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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90화 (590/1,826)

§ 나는 될놈이다 590화

“어휴, 저 흉한 꼴을 보세요.”

“교단에서 일하는 성기사란 놈들이 어떻게 된 게 저렇게나 탐욕스럽다니……. 쯧쯧.”

그런 교단 NPC들을 흉보는 귀족들!

귀족들은 태현을 보자 반갑게 인사했다.

“아니! ‘그’ 김태현 백작이군!”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김태현 백작!”

“대륙의 영웅! 이번에는 갈르두를 처치했다고 들었는데! 바라는 거 하나 없이 그런 일을 하다니 정말 영웅은 영웅이야!”

바라는 거 많은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 떨떠름했지만, 태현은 표정을 관리했다.

지금은 친하게 지내야 할 사람들!

“저번에 반역자 안토니오를 토벌하고서도 영지를 거절했다지? 나는 그 말을 듣고 정말로 감탄했어!”

사디크 교단을 토벌하고 나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영지를 거절한 일.

사실 아탈리 왕국 국왕이 줄 생각이 없어서 태현이 먼저 거절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겉보기에는 좋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영지도 거절하면서 충성심을 보여주는 영웅!

“왕국에 김태현 백작 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참 평안할 텐데 말이야.”

“그래, 그래. 저런 시끄러운 놈들은 필요 없지!”

아주 호의적인 귀족들의 모습.

태현은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지금이 바로 기회!

“여러분.”

“……?”

“아키서스를 아십니까?”

“……??”

“님은 바로 아키서스 님을 말하는…….”

“……?!”

[왕국 내 아키서스 교단의 영향력이 증가합니다.]

[베호 백작이 아키서스 교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주르단 남작이 아키서스 교단을 믿기 시작합니다.]

[…….]

* * *

“각 교단 사제들이 왕국의 영웅이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충성스러움으로 가득한 김태현 백작을 겁박했다는 고발이 있었다.”

“…….”

“…….”

아탈리 국왕의 말에 각 교단 사제들의 얼굴이 썩어들어 갔다.

시작부터 느껴지는 편파 판정의 예감!

“나는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신을 믿는 이들이 이런 겁박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폐하! 저희 말씀을 들어주십시오! 겁박을 한 게 아닙니다! 대륙에 얼마 남지 않은 신 카르바노그의 성물! 그 성물은 정말로 위험한 물건입니다. 이번 대륙을 휩쓴 토끼들의 광란도 그 성물의 힘입니다! 이런 위험한 성물은 믿을 수 있는 교단에서 관리를 해야 합니다!”

파이토스 교단은 필사적이었다.

여기서 밀리면 정말 위험하다!

“아키서스 교단만큼 믿을 수 있는 교단이 어디 있단 말인가? 사디크 교단이 나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꾸몄을 때 막아낸 것은 김태현 백작이었고, 또한 그들이 도망가서 숨어 있을 때도 쫓아 해치운 건 김태현 백작이었다. 다른 교단들은 눈치만 보고 있지 않았는가!”

“아닙니다, 폐하! 저희도 전사들을 뽑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공들은 김태현 백작의 공이지, 아키서스 교단의 힘이 아닙니다! 교단과 별개로 놓고 생각해 주십시오!”

‘이런 예리한 녀석들 같으니.’

태현은 살짝 감탄했다. 확실히 말이야 맞는 말!

태현이 공을 많이 세우긴 했는데 그게 딱히 아키서스 교단과 상관있는 건 아니었다.

“흠흠. 폐하. 맞는 말씀입니다.”

“?!?!?!”

태현이 갑자기 끼어들자 다들 깜짝 놀랐다. 아니, 여기서 파이토스 교단 편을 들어준다고?

“아키서스 교단은 그런 성물을 관리하는 데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성물을 파이토스 교단에 뺏겼……. 아니, 맡겼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건 제 모자람 때문 아니겠습니까? 흑흑. 이 일로 더 이상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

파이토스 교단은 태현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모두 앞에서 카르바노그의 성물(가짜)를 줬다는 걸 공식적으로 못 박기!

“아, 아니! 저 사람은 저희에게 성물을 주지 않았…….”

“크흑! 김태현 백작이야말로 진정한 왕국의 충신이자 영웅이다. 들어라! 더 이상 김태현 백작에 대한 모함은 듣지 않겠다!”

‘됐다!’

