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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84화 (584/1,826)

§ 나는 될놈이다 584화

한참을 게시판에서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실력파 플레이어’로 떠들던 사람들.

그러던 도중 한 명이 음모론을 내놓았다.

-내 생각에 이건 아주 아주 잘 계획된 이벤트 같다.

-응?

-그게 무슨 소리?

-잘 봐. 몇 달 후면 이제 공식 판온 대회들이 우르르 열리기 시작하잖아. 저번에 한국에서 열린 판온 투기장 대회가 엄청 대흥행한 거 봤지? 거기 안 참가한 랭커 놈들이 얼마나 배가 아팠겠어?

한국의 방송사에서 진행했는데도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한, 판온 투기장 대회!

태현과 이세연 같은 플레이어들은 이 대회로 인해 전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가 되었다.

판온 1을 모르는 해외 게이머들에게도 ‘한국의 김태현? 아, 그 판온에서 날아다니던!’이란 인식을 심어준 대회!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대회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레벨 업이 바빠서’, ‘한국에서 하는 대회인데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사이 랭커 순위나 올리는 게 낫겠다’ 하고 참가하지 않은 플레이어들도 꽤 있었던 것이다.

그런 플레이어들은 배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내가 참가하기만 했다면……!

-그래서?

-그래서는 뭘 그래서야! 그 대회를 노리고 밑밥을 까는 거지! 이런 식으로 화제를 모은 다음에 ‘짜잔! 제가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하고 나올 거다.

-오오!

-그런 건가!

-확실하다니까. 그러면 홍보가 확실히 되잖아! 내 생각에 이걸 한 놈은 대형 프로게임단의 연습생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아직 레벨은 좀 안 되지만 컨트롤은 엄청 좋은 사람일 거야.

그럴듯한 음모론에 사람들은 넘어갔다.

정말 치밀한 계획 같은 느낌이 물씬 난 것이다.

하루 안에 교단들의 연습장이 우르르 뚫리다니, 누군가 치밀하게 준비한 게 분명해!

* * *

……이런 반응과는 별개로, 이익이 걸려 있는 사람들은 다르게 반응했다.

즉 프로게임단 스카우트들과 게임 내 대형 길드들!

그들은 이 정체불명의 플레이어를 찾으려고 했다.

-안 그래도 좋은 선수 구하기 힘든 세상이야. 좋은 선수들은 다 알아서 채간다고. 이 플레이어, 누군지 알아봐.

-소문에 다른 게임단에서 키우는 유망주란 말이 있던데요…….

-소문을 다 믿으면 안 되지! 김태현 때도 소문에 속은 거 알아? 뭐? 뉴욕 라이온즈랑 최고 금액으로 계약?

-그, 그건 저희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스카우트는 억울했다. 솔직히 김태현이 갑자기 게임단을 창설할 거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덕분에 피를 본 건 게임단의 스카우트들이었다.

‘김태현? 저희 게임단으로는 솔직히 잡을 수가 없습니다. 벌써 뉴욕 라이온즈의 스카우트들이 움직였다고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ST 파이브나 KG 위자드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한 가지밖에 없죠. 해외 팀 입단이 확실합니다.’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만만하게 제출한 보고서!

그리고 덕분에 위에서 엄청나게 까였다.

-변명하지 마! 자네가 뭐라고 그랬어! 김태현이 확실하게 해외에 간다며! 그래서 제안을 안 한 건데 이랬으면 우리가 찔러봤어도 됐을 거 아냐!

-크윽…….

직장인의 비애!

분명 김태현은 제안을 받았어도 거절했을 것 같지만, 상사 앞에서 더 따질 수는 없었다.

대형 길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거 대체 누구지?

-죄송합니다.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 확인해서 인상착의 확인해 봐. 우리가 오스턴 왕국을 거의 먹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해. 중앙 대륙에는 왕국은 물론이고 우리 말 안 듣는 대형 길드들이 많다고. 걔네들이 왜 우리 말을 안 듣겠어. 오스턴 왕국은 멀리 있으니까 별로 무섭지 않은 거겠지. 방심하면 안 돼. 전력이 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재깍재깍 모아야 한다고. 다른 길드에 뺏기기 전에.

-예!

