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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83화 (583/1,826)

§ 나는 될놈이다 583화

‘일단 저 위에 있는 궁수 허수아비가 문제인데.’

훈련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무장한 고급 허수아비들이 덤벼들고, 동시에 올라갈 수 없는 높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궁수 허수아비들이 화살을 쏘아댔다.

스탯, 스킬, 레벨, 아이템 등등이 봉쇄된 이 훈련장에서는 치명적인 공격!

[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이토스 성기사 훈련용 고급 허수아비> 제작법을…….]

[…….]

일단 제작법은 잊지 않고 챙기는 태현이었다.

‘이거 이대로 가면 나중에 아키서스 훈련장 그대로 만들 수 있는 거 아닌가?’

3단계 훈련장에서 고급을 배웠으니, 4단계나 5단계 훈련장까지 갈 수 있다면…….

완전히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지금은 어떻게 깰 지부터 고민해야겠지.’

3단계를 깬 사람들의 공략은 간단했다.

방패를 들고 위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막으며, 방패가 부서지기 전에 돌파!

물론 그것도 절대로 쉬운 건 아니었다.

정해져 있는 좁은 경로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달려야 했다.

까딱하다가 포위라도 된다면 그 순간 탈락, 가다가 실수로 화살이라도 맞으면 그 순간 탈락, 뚫다가 재수 없게 스쳐도 탈락…….

깬 사람이 열 손가락에 꼽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음. 하나씩 끌어들일 수 있으면 못 잡을 것도 없어 보이는데. 방법이 없나.’

허수아비들을 하나씩 끌고 오면 잡는 건 쉬웠다.

문제는 허수아비들을 끌고 올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 도발을 해도 오지 않고, 훈련장 안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근처에 있는 놈들은 모조리 달려왔다.

‘무기를 던지면 오려나. 근데 무기가 없으면 본말전도인데…….’

훈련장에서는 무기를 잃어버리면 다시 주지 않으니 어지간한 전략이 다 제한됐다.

태현은 위에서 화살을 쏘는 궁수 허수아비들을 쳐다보았다.

‘화살로 해볼까?’

태현은 훈련장에 발을 디디지 않고, 입구에서 슬며시 팔을 내밀었다.

그 순간…….

쉬쉬쉭!

궁수 허수아비들이 활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팍! 파팍!

‘된다!’

태현은 잽싸게 팔을 뺐다. 방금까지 팔이 있었던 자리에 화살들이 정확하게 날아왔다.

그리고 바닥에 부딪혀서 박살 났다.

‘이러면 못 쓰는데. 음…….’

고민하던 태현은 미친 생각을 해냈다.

화살을 잡아보면 어떨까?

다른 플레이어들이 듣는다면 미친놈 취급을 했을 생각!

그러나 태현은 계산이 있었다.

‘동일한 박자에 동일한 속도로 날아오니까 감만 잡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 *

“우리 언제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야 해?”

“곧 나오겠지.”

“곧이 언제인데?”

“태현이가 탈락하면?”

“근데…… 김태현이 쉽게 탈락할 놈은 아니지 않나?”

“……!”

최상윤은 케인의 말에 아차 싶었다. 생각해 보니 태현은 이런 거에서 쉽게 탈락할 놈이 아니었다.

-야. 언제 나올 거야? 교단 애들 상대해야 한다며?

-아. 알아서 해. 나 바쁘니까 말 걸지 말고.

뚝-

‘이 자식이…….’

“기다리는 동안 나도 다른 곳에 훈련이나 받아볼까?”

케인은 그렇게 말하고서 가까운 신전 훈련장 입구로 향했다.

그러자 바로 반응이 돌아왔다.

“꺼져라! 이 악마! 어디서 수작이냐!”

“…….”

* * *

착!

‘잡았다!’

[화살을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훈련장을 성공할 시 추가로 보상이 있습니다.]

몇 번만의 시도 끝에,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내는 데 성공한 태현!

이다비가 봤다면 ‘이걸 찍어서 올렸어야 했는데……!’ 하며 아쉬움에 땅을 쳤을 장면이었다.

그만큼 기막힌 장면이었다.

‘하나, 둘…….’

요령을 익힌 태현은 화살을 하나씩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대충 이쯤이면 됐다 싶자, 태현은 화살을 던져서 근처에 있던 허수아비를 맞췄다.

퍽!

끼익, 끼익-

그러자 다가오는 허수아비!

계산이 맞아떨어졌음을 깨달은 태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다 잡을 수 있었다.

화살을 던져서 유인하고, 가까이 오면 두들겨 패고…….

퍽퍽퍽!

