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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76화 (576/1,826)

§ 나는 될놈이다 576화

그 정도로 태현 영지에서 튀어나온 전력은 대단했던 것이다.

‘절대 만만하게 보면 안 되겠군.’

‘아탈리 왕국에 있어서 이제까지 아무도 안 건드리고 멀쩡한 줄 알았는데 영지 자체도 어마어마했어.’

그러나 보고 있는 사람들의 고평가와 달리, 공방전 자체는 다들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갈르두 못 잡을 것 같은데?

-역시 갈르두는 지금 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

-두들겨 패고는 있어도 데미지를 거의 못 주고 있잖아. 지금 최상위권 랭커들 다 모아놨는데 저 정도면 말 다 했지.

갈르두가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아직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데미지를 못 주면 저 포위망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

그들은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제발 실패해라!’

갈르두 레이드에 성공하면, 거기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이 너무 유리해졌다.

안 그래도 최상위권 랭커들이 저기 끼어 있는데 저들이 갈르두를 잡는다면…….

차이는 더 심해질 것이다.

제발 실패해라!!

* * *

태현은 결정을 내렸다.

‘좋아. 일단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를 써보자.’

갈르두가 날뛰고는 있어도 아직 포위망은 유지되고 있었다.

태현의 시도가 몇 번쯤 실패해도 여기 있는 랭커들은 버텨줄 것이다.

……아마!

“김, 김태현이 나 노려보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지? 누가 기분 탓이라고 해줘!”

케인이 갈르두를 정신없이 때리고 도발하며 말했다.

왠지 태현이 뒤에서 ‘이 어그로도 제대로 못 끄는 탱커 자식!’ 하고 노려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마 아닐 테니 집중! 집중해야…… 어?”

계속 갈르두가 태현을 경계하자, 태현은 다른 방법을 썼다.

탓!

“야!”

에반젤린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그녀의 머리를 밟고 위로 날아오른 것이다.

-가소로운 놈, 그딴 수작에 넘어갈 것 같았느냐?

갈르두는 다른 랭커들에게 무기를 휘두르다가 재빨리 돌아서서 태현을 향해 저주를 난사했다.

무시무시한 대응 속도였고, 무시무시한 집념이었다.

다른 랭커들 수십 명이 있어도 오늘 김태현 한 명만을 노린다!

태현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방송을 보며 무릎을 쳤다.

‘저렇게 해야 하는데!’

‘김태현은 저렇게 조져야 하는구나!’

‘제발, 갈르두 님! 김태현을 죽여주세요!’

그러나 태현은 스킬을 써서 다시 한번 도약한 다음 갈르두의 머리 위를 잡았다.

-또 잔수작이냐! 지겨운 놈 같으니!

갈르두는 재빨리 스킬을 사용해 태현을 붙잡으려고 했다.

아까처럼 요리조리 피할 때면 모를까, 지금처럼 공중에 떠 있을 때는 피할 수도 없을 테니까.

-아키서스의 저주!

-……?

퍽! 퍼퍽!

갈르두가 쓰려던 스킬이 취소되고, 촉수가 터져 나갔다.

[스킬 사용에 실패합니다. 부작용으로…….]

-이……!

한 방 먹었지만 갈르두는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 창에 찔려봤자 넘어지기만 한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오냐, 찔러봐라!

찌르는 순간 네놈도 죽여주마!

그러나 태현은 창을 찌르지 않았다. 대신 스킬을 사용했다.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를 사용했습니다. 상대가 1분간 토끼로 변합니다.]

[토끼로 변한 상대의 스탯과 스킬들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원래 토끼가 아니었던 상대에게는 <토끼 지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

태현은 눈을 의심했다.

이런 개쓰레기 스킬 같으니……!

최소한 토끼로 변하면 방어력이든 스탯이든 스킬이든 어떤 부분이든 간에 페널티 하나 정도는 있을 줄 알았다.

정말 토끼로 변신시키는 게 다란 말인가?

그 순간 다음 메시지창이 떴다.

[상대의 장비가 모두 해제됩니다.]

덜그럭-

장비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갈르두가 있었던 자리에 갈르두가 착용하고 있던 장비들이 우르르 떨어졌다.

“…….”

“…….”

“……!!!”

“에드안!!!”

“네!!”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놀랐지만, 그중 태현의 반응이 가장 빨랐다.

태현은 상황을 깨닫자마자 에드안을 불렀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드안은 태현의 부름이 떨어지자마자 뛰쳐나왔다.

