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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81화 (581/1,826)

§ 나는 될놈이다 581화

둘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플레이어들도 감동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초보 요리사 플레이어들을 위해 이렇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태현!

그리고 그 태현의 믿음에 보답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요리사 NPC(고블린이지만)!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까지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화려한 요리를……!”

“…….”

태현이 움찔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 * *

“스타우 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스타우 님!”

“인, 인, 인간. 너무 들뜨지 마라. 내 가르침은 아주 혹독할 테니까.”

생전 처음 받는 뜨거운 관심!

그 관심에 스타우는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뜨거웠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어떤 퀘스트를 내리시더라도 따르겠습니다!”

“좋아, 좋아! 인간! 그렇다면!”

쿵-

스타우는 도마 위에 처음 보는 특이한 재료를 올려놓았다.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게 뭡니까?”

“저주받은 해적 전사의 촉수!”

“…….”

“……????”

“오늘은 이걸 사용해서 요리를 한다!”

“어……?”

“어라??”

요리사 플레이어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지만, 아무도 손을 들고 따지지는 않았다.

그러기에는 태현이 데리고 온 요리사 NPC가 너무 대단해 보였던 것!

일단 배우고 보자!

* * *

“좋아! 오늘도 사냥하러 가볼까?”

“이번에 120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다들 축복받았지? 그러면 요리 먹고 가자.”

우르르-

이제는 사냥이든 퀘스트든 무조건 가기 전에 요리를 먹고 나가는 플레이어들!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라도 무조건 먹고 나갔다. 그들도 여기 요리는 특별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이야. 오늘도 맛있는 거 많네. 저 요리사 고기덮밥 되게 맛있게 하더라.”

“해산물 국수도 괜찮아. 스탯 버프도 그렇고…… 어? 저건 뭐지?”

파티원들은 못 보던 요리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이름도 특이했다.

<아무나 먹을 수 없는, 비전 요리법으로 만든 비밀 자양강장 요리>!

다른 화려한 요리들과 비교되는, 칙칙하고 정체불명의 꿈틀거리는 무언가.

“처음 보는 요리인데?”

“아. 저 사람이 만들었나 보네. 저 사람 다른 요리 괜찮던데.”

요리사 얼굴을 알아본 파티원이 손을 흔들었다. 이상하게 요리사 얼굴이 많이 초췌해 보였다.

“이건 한 개밖에 없는 거 같은데? 인기 많아서 다들 가져갔나?”

“그러면 내가 찜!”

“앗. 치사하게!”

“이런 건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고. 잘 먹겠습니다!”

호쾌하게 낚아챈 플레이어가 재빨리 <아무나 먹을 수 없는, 비전 요리법으로 만든 비밀 자양강장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쓰러졌다.

“커허ㅓ허허허헣헉?!”

“곤잘레스?!”

“괜찮냐 너?!”

“커헉, 커허억, 커허어억!”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지 못하는 파티원!

[<괴식 요리>를 먹은 탓에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괴식 요리>를 먹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공포 저항이 오릅니다.]

[힘이 영구적으로 오릅니다.]

[흑마법 저항력이 오릅니다.]

[……]

“뭐, 뭔 요리를 올린 거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항의가 들어오자, 요리사는 울상이 되어 스타우를 쳐다보았다.

“스타우 님! 역시 이렇게 된다니까요! 이런 걸 재료로 넣으면…….”

“흥! 멍청하기는. 물러서지 마라!”

“네?”

“위대한 걸음에는 희생이 필요한 법!”

스타우는 앞으로 나섰다. 찾아온 파티원들은 놀랐다.

웬 고블린?

“징징대지 마라, 나약한 인간들아!”

“……?”

“감히 내가 가르친 작품을 공짜로 먹으면서 불평이나 하다니!”

“아, 아니. 지금 내 친구가 쓰러져서 마비 상태에 빠졌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다!”

너무 당당하게 나오자,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할 말을 잃었다.

무슨 얼굴에 철판을 깐 것 같은 고블린!

“너희들은 얌전히 내 요리를 먹고 감탄하면 되는 거다!”

“뭔 개소리냐!”

“야. 참아! 여기 영지 안이라고! 싸움 일으켰다가는 바로 추방이야!”

“그렇지만 저게…….”

“나, 나는 괜찮아…….”

