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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95화 (595/1,826)

§ 나는 될놈이다 595화

[지도를 확인했습니다. 정보가 갱신됩니다.]

“응?”

후고 사제가 내민 지도들을 읽고 맵을 켠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 위치가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파워 워리어 놈들……. 지도를 얼마나 대충 만든 거야…….’

그렇지만 태현은 내색하지 않고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군, 후고 사제! 지도를 갖고 오는 일을 이렇게 잘 해내다니. 앞으로 심부름은 후고 사제를 시켜야겠어!”

칭찬이지만 욕처럼 들리는 칭찬!

후고 사제는 빠득빠득 이를 갈았다.

그러는 사이 태현은 지도에 나온 위치 중 하나를 발견했다.

‘아, 여기 있군.’

해저 왕국이 발견된 위치를 그린 지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그린 지도다보니 위치가 비슷한 지도가 제법 많았다.

태현은 이 지도를 핑계로 해저 왕국 근처로 갈 생각이었다.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에 가서 저주를 풀고 고귀한 영혼들을 구출해 주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기껏 모인 교단 NPC들을 안 써먹을 수는 없었다.

일단 해저 왕국까지 가서 써먹을 수 있는 만큼 써먹은 다음 유배지로 가자!

어떻게 해저 왕국으로 끌고 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후고 사제가 알아서 이렇게 가짜 지도를 갖고와 주니 일이 쉬워졌다.

“후고 사제, 그러면 이 지도에 나온 위치로 가야겠군. 음, 나는 근데 이 지도를 못 믿겠는데……. 후고 사제가 구해온 거라…….”

“무슨 허튼소리를! 제 부하들이 갖고 온 것에 불만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이게 가짜면 어떻게 하겠어.”

“말도 안 되는 트집 잡지 마십시오, 김태현 백작! ……님!”

“그래? 그러면 만약 이 지도가 잘못된 지도여도 내 책임은 없는 거다?”

“물론입니다! 어서 명령이나 내리시죠!”

[후고 사제를 완벽하게 속이는 데 성공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쉽군.’

후고 사제를 요리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이대로 해저 왕국 근처까지 간 다음 은근슬쩍 드래곤이 있는 곳까지 가면…….

‘잠깐, 간다고 달라지는 게 없잖아?’

생각해 보니 교단 전력을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기가 좀 애매한 상황이었다.

괜히 잘못했다가는 아까운 교단 NPC들을 드래곤에게 들이붓고 끝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

‘음……. 파이토스 교단만 들여보내고 간을 좀 볼까…….’

태현은 질 좋은 미끼를 보는 눈빛으로 파이토스 교단을 쳐다보았다.

튼튼하고 잘 버티는 성기사들이야말로 좋은 미끼 아니겠는가!

오싹!

파이토스 교단 NPC들은 이유도 모른 채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 * *

유 회장은 낚싯대를 휘둘렀다. 짜릿한 손맛에 유 회장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해저 왕국보다 더 낫군!’

나오는 물고기들도 그렇고, 무엇보다 시끄러운 플레이어들이 없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앗! 저기 골드가 떠다닌다! 구해주러 가자!’ 하는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 놈들은 다 만만해 보이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배 한 척 뺏어서…….”

“??”

배 선실 뒤에서 들리는 흉흉한 소리! 유 회장은 눈썹을 찌푸렸다.

지금 저놈들은 분명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건져 올린 놈들!

‘물에 빠진 놈 건져놨더니 보따리가 아니라 배까지 내놓으라고 하는군.’

유 회장은 몰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불렀다.

“너희들, 지금 저런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걸 알고 있었냐?”

“……!”

유 회장의 말을 들은 길드원들은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말도 안 됩니다!”

“플레이어들한테 거의 반강제로 골드 받아서 구해줬는데 뒤통수 맞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거냐?”

“……듣고 보니 말이 되네요!”

“우리라도 뒤통수 노릴 거 같다. 그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서로 마주 보며 헤헤 웃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

“배째로 가라앉힐까?”

“봐줄 테니 골드를 뜯어내는 건…….”

“……됐다. 그냥 내가 지시를 내리마.”

이것들 믿고 낚시하다가는 속 터지겠다! 유 회장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었다.

촤아악-

“?!”

갑자기 함대에서 배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됐다!”

“밟아! 밟으라고!”

플레이어들이 배 하나를 뺏는 데 성공한 것이다.