1, 2단계에서 일 대 다수로 덤벼도 컨트롤로 씹어 먹고 나온 태현에게 이 정도는 손쉬운 일에 불과했다.

‘다 잡았는데…… 저 궁수 허수아비는 못 잡나?’

훈련장에 있는 허수아비들을 전부 쓰러뜨리자, 태현은 저 위에 있는 궁수 허수아비도 잡고 싶어졌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은 것이 태현의 성격!

저 위에 있는 궁수 허수아비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타타타타탁-

태현은 궁수 허수아비들이 있는 곳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빠르게 화살이 날아왔다.

팍! 파팍!

물론 태현을 맞추는 화살은 없었다. 태현은 재빨리 벽에 붙었다. 그러자 각도가 나오지 않아 화살 공격이 멈췄다.

착-

태현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기어오르기였다.

‘윽. 스탯 없으니까 엄청 빡세군.’

벽의 울퉁불퉁한 부분을 찾아 손가락을 넣어 기어오르는 것!

이 훈련장을 클리어한 파이토스 교단 플레이어들이 봤다면 넘어졌을 것이다.

-다 깼으면 그냥 가! 거기서 뭐 하냐!

태현은 끈질기게 벽을 기어올랐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태현은 결국 기어오르는 데 성공했다.

쾅!

기어오르자마자 태현은 재빨리 궁수 허수아비를 쓰러뜨린 다음 활을 뺏었다. 옆의 궁수 허수아비가 태현을 바로 조준하기 시작한 것이다.

쉭!

“음. 역시 활은 잘 안 맞아.”

예전 다른 게임에서 한X란 궁수 캐릭터는 잘 다뤘는데, 왜 직접 쏘면 미묘하게 뒤틀리는지 알 수 없었다.

태현은 화살을 잡고 집어 던졌다. 이게 훨씬 더 잘 맞았다.

퍽! 퍼퍼퍽!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거리가 가까워 효과는 있었다.

옆에 있던 궁수 허수아비는 화살을 맞고 떨어졌다.

[허수아비들을 전부 쓰러뜨렸습니다. 3단계 훈련장을 통과했습니다.]

[보상으로 <날아다니는 망치 소환> 스킬을 받았습니다.]

[처음으로 모든 허수아비들을 쓰러뜨렸습니다.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칭호:파이토스의 뛰어난 전사를 얻습니다.]

‘어? 내가 받아도 되나?’

받으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은 칭호! 태현은 머뭇거렸다. 지금도 화술 스킬로 몰래 들어온 상태인데, 나중에 들키지는 않겠지?

거절할 방법도 없고, 태현은 일단 받았다.

[궁수 허수아비들을 쓰러뜨렸습니다. 숨겨진 벽이 열립니다.]

[<숨겨져 있던 망치>를 얻었습니다.]

[<숨겨져 있던 방패>를 얻었습니다.]

“……!”

* * *

[파이토스의 4단계 훈련장을 클리어한 모험가가 나타났습니다!]

[파이토스 교단의 명성이 오릅니다.]

[파이토스 교단의 영향력이 오릅니다.]

“어????”

“깼다고?!”

교단 신전 근처를 돌아다니던 파이토스 교단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4단계 훈련장을 깬 놈이 있다고?

파이토스 교단 NPC들은 기뻐하며 외쳤다.

“교단에 뛰어난 인재가 나타났군요. 여러분들도 앞으로 노력해서 이런 인재가 되도록 하십시오.”

“모두 기뻐하십시오! 5단계 훈련장까지 통과할 경우, 교단의 대전사가 새로 나타나는 겁니다!”

“……???”

“뭐야. 진짜로?”

기다리고 있던 태현 일행은 플레이어들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이거…….”

“김태현이지?”

“그것밖에 없겠지…….”

다른 사람들도 1~2단계는 계속 도전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클리어한 사람이 없는 4단계까지 깼다면 범인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야. 가자.”

“……?!”

태현이 훈련장에서 나오자 다들 놀랐다.

“역시 네가 깬 거냐?!”

“어. 그런데 5단계는 안 하고 나왔어.”

“왜? 아. 역시 난이도가…….”

“아니, 난이도는 추가 아이템 받아서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

‘파이토스 교단 훈련장 퀘스트에 추가 아이템 같은 게 있었나? 4단계여서 있었던 건가?’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들어보는 정보였던 것이다.

“근데 5단계까지 깨면 좀 위험할 것 같아서.”

3단계를 통과하고, 4단계도 추가로 받은 장비와 컨트롤로 클리어하자 태현에게는 메시지창이 떴다.

