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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74화 (574/1,826)

§ 나는 될놈이다 574화

“으아. 아프겠다.”

케인은 중얼거렸다. 저렇게 깔끔하게 마법 대포 공격을 직격으로 맞는 일도 드물었다.

위력이 센 대신 명중률이 떨어지는 대포였다. 빗나가서 폭발 데미지를 입으면 입었지, 저렇게 얻어맞을 줄이야.

“…….”

“…….”

운 좋게 피한 다른 파티원들은 충격을 받고 멈췄다.

그걸 본 케인이 외쳤다.

“튀어, 멍청이들아! 뭐 하냐!”

“어, 어…….”

쾅! 쾅! 콰쾅!

말과 함께 쏟아지는 마법 포탄!

플레이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태현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 * *

촤아악-

방금 있었던 일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갈르두의 함대는 해안가에 배를 붙이고 상륙에 성공했다.

-가라. 나의 부하들아!

[갈르두의 함대가 육지에 올라왔습니다.]

[저주로 인해 페널티를 받습니다.]

해골섬에서처럼, 다시 메시지창이 떴다. 그러나 랭커들은 안심하지 않았다.

갈르두는 저주를 받아도 그들이 상대할 수 없을 정도의 보스 몬스터였던 것이다.

-돌격! 돌격!

-달려가서 놈들의 목에 칼을 박아 넣자! 달려가서 놈들의 배를 찌르자!

저주받은 해적 전사들이 촉수투성이의 몸으로 변신하며 해안가를 달려들기 시작했다.

“공격 개시.”

“공격 개시!”

그걸 맞이하는 건 궁수 부대였다. 거리가 아직 멀었기에, 플레이어들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닥치는 대로 쏴서 한 발 맞출 생각!

“스킬은 아껴! 가까이 오면 써야 하니까. 지금은 그냥 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알고 있어! 좋아…… 쏜다!”

파파파파파파팍!

순간 요새 앞에 화살의 비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

“어???”

“어??????”

궁수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원거리에서 정확히 적의 급소를 맞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궁술 스킬이 오릅니다!]

이 거리에서 정확히 급소를 맞추다니!

“나, 이렇게 실력이 좋았었나?”

“넌 운이지. 난 실력이고.”

“개소리를…….”

“아니, 나도 맞았는데?”

“멍청한 놈들아. 아키서스 사제들 덕분이겠지.”

“아……!”

아키서스 사제들에게 축복을 받고 사냥을 한 경험이 있는 궁수 플레이어가 정리에 나섰다.

“떠들 시간에 쏘기나 해! 계속 다가오잖아!”

“저것들 왜 다시 일어나냐!”

아무런 방어도 하지 않고 달려들던 해적 전사들은 화살 세례에 우르르 쓰러졌다.

그렇지만 갈르두가 칼을 뽑아 들고 휘두르자 다시 일어서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게 좋은 방법일까?”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고 지금으로써는 최선이지.”

태현은 심드렁하게 밑을 내려다보며 에반젤린의 질문에 대답했다.

“갈르두가 계속 부활시키는데 갈르두를 잡으러 갈 수는 없잖아. 그랬다가는 앨콧 꼴 날 거고. 그러면 어쩌겠어. 부하들을 계속 패야지.”

“계속 부활시키는 거 같은데?”

“적어도 MP는 좀 소모되겠지. 그렇게라도 해야 답이 나오지, 안 그러면 답이 없어. 그리고 갈르두 성격을 봤을 때 계속 부하들이 막히면 자기가 직접 나설 거야. 너하고 다른 랭커들이 싸우는 건 그때일 거고.”

“후. 맡겨만 둬.”

“너 근데 불운 페널티 없지? 싸울 때 불운 페널티 붙으면 같이 싸우는 건 좀…….”

“……네가 아티팩트 줘서 없애놓고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사람을 무슨 파티 플레이의 장애물처럼 여기는 태도에 에반젤린은 울컥했다.

아싸로 살아왔던 시간에 대한 서러움!

“혹시 몰라서 물어본 거지. 하하. 내가 널 못 믿는 건 아니고.”

“근데 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건데?”

* * *

30분 정도 지났을까. 갈르두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 정도 방어의 요새라면 순식간에 뚫고 벽에 붙을 줄 알았는데, 벽에 붙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합지졸이라고 생각한 궁수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방패로 막거나 칼로 튕겨내려고 해도 어떻게 급소만 계속 찔러댔다.

-너희들이 나서야겠다.

-예!

갈르두는 정예 전사들을 불렀다. 지금 해안가를 가득 채우고 있는 해적 전사들보다 한층 더 수준이 높은 전사들이었다.

