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594화
한 시간 동안 서럽게 매달리자 귀찮아진 유 회장은 결국 허락했다.
“아, 가서 보면 되잖느냐! 가라!”
-만세!
허락을 받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호다닥 움직였다.
혹시라도 유 회장이 마음을 바꿀까 봐 재빠르게!
촤아악-
“어? 뭡니까?”
“이 배 어디 가는 거죠?”
해저 왕국 위에서 싸우다가 배를 잃고 구출된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과 달리, 그들은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던 것이다.
“보물 찾으러 간다!”
“아니, 보물은 저기 해저 왕국에 있는데…….”
“보물은 거기에만 있는 게 아냐!”
“??”
* * *
[<고대 해룡의 숨겨진 던전>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항구 도시에 가서 이 사실을 이야기할 경우 대접받을 수 있습니다.]
“오옷!”
지도를 따라 나아가니, 해저 던전의 입구가 나왔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신이 나서 바로 뛰어들려고 했다.
“잠, 잠깐만요. 이거 깰 수 있는 거 맞아요?”
“이름이 너무 강해 보이는데?”
아직 이성을 잃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경계심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물론 던전의 이름 가지고 던전의 수준을 완벽하게 판단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대충은 가능!
<토끼들이 뛰노는 훈훈한 던전>은 쉬울 가능성이 높았지만, <고대 해룡의 숨겨진 던전>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욕망에 눈이 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걱정 마! 우리가 언제 던전을 실력으로 깼다고 그래!”
“가서 힘들면 그냥 나오면 되지! 보고만 나올 거야! 안 되면 도망친다!”
“아, 네.”
당당하게 도망친다고 말하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기세에, 다른 플레이어들은 한 걸음 물러섰다.
풍덩, 풍덩, 풍덩!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단체로 뛰어들어 던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고대 해룡의 숨겨진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처음으로 입장하셨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주겠지?’
‘역시 추가 보너스겠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서로 쳐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최초로 던전에 입장한 사람에게 주는 추가 보너스!
그것만 챙겨도 쏠쏠한…….
[처음으로 입장하셨습니다. 자격이 없습니다. <해룡의 저주> 페널티를 받습니다.]
[전체 스탯이 50% 하락합니다.]
“????”
“뭐여?!”
보너스를 줘도 모자랄 판에 뭔 페널티!?
“일단 빨리 움직이자!”
“여기 빨리 움직일 수가 없어……!”
해저 던전이라고 무조건 물이 들어차 있는 건 아니었지만, 여기 해룡의 던전은 완전히 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동하는 것도 헤엄쳐서 이동해야 하는 것!
[오랫동안 잠수해 있을 경우 공기가 필요합니다. 공기를 마시지 않을 경우 지속적으로 HP가 감소합니다.]
-이 던전은 뭐 이러냐!? 보통 물이 차 있으면 호흡할 수 있도록 버프 같은 거 걸어주지 않아?
-일단 포션 꺼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급한 대로 <수중 호흡 포션>을 꺼내 마셨다.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어주는 포션!
아까웠지만 일단 써야 뭘 하지 않겠는가.
-근데 몬스터가 없다?
-그러게? 앗. 여기 광석이다. 광석 좀 캐고 갈…….
-포션 제한 시간 봐라, 멍청아! 그럴 시간 없어!
-안 돼! 광석! 광석! 저거 비싸 보인다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급하게 움직였다.
수중 호흡 포션은 시간 제한이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서 이 던전을 파악해야 했다.
급하게 움직이는 탓에, 길드원들은 ‘왜 몬스터가 이렇게 없지?’ 하고 의심하지 못했다.
이 정도 던전이면 몬스터가 없는 게 이상한데!
-갈림길이다. 나눠서 길 찾자.
-오케이. 난 이쪽으로.
-앗. 치사하게……!
새 던전을 공략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단순한 방법을 사용했다.
인해전술!
갈림길이 있다면 나뉘어 들어간다. 나중에 정보를 합치면 지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애초에 몬스터와 싸우는 것보다는 던전에 있는 걸 갖고 튀려는 게 목표인 그들에게 어울리는 방식!
물론 재수 없으면 각자 나뉘어서 전멸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러면 다음 길드원들이 바로 들어왔다.
죽는 걸 그렇게 아쉬워하지 않는 그들이기에 가능했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벽을 짚고 헤엄쳐 앞으로 나아갔다.
