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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87화 (587/1,826)

§ 나는 될놈이다 587화

<파이토스의 일격>

가장 마지막에 공격한 힘을 그대로 무기에 불러내, 상대를 공격합니다.

-현재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 신성력 5,000 이상을 만족했습니다.

-현재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 명성 5,000 이상을 만족했습니다.

-현재 스킬을…….

-현재 스킬을…….

-현재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파이토스 교단의 훈련장 5단계>를 클리어해야 합니다.

“……!”

태현은 놀랐다.

스킬이 너무…… 정상적이고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원래 이게 정상이지!’

이상한 교단하고만 어울리다 보니, 이런 좋은 스킬이 너무 어색했다.

교단의 신성 스킬은 원래 좋은 게 정상!

<파이토스의 일격>은 가장 마지막에 넣은 데미지를 그대로 유지시켜서 한 번 더 딜을 넣게 해주는 무시무시한 스킬이었다.

폭딜을 꽂아 넣어야 하는 직업들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원할 스킬!

‘이런 스킬이 왜 이제까지 안 알려졌지? 본 기억이 없는데?’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현은 이 스킬의 가치를 금세 알아차렸다.

이렇게 무난하게 좋은 스킬이라면 공략 게시판에 ‘딜러라면 파이토스 교단 들어가서 <파이토스의 일격>부터 얻어라’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까지 아무 말도 없었지?

‘얻는 조건이 까다로운가? 하긴, 나도 아직 못 쓰는 거 같고…….’

<파이토스 교단의 훈련장 5단계>까지 클리어해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단점이었다.

태현이 보기에도 거기를 깰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니까.

아니, 그것도 좋게 봐준 거였고 실제로는 한두 명 더 있을까 말까였다.

‘어쨌든 좋은 걸 건져서 다행이군.’

태현은 기분 좋게 파이토스 교단을 걸어 나왔다.

솔직히 좀 불안했었는데 이 정도면 대만족!

나중에 5단계만 클리어하면 이 좋은 스킬을 그냥 쓸 수 있는 것이다.

* * *

[파이토스 교단의 <파이토스의 일격>의 전승자가 정해졌습니다.]

[예약이 사라집니다. 다른 스킬을 예약하려면 교단으로 가야 합니다.]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

바닥을 치며 절규하는 앨콧!

물론 반쯤 포기한 상태였지만, 아끼고 아껴서 침 발라뒀던 <파이토스의 일격>을 누군가 가져갔다는 건 충격이 컸다.

자기가 포기한 거랑 별개로 다른 놈이 가져간 건 분한 것!

‘대체 어떤 놈이……! 검투사 마이크? 야만전사 맥필?’

앨콧은 길드 동맹의 다른 랭커들을 의심했다.

자기가 <파이토스의 일격>을 찾고 있다는 걸 가장 잘 아는 건 길드 동맹의 랭커들일 테니까.

그 모습을 크로포드와 로이는 심드렁하게 쳐다보았다.

“저거 왜 저래?”

“???”

* * *

“죽여! 여기 다가오지 못하게 해!”

“이 개자식들이! 이러고 무사할 줄 아냐!”

“어쩌라고! 죽어봤자 부활하면 중앙 대륙일걸?! 여기까지 오려면 한 일주일은 다시 걸릴 거다! 하나도 안 무서워!”

쾅! 콰쾅! 퍼퍼펑! 퍼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다 위에서는 치열한 전투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욕심에 눈이 먼 플레이어들은 만만한 상대만 보이면 일단 배를 붙이고 싸움을 걸었다.

화살이 날아다니고 위력 좋은 마법 스킬이 배 옆구리에 작렬했다.

그리고 그런 난장판 가운데를, 유 회장과 파워 워리어 함대가 유유히 지나갔다.

“하하. 욕심에 눈이 먼 녀석들 같으니.”

“맞아. 우리처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면 싸움 같은 건 일어나지 않을 텐데 말이야. 그렇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흐뭇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붉은 바다 해적선들이 옆에 빠르게 따라오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시비를 걸 정도로 간 큰 플레이어들은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함선째로 바닷속에 가라앉을 수 있다.

“저거 배 가라앉았다!”

“저런! 가서 줍자!”