-모두 나를 따르라! <질풍의 검막>!

-내가 화살을 막겠다. 내 뒤에 붙어라! <해적 갑판장의 가호>!

캉! 카캉!

기껏 날카롭게 쏘아낸 화살들이 막히자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스킬을 쓸까?”

“이 거리에서는 스킬 사거리가 안 닿는데…….”

저벅, 저벅!

그사이 해적 전사들은 차츰차츰 거리를 좁혀 왔다.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해적 전사들도 원거리 공격을 개시했다.

-마법사들. 마법을 쏴라! 활을 갖고 있는 놈들은 요새 위로 활을 쏟아부어라!

“으악!”

“고개 숙여!”

퍼퍽!

요새 벽 위로 화살이 매섭게 날아와 박히자, 궁수 플레이어들은 기겁해서 고개를 숙였다.

-벽을 부숴라, 기어올라라!

요새 벽에 해적 전사들이 달라붙기 시작하자, 태현은 다음 명령을 내렸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한테 명령 내려줘.”

“네.”

기이잉, 기이잉-

-……?

-……??

해적 전사들은 요새 벽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놀랐다. 이게 무슨 소리지?

그리고 놀란 건 해적 전사들만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도 놀랐다.

“으악! 몹인 줄 알았네!”

“골, 골렘이 왜 이렇게 많아?”

골렘은 보통 몬스터로 나왔다.

가끔 소환 마법을 전문으로 하는 마법사가 골렘을 소환해서 소환수로 부리긴 했지만, 지금처럼 기계공학으로 만들어서 탈것으로 쓸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

<김태현의 추적 파괴 자폭 골렘>을 본 플레이어들이 깜짝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

우우웅- 쾅!

요새 벽 위에서 갑자기 나타난 골렘들. 골렘들이 에너지 빔을 쏘기 시작하자 마법을 시전하던 해적 마법사들이 맞고 날아갔다.

“으하하하! 이거 대단해! 이거 진짜 대단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흥분으로 달아올라서 외쳤다.

이제까지 레벨 낮은 그들은 맛보지 못했던 즐거움!

바로 강한 상대를 전투에서 이기는 즐거움이었다.

“히히! 받아라! 골렘 펀치! 골렘 킥!”

쾅! 쾅!

요새 벽 너머로 해적 전사들에게 주먹질을 가하며,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요리조리 움직였다.

즉석에서 연습한 것 치고는 훌륭한 솜씨!

물론 해적들이 그걸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어디서 저런 같잖은 걸…… 쓰러뜨려라!

갈르두의 사나운 호령이 떨어지자, 저주받은 정예 전사들이 움직였다.

타타타탓, 팟!

요새 벽을 수직으로 타서 뛰어오른 정예 전사들은 재빠른 동작으로 덤벼들었다.

“으악! 넘어왔어!”

“그러게 적당히 까불었어야지!”

“떼어줘! 떼어줘!”

다른 플레이어들도 많았지만, 넘어온 전사들은 오로지 골렘만을 노렸다.

-다리를 노려라!

-타고 올라가서 조종하고 있는 놈을 죽여 버려!

전사들은 타깃을 하나로 좁혔다. 골렘 하나에게 덤벼드는 사이, 다른 플레이어들과 골렘들은 재빨리 거리를 벌리고 진형을 수습했다.

“야! 버리고 나와! 쏘게!”

“안…… 안 돼!”

“……?”

“얘를 버릴 수는 없어!”

“……너 바보냐?!”

“이 골렘을 버릴 수는 없어! 난 얘와 함께할 거야!”

길드원은 그렇게 외치며 골렘 팔을 닥치는 대로 휘둘렀다.

해적 전사들을 떨궈내기 위해서!

“길마님! 어떻게 하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이다비를 불렀다.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는 역시 길마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같이 쏴버려.”

“……?!”

옆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전혀 놀라지 않고 대답했다.

“네! 쏠게요!”

1초도 망설이지 않는 그들!

퍼퍼퍼퍼퍼펑!

“으악! 미친놈들아! 나까지 쏘면 어떡해!”

“그러니까 내리고 나오랬잖아, 이 또라이야!”

해적 전사가 달라붙은 골렘을 향한 집중 사격. 간신히 길드원은 살았지만 골렘 한 기가 그대로 파괴되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 무서운 길드……!’

‘명령 내렸을 때 1초도 안 망설인 거 봤지? 소름 끼친다.’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기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길드원들은 그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채지 못했다.

“왜 저렇게 쳐다보지?”

“우리가 좀 멋졌잖아.”

