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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77화 (577/1,826)

§ 나는 될놈이다 577화

[갈르두가 <옛 해적왕의 이름> 스킬을 사용합니다.]

[<아키서스의 저주>로 스킬 사용에 실패합니다.]

스킬 실패 메시지창에 플레이어들은 안도했다.

‘이제 막타만 내가 넣으면 된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전부 다! 영원한 유배지로 끌고 가주마!!

“!!!”

불길함을 느낀 태현은 전속력으로 거리를 벌렸다.

그걸 본 케인은 잽싸게 따라서 도망쳤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때에는 김태현을 따라 하면 중간은 간다!

에반젤린, 스미스도 그걸 눈치채고 거리를 벌렸다. 태현이 허튼짓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나 앨콧, 로이, 크로포드 같은 랭커들은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를 좁혔다.

그만큼 갈르두라는 보스 몬스터에게 막타를 넣는 건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스킬 사용에 실패한 것으로 갈르두의 영혼이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로 끌려갑니다.]

[가까이 있던 탓에 휘말립니다!]

파아앗!

[에스파 왕국의 악몽, 대해적 갈르두가 영원히 쓰러졌습니다.]

[바다의 저주를 받은 그의 영혼은 죽어서도 편하게 쉬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그는 저주를 풀지 못했습니다.]

‘굳이 그걸 강조할 필요는…….’

태현은 떳떳했다.

지도를 원했으면 골드 주고 샀어야지!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

‘한 번에 8……!’

갈르두의 레벨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한 번에 무려 8이나 오른 레벨.

이제까지 레벨 업 한 기록 중 가장 크게 오른 것이었다.

이름 : 김태현

레벨 : 99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38,280

MP : 33,330

힘 : 685

민첩 : 682

체력 : 786

지혜 : 712

행운 : 5,444

‘드디어 99.’

다른 랭커들은 100 후반대, 최상급 랭커들은 200도 넘나들고 있는 상황에서 간신히 100 직전까지 왔다는 게 서글프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태현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태현이 8 올랐으면 다른 사람들은 한 20 올랐어도 이상하지 않을 테니까.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카르바노그의 이름을 널리 떨친 것으로 스킬…….]

“……!”

태현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레벨 업도 레벨 업이지만, 이런 스킬 보상만큼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도 없었다.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는 처음에는 이게 뭔 쓰레기 스킬인가 싶었지만 나름 쓸모를 보여주었다.

설마 또 이런 쓸 만한 스킬을?!

[……<기적의 토끼 요리> 스킬을 얻었습니다.]

<기적의 토끼 요리>

토끼 신 카르바노그의 축복을 받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토끼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

태현의 표정이 순간 구겨졌다.

아니, 좋은 스킬이긴 한데……

이미 요리 스킬은 충분히 있는 태현에게는 좀 의미 없는 패시브 스킬!

‘아니, 그리고 토끼 신인데 왜 토끼 요리 관한 스킬을 주는 거야?’

토끼 학살자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태현을 고른 것도 그렇고, 역시 카르바노그는 좀 이상했다.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신!

아키서스 같은 신에게 익숙해진 태현도 적응하기 힘든 신이었다.

“저기, 김태현…….”

케인이 망설이면서 말을 걸었다.

방금 갈르두 레이드 성공으로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얻었지만, 태현의 얼굴이 구겨졌다 펴졌다를 반복해서 말을 거는 게 무서웠다.

역시 아까 제대로 탱커 역할을 못 해서 화난 건가?

아니면 공격을 피하라고 했는데 못 피해서?

아니, 근데 솔직히 그건 다들 못 피했던 건데…….

“왜?”

“저기 있던 공격대 애들 사라졌는데…….”

“……!”

* * *

갈르두라는 보스 몬스터를 잡은 역사적인 그 순간!

수십 개가 넘게 뜨는 메시지창에 공격대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가장 가까이 있던 플레이어들만 빼고!

그들은…….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로 이동합니다.]

갈르두의 마지막 자폭에 휘말려 이상한 곳으로 끌려온 것이다.

“?!?!”

“여긴 어디여?!”

상황을 깨달은 플레이어들은 당황에 찬 목소리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사방이 바다로 갇혀 있는, 깊은 심해 속 어딘가였다.

