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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86화 (586/1,826)

§ 나는 될놈이다 586화

고위 NPC만이 이용할 수 있는 교단 회의실.

화려한 장식, 조각품들과 예술품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일반 플레이어들은 한 번 들어가 보기를 꿈꾸는 곳!

[<장엄하게 조각된 파이토스 조각상>을 목격했습니다.]

[힘이 영구적으로 1 오릅니다.]

[일시적으로 마법 저항력이…….]

[…….]

‘이야. 다른 놈들도 데리고 올걸.’

엄숙한 교단 회의실을 피서지처럼 여기는 태현이었다.

“흥. 무슨 일이냐?”

태현과 해안가에서 한 번 만난 적 있던, 고위 사제 NPC가 나타났다.

그는 태현에게 당한 것 때문인지 표정이 불편해 보였다.

“후고 님.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십니다. 예의를 지켜야…….”

“저놈에게 내가 얼마나 당했는데! 우리 교단의 사제들도 저놈에게 끌려가 마계에서 얼마가 고생을 했는지 들었잖나!”

“쉿! 쉿! 다 들리겠습니다. 후고 님!”

고위 사제, 후고는 다른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말리고 나서야 진정하고 태현 앞에 앉았다.

원래라면 좀 더 괴롭혀줬을 테지만, 태현은 가만히 있었다.

원하는 게 있었으니까!

“죄송합니다. 후고 님.”

“저거 봐! 저거 봐! 어디 여기까지 와서 나한테 한다는 소리가 감히 ‘죄송합니다’ ……응? 죄송하다고? 욕이 아니라?”

“…….”

“…….”

다른 사제들이 후고를 약간 정신 나간 사람 보듯이 쳐다보자, 후고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크흐흠! 사, 사과를 하러 오다니. 물론 그래야 하지. 그래야 하고말고. 아주 잘 생각했어. 물론 그래야지!”

“그렇습니다. 사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제가 틀렸던 것 같군요.”

“……!”

“부족함이 많은 제가 감히 아키서스 님의 선택을 받아 교단을 부활시켰지만, 교단은 아직 역사가 짧고 저는 아직 모자람이 많은 사람입니다. 카르바노그의 성물 같은 귀한 아이템을 책임질 능력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후고는 무릎을 치며 외쳤다. 저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 놈이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구나!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이 성물을 가장 재수 없는…… 아니, 믿을만한 교단에 바치자고!”

“……!!”

후고는 눈을 크게 떴다. 생각지도 못한 떡이 이렇게 굴러오다니.

옳다구나 하려던 후고는 잠시 멈칫했다.

“잠깐……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뻣뻣하고 사악하던 태현이 왜 갑자기 저런단 말인가? 후고는 살짝 의심이 되어 물었다.

“제 나름대로 고민과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랬더니 꿈속에서 아키서스 님께서 나오셔서 직접 지시를 내려주시더군요.”

“그런…… 그런 거라면 할 수 없지.”

[최고급 화술 스킬을…….]

[후고가 완전히 속아 넘어갑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신성은 왜?’

설마 후고도 태현이 자기가 믿는 신 이름을 걸고 거짓말을 할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완벽하게 넘어갔다.

최고급 화술 스킬도 스킬이지만 태현이 건 것이 너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후고 님. 아무래도 수상하지 않습니까?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 우리에게 친절하게 굴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만.”

“맞습니다. 게다가 상대는 ‘그 교황’ 아닙니까? 저희 교단의 사제들이 아직도…….”

“에에이! 시끄럽다. 봐라. 저자는 아키서스의 이름을 걸고 말했다. 그런데 설마 거짓말을 하겠느냐?”

“그건 그렇지만…….”

“확실히…….”

의심하던 다른 NPC들도 태현이 아키서스의 이름을 걸자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

그걸 본 태현은 생각했다.

‘이거 괜찮은데?’

앞으로 교단 놈들 상대할 때 불리하다 싶으면 ‘아키서스의 이름에 걸고!’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이걸로도 안 되면 카르바노그나 사디크의 이름도 걸고!

‘아차.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태현은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시간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후고한테 아이템을 주고 나가야 했다.