-오스턴 왕국 통일 끝내면 쑤닝 님이 왕으로 올라선다. 다른 경쟁자들은 쑤닝 님의 상대가 되지 않아. 그리고 이건 계획의 일부일 뿐이야.

길드 동맹 내부에서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는 계획.

그것은 쑤닝을 중앙 대륙의 황제로 만드는 계획이었다.

물론 이건 기본적으로 몇 년을 잡고 세운, 아직은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쑤닝과 몇몇 최측근들은 이 계획을 진지하게 실행하려고 하고 있었다.

만약 성공만 한다면 각종 대회나 랭커들 순위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보상이 나오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길드 동맹 안의 경쟁자들을 없애고, 오스턴 왕국을 통일해야 했다.

지금도 치열하게 저항하고 있는 플레이어들과 군소 길드들, 그리고 그중 가장 미친 듯이 날뛰는 <최강지존무쌍> 길드, 그리고 길드 동맹 영지 내에서 아직도 버티고 있는, 갑자기 튀어나온 리치 놈까지…….

하나하나 만만한 상대는 없었기에 길드 동맹은 언제나 강한 플레이어를 환영했다.

지금도 새로 시작하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길드 동맹으로 모이고 있었다.

특히 중국인들에게 길드 동맹은 인기가 좋았다. 아무래도 쑤닝을 포함한 핵심 간부들 덕분이었다.

-내년, 내년 안에 오스턴 왕국 통일을 끝낸다!

-예!

-아, 그리고 앨콧 구출은 어떻게 됐나?

-지금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이 칠칠찮은 놈은 안 구해줄 수도 없고 사람 여럿 귀찮게 하는군.

쑤닝의 측근인 핵심 간부는 투덜거렸다.

암살자 앨콧!

일단은 길드 동맹에서 유명한, 간판 랭커 중 한 명이었다.

문제는 이놈이 쑤닝에게 그렇게 충성하지도 않는 데다가(애초에 중국인도 아니었다), 최근에는 태현과 같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서 여럿을 불쾌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끝으로는 혼자 칠칠찮게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기까지!

그렇지만 안 구해줄 수도 없었다.

다른 일반 길드원과 달리 앨콧은 너무 유명했으니까. 안 구해줬다가는 당장에 말이 나올 것이다.

결국 길드 동맹 간부들은 앨콧을 구하기 위해 구출대를 만들었다.

-경매장에서 지도를 구했습니다만, 워낙 먼 곳에 있어서…… 프리카 대륙에서 남서쪽으로 한참을 가야 나오는 곳입니다. 원거리를 갈 수 있는 배를 구해서 출발 준비 중입니다.

-지도는 확실한 거고?

-예. 믿을 만한 판매자입니다.

-그래. 그놈 빨리 데리고 와. 어휴…….

-그래도 그 유배지에 저희가 처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 아닙니까?

-그렇기야 한데, 그만큼 이익이 나와야지.

새로운 맵 개척!

판온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미개척 지역들이 많았다.

탐험가 직업뿐만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들이 미개척 지역을 밝히는 걸 꿈꿨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다. 아직까지 개척이 되지 않은 지역들에는 이유가 있었다.

엄청 가기 힘들거나, 가면 바로 죽거나…….

지금 지도에 나온 유배지는 중앙 대륙의 남쪽에 있는 프리카 대륙에서도 남서쪽으로 쭉 가야 나오는 곳이었다.

가서 새로운 지역이 나오더라도, 구출대가 버틸 수준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 앨콧만 빼서 데려오려는 게 목표!

그러나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게 한 가지 있었다.

세상에는 가짜 지도도 많다는 것.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대충대충 만든 가짜 지도!

그 가짜 지도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게 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 * *

[오랫동안 흔들리는 배 위에 있었습니다. 상태 이상 ‘멀미’에 걸립니다.]

[모든 능력치가 저하됩니다.]

“으어어억…….”

“아니, 미친, 이딴, 거까지, 생생하게 재현할 필요는…….”

멀미에 걸린 구출대 플레이어들은 배 위에서 신음했다.

판온에서도 이렇게 오래 항해를 할 일은 별로 없었다.

중앙 대륙 근처의 얕은 바다나 돌아다니면 돌아다녔지, 이렇게 멀리 올 일이 없는 것이다.

“지도 제대로 본 거 맞아?”