탈출하려고 해도 바깥이 온통 물이라 어디로 탈출할 수가 없는 유배지!

[매우 깊은 바닷속입니다. HP가 깎이기 시작합니다.]

[HP가 0으로…….]

몇몇 성질 급한 플레이어들은 헤엄쳐서 나가 보려고 덤벼들었다가 그대로 익사했다.

더 끔찍한 건 부활 장소도 이 유배지로 고정되었다는 것!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여기 장소가 어디인지부터 파악해!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가 대체 어디야?!”

그래도 다행히 여기 온 플레이어들은 초보자가 아니었다.

랭커에 고렙 플레이어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잘 알고 있었다.

정보 수집!

바닷속으로 탈출할 수만 없을 뿐이지, 유배지 자체는 넓고 마을도 있었다.

-클클…… 싱싱한 신입이군. 내가 바다 위를 누볐을 때가 언제였나…… 바다의 저주를 받아 여기에 갇혔지…….

-크크…… 탈출 방법이라고? 그런 건 없어…… 우리는 영원히 여기 갇혀 있을 테니까 말이야…… 다 저주 탓이지…….

“…….”

“…….”

마을에서 만난 유령 해적 NPC들은 섬뜩한 소리만 하고 있었다.

그때쯤 되자 냉정을 유지하려던 플레이어들도 상황을 깨달았다.

이거 정말…… 큰일 났다!

“갇, 갇, 갇…….”

“아니야! 아직 아니라고!”

“갇힌 것 같은데……?”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

말 그대로 정말 영원한 유배지였던 것이다.

“미안하다, 애들아.”

“크로포드?”

“난 먼저 가봐야겠다.”

“야! 이 치사한 자식이 진짜!”

크로포드가 뭘 하려는지 깨달은 앨콧이 이를 갈았다.

혼자 챙겨 놓은 스크롤로 튀려는 게 분명했다.

이래서 마법사 새끼들은!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에 흐르는 저주로 스크롤이 부서집니다.]

“…….”

“…….”

“……너희들을 두고 갈 수는 없지. 커험.”

“너 이 새끼 스크롤 부서진 거 다 봤거든?!”

투닥투닥!

둘이 싸우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은 필사적으로 돌아다니고, NPC한테 말을 걸고, 필드에 나가 심해 괴수들과 싸우고, 하여튼 온갖 짓을 다 해서 정보를 모으려고 했다.

그 결과…….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 큭큭큭…… 불가능하겠지만…… 정말로 나가고 싶다면 <해적왕의 저주받은 지도>라도 있어야 할 거다. 해적왕은 여기서 나가는 길을 그 지도에 기록해 놨지. 그 지도가 없이 여기서 나가려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켈켈켈…… 애송이 녀석들…… 너희들도 곧 우리처럼…….

“아 시끄럽고!”

“<해적왕의 저주받은 지도>? 이 아이템 찾아봐!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야!”

“혹시 모르니까 밖에서도 찾아보고! 정보망 총동원해! 앨콧. 너 평소에 맨날 길드 동맹 자랑했지? 지금 그 덕 좀 보자!”

“이 자식이 뭐 맡겨놨냐……!”

“지금 따질 때냐! 여기서 평생 갇혀 있고 싶어?”

* * *

“오호…… 이런 곳도 있었군.”

“신기한데?”

“여기 바닷속인 것 같습니다. 와작와작.”

태현과 케인 등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자리에 앉아서 방송을 보고 있었다.

끌려간 플레이어들이 하는 생중계 개인 방송!

와그작, 와그작-

“앗. 나도 팝콘 좀 줘.”

“저기 파워 워리어 길드원 애들한테 가서 사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상관없는 남 고생하는 거 구경하는 것!

랭커들과 고렙 플레이어들이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에 끌려갔지만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

‘경쟁자가 줄어들었군. 큭큭.’

‘한동안 나오지 마라!’

상황을 방송으로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이다. 갈르두 잡아서 분명 레벨 업 크게 했을 텐데.

-김태현도 끌려갔어야 했는데…… 젠장! 빌어먹게 운 좋을 놈!

모두가 좋아하는 유배!

태현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방송을 지켜보았다.