“역시 그런 건가!”

‘파워 워리어 길드 상대할 때는 조심해야겠다.’

‘쟤네가 뭐 팔던데 사지 말아야지. 무섭다.’

그러는 사이 뒤에 배치되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던 플레이어들은 다른 생각을 했다.

‘저 골렘…… 생각보다 훨씬 센데?’

‘저런 걸 본 적이 없는데, 역시 김태현이 만든 건가? 기계공학의 달인이니…….’

‘영지전 할 때 저런 걸 쓸 수 있다면 대단하겠는데…… 대체 저런 걸 몇 개나 숨겨둔 걸까?’

* * *

요새 벽에 배치된 플레이어들이 나름 잘 싸우고 있었지만, 그들은 천천히 밀리고 있었다.

아무리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해적 전사들은 계속 부활하고 부활했다.

그런 싸움 와중에 천천히 전진하니, 수비하는 쪽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쿵-

“두 번째 벽도 무너졌다! 뒤로 후퇴하자!”

-크흐흐흐…… 아주 잘 도망치는구나. 어디 한 번 계속 도망쳐 봐라. 이 벽이 모두 무너지면 너는 죽은 목숨이다, 김태현 백작!

갈르두는 그렇게 말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떤 공격도 날아오지 않는 해안가를 걸어오는 갈르두와 부하들.

그걸 보며 태현은 때가 왔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이다. 터뜨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해안가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 * *

[해적 전사를 폭발로…….]

[해적 마법사를 폭발로…….]

[기계공학 스킬이 올랐…….]

[레벨 업 하셨습니다!]

갈르두가 안 잡혔는데도 레벨 업 창이 뜨다니.

‘하긴, 화술을 최고급 찍었으니 경험치가 한계까지 찍혀 있었겠군.’

그렇지만 지금은 레벨 업을 기뻐할 때가 아니었다. 태현은 명령을 내렸다.

“전원 공격! 지금을 놓치면 안 된다! 무조건 갈르두를 잡는다!”

폭발과 연기가 흩어지자, 갈르두 근처에 있던 부하들은 싹 사라져 있었다.

방금 있었던 폭발로 박살이 난 것이다.

그나마 좀 피해를 덜 입은 전사들은 요새 벽에서 싸우고 있던 전사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곧바로 박살 났다.

다그닥다그닥-

“돌격! 앞으로!”

아농 백작이 이끄는 기사단과.

“가자! 붉은 바다 해적들의 힘을 보여주자!”

붉은 바다 해적들의 돌격에 그대로 파묻힌 것이다.

기사단은 그들보다 평균 레벨이 높았고, 붉은 바다 해적들은 그들보다 낮더라도 든든한 지원과 압도적인 숫자로 덤벼들었다.

“아무리 갈르두라도 이만큼이 싹 날아갔는데 바로 다시 불러내지는 못할 거다. 놈이 불러내기 전에 잡는다!”

태현이 노린 것은 바로 이것.

갈르두가 올라왔을 때 부하들을 일시에 날려 버리고 레이드하기 최적의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다.

고렙 플레이어들, 랭커들, 기사단 등…….

그런 전력을 뒤에서 아끼고 있던 이유는 하나.

갈르두 레이드를 위해!

갖고 있는 건 다 쏟아붓는다!

“자, 가자! 우리도 들어간다!”

태현의 말에 랭커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부하들이여 일어나라…….

휙!

중얼거리는 갈르두에게 달려든 태현은 창을 찔러 넣었다. 갈르두는 이를 갈며 피해냈다.

이 창에 다시 당한다면 그는 멍청이가 틀림없었다.

-어디서 얕은 수작이냐!

[갈르두가 <망자의 울음> 스킬을 사용합니다.]

[계속해서 들으면 즉사합니다.]

“절대 내버려 두지 마!”

“스킬을 못 쓰게 해!”

다행히 이 자리에는 태현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같이 달려온 랭커들이 갈르두에게 덤벼들어 공격을 때려 박았다.

에반젤린, 스미스가 묵직하게 무기를 휘두르고, 그 틈을 타 앨콧과 로이가 폭딜을 꽂아 넣었다.

-크아아…….

스킬을 사용하려던 갈르두는 멈칫했다.

그렇게 한 바퀴 신나게 갈르두를 두들겨 팬 에반젤린은 앨콧을 불렀다.

암살자라면 상대방의 HP 확인 스킬이 있을 것이다.

“HP 얼마 깎였어?! 앨콧!”

“……1, 1% 깎였는데…….”

“뭐?! 잘못 본 거 아냐?”

“이제 0%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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