태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탈리 왕국 내 파이토스 교단의 세력이 최소한으로 줄어듭니다.]

[더 이상 파이토스 교단 직업은 왕국 내에서 보너스를 받지 못합니다.]

“이런 충신의 교단이 적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아키서스 교단의 신전을 더 많이 세우는 걸 허락한다!”

“……!”

[아탈리 왕국 내 아키서스 교단의 세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아, 아니…….”

“그건…….”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다른 교단 NPC들이 당황해할 정도!

서로 경쟁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좋은 게 아니었다.

“듣지 않겠다! 너희들이 하지 않은 일을 혼자서 묵묵히 도맡은 김태현 백작에게 이 정도 신뢰는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김태현 백작?”

“그렇습니다!”

“게다가 백작은 그 갈르두를 쓰러뜨리고 나서도 보상은 바라지 않고 또 저주를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이 어찌 감동적이지 않은가!”

“네?”

아직 간다고 확정한 건 아닌데?

태현은 당황했다.

“김태현 백작에게는 어떤 보상도 아깝지 않다. 원하는 걸 더 말해보라!”

[대해적, 갈르두를 쓰러뜨린 업적으로 아탈리 국왕이 공적치 포인트에 상관없이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아탈리 국왕의 숨겨진 속마음을 읽어냅니다. 아탈리 국왕의 심기를 거스르는 보상을 달라고 할 경우 친밀도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아탈리 국왕의 보물이나 영지는 요청할 경우 위험합니다.]

‘에이, 쪼잔한 놈 같으니…….’

뭐든지 준다고 하면서 몇몇은 안 된다고 하다니.

‘뭐, 상관없지.’

어차피 영지는 지금 상황에서 필요 없었고 국왕의 보물은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챙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폐하! 이번에 갈르두가 폐하의 땅을 침범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힘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겁니다. 폐하의 땅을 지키기 위해 힘을 빌려주십시오!”

“오오, 김태현 백작. 좋다! 짐의 군사를 내려주겠다!”

“……!”

[아탈리 왕국 근위대를 받았습니다. 영지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아탈리 왕국 근위대는 국왕과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다시 뺏길 수 있습니다.]

‘됐다!’

현재 플레이어 수준으로는 절대 상대할 수 없는 NPC 부대!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그냥 녹여 버릴 수 있었다. 이로써 불안한 영지의 방어도 완벽하게 해결되었다.

“김태현 백작에게 칭호, 왕국 근위기사를 내리겠다.”

칭호: 왕국 근위기사

아탈리 왕국의 근위기사. 전통적으로 국왕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에게만 내리는 칭호였다.

아탈리 왕가 관련 NPC들을 대할 때 보너스.

‘이건 별 쓸모가 없겠군.’

이미 충분히 친해서 딱히 저런 보너스가 필요 없는 태현이었다.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다. 앞으로 모든 귀족과 교단의 사람들은 김태현 백작을 본받도록 하라! 저 충성심과 희생정신! 귀족과 교단의 모범이로다!”

“예, 폐하!”

“폐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

“다름이 아니라 갈르두를 처치하고 나서 열린 유배지로 가 저주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다른 교단들과 힘을 합치고 싶습니다. 물론 다른 교단 분들도 이런 일에는 앞서서 나서리라 믿습니다만, 그래도 확실한 게 좋으니 폐하께서…….”

“음. 맞는 말이로다. 혹시 여기서 김태현 백작이 이렇게 솔선수범하는데 빠질 사람 있는가?”

“…….”

“…….”

데메르 교단 NPC들을 제외하고 모두의 얼굴이 더더욱 썩어들어갔다.

데메르 교단의 하론 사제는 박수를 쳤다.

“없습니다! 폐하! 아주 현명하신 생각이십니다!”

“흠. 그러면 그렇게 알도록 하겠다. 김태현 백작! 저들을 지휘해서 걸린 저주를 풀도록 하라!”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에 걸린 저주를 푸는 퀘스트에 각 교단 NPC들이 추가됩니다.]

[토벌대의 지휘관을 맡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잘 키워놓은 국왕과의 관계, 열 NPC 안 부럽다.

태현은 이제까지 사디크 교단을 탈탈 털면서 친해진 보람을 톡톡히 봤다.

태현과 아탈리 국왕과의 관계를 얕본 교단들은 피를 봤지만!

