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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85화 (585/1,826)

§ 나는 될놈이다 585화

날카롭게 찌르는 불신의 말!

그러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말에 다치기에는 그들은 너무 터프했다.

“아, 아니. 이번엔 다를 겁니다!”

“뭐 어떻게 다르다는 거지? 이번에는 해적이 아니라 바다 괴물한테 당해서 침몰할 거라는 건가?”

사실 해적에게 당한 건 파워 워리어 길드원 때문이 아니었다.

갈르두와 바다에서 만났으면 누가 있었어도 당했을 것!

게다가 원인을 따져보면 태현한테까지 올라갔다.

그걸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 회장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못 믿는 이유는 하나.

그들이 보여준 모습이 너무…… 추했기 때문이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다릅니다! 방법도 생각해 왔습니다!”

“어?”

“진짜?”

“무슨 방법?”

같이 온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놀라서 ‘어? 우리가 방법도 생각해 왔었어?’ 하며 동료 길드원을 쳐다보았다.

“…….”

유 회장의 눈빛이 더욱 한심한 놈들을 보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건 바로…… 해적들입니다!”

“……!”

“붉은 바다에 있던 해적들! 그 해적들한테 저희를 호위해 달라고 하면 됩니다! 지금 바다를 돌아다니는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더 항해에 뛰어나고 바다 싸움도 잘하고!”

기막힌 아이디어였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항해나 바다 위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지금, 우르크 지역의 해적들은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더 항해 스킬이 높은 NPC였다.

게다가 먼 거리 항해에 유리한 해적선들까지 보유!

이런 NPC의 도움은 어디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유 회장의 얼굴은 떨떠름했다.

“다 좋은데…… 김태현 그 녀석이 좋다고 했나?”

“어…….”

“아뇨…….”

“그건 어르신께서 말씀해 주셔야…… 헤헤…….”

“…….”

유 회장은 낚싯대로 한 대 때릴까 하다가 말았다. 일단 의견 자체는 좋은 의견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걱정되는 건 태현이었다. 과연 이 배배 꼬인 놈이 허락해 줄까?

-예? 쓰시죠.

-……!

바로 돌아오는 허락!

유 회장은 오히려 수상쩍었다.

-뭘 노리는 거냐……?

-어르신. 어르신이 저한테 골드 주셨을 때 제가 한 소리랑 똑같거든요.

-크흐음!

유 회장은 얼굴을 붉혔다. 생각해 보니 태현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서로 잘해 주면 오히려 의심스러워하는 둘!

-딱히 노리는 건 없고…….

태현이 해적들을 부려먹는 걸 허락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지금 갈르두도 없는데 굳이 영지 근처에 묶어 둘 필요가 없어서였다.

게다가 아탈리 왕국에서 교단들과 이것저것 다퉈야 할 예정인데, 해적들을 영지에 두는 것도 찜찜했고!

‘밖에 돌아다니면서 레벨 업이나 해오고 아이템이나 챙겨 와라!’

-죽게 하지 말고 레벨 업이나 넉넉히 시켜서 데리고 오시죠. 앞으로 쓸 일 많은 애들이니까.

해적이어도 숫자 적은 태현의 영지에는 요긴이 부려먹을 수 있는 전력이었다.

말뜻을 알아들은 유 회장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냐. 알겠다. 최대한 잘 챙기도록 하지. 거기 가서 좋은 거 있으면 갖고 오마.

-뭐 기대는 안 합니다만…….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거 없다고, 태현은 고대 왕국 아란티스에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태현 본인이 워낙 밀려 있는 퀘스트들이 많았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이 몰렸어.’

아란티스가 현재 플레이어 수준에 맞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곳이라면 전멸할 것이고, 아니라면 플레이어들끼리 다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란티스가 아무리 먹을 거 많은 곳이라도 남는 게 별로 없었다.

-잘 갔다 오시죠.

-그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좀 데리고 간다.

-……걔네들을요?

-…….

유 회장도 여기에는 대답하기가 뭐해서 멋쩍은 헛기침만 했다.

* * *

무시무시하게 생긴 어인들과 예쁘장하게 생긴 인어들.

아란티스 왕국을 지배하는 종족들이었다.