“제대로 봤다니까!”

“아, 중급 항해 스킬 말고 고급 항해 스킬 갖고 있는 놈 데리고 올걸.”

“그렇게 잘하면 네가 보던가!”

“이놈이 어디서 신경질이야?”

“야. 진정해. 다시 한번 찾아보자.”

근처에는 몇 척의 배들이 더 보였다. 길드 동맹 구출대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구출대도 있었던 것이다.

“쟤네들은 다른 곳으로 가는데? 쟤네가 지도 제대로 본 거 아냐?”

“아, 제대로 봤다고!!”

“알, 알겠어. 그냥 물어본 건데 왜 화를 내.”

항해사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는 짜증을 벌컥 냈다.

분명 몇십 번이고 지도를 확인했는데 다른 놈들은 속 편하게 ‘제대로 본 거 맞아?’ 하며 따지는 것이다.

얼마나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 이 바위 근처를 지나면…….”

[숨겨진 해저 왕국, 아란티스의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멸망한 고대 왕국 중 하나인 아란티스를 발견했습니다. 중앙 대륙의 탐험가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 엄청난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아, 아, 아, 아란티스? 아란티스가 뭐야?!”

구출대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러운 횡재에 기겁했다.

이게 대체 무슨!

“그…… 멸망한 고대 왕국 중 하나 있잖아! 바다 밑에 가라앉은! 나 그거 판온 책에서 봤어!”

“그걸 우리가 찾았다고!? 정말로?!”

구출대 중 한 명은 어찌나 기뻤는지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지, 진정해. 침착하게 들어가자고.”

꿀꺽-

모두가 침을 삼켰다. 저 고대 왕국으로 들어가면 대체 뭐가 나올까?

최소한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가장 먼저 들어가는 그들이 제일 많은 보너스를 받을 거라는 점이었다.

“가자!”

촤악-

“어? 쟤네 뭐하냐?”

“배가 사라진다?!”

근처를 지나가려던 다른 구출대 파티 하나가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배가 통째로 바다 밑으로 들어가다니.

“야! 따라가 봐!”

“뭐야? 뭐야??”

너무 흥분한 탓에 비밀을 지킬 생각을 하지 못한 플레이어들.

덕분에 근처에 있던 탐험대들에게 빠르게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한 번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그 뒤는 순식간이었다. 새로운 해저 왕국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다.

-저기…… 나 구출하려고 온 거 아니었냐? 응?

-구출할 겁니다!

-일단 여기 좀 확인만 하고요!

어떤 랭커의 말은 허무하게 묻혀졌다.

* * *

“고대 해저 왕국이 발견됐다고? 대체 어떻게?”

“우리가 판 지도 보고 갔다는데……?”

“????”

“지도 그린 놈 손 들어봐.”

손 드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그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너희 대체 뭘 보고 그린 거야?”

“아, 아냐! 그냥 대충 저 멀리 바다 찍어서 그린 거라고.”

“근데 발견됐다고?”

“이 자식 운을 왜 그런 곳에다 쓰는 건데!”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분하다는 듯이 발을 굴렀다.

“우리가 발견했는데 이익은 다른 놈들이 본다니!”

“용서할 수 없다!”

“너희 정말 같은 길드원이긴 한데 뻔뻔하다.”

그나마 양심이 남아 있는 길드원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도 가자!”

“어떻게? 우리는 배도 없잖아.”

“배 살 돈도 없지.”

“저번에 방송하고서 개런티로 받은 골드는 어디다 썼어?”

“사기 치려다가 날렸어.”

“…….”

“아냐, 우리도 배 있어!”

“뭔 배? 설마 어르신 배 말하는 거 아니지?”

“…….”

속마음을 들킨 길드원이 얼굴을 붉혔다.

“저번에 납치당한 이후로 어르신이 우리를 안 믿기 시작한 것 같아.”

“안 믿을 만하지. 최민수는 아예 다가오지도 못하게 하더라. 자폭할까 봐.”

납치 사건, 자폭 사건 이후로 커져 버린 불신!

“그렇지만 이렇게 있을 수는 없어! 어떻게든 어르신을 설득해서 허락을 받아내 보자!”

“좋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유 회장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말을 듣자마자 유 회장은 얼굴을 찡그렸다.

“……너희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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