‘<카르바노그의 성물> 문제도 처리한 데다가 퀘스트를 위한 화살받이도 구하는 데 성공했다. 완벽하군.’

* * *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럴 수는 없어요! 오래전부터 왕국에 많은 공을 세운 우리 교단을 이렇게 핍박하다니!”

“교황님께서는 뭐라고 합니까?”

“별수가 있겠습니까! 여기는 아탈리 왕국인데!”

“다미아노 2세도 눈이 먼 게 분명하오! 그딴 사기꾼을 믿다니!”

파이토스 교단은 이제 확실하게 깨달았다.

김태현 백작은 사기꾼이라는 것을!

이제까지 ‘에이, 그래도 설마 교황이란 작자가 그런 사기를 치겠어?’란 생각을 한 대가를 너무 뼈저리게 치른 것이다.

“그렇지만 다미아노 2세가 그놈을 믿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 같소. 목숨을 구해준 데다가 사디크 교단을 토벌하면서 아주 단단히 눈에 들었으니까.”

“……다미아노 2세가 영원히 살지는 않을 거 아닌가?”

“……!”

“그게 무슨…….”

“다미아노 2세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네. 그의 삼촌, 안토니오가 반란을 일으켰다가 토벌됐지만 그의 아들은 아니지. 그는 아직도 살아 있다고 들었네.”

“그, 그런! 아무리 그래도 사디크 교단은…….”

“안토니오는 사디크 교단과 손을 잡았지만 그의 아들은 아니야! 그러니 문제 될 건 없네. 원래라면 이걸 다미아노 2세에게 알려야겠지만……. 우리가 왜 그래야 하나? 이런 대접을 받았는데!”

“……!!”

“만약 안토니오의 아들이 일을 성공시켜 왕위에 오른다면, 김태현 백작은 어떻게 되겠나?”

아무리 그래도 자기 아버지를 죽인 김태현 백작을 가만히 둘 리는 없었다.

“아주 통쾌하겠군요!”

“그래. 그 사기꾼 놈은 아탈리 왕국에서 쫓겨나게 될 거다!”

사디크 교단과 손을 잡지는 않았지만, 사디크 교단과 손을 잡은 자의 아들이 멀쩡한 사람일 리는 없었다.

그러나 파이토스 교단은 복수심 때문에 그 사실을 일부러 무시했다.

* * *

[카르바노그가 사악한 신의 음모를 경고합니다.]

‘응?’

기분 좋게 퀘스트 떠날 토벌대를 확인하고 있던 태현은 메시지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악한 신이면……. 카르바노그잖…….”

[카르바노그가 분노합니다!]

“아닌가? 그러면 아키서스?”

[카르바노그가 어이없어합니다.]

“사디크?”

[카르바노그가 비웃습니다.]

“음. 확실히 사디크는 좀 많이 나사 빠진 놈들이지.”

사디크 교단이 들으면 뒷목을 잡을 소리였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그러면 내가 모르는 놈들인가? 하긴, 대륙에 다른 사악한 교단들도 많으니까…….”

사디크 교단이 한때 기세등등했지만 그들이 토벌된 지금, 다른 사악한 교단이 나와도 이상할 건 없었다.

‘가능하면 아탈리 왕국에서 먼 곳에서 나와 줬으면 좋겠는데. 오스턴 왕국이라든가. 구체적으로 길드 동맹의 수도 같은 곳.’

요즘 매번 사이트를 보면 길드 동맹이 얼마나 잘나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단일 길드 규모로서는 최고의 길드!

길드 동맹 길드원 숫자가 개나 소나 다 받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숫자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길드 동맹의 저력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길드 동맹으로 가입하면 역시 승부가 되지를 않았다.

덕분에 태현은 볼 때마다 불편했다. 지금이야 평화롭게 지내고 있지만, 원래 사람은 원한을 잊지 않는 법이었다.

게다가 태현은 원한을 잊을 때쯤 되면 한 대씩 때려서 원한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지 않았던가?

‘아, 견제를 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네. 오스턴 왕국에 있는 놈들은 뭐 하나? 좀 더 열심히 싸우지.’

* * *

“왜 귀가 간지럽지?”

“저희 길드원 중 누가 길마님 칭찬을 하나 봅니다. 하하하!”

“그래? 크하하핫!”

호탕하게 웃던 김태산은 다시 표정을 되돌렸다.

지금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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