* * *

“됐다! 내가 뭐라고 했냐, 된다니까! 저것들 다 호구라고!”

“그래도 우리 구해줬는데 너무…….”

“뭐? 내릴래?”

“아, 아니야.”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다시 해저 왕국으로 가서 싸워야지!”

“저기 함대가 쫓아오면 어떡하지?”

“저거 배만 많지, 다루는 놈들은 다 호구들이라니까. 그리고 함대 끌고 쫓아와 봤자 해저 왕국 안으로 들어가면 어쩔 건데. 자기들끼리 쫓아올 거야?”

파워 워리어가 구출한 플레이어들이 모두 선량한 플레이어들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는 뻔뻔하고 욕심 많은 플레이어들도 당연히 있었다.

처음에는 함대의 크기에 질려 있던 그들도, 시간이 지나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한 것이다.

-만만하다!

그걸 깨닫자 재빨리 계획을 세워 배를 뺏고 탈출했다.

붉은 바다 해적 NPC들이 좀 걱정되긴 했지만, 그들이 적게 탄 배를 노리니 의외로 쉽게 풀렸다.

“가자! 다시 해저 왕국으로!”

“어…….”

“……?”

“저, 저 앞에 뭐냐?”

순간 그들은 방향을 착각한 줄 알았다.

뒤에도 해적 함대가 있는데 앞에도 함대가 나타난 것이다.

* * *

“아니! 하론 사제! 여기 유배지가 대체 어디 있는 거지?! 내 눈이 나쁜 건가? 응?”

“저, 저기. 김태현 백작님. 그런 조롱은 좀…….”

데메르 교단 사제들이 조마조마한 얼굴로 나섰지만,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여긴 유배지가 아닌 것 같은데?!”

“크으으윽…….”

후고 사제는 분하다는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

지도에 나온 대로 왔는데 왜 이상한 곳으로 왔지?

태현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후고 사제를 믿고 왔는데 이런 곳이라니. 자네들도 뭐 할 말 있나? 후고 사제랑 의견을 같이 한 사람?”

“……없, 없습니다.”

“애초에 저 의견은 후고 사제가 독단적으로 낸 거라……. 하하…….”

재빨리 손을 끊는 다른 교단 사제들!

태현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서로 물고 뜯어야 태현이 갖고 놀기 좋았다.

“그래. 그러면 이 근처를 좀 더 확인해 보도록 하지.”

“그러실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어허! 후고 사제의 명예를 생각해 줘야지 않겠나! 이렇게 왔는데 그냥 돌아가면 후고 사제가 뭐가 되나! 이상한 지도를 찾아온 멍청이가 되지 않겠어!”

“…….”

“…….”

손쉽게 제압을 끝낸 태현은 산뜻한 기분으로 움직였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가르쳐 준 장소로!

촤아아악-

“??”

그런데 목적지에 거의 도착하니, 웬 배 한 척만 따로 앞에 튀어나와서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깃발을 보니 붉은 바다 해적들의 배는 맞는 것 같은데…….

“뭐하냐? 속도 줄이라고 전해라.”

“예!”

성기사들이 고함을 쳤지만 배는 멈추지 않았다. 태현은 간단하게 대응했다.

“파이토스 교단, 앞으로!”

배로 배를 막는다면 파이토스 교단이 제격이지!

“…….”

파이토스 교단 NPC들은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태현의 명령을 따랐다.

“으허억!”

도망치던 플레이어들은 아예 길을 가로막자 기겁하며 배의 방향을 틀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상태!

“올라타라!”

태현과 함께 파이토스 성기사들이 배 위로 우르르 달려들자 플레이어들은 더더욱 기겁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 놈들 불러놓고 왜 무시를……. 응? 너희들은 누구냐?”

“저…… 저, 저희들도 파워 워리어 길드원인데…….”

“거짓말하지 마라.”

태현은 단칼에 말을 잘랐다.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눈치챈 거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워낙 숫자가 많고 제각각이어서 그들이 우겨도 바로는 눈치 못 챌 줄 알았는데…….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그렇게 좋은 장비를 입고 있지 않아.”

“……!!”

저런 이유로 들키다니!

플레이어들은 기가 막혔다.

‘야, 어떻게 할 거야?’

‘조용히 해봐. 지금 생각 중이잖아.’