첨벙! 첨벙!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겁 없이 바다에 뛰어들어서 헤엄쳐갔다.

배가 부서지면 거기서 나오는 아이템들은 줍는 게 임자!

유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놈들이랑 같이 오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미지의 곳에서 낚시를 하고 싶어서 오긴 왔는데, 왜 이렇게 불안하단 말인가?

핑-

그 순간 손끝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손맛!

“오!”

유 회장은 기뻐하면서 낚싯대를 잽싸게 추켜올렸다.

[상당히 무거운 게 걸렸습니다!]

[낚시 스킬이 오릅니다.]

[버텨내지 못할 경우 낚싯줄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허허. 그래봤자 달라질 건 없다!”

유 회장은 힘을 올려주는 요리 몇 개를 재빨리 꺼내 먹으면서 낚싯대를 당겼다.

각종 힘을 올려주는 팔찌와 팔 보호구, 거기에 추가 버프까지.

“크윽……. 대체 뭐가 걸렸길래……. 오냐, 어디 한번 해보자꾸나!”

상대가 더 팽팽하게 발악할수록 낚시꾼은 즐거워졌다. 유 회장은 한 손으로 낚싯대를 고정하고 스킬을 사용했다.

-상급 낚싯줄 포박! 먹잇감 눈 가리기! 마비 미끼!

“으아아악!”

“???”

수면 밑에서 들려오는 비명! 아무리 봐도 물고기의 소리는 아니었다.

유 회장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낚싯줄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매달려 있었다.

“…….”

“…….”

“헤헤, 어르신…….”

획-

유 회장은 심드렁한 얼굴로 낚싯줄을 끊고 먹잇감들을 바다에 풀어주려고 했다.

그러자 길드원들이 기겁해서 외쳤다.

“어르신! 어르신! 그러지 마십쇼!”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낚싯줄 잘라서 버릴 거면 저희 주세요! 그거 몇십만 원짜리잖습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유 회장은 다른 낚싯대를 꺼냈다.

옆에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은 그 낚싯대를 알아보고 경악했다.

“저, 저, 저건 <늙은 어부의 마지막 낚싯대>……! 경매장에서 삼천만 원에 팔리지 않았나?!”

“낚싯대를 대체 몇 개나 들고 다니시는 거야!?”

보면 볼수록 기가 막히는 유 회장의 재력!

보통 사람은 하나 쓰는 주 무기를 몇 개씩이나 갖고 다니며 팍팍 사용했다.

그러는 사이 배 밑에서 길드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 저희가 낚시를 방해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정을 들으면 이해해 주실 겁니다!”

“…….”

“어르신! 들어주십쇼!”

“……듣고 있다. 그래. 말해봐라.”

유 회장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회사 사원들이 그리웠다. 그 친구들은 적어도 저렇게 이상하지는 않았는데…….

“저희는 저기 침몰한 배에서 아이템을 챙기려 했습니다.”

“그래. 알고 있다.”

그렇게 외치면서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당연히 들리지!

* * *

[계속해서 헤엄을 쳤습니다. 지구력이 오릅니다.]

[무거운 걸 짊어지고 계속 헤엄을 칠 경우 체력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수영 스킬이 오릅니다.]

“헉, 헉헉……. 야. 여기까지만 해도 되지 않을까?”

“안 돼! 참아!”

“이런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 이럴 때 챙겨야 해!”

“하지만……. 너무 무겁고…… 힘들다고…….”

가상현실인데도 팔다리가 무거운 느낌은 달라지지 않았다.

등에 잔뜩 짐을 짊어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그들은 배 잔해 근처에서 잔뜩 아이템들을 챙겨 모았다.

“견뎌! 견뎌야 해!”

‘저 열정을 레벨 업 할 때나 쓰지…….’

레벨 업만 빼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그러는 도중, 배 잔해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너희 뭐야?”

“……?!”

원래 배에 타고 있던 플레이어들!

그들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 뭐 하는 놈들인데 여기 와서……. 그, 그거 우리 배에 실려 있던 거 아니야?”

“이 자식들……!”

안 그래도 배가 박살 났는데 와서 짐 챙겨가는 놈들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그들은 부서진 나무판자 위에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잠깐!”