마비 상태에 풀린 친구가 일어서자, 다른 파티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냐? 너?”

“그, 그래.”

“대체 요리 효과가 뭐였길래 그래?”

“효과가 아니라…… 맛이…….”

“맛이? 맛이 뭐 어땠길래?”

“설마 맛있었나?”

“아니. 정말…… 세상에서 처음 먹어본 역겨운 맛…….”

“…….”

“…….”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즉, 보기 안 좋은 떡은 먹기 별로 좋지 않았다.

“내가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흥. 네 세상을 넓혀줬으니 감사하도록.”

거만하게 턱을 들며 말하는 스타우.

태현은 멀리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그래. 그거면 된 거다. 스타우.’

스타우는 아무리 플레이어들이 항의를 하더라도 계속 괴식 요리를 만들고, 요리사들에게 만들게 시킬 것이다.

그러면 플레이어들도 점점 두려움을 갖게 되겠지!

태현은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저 골드 잡아먹는 자선 행사를 취소할 수 있는 것…….

“……그런데 효과는 엄청 좋네.”

“응?”

“맛은 개 같고 먹었을 때 마비나 그런 안 좋은 효과들이 있긴 한데…… 그거 말고 스탯 버프나 영구적으로 스탯 올라가는 게 엄청 좋은데?”

“????”

친구의 말에 다들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말이 돼? 맛이 없는 요리인데…….”

“아니, 근데 진짜 효과는 좋다니까.”

“너 혹시 너 혼자 먹은 게 억울해서 이러는 건 아니지?”

“아니거든!!”

이상한 오해를 받은 플레이어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탕탕 쳤다.

“너희들도 한 번만 먹어보라고!”

“흠…… 그건 좀…….”

“꼭 그래야 할까?”

“친구야. 요리가 없어서 못 먹을 거 같다.”

대화를 듣던 스타우가 고블린다운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걱정 마라, 인간들. 나는 관대하다. 너희들 모두 먹을 수 있도록 요리를 충분히 준비했지.”

“…….”

“……아, 아니, 그건 좀…….”

“먹어라! 안 먹으면 여기 있는 요리도 못 먹게 해버리겠다!”

“이 고블린이 대체 누군데 이러는 거야?!”

플레이어들은 저항했지만, 이미 요리사들을 장악한 스타우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1분 후.

“커허ㅓㅓㅓㅓ허헠…….”

“케헥, 케헥, 케헥!”

“꾸에에엑…….”

바닥에서 뒹구는 이들!

스타우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몸에 좋은 요리는 입에 쓰다! 인간들. 잘 알아둬라! 입에 좋은 것만 먹어서는 강해질 수가 없다!”

“……!”

“!!!”

“!!!!!”

주변에 있던 요리사 플레이어들은 뭔가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괴식 요리>야 말로 요리의 미래! 요리사들이 가야 할 길이다! 알겠나, 인간들!”

“그렇군요! 스타우 님!”

“마치 한약처럼! 입에 쓰지만 몸에는 좋은!”

“한약이 뭐냐, 인간?”

“아, 그게…….”

“됐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내가 하라는 대로 괴식 요리를 만드는 거다!”

“네!”

물론 모든 요리사들이 미쳐버린…… 아니, 스타우의 영향을 받게 된 건 아니었다.

아직 제정신인 요리사들은 스타우의 명령을 거절했다.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맛이 없어서…….”

“전 맛있는 거 먹으려고 요리사로 전직했다구요. 이상한 거 먹기 싫어요.”

스타우는 펄쩍 뛰며 화를 냈지만, 요리사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결과 영지의 요리사 플레이어들은 두 파로 나뉘었다.

스타우의 영향을 받은 <괴식 요리> 요리사들과, 멀쩡한 요리사들로.

“야! 맛있는 걸 먹으러 판온 하지 이상한 거 먹으러 판온 하냐?”

“이런 요알못 놈들…… 입에만 좋은 건 진짜 요리가 아니야!”

“그러면 몬스터 고기 넣는 건 진짜 요리냐!?”

“어허. 몬스터 고기로 만드는 요리는 엄연히 우리 나라 전통 음식이었어! 너 한약도 안 먹어봤냐!”

“미친놈아! 세상 어느 한약이 몬스터 고기로 만들어?!”

치열한 대결!

전투 직업 플레이어들이라면 ‘좋다! PVP로 승부를 보자!’라고 했겠지만 그들은 요리사였다.

