아니, 싫다고 말했잖아 이 뱀 같은 놈아!”

-안 들린다……. 인간…….

유 회장의 말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오케노아스는 허공에서 왕관을 꺼냈다.

찬란하게 빛나는 <잊혀진 아란티스 왕국의 왕관>!

“아니! 싫다니까!”

-움직이지 마라.

[오케노아스가 언령 마법을 사용합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옆에서 보던 태현에게는 다른 메시지창이 떴다.

[위대한 존재의 언령 스킬을 보았습니다. 언령 스킬의 레벨이 오릅니다.]

-오……. 언령을 할 줄 아느냐? 하긴……. 아키서스의 전인이니…….

대체 오케노아스에게 아키서스는 어떤 신이길래 저러는 거지?

그러는 사이 유 회장은 태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야! 이놈아! 지켜만 보지 말고 도와줘야지!”

“아니, 상대가 상대야 도와드리죠. 그리고 해로운 짓도 아니고 왕관 씌워준다는데 좋은 거 아닙니까?”

“나는 왕 하고 싶지 않다! 자유로운 낚시꾼이 좋단 말이다!”

“거 배부른 소리 하지 마시고.”

-조용히 해라. 인간.

“읍읍!”

유 회장의 입까지 다물게 만든 오케노아스가 왕관을 움직여 천천히 유 회장의 머리 위에 씌웠다.

[<잊혀진 아란티스 왕국의 왕관>을 착용했습니다.]

[아란티스 왕국의 국왕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왕관의 무게> 저주에 걸립니다.]

<왕관의 무게>

이 왕관은 벗을 수 없습니다.

[<왕관의 숙명> 저주에 걸립니다.]

<왕관의 숙명>

국왕은 왕국에 계속 머물러야 합니다. 이 왕관을 쓰고 있는 동안, 1년에 3일만 바다를 떠날 수 있습니다.

“……?????”

아니 이게 뭔…….

1년에 3일만 바다를 떠날 수 있다니?

한 마디로 판온 접속하는 시간 대부분을 바다 위에서 보내라는 것 아닌가!

유 회장은 황당한 눈으로 태현과 오케노아스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둘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유 회장의 시선을 외면했다.

“야, 이 사기꾼 같은 놈들아!”

-인간……. 축하한다…….

“축하는 무슨 축하!”

“어르신 축하드립니다!”

“너 이놈……. 알고 있었지!”

“아니, 그 왕관 저주를 제가 어떻게 압니까?”

태현은 시치미를 뗐지만 유 회장의 눈에는 매우 수상해 보였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

[아란티스 왕국의 현재 상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왕국 전역에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현재 왕국 내 모험가들의 싸움으로 치안이 많이 내려간 상황입니다. 치안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왕국 어인 수비대에게 명령을 내리시겠습니까?]

-……일단 왕국 내에서 싸우는 걸 금지시켜라.

유 회장은 일단 명령을 내리고 다시 오케노아스에게 따지려 들었다.

그러나 오케노아스가 한발 빨랐다.

-인간……. 이제 가라……. 가서 너의 왕국을 잘 다스리도록…….

“야 이 뱀 같은…….”

-감사 인사는 필요 없다…….

파앗!

[던전에서 추방됩니다!]

쾅!

유 회장은 배의 갑판 위에 그대로 떨어졌다. 근처에 있던 길드원들은 깜짝 놀라 달려왔다.

“어르신?!”

“머리에 그건 뭡니까?”

던전 들어간 사람이 갑자기 허공에서 왕관을 쓰고 나타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 회장은 분통이 터지는 듯이 바닥을 발로 구르며 말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나?!”

“무, 무슨 일이 있었길래요?”

“저 안에 있던 드래곤 놈이 날 강제로 왕으로 만들었어!”

진심을 다한 유 회장의 분노!

길드원들은 그 분노에 공감…… 하려다가 멈칫했다.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그, 그게 화낼 일인가요?”

“잠깐만. 뭐? 왕? 어르신, 왕 되셨습니까?”

“저거……. 왕관이잖아!”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길드원들!

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유 회장에게 달려들었다.

“어르신 만세! 어르신 만세!”

“우리한테도 뭐 좀 떨어지겠죠?!”

헹가래를 쳐주는 그들!

유 회장은 공중에서 올라갔다 내려오며, 울컥한 목소리로 외쳤다.

“야, 이놈들아! 내가 바다를 못 떠난다는데 그게 지금 좋아할 일이냐!”

“아니, 왕 시켜준다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아요!”

“근데 육지에 못 올라오는 건 좀 짜증 나긴 하겠다.”

“괜찮아. 우리가 못 올라오는 거 아니잖아.”

작게 속삭이는 길드원들의 목소리를 들은 유 회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네 이놈들을 폭압과 폭정으로 다스릴 테다!

* * *

-……너는……. 왜 안 나가나……?

[오케노아스가 다시 잠에 빠져들려고 합니다.]

벌써 반쯤 감긴 눈!

그렇지만 태현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대륙에서 드래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보통 만나기만 하면 드래곤은 ‘꺼져라’ 하면서 브레스부터 날리는 존재인 것이다.

오케노아스처럼 태현에게 호감을 가진 드래곤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것!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나중에……. 물어봐라……. 한 오천 년쯤 후에…….

“안 됩니다!”

-으으……. 왜 날 괴롭히는 거냐……. 아키서스의 전인이여…….

오케노아스는 귀찮다는 듯이 몸을 뒤척이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귀찮은 약속을 방금 해결해서 밀렸던 잠을 치러야 하는데…….

“위대한 오케노아스 님을 뵐 일이 또 언제 있겠습니까! 제가 대륙의 평화를 위해 움직이려고 하는데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아키서스의 전인이……. 대륙의 평화를……. 위한다고……?

“…….”

-그건 말이 안 되는데……. 아키서스가 대륙의 평화를 망치면 망쳤지…….

오케노아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모습에 태현은 속이 찔렸다.

-좋다……. 아키서스에게는 빚진 게 있으니……. 들어보도록 하지……. 한 가지만 말하도록…….

[오케노아스가 임시 공적치 포인트를 빌려줍니다.]

[한 가지에만 사용할 수 있고, 기회를 놓치면 그대로 사라집니다.]

태현은 재빨리 대답했다. 당장에라도 오케노아스가 잠에 빠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키서스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은데, 혹시 대륙에 퍼진 아키서스의 권능에 대해 아시는 것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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