지금 태현이 그를 부른다는 건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도둑질할 시간이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태현은 에드안에게 명령을 내렸다.

-기회를 봐서 갈르두의 장비를 훔칠 수 있으면 훔쳐라.

물론 명령을 내린 태현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갈르두는 잔뜩 경계를 하고 있는 보스 몬스터였고, 그런 보스 몬스터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장비를 훔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생각지 않은 기회가 왔다.

호다다닥!

다른 플레이어들의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에드안이 다가왔다.

착착착착착!

“빠, 빠르다!”

“뭐야?!”

플레이어들이 ‘뭐가 다가온 거지?’하는 사이에 에드안은 벌써 장비를 닥치는 대로 줍고 있었다.

-뀨뀨뀨뀨뀨뀨(죽여 버리겠다)!

갈르두였던 토끼가 분노하며 울부짖었다. 물론 귀엽게.

[카르바노그의 권능을 갖고 있습니다. 토끼의 말을 알아듣습니다.]

토끼로 변해 버린 탓에 갈르두는 실수를 저질렀다.

급한 마음에 스킬을 사용한 것!

토끼로만 변했지 다른 모든 스탯은 그대로였기에, 그냥 달려들어서 몸통박치기만 했어도 에드안은 그대로 날아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갈르두는 지금 <아키서스의 저주>도 걸린 상태였다.

그 결과…….

[스킬이 실패합니다!]

퍼어엉!

갈르두 주변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스킬 실패 데미지가 들어갔다.

-뀨뀨뀨(크아악)!

“뭔데 저렇게 귀엽냐?!”

“정신 차려! 지금 공격해야 해!”

에드안은 챙길 걸 다 챙기고 도망치면서 외쳤다.

“다 주웠습니다! 태현 님!”

“그래. 잘했다.”

“저는 도망치겠습니다!”

“아주 당당하구나.”

에드안은 대답도 하지 않고 왔던 때처럼 호다닥 도망쳤다.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더 이상은 바라지도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결과다.’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는 의외의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상대가 토끼 전용 장비를 입고 있지 않는 한 모조리 벗겨 버리는 강력한 효과!

태현은 갈르두였던 토끼를 내려다보았다.

스킬도 봉쇄되었고, 갈르두를 무지막지하게 만들어줬던 각종 사기적인 아이템들도 사라진 상황.

아무리 갈르두가 레벨이 높고, 무지막지한 스탯과 HP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었다.

“모두 공격해!”

“잠깐……!”

태현은 당황해서 말리려고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은 흥분해서 달려들었다.

그들도 느낀 것이다.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기회다!’

‘최대한 많이 때려서 보상을 받아야 해!’

‘여기서 활약하면 대박이다!’

태현의 말을 듣고 멈춘 건 랭커들뿐이었다. 스미스, 에반젤린, 케인은 태현을 믿으니까 멈췄다. 앨콧, 로이는 태현이 무서워서 멈췄고,

‘태현 씨가 잠깐이라고 했으니 멈춰야겠지.’

‘김태현이라면 무슨 생각이 있겠지.’

‘아무 생각 안 하고 있다가 멈추라고 해서 멈췄는데 왜 멈추라고 한 거지?’

케인만 속마음이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었다.

쉬이익!

순간 토끼가 사라졌다가, 플레이어의 명치에 그대로 들이박혔다.

“꺼허어억!”

“멍청하기는…….”

생각지도 못한 토끼의 일격!

[토끼로서의 전투법을 배웠습니다. <토끼 지배> 스킬에 새로운 능력이 추가됩니다.]

[<토끼 지배>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

생각지도 못한 스킬의 성장에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쾅! 쾅!

“으악! 미친 토끼다!”

“토끼가 되어서 약해진 거 아니었어?!”

태현이 멈추라고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갈르두가 토끼가 되고 장비를 다 뺏긴 데다가 저주까지 받았지만, 그래도 레벨은 레벨. 레벨이 깡패인 판온에서 절대 얕보면 안 됐다.

게다가 지금 갈르두는 토끼가 된 상태라 엄청 덩치가 작아졌다.

대부분의 공격이 빗나가기 좋은 상황!

서투르게 덤벼들었다가는 지금처럼 두들겨 맞고 쓰러지는 것이다.

퍽! 퍼퍽! 퍼퍼퍽!

갈르두는 플레이어 한 명을 붙잡고 넘어뜨린 다음 앞발로 미친 듯이 후려갈겼다.

모습은 귀여웠지만 소리와 기세는 매우 섬뜩했다.

[HP가 0이 되어…….]