뭐라고 변명을 해야 지금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아닌데 파워 워리어 길드원인 척하고, 걔네들 배도 타고 있으면……. 그냥 도둑놈들이군.”

간단하게 결론을 내린 태현!

‘들켰다!’

‘젠장, 그러면 공격해! 뚫고 나가야지!’

“모두 공…….”

“김태현 백작님! 저쪽에 다른 함대가 있습니다!”

성기사 한 명이 달려와서 보고했다. 플레이어들은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

‘김태현?’

‘……김, 김태현?’

태현은 그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모두 공?”

“공…… 공손히 무기를 내리고 예의를 지켜서……. 태현 님을…….”

“이야. 말 바꾸는 솜씨가 케인보다 나은데?”

* * *

“뭔가 오해가 있었던…….”

“그래, 알아, 알아.”

“그게 아니라…….”

“안다니까? 왜 자꾸 귀찮게 질척거려? 너 나 못 믿냐?”

태현이 정색하자 플레이어는 그대로 쭈그러들었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웃으면서 ‘알아, 알아’로 대응하는 태현!

오히려 더 무서웠다.

“너희들은 여기 파이토스 애들이랑 같이 있자.”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같이 미끼로 쓸 놈들은……. 아니, 같이 움직일 놈들은 묶어놔야 편하거든.”

“방금 미끼라고 하셨…….”

“너 왜 자꾸 내 말에 토 다냐. 나한테 원한 있냐? 너 길드 동맹 출신이냐?”

“네? 아닙니다!”

“아니면 잘됐네. 앞으로 조심해. 오해 살 짓 하지 말고.”

태현이 플레이어들을 끌고 오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신발도 신지 않고 달려 나왔다.

사실 신발을 안 신고 다니는 플레이어들이 더 많았지만!

“으헝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태현 님!”

“저 못된 놈들을 혼내주세요!”

“아냐. 이야기해 보니까 사정이 있더라고. 이해해 주기로 했어.”

“……?”

“???”

“태현 님 맞아?”

“아닌 것 같은데…….”

순식간에 수군거리기 시작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복수의 화신 그 자체인 태현이 ‘이야기’와 ‘이해’를 꺼내니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 * *

“흠……. 그러니까 낚시를 하다 건진 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태현은 상황 설명을 다시 한번 듣고 유 회장을 쳐다보았다.

“어르신 운이 참…….”

“네가 할 소리냐?!”

“전 노력과 실력이고요. 어쨌든 일단 기껏 발견한 던전, 못 써먹는 것도 아까우니까 선발대를 다시 보내봅시다.”

“저, 저희가 가나요?”

“아니. 너희보다 더 좋은 인재들이 저기 있잖아.”

태현은 뒤를 가리켰다. 파이토스 성기사들과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김태현 백작님. 여기는……. 그…… 유배지가 아닌 것 같은데요?”

“후고 사제가 갖고 온 지도에는 여기라고 나와 있었다. 분명 이 던전에 단서가 있는 거겠지. 설마 너……. 후고 사제를 못 믿는 거냐? 너희 교단의 사제인데?”

“그, 그런 게 아니라…….”

“빨리 들어가!”

[파이토스 교단의 성기사를 설득…….]

[화술 스킬이…….]

튀려다 잡힌 플레이어들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저희도 들어가야 합니까?”

“안 들어가도 돼.”

“휴…….”

“죽고 싶으면.”

“……들어가겠습니다.”

“난 분명 강요 안 했다?”

“크흑…….”

플레이어들은 눈물을 머금고 파이토스 교단 성기사들과 함께 던전으로 향했다.

케인은 그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게시판에 김태현 욕하는 글이 또 하나 올라올 것 같은 기분이…….’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일행을 이끄는 성기사에게 편지를 맡겼다.

“맞다. 던전 들어가서 뭔가 덤벼오면 이 편지를 바치러 왔다고 말해봐.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게 뭡니까? 잠깐. 던전에 뭐가 있는지 아시는 겁니까?”

“아냐. 나도 모르는데 원래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잖아. 웬만하면 싸우지 말고 이거 잘 전달해 보라고.”

개발새발로 써놓은 것 같은 편지!

성기사들은 ‘이게 뭔 이상한 편지냐’했지만, 나름 두 드래곤들이 정성 들여 써놓은 편지였다.

글씨체는 어쩔 수 없는 것!

신수가 정성을 담아 쓴 편지:

정성을 담아 썼다고 글씨가 예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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