“그래서 갖고 왔습니다.”

탁-

태현이 <잘 다듬어진 고급 나무 보관함>을 열자, 안에서 휘황찬란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이것이 바로 <카르바노그의 창>입니다!”

“오옷!”

“오오오오!”

방 안에 터져 나오는 함성!

“역시 신의 성물답게 아름답군!”

“호화롭게 장식된 것이 마치 신의 힘을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카르바노그가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태현이 가짜로 만들면서, 좀 더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이것저것 장식을 붙인 탓에 <카르바노그의 창>은 원래보다 더 호화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흠흠. 제가 한마디 드려도 되겠습니까?”

“……?”

“이 <카르바노그의 창>은 성물이다 보니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보관함을 열어두고 가까이 접하다 보면 사람이 크게 영향을 받는 거지요.”

“……!”

“사실 제가 여러분들에게 무례한 짓들을 했던 것도 이 창 때문…….”

“그런 말도 안 되는! 카르바노그는 악신이 아닐 텐데?”

“그렇지만 선신도 아니지 않습니까?”

태현은 당당하게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신했다.

카르바노그는 절대 선신이 아니야!

“으음…….”

“그렇긴 하지…….”

“기록에도 피해를 끼친 적이 더 많았고…….”

“이번 토끼 난리도 그 카르바노그 탓이었지.”

모두 납득하는 분위기!

[카르바노그가 항의합니다.]

후고 사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그래. 이번의 그 대륙을 휩쓴 난리도 카르바노그의 힘 때문이었지. 약한 신이라고 해도 대륙에 남아 있는 신의 힘은 위험해! 내버려 두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단 말이야.”

“거럼요. 거럼요.”

태현은 간사하게 동의했다.

“그래서 우리 같이 책임감 있는 교단이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네가 드디어 눈을 뜨고 올바른 길로 걸어간다니 기쁘군!”

“저도 기쁩니다. 창을 손에서 놔서 그런지 기분이 밝아지고 마음이 선량해지는 기분까지…….”

착착착-

태현의 말에 성기사들이 재빨리 보관함을 닫고 쇠사슬까지 칭칭 감기 시작했다.

태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 됐군.’

“그러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런데 혹시…….”

“……?”

“이렇게 열심히 공헌했는데 공적치 포인트는 안 주나요?”

“……물론 줘야겠지.”

* * *

-교단 공적치 포인트는 많이 쌓아야 이득이다!

……가 정석이었지만, 태현은 파이토스 교단의 공적치를 많이 쌓아둘 수가 없었다.

이 사기가 들키는 순간 공적치 포인트는 삭제되고 [파이토스 교단이 당신을 정말 정말 싫어합니다] 메시지창이 뜰 테니까!

그 전에 미리 써서 받아가야 했다. 파이토스 교단이 아무리 싫어해도 받아간 걸 어쩌겠는가?

[현재 공적치 포인트:18,213]

저번 마계에서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을 데려다주고 강제로 뜯어낸…… 아니, 받아낸 공적치 포인트와 이번에 카르바노그의 창을 가져다 바치고 얻어낸 포인트!

카르바노그의 창이 특히 컸다. 공적치 포인트 15,000을 그대로 받았으니…….

보통 플레이어라면 퀘스트 몇십 개를 해야 모을 수 있는 포인트였다.

‘뭐를 받아가야 가장 저놈들이 억울해할까?’

태현은 시간제한이 걸린 듯한 기분으로 신전 안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확인하기 시작했다.

“저 창은 뭡니까?”

“저 갑옷은?”

“여기 있는 스킬북은 공적치 포인트 얼마입니까?”

기관총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사제 NPC들이 당황할 정도!

태현이 하도 질문을 해대자 옆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다가왔다.

“저기, 초보자인 것 같은데 도와줄까?”

“앗. 그래주시면 좋죠. 공적치 포인트를 얻었는데 보상으로 뭘 받을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래. 그래. 좋을 때지.”

“나도 저랬는데.”

파이토스 교단 성기사 플레이어들은 태현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자기들이 지나왔던 길을 걷는 초보자들을 보는 건 흐뭇한 일이었다.