처음으로 아란티스 왕국에 들어가게 된 플레이어들은 꿀꺽 침을 삼켰다.

과연 뭐가 그들을 맞이할까?

[처음으로 아란티스 왕국에 입장하셨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아란티스 왕국에서는 <수중 호흡> 축복이 유지됩니다.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습니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 때문에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내려갑니다.]

[…….]

[…….]

<잊혀진 아란티스 왕국의 왕관-아란티스 왕국의 국왕 퀘스트>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아란티스 왕국. 아란티스 왕국이 가라앉을 때 그 왕관도 같이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다.

수많은 어인들과 인어들이 왕관의 행방을 찾아 헤맸지만, 그들은 왕관을 찾아내지 못했다.

왕관과 함께 사라진 아란티스 왕국의 왕!

어인들과 인어들은 왕관과 함께 왕국의 왕이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왕국의 왕관을 훔쳐간 적을 찾아내 왕관을 가지고 돌아온다면, 아란티스 왕국의 정당한 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상:아란티스 왕국의 국왕

“이, 이, 이건…….”

“진짜 대박이다……!”

퀘스트 등급:전설

심지어 전설 등급의 퀘스트!

보상을 생각해 보면 전설 등급이라는 게 이해가 갔다.

중앙 대륙에서 잘나가는 거대한 왕국의 왕은 아니지만, 그래도 왕은 왕!

아니, 아직 이 해저 왕국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더 좋을 수도 있었다.

플레이어들은 흥분에 휩싸였다.

“내가! 내가 먼저 깰 거야!”

“같이 움직여야지! 파티 깨자는 거냐?”

“지금 파티가 문제냐!”

전설 등급 퀘스트가 떴다는 사실은 곧바로 바깥의 플레이어들에게도 퍼졌다.

그러자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반응이 터져 나왔다.

-당장 파티 만들어! 절대 다른 놈들한테 넘겨줄 수 없다!

-전설 등급 퀘스트라고? 보상이 국왕?? 무조건 우리가 얻어야 해!

-이건 다른 놈들한테 줄 수 없어!

-김태현은 어디 있냐? 아직 아탈리 왕국에 있다고? 잘됐네. 김태현 놈 아탈리 왕국에서 나오면 바로 말해!

몇몇 길드는 반응이 좀 특이했지만, 대부분은 비슷했다.

-무조건 우리가 차지한다!

이렇게 얻을 수 있는 영지를 그냥 포기할 사람은 얼마 없었다.

순식간에 중앙 대륙의 항구는 플레이어들로 들끓었다.

대부분의 목수 플레이어들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배인 중급 카락 함선은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고, 몇몇 대형 길드들은 골드를 퍼부어 거대한 갤리온 함선까지 구매했다.

현실 돈으로도 기본이 억대부터 시작하는 함선들!

배를 못 구한 플레이어들도 포기하지 않았다.

소형 캐러밸 함선은 물론이고 작은 돛단배나 낚시배를 끌고 가겠다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다.

한번 시작한 열기는 멈추지 않고 광기로 번지고 있었다.

* * *

“후후. 우리가 가장 유리하다!”

“맞아. 맞아!”

비싼 돈을 주고 산 유 회장의 고오급 함선. 거기에 그 배를 호위하는 해적선들까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자신에 차 있었다.

항해를 떠나고 나서 들은 퀘스트 소식.

그 소식을 들은 그들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파워 워리어의 왕국!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이름!

‘물론 왕은 내가 해야지! 공을 세웠으니 그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어?’

‘내가 국왕 되면 저놈은 한 3일 정도 감옥에 넣어야지. 흥. 저번에 혼자 퀘스트 깬 복수다.’

‘음. 여기는 낚시가 잘 안 되는군.’

욕망으로 활활 타오르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과 달리, 유 회장은 왕위에 별 관심이 없었다.

새로운 왕국 구경이나 하고, 낚시 스킬이나 좀 올리고, 덤으로 좋은 장비도 구할 수 있으면 만족!

현실에서 유성그룹 이끄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뭔 왕위까지?

‘김태현 그 녀석한테 약점 안 잡히려면 뭐라도 좀 챙겨가야 생색을 낼 수 있을 텐데…… 뭘 챙겨가지…….’