“……?”

“우리는 너희와 협상하려고 온 거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 최민수는 기지를 발휘했다.

“협상?”

“도둑질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말에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뭔 협상?

그리고 당황한 건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뭔 협상이요?”

“아이템 다 줄 테니까 목숨 살려달라는 협상인가요?”

“시끄러워. 이것들아. 조용히 해.”

최민수는 길드원들의 입을 다물게 하고 외쳤다.

“너희들은 지금 배가 없어서 곤란하겠지! 이대로 가면 여기서 익사할 테니까. 가까운 섬은 헤엄쳐가도 며칠은 걸릴 테고, 다른 놈들은 다 자기 할 일 바쁜 놈들이라 경쟁자들을 배에 태워줄 리 없을 거고. 그래서 우리가 왔다! 골드를 주면 우리가 배에 태워주지!”

“?!”

“?!?!?!”

플레이어들도, 길드원들도 놀란 발상!

플레이어들은 수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너희들도 여기 보물을 노리고 온 걸 텐데? 그런데 경쟁자인 우리를 골드만 받고 배에 태워준다고?”

“흥. 우리는 그런 허황된 보물에 관심이 없어! 우리가 원하는 건 지금 당장의 골드다!”

짝, 짝짝, 짝짝짝-

최민수의 말에 다른 길드원들은 무심코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의 모범!

그렇지만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수상쩍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길드원들의 정체를 물어왔다.

“……너희가 누군데?”

“파워 워리어 길드다!”

“아, 그러면 믿을 만하지.”

“그러네. 그 <파워 워리어> 길드잖아.”

“<파워 워리어> 길드라면 여기 참가해서 싸울 수준도 아니니까.”

“…….”

“…….”

순식간에 믿어주는 플레이어들!

기분이 나쁠 법도 했지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다 골드가 우선!

* * *

사정을 들은 유 회장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놈들은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북쪽의 극지 프로즈란드로 가서 수제 제작 냉장고를 팔아먹을 놈들!

“해적선 많이 남으니까 거기에 태우면 안 될까요? 골드는 6:4, 아니, 7:3…….”

“…….”

“……8:2?”

“됐다. 올라오기나 해라.”

유 회장은 혀를 차며 허락했다. 그 말에 매달려 있던 길드원들은 환호했다.

“와! 어르신 최고!”

“역시 어르신밖에 없어요!”

“올라오기나 하라니까.”

“저, 어르신. 사실 저희가 지금 너무 많이 짐을 들어서 배를 기어 올라갈 수가 없는데……. 낚싯줄 좀 당겨 주시면…….”

“…….”

* * *

파워 워리어 길드는 해저 왕국이 아닌 다른 돈벌이를 발견했다.

부서진 배에 타고 있던 플레이어들을 협박……. 아니, 설득해서 구출해 주는 것!

“자! 자! 지금 받지 않으면 다시는 오지 않는 기회! 5명 모두 해서 싸게 모십니다! 20% 할인!”

“……낼, 낼게요!”

아쉬운 처지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골드를 좀 낸다지만 사망 페널티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싸게 먹히는 수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여기 너무 좋다!”

“계속 싸웠으면 좋겠다. 헤헤.”

중앙 대륙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입!

싸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근처에 가서 아이템 건지고 플레이어 건지고 골드까지 꿀꺽!

대륙에 있는 다른 길드원들은 배가 아파 죽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희…….”

“예?”

유 회장이 그들을 부르자 길드원들은 고래를 돌렸다.

“이렇게 많이 모아도 되는 거냐?”

“뭐가 말입니까?”

“아니다, 됐다.”

“???”

유 회장은 됐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다시 낚시에 열중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신난 것처럼, 유 회장도 여기서 재미를 쏠쏠하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물고기를 발견했습니다!]

[낚시꾼으로서의 이름이 알려집니다.]

[물고기의 이름을 지어줄 수 있습니다.]

‘크흐!’

낚시꾼의 로망!

가끔가다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바늘에 걸리긴 했지만 못 보던 물고기들이 걸리는 게 정말 좋았다.

[낚시 스킬이 오릅니다.]

[<중급 낚시 스킬>이 <고급 낚시 스킬>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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