“좋다! 요리 대결로 승부를 보자!”

“오냐! 바라던 바다!”

“승부 방식은…… 각자 만든 요리를 누가 더 많이 먹나의 승부다!”

“누가 질 거 같냐!”

요리사들은 아키서스 영지에 돌아다니는 플레이어들에게 심사위원을 맡기려 했다.

어찌 보면 가장 정확한 방법!

물론 태현의 창고에서 나온 요리 재료들로 만드는 요리였다.

부글부글, 탁탁탁탁-

각자 나뉘어져서 열정적으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들!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지나가던 플레이어들은 놀라서 물었다.

“뭐야? 요리사들 무슨 일 있어?”

“요리로 승부를 본다는데?”

“한쪽은 ‘그 요리’래.”

“뭐? ‘그 요리’?”

이미 영지에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괴식 요리>라는 사악한 요리 스킬이 있다고!

맛은 지옥에서 올라온 것처럼 끔찍하지만 효과는 다른 요리들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오래 간다고 들었다.

“그걸…… 꼭 먹어야 하나? 나 비위 약하단 말야.”

“야, 근데 그거 효과가 진짜 죽인대.”

“먹으면 죽는다고?”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근데 죽을 수도 있는 맛이라고는 하더라.”

* * *

“역시 태현 님. 영지에 있는 신도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런 비책을 세우셨던 겁니까……!”

갈락파드는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두 세력으로 나눠진 요리사들은 뜨겁게 경쟁했다.

그 결과 나타난 건 서로의 발전!

“훗. 좋은 승부였다. 좀 하는군.”

“너희들도.”

요리사들은 서로 악수하며 칭찬했다. 결과는 거의 비슷했다.

팽팽한 대결 끝에 그들은 서로를 인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서로를 인정하며 경쟁하자!

“…….”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요리사들을 쳐다보았다.

무료로 퍼주라는 걸 좀 그만하게 만들려고 계책을 세웠더니, 오히려 더 부추긴 셈이 됐다.

“역시 태현 님! 다음은 어떤 신도들을 도와주실 겁니까?”

“안 도와줘.”

태현은 빠르게 포기했다.

이 영지는 어떻게 된 게 태현이 건드리기만 하면 원하지 않는 반응으로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괜히 더 건드렸다가 피 보지 말고 아탈리 왕국 수도, 모라 시로 가자!

* * *

아탈리 왕국의 수도, 모라 시.

태현에게는 나름 추억이 있는 곳이었다.

사디크 교단이 주도한, 아탈리 국왕의 암살 퀘스트가 벌어졌던 곳!

‘사디크 놈들이 여기서 습격 사건을 벌였었지…….’

왕궁으로 쳐들어온 사디크 교도들 덕분에 태현의 영지 퀘스트가 시작된 셈이었다.

물론 태현은 반지 뺏겼다는 생각에 사디크 교단을 계속 쫓아다니며 괴롭혔지만…….

“앗, 김태현 백작님 아니십니까!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디크 교단을 물리치신 김태현 백작님! 평소에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성문을 지나자마자 태현을 알아보는 NPC들!

악명이 엄청나게 높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높은 명성+백작의 작위가 태현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케인은 태현을 보며 부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나도 저렇게 대접받고 싶다…….”

“작위가 없으니까 귀족 대접은 못 받더라도, 대형 퀘스트 깨면 그 근처 NPC들이 엄청 치켜세워주지 않아?”

최상윤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캐릭을 키우는 방법은 각자 다르지만, 랭커 정도 되면 보통 대형 퀘스트를 깬 경험이 최소 한 번 정도는 있었다.

그런 걸 깨고 나면 근처의 NPC들이 모두 다 달려와서 영웅 대접을 해주는 것이다.

“……기억에 없는데.”

케인은 고렙 이전까지는 명성 스탯보다는 악명 스탯을 주로 쌓았다.

그리고 태현을 만난 다음부터는 태현을 쫓아다니면서 갖은 고생이란 고생은 다…….

그나마 만나는 게 아키서스 교단 NPC인데, 이 교단 NPC들은 케인을 정말 직업 이름 그대로 취급해 줬다.

-앗! 아키서스의 노예님!

-아키서스의 노예님 만세!

칭찬해줘도 뭔가 기분이 더러운 직업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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