[대단합니다! 당신은 파이토스 4단계 훈련장을 클리어했습니다. 최고급 허수아비들을 쓰러뜨린 당신에게는 <파이토스 대전사>의 자격이 있습니다.]

[이대로 5단계 훈련장에 도전해서 성공할 경우 <파이토스 대전사>의 자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교단의 교황께서 직접 당신에게 자리를 수여하는 영광을…….]

‘……야, 이건 좀 위험하다!’

태현은 재빨리 상황을 깨닫고 포기했다.

이러다가 5단계까지 클리어하면 도망치기도 전에 나팔이 울리면서 교단 NPC들이 우르르 와서 ‘오오! 교단의 대전사가 나타났다!’ 할지도 몰랐다.

물론 태현은 그가 대전사로 전직되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키서스의 화신>이 또 막을 테니까…….’

결국 태현은 4단계까지만 클리어하고 나온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파이토스 교단 플레이어들에게는 충격적이었지만!

“야. 4단계를 어떻게 깼지? 검 자체가 안 먹히던데?”

“뭐 숨겨진 급소가 있나?”

“대체 누가 깬 거야?? 정보 공유 좀 해줬으면…….”

태현 일행은 슬슬 거리를 벌렸다.

“이제 교단 문제 처리하러 갈 거지?”

“가기 전에 다른 교단 훈련장도 좀…….”

“…….”

[타이란의 4단계 훈련장을 클리어한 모험가가 나타났습니다!]

[타이란 교단의 명성이 오릅니다.]

[타이란 교단의 영향력이 오릅니다.]

[야타의 4단계 훈련장을 클리어한 모험가가 나타났습니다!]

[야타 교단의 명성이 오릅니다.]

[야타 교단의 영향력이 오릅니다.]

훈련장 건물이 없는 데메르 교단을 제외하고, 태현은 빠르게 돌며 4단계까지 클리어했다.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저지른 어마어마한 업적!

[카르바노그가 매우 만족해합니다.]

[신자로 사칭해서 훈련장에 들려간 사실이 각 교단에 알려질 경우, 교단 세력이 매우 분노할 수 있습니다.]

“좋아. 이제 교단 놈들 처리하러 가자!”

“그런데 어떻게 하시려고요? 생각하신 게 있나요?”

“생각해 놓은 게 있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겠어?”

“……?”

“이간질이다.”

<장비 위조>

장비의 겉모습과 상태창을 위조할 수 있습니다. 스킬 레벨이 높아질수록 지속 시간과 가능한 위조 범위가 늘어납니다.

<장비 위조>. 그리고 <조금 더 깨어난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

태현은 이 둘을 사용해 교단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 * *

태현은 단순히 부족한 전투 스킬들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훈련장을 깬 것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뒷사정을 몰랐다.

그 결과…….

-무시무시한 놈이 나타났다!

-이거 한 명이지?

-한 명이 한 게 분명해. 동시에 여럿이 깬 것 같지는 않아.

-근데 교단 훈련장을 여러 개 깰 수 있어? 다른 교단인데?

-특수한 영웅 직업, 혹은 전설 직업일지도…….

-대체 누구지? 원래 있던 랭커인가?

-아냐. 그럴 거 같은 랭커는 안 보여. 게다가 훈련장은 원래 초보자 때나 가는 곳이잖아. 랭커들이 이제 와서 거길 왜 가겠어? 깰 수 있으면 진작 깼겠지.

-하긴, 거기는 레벨이고 스탯이고 뭐고 다 필요 없는 곳이니…….

-야, 개쩌는 랭커 하나 새로 나오는 거 아냐?

-에이, 그래도 후발주자인데…….

뒤늦게 시작한 사람은 아무래도 장비, 레벨, 스탯 모든 면에서 먼저 시작한 사람보다 불리했다.

순식간에 게시판이 뜨거워졌다.

다른 랭커들이 레벨과 직업, 좋은 장비와 스킬들을 자랑할 때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실력파 플레이어!

그 플레이어가 깬 훈련장들이 순수한 컨트롤을 요구한다는 게 더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랭커들 중에 컨트롤 되는 애들이 몇 명이나 있냐? 대부분 길드 지원 받고 아이템 빨, 직업 빨이지.

-랭커 앞에서 그런 소리 못 할 놈이 말은 잘해요.

-야. 내가 틀린 말 했냐? 대회 봐라. 랭커들 거품 쫙 빠지더라.

-김태현한테 당한 놈들은 좀 추했지…….

-막말로 김태현 같은 애들 말고 실력파 랭커가 몇 명이나 있냐? 이번에 아탈리 왕국 공방전 본 사람?

-아. 그 랭커들 단체로 달려가서 행방불명된 거. 그거 진짜 웃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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