탁-
뭔가 걸리는 소리!
“……?”
콰아아아아아앙!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
-야! 우리 죽었어!
-간 지 얼마나 됐다고 죽어? 뭐 있는데? 무슨 몬스터야?
-아니, 몬스터도 아니라 그냥……. 뭔가 확 터지던데? 함정인가?
-그쪽 길은 절대 가면 안 되겠다. 알겠어.
-혼자 먹기 없기다! 다 보고 있어! 나중에 같이 나눠 먹어야 해!
서로에 대한 신뢰라고는 조금도 없는 길드원들!
로그아웃 당했어도 나중에 나오는 보상은 같이 나눠야 했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쳇.
-근데 진짜 뭐에 당한 거지? 저런 함정도 있나? 뭔지도 못 보고 즉사할 정도면…….
남은 길드원들은 의아해했다.
지금 원정대에 따라온 길드원들은 레벨은 좀 낮아도 경험은 많은 이들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살아남는 재주 하나는 뛰어난 이들!
그런 그들이 반응도 못하고 바로 로그아웃 당했다는 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뭐에 당…….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으허억?!
-뭐야!
그들은 곧바로 알게 되었다.
통로 벽을 뚫고 거대한 앞발이 튀어나온 것이다.
1초만 더 빨랐어도 전원이 즉사했을 것!
너무 덩치가 커다란 탓에 몬스터인 걸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너희는 누구냐…….
“잠, 잠깐!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적이 아닙니다! 나가시라면 바로 나가겠습니다!”
바로 납죽 엎드리는 길드원들!
꽤 잘 먹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물론 이성이 없는 몬스터에게는 안 통했지만…….
-…….
상대가 멈칫하자 길드원들은 혹했다. 통하나?!
[화술 스킬이 너무 낮습니다. 고대 해룡, 오케노아스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오케노아스가 귀찮아하며 당신들의 말을 듣기를 거부합니다.]
-자격이 없는 자들은 여기에 들어올 수 없다……. 떠나라…….
“네, 네! 지금 바로 떠나겠습니다!”
그래도 살아 나간다는 게 어디냐.
길드원들은 바로 나가서 정보를 공유하려고 했다.
그러나 오케노아스는 그렇게 친절한 드래곤이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앙!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다시 휘둘러진 앞발에, 길드원 전원이 로그아웃당했다.
* * *
“당신 때문이잖아!”
“뭔 일만 일어나면 나 때문이냐?!”
추하게 멱살을 잡고 싸우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쯔쯔…….”
유 회장은 고개를 저으며 낚싯대를 드리웠다.
[<해룡을 섬기는 푸른 물고기>를 낚았습니다.]
[아무도 잡지 못한 물고기를 처음으로 잡았습니다!]
‘오옷!’
그러는 동안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대책을 고민했다.
“대화 자체가 안 되더라. 우리 화술 스킬로는 쨉도 안 돼.”
“걔가 그래도 화술 스킬이 중급인데, 걔 말이 안 통했다는 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거겠지…….”
화술 스킬이 중급만 되어도 판온에서는 매우 높은 축에 속했다.
“자격이 없다는 게 힌트 같은데.”
“자격……. 자격……. 레벨인가?”
“아냐, 레벨은 아닌 거 같아.”
길드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자 최민수가 말했다.
“좋은 방법이 있다.”
“……?”
“태현 님한테 부탁하자.”
“…….”
저렇게 당당하게 부탁하자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길드원들은 차가운 눈빛으로 최민수를 쳐다보았다.
“아니…….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
“괜히 민폐 끼쳤다가 길마님한테 혼난다고요.”
“저 저번에도 혼나서 이번에는 안 돼요.”
“아냐, 잘 들어봐! 이 퀘스트 보상을 보라고. 태현 님도 들으면 솔깃하실지도 몰라! 그리고 누가 억지로 데려온대!? 억지로 데리고 오려고 해도 데려와질 사람이냐?!”
“그건 그렇긴 해.”
“확실히…….”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이 거절하면 거절했지 억지로 끌려올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좋아! 그러면 지금 연락한다!”
* * *
상황 설명을 들은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판온에서 드래곤은 보통 잡는 게 불가능한 몬스터였다.
‘판온 1에서 드래곤들 평균 레벨이 몇이었더라? 500은 넘겼던 것 같은데…….’