공적치 포인트 100, 200에 뛸 듯이 기뻐했던 초보자 때!

“그렇지만 지금은 아껴두는 게 좋아. 얼마 쌓였지? 어차피 1,000도 안 됐을 텐데…….”

“만팔천 정도 쌓였는데요.”

“……응?”

“만팔천 정도 쌓였다고요.”

“거, 거짓말하지 마. 그게 어떻게 그래.”

슬슬 귀찮아진 태현은 평소 태도로 돌아왔다.

“진짠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니까!”

플레이어는 울컥해서 외쳤다. 도와주려고 했더니 어디서 저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야! 만팔천 쌓으려면 시작하고 파이토스 교단 퀘스트만 계속해도 간신히 쌓겠다. 그리고 그런 놈은 다 얼굴 알아! 파이토스 교단 랭커들은…….”

[현재 공적치 포인트:18,213]

태현은 친절하게 창까지 띄워서 앞에 흔들어주었다.

말하던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납빛으로 변했다.

“…….”

“…….”

“추천 좀 해달라니까.”

“……이, 이건 버그…… 버그가 분명…….”

“쯧. 됐다. 그냥 내가 고른다.”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태현은 둘에게서 멀어졌다. 둘은 혼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잠깐, 저게 그거 아냐?! 이번에 교단 훈련장 깬 놈?!”

“……!!!”

그들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4단계나 5단계는 아직 그들이 깨본 적 없어서 몰랐지만, 보상으로 공적치 포인트가 어마어마하게 나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만큼 어려웠으니까!

-사실 1, 2, 3단계가 주는 것 없이 그렇게 어려운 건 그 뒷단계 보상이 어마어마해서 아닐까?

이런 이야기들은 종종 나왔었지만, 곧 시들해져서 사라졌다.

왜냐하면 4, 5단계를 확인할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렇지?! 안 그러면 공적치 포인트를 저렇게 쌓은 놈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럴듯한데?!”

* * *

무슨 소문이 퍼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태현은 스킬을 보는 데 열중했다.

파이토스 교단의 아티팩트들도 상당히 좋은 게 많았지만, 아무래도 구할 기회가 적은 스킬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

성기사 한 명이 문을 열고 넘어가려는 태현을 막아섰다.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더 궁금한 게 사람 마음!

“왜 못 들어가는 겁니까?”

“여기부터는 훌륭한 공적을 세운 교단의 전사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런.’

태현은 아쉬워했다.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나오면 답이 없었다.

“뛰어난 공적을 세워서 교단의 허락을 받거나, 걸맞은 칭호를 가지고 있어야…….”

‘응?’

태현은 칭호를 확인했다. 3단계 훈련장을 깨고 받은 <파이토스의 뛰어난 전사>, 4단계를 깨고 받은 <파이토스의 매우 뛰어난 전사>…….

“이걸로는 안 됩니까?”

“아니! 파이토스 님에게 인정받은 전사셨군요.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

태현은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스킬 다 받은 다음에는 진짜 파이토스 교단이 있는 곳에는 발도 대지 말아야겠군…….’

이 정도면 한 100년은 원한이 갈 것 같았다.

[파이토스 교단 전사의 성소에 입장하셨습니다.]

[공적치 포인트를 사용해 무작위 스킬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여기도 랜덤이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체적으로 좋은 스킬이 나오는 대신, 랜덤이라 꽝이 뽑힐 수도 있는 시스템.

이런 시스템이 드문 건 아니었지만, 하도 랜덤만 만난 태현은 랜덤에 질려 있었다.

‘좀 그냥 고르게 해주면 안 되냐?’

직업도 랜덤, 스킬도 랜덤, 스탯 배분도 랜덤, 영지에도 랜덤 좋아하는 놈들만 가득…….

태현은 투덜거리면서도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시간을 오래 쓸 수는 없었다.

괜한 시간 낭비 하지 말자!

[공적치 포인트를 전부 사용합니다.]

[무작위 스킬을 받습니다.]

[<파이토스의 일격> 스킬을 얻었습니다.]

‘이건 무슨 스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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