해외여행 간 사람이 돌아갈 때 ‘무슨 선물을 사 가지고 가야 하나’ 같은 고민!

은근히 정하기 어려워서 유 회장은 걱정이었다. 태현도 최상위권 랭커이니 어지간한 아이템은 눈에 차지도 않을 것 아닌가.

‘아주 대단한 걸 낚으면 되지 않을까…… 음…… 뭐가 있나…….’

* * *

“야, 너 친구 없지? 어?”

“…….”

“네 부하들은 대체 왜 안 데리러 오는데? 설마 아란티스 왕국 간 거냐? 응?”

“닥쳐…….”

크로포드와 로이는 사이좋게 유배지 언덕 위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멍한 얼굴로 바닷속을 지나가는 물고기들과 몬스터들을 쳐다보았다.

“……뚫고 나가볼까?”

“아서라. 너보다 HP 몇 배인 탱커들도 가서 죽었는데.”

원래 크로포드였다면 ‘가서 뒈지던가’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같은 처지에 처한 둘 사이에서는 기묘한 우정이 싹튼 것!

케인이 봤다면 ‘저건 김태현 효과로군’ 하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김태현에게 당한 놈들끼리 친해지는 효과!

“간신히 갈르두 잡은 걸로 다른 랭커들하고 차이를 벌렸는데, 여기 계속 있다가는 따라잡히겠어. 아니, 역전당할지도!”

“그래서 어쩌자고?”

“계속 길을 찾아봐야지!”

“지금 몇 시간째 찾고 있는지 알고 있냐? 지도 없으면 못 나가. 젠장. 이런 개 같은 곳이 있나…….”

정말 <영원한 유배지>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주변에 펼쳐진 무한한 바다!

아무 곳이나 나가도 될 것 같지만 그중 한 곳만 이 유배지의 탈출구였다.

그걸 찾지 못하면 심해에 짓눌려 죽을 뿐.

근처를 돌며 닥치는 대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길을 찾으려고 했지만 나오는 결과는 없었다.

둘은 우울하게 언덕에 주저앉았다.

* * *

“내가 생각해 보니까, 내가 직접 교단 놈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더라고.”

그럴 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교단들끼리 싸움을 붙이면 되니까!”

“……아키서스가 <행운의 신>이 아니라 <불화의 신>이었나?”

“사실 저도 좀 의심이 가긴 해요.”

-아키서스 신이 사기를 많이 치고 다닌 걸로 유명하긴 했습니다.

흑흑이까지 끼어들어서 설명하고 있었다. 태현은 가볍게 흑흑이의 입을 다물게 하고 말했다.

“시끄럽고. 지금부터 너희들은 표정 관리를 아주 잘하고 있어야 해.”

“…….”

태현의 계획은 간단했다.

가짜 카르바노그의 창을 만들어서, 한 교단을 골라 가져다준다.

그런 다음 다른 교단에 가서 ‘후…… 제가 약하고 모자라서 XX 교단에 창을 맡겼습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교단들이 ‘아, 그러시군요. 문제가 모두 잘 해결됐습니다 허허’라고 할까?

물론 아닐 것이다. 태현은 교단들끼리 싸울 거라고 믿었다.

안 싸우면?

싸우게 만들어줘야지!

‘그러면 이걸 받을 교단은 어디로 할까…….’

고민하던 태현은 결정을 내렸다.

파이토스 교단으로!

이유는 ‘직접 찾아와서 시비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이유 없이 시비를 건다면 그 이유를 만들어줘라. 태현은 그 이유를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 * *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자, 아탈리 왕국의 백작 김태현이 왔다!”

“헉!”

“무슨 일로…….”

“히익! ‘그 교황’이다!”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파이토스 교단 NPC 중 한 명의 반응이 이상했지만, 대체로 고개를 숙이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일단 교단의 교황이니 평범한 사제나 성기사가 건방지게 굴 수는 없는 법!

지나가던 플레이어들은 태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태현이잖아?!”

“역시 사람이 작위가 있어야…… 우리랑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르네.”

“무슨 일로 온 거지?”

“글쎄…….”

잠깐 후에, 사제가 안에서 달려 나왔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고위 사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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