판온 2에서도 아직 드래곤을 잡은 플레이어는 아무도 없었고, 이제 막 레벨 200을 넘기는 플레이어들의 수준을 봤을 때 한동안도 없을 것 같았다.
‘드래곤……. 드래곤이랑은 엮여서 좋을 게 없는데…….’
안 그래도 번호표를 뽑아줘야 할 정도로 적을 많이 만든 태현이었다.
그렇지만 태현에게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모든 판온 플레이어들과도 다른 점!
“용용아. 흑흑아.”
-……?
-……?
“혹시 오케노아스라는 드래곤 아니?”
진짜로 드래곤 두 마리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
-잘 모르겠습니다?
“저런 쓸모없는 녀석. 누구를 닮았나 몰라.”
-…….
흑흑이는 시무룩해져서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용용이는 달랐다.
-주인이여. 오케노아스는……. 혹시 바다 밑에 사는 고룡, 오케노아스를 말하는 건가?
“……!”
용용이는 흑흑이와 달리 오케노아스가 뭐 하는 드래곤인지 알아맞혔다.
흑흑이는 다급하게 변명을 시작했다.
-아니, 주인님. 저희 블랙 드래곤 종족은 골드 드래곤 종족과 달리 친목질에 능숙하지 않아서…….
“추한 변명은 그만하자. 흑흑아.”
-흑흑……. 진짜입니다…….
블랙 드래곤은 대부분 성격 더럽고, 사악한 축에 들어갔다.
괜히 사디크 신과 계약을 맺었겠는가.
그에 비해 골드 드래곤은 대부분 정의롭고, 선하고, 호구……. 아니, 착한 축에 들어갔다.
아키서스와 신수의 계약을 맺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당연히 골드 드래곤인 용용이가 블랙 드래곤인 흑흑이보다 발이 넓을 수밖에 없었다.
“장하다, 용용아. 널 믿고 있었어!”
-……주인이여…….
“어쨌든 그래서 그 오케노아스가 뭐 하는 놈인데?”
-기억이 맞다면, 바다 밑의 둥지에서 은거하고 있는 드래곤이다. 거기서 안 나온 지 몇천 년은 됐다고 들었는데…….
“그래? 뭐 특별한 약속 같은 걸 해서 그런 건가?”
특별한 약속을 한 드래곤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신수 계약을 한 용용이나 흑흑이까지 가지 않더라도, ‘어떤 던전을 지키겠다’라고 약속을 하면 계속 그 던전을 지키는 것이다.
오케노아스도 그런 부류라면…….
-아닐 거다. 그냥 오케노아스는 게으르기로 소문난 드래곤이다. 게을러서 안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 그래.”
태현은 살짝 당황했다.
“그 오케노아스가 있는 곳에 왕관인가 뭔가가 있는 모양인데, 거기 있는 걸 가지고 나올 수 있나?”
-무리일 것 같습니다. 주인님.
흑흑이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용용이한테 계속 밀린 탓에 위험을 느낀 것이다.
계속 이렇게 밀리다가는 정말 찬밥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흑흑아.”
-네?
“‘내가 갖고 나올 수 있냐?’라고 물은 건 있는지 없는지 물어본 게 아니라 방법을 찾아내라고 물어본 거야.”
-네…….
-그렇지만 주인이여, 흑흑이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오케노아스는 게으른 만큼 자기 둥지에서 누군가 돌아다니는 걸 싫어한다.
“너희들은?”
-음?
“너희들은 같은 드래곤이니까 좀 낫지 않을까?”
-아, 아니. 나는 오케노아스와 만나본 적도 없고……. 오케노아스는 나이도 많아서 성질도 더러울 거고…….
-저, 저는 블랙 드래곤이라 오케노아스가 더 싫어할 겁니다!
-아니다, 주인이여! 오케노아스는 나 같이 참견 많은 골드 드래곤을 더 싫어할 거다!
“흠. 뭐 누가 들어갈지는 도착해서 생각하고……. 일단 거기 어떻게 갈지나 고민해 볼까.”
오케노아스든, 왕관이든, 결국 그 해저 던전에 가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태현은 태현을 싫어하는 놈들이 절반 넘게 있는 원정대를 이끄는 상황!
이유가 없으면 끌고 갈 수 없었다.
“김태현 백작!”
“어허.”
“……님! 여기…… 지도를……. 빠득……. 갖고 왔으니 확인해 보십시오.”
후고 사제는 노려보며 지도들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