‘응? <해적왕의 저주받은 지도>?’

태현은 또다시 들려오는 아이템의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그가 갖고 있는 아이템이…….

‘뭐, 쟤네들이 알아서 찾는다니 굳이 내가 말해줄 필요가 없겠지. 여러 개 있을 수도 있잖아? 다른 방법으로 탈출할 수도 있고.’

동료애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냉정함이었다.

니들이 안 피하다가 알아서 끌려갔으니 알아서 해라!

-태현 님.

-……?

-저기…… 혹시 말입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에게 온 귓속말.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부탁하려는 기색이었다.

-저희가 저번에 만든 가짜 지도 팔아도 됩니까?

-너희…….

-앗, 안 된다면…….

-어떻게 그렇게 좋은 생각을 했니? 팔아도 좋다!

-……!!! 감사합니다!

예전에 갈르두를 속이기 위해 만들었던 가짜 <해적왕의 저주받은 지도>!

갈르두에게는 결국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으니 이렇게라도 써야 하지 않겠는가?

“슬슬 정리해야겠군.”

방송으로 끌려간 플레이어들의 상황을 파악한 태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끌려간 플레이어들은 끌려간 것이고(그리고 무엇보다 태현과 상관이 없었고), 중요한 건 갈르두를 잡고 영지의 안전을 지켰다는 것이었다.

승리!

태현은 주먹을 번쩍 들어 올렸다. 요새에서 버티고 있던 플레이어들, 갈르두 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플레이어들 모두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

“이겼다! 진짜 갈르두를 잡았다고!”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고블린!”

“응?”

“만능! 제작기! 고블린 만능 제작기! 김태현! 고블린 만능 제작기!”

“…….”

외침에 이상한 게 섞여 있었지만 태현은 애써 무시했다.

“모두 고생 많았다! 오늘 승리는 다 너희들 덕분이다!”

“와아아아!”

“오늘 여기서 거둔 전리품은 모두 같이 공평하게 나눠줄 생각이다!”

태현은 해안가에 자리 잡은 갈르두의 해적선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딱 봐도 온갖 골드와 아이템들의 보물창고!

그걸 여기 참여한 사람들한테 나눠준다니, 엄청나게 통 큰 제안이고 보상이었다.

“와아아아…….”

“대단해…… 김태현…… 역시 김태현이야…….”

“……???”

그렇지만 돌아온 반응은 일부 고렙 플레이어들만의 환호!

숫자가 워낙 적어서 다른 소리에 묻힐 정도였다.

‘아니, 이게 별로인가?’

“그리고 고블린 만능 제작기 이용권도 공적치 포인트에 따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아무리 생각해도 저기 해적선들의 아이템이 더 좋은 아이템이겠지만…….

태현은 이해해 주기로 했다.

* * *

촤아아악-

“……?!”

“어? 어??”

멀리서 나타난 함대. 그걸 본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다 이긴 줄 알고 풀어져 있었는데 갑자기 웬 함대란 말인가?

“또 해적이야?!”

“아냐! 저건…… 아탈리 왕국 함대야!”

왕국의 깃발을 알아본 플레이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적선이 아니라 왕국의 함대였던 것이다.

“김태현 백작!”

콧수염을 기른 브랑송 제독이 갑판 위에서 태현의 이름을 불렀다.

주변에서 해적선의 아이템을 다 끌고 나와 밖으로 옮기던 플레이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판온에서도 귀족이나 왕족은 보기 힘든 NPC였던 것이다.

“카테란드 해적단 일 이후로 처음이군. 그때도 그렇고 자네는 정말 대단해! 다른 영주들이 눈치만 보고 구석에 박혀 있는 동안 혼자 군사들을 이끌고 와서 해적들을 막다니! 심지어 그 상대가 갈르두인데!”

[브랑송이 당신을 정말로 높게 평가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아탈리 왕국에 당신의 업적이 널리 퍼져 나갑니다. 근처의 영주들이 이 일을 부끄러워합니다.]

[아탈리 왕국 국왕이 머지않아 당신을 부를 겁니다.]

태현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했을 일이었습니다.”

갈르두와 원수진 일은 굳이 말하지 않는 태현이었다.

“과연……!”

콧수염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감동하는 브랑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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