“모두 공격 중지! 거리를 벌리고 시간을 끌어라!”

어차피 1분이면 풀리는 저주. 태현은 그렇게 말하며 물러서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토끼라고 만만히 보고 덤벼든 플레이어들은 닥치는 대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멀리 있던 플레이어들은 아군에게 피해가 갈까 봐 제대로 지원도 못 해주고 있는 상황!

펑!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가 끝납니다. 상대가 돌아옵니다.]

연기가 올라오며 토끼가 사라졌다. 그리고 갈르두가 다시 나타났다.

갈르두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죽여버리고 말겠…….

“자. 이제 잡자!”

갈르두의 말은 무시하고 태현은 창을 내질렀다.

막 변신 상태에서 풀린 갈르두. 게다가 아키서스의 저주까지 걸려 있어서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했다.

털썩!

-야 이……!

“공격!”

태현의 말과 함께 주변에 있던 랭커들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워낙 기본 HP가 많아서 느리게 깎이긴 했지만, 아까와 차이점이 있다면 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방어구도 잃어버리고 <영원한 불사의 목걸이>도 잃어버리고 <잔혹한 영웅의 커틀라스>도 잃어버린 지금, 갈르두는 기본 스탯밖에 무기가 없었다.

쉭!

“억!”

[괴력에 당했습니다. 갑옷 어깨 부분이 박살 납니다.]

“아니, 그걸 맞냐 멍청한 놈아! 그 정도는 피해야지!”

덤벼들던 케인이 주먹에 맞자 태현은 황당하다는 듯이 구박했다. 세상에 그딴 공격에 맞다니.

“나, 나만 맞은 거 아닌데…….”

다른 랭커들과 플레이어들은 움찔했다.

솔직히 그들도 그게 날아왔으면 맞았을 것 같았던 것이다.

태현이니까 ‘그 정도는 피해야지!’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데미지 먹히고 있어! 7% 깎였다!”

“좋아. 이대로 시간만 끌면 되겠군.”

태현은 대만불강검으로 갈아 끼고 미친 듯이 찔러 넣기 시작했다. 그걸 본 앨콧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자식…… 딜량이…… 대체……?’

탱커들보다 딜이 높은 건 그렇다 쳐도 지금 앨콧이나, 심지어 마법사 랭커인 크로포드보다 딜이 높게 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몇 배 정도!

‘뭐 스킬 쓰고 있나? 아니, 별다른 스킬 쓰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검? 검도 구려 보이는데…….’

이상하게 빛나는 거 말고 검은 평범해 보였다. 김태현이 쓴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니, 그냥 겉모습만 저렇고 사실 엄청 좋은 전설 등급 무기인가?’

푹!

-칼날 폭파!

앨콧이 그렇게 생각한 사이 태현은 칼을 박아 넣고 폭파시켰다.

자기 무기를 아끼는 직업들이 본다면 경악할 장면!

‘진짜 일반 무기였어!’

앨콧은 다시 한번 놀랐다.

전설 등급 무기를 저렇게 일회용으로 써먹는 놈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나오는 저 압도적인 딜량은 순수한 태현의 실력이란 말인가?

“……!!”

놀라고 있는 건 앨콧만이 아니었다.

근처에 아직 남아 있던 고렙 플레이어들 중 갈르두의 HP를 파악하는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플레이어들은 또 개인방송을 진행 중이었고…….

보고 있는 사람들에는 태현이 때릴 때마다 들어가는 압도적인 데미지가 똑똑히 들어왔다.

-저게 대체…….

-무기빨 아냐?

-……방금 무기 부서졌다. 저게 무기빨이냐? 응?

-똑같은 걸 또 꺼냈어! 저게 대체?!

지루한 공격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반복되고, 반복되고…….

마침내 갈르두의 HP가 채 5%도 남지 않게 되었다. 공격대 플레이어는 추가로 몇 명 로그아웃 당하긴 했지만 거의 그대로였다.

‘이건 잡았다!’

-절대로…… 그냥 죽지는 않을 것이다!

갈르두가 무언가 스킬을 쓰려고 준비했다. 태현은 섬뜩함을 느끼고 뒤로 물러섰다.

아키서스의 저주를 걸어서 스킬이 다 실패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갈르두도 이쯤이면 스킬이 봉쇄된 걸 알고 있을 텐데?

“모두 잠깐 물러서!”

‘김태현도 치사한 짓을 하네.’

‘지금 막타 넣으려고 이러는 거야?’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그 찰나가 그들의 목숨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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