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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72화 (572/1,826)

§ 나는 될놈이다 572화

다시 환호성을 지르는 플레이어들!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쉬워서 좋군.’

* * *

<고블린 만능 제작기>의 사용이 일시 중단되었고, 사용 티켓을 앞으로 있을 영지 방어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뿌린다는 사실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영지에 없던 사람들도 접속해서 방어전에 참가할 준비를 하는 수준!

-그 티켓이 뭔데요?

-고블린 만능 제작기를 쓸 수 있는 티켓이야.

-그 고블린 만능 제작기가 그렇게 대단해요?

-몰라. 대단하니까 이러는 거겠지! 일단 참가하고 본다!

잘 모르는 사람들도 ‘어? 뭔가 좋은 건가?’ 싶어서 몰리는 수준!

게다가 한 가지 더.

태현이 돌멩이로 순금 조각상을 뽑았다는 사실이 있었다.

자리에 있던 수백 명이 직접 두 눈으로 본 사실!

그 사실이 플레이어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이렇게 욕망에 노골적인 놈들은 처음 본다.”

“흥. 멍청하기는.”

크로포드의 말에 앨콧은 비웃음을 흘렸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내심 찜찜했다.

그도 <카르바노그의 창>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미친 듯이 하지 않았는가.

태현이 갖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애초에 가지도 않았을 텐데…….

“김태현은 왜 이런 놈들을 모으려고 하는 거지? 레벨 100도 안 되는 놈들이 수두룩한데.”

몇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레벨 100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전투 직업도 아니었다!

“숫자가 부족하니까 그렇겠지. 김태현은 길드가 없잖아.”

“네 그 ‘길드 동맹’처럼?”

크로포드의 말에는 약간의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크로포드는 길드 동맹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식의 대형 길드는 커지면 커질수록 다른 랭커들을 위협할 게 분명했다.

“그래. 길드 동맹처럼.”

“길드 동맹 요즘 꼬라지 아주 잘 돌아가던데. 쑤닝이 미친 듯이 날뛴다며?”

“그 자식 뭐 잘못 먹은 게 분명해.”

쑤닝은 길드 동맹 내에서 적극적으로 세력을 불려 나가고 있었고, 실제로 성과를 보고 있었다.

오스턴 왕국에서 끊임없이 영지전을 벌이며 영지를 늘려나가고, 동시에 내부에서 세력 다툼까지.

밖에서 들으면 너무 무모한 짓 아닌가 싶었지만, 길드 동맹은 의외로 잘 굴러갔다.

그만큼 덩치가 커다란 것이다.

“어쨌든 김태현은 길드 동맹 같은 게 없으니까 저렇게라도 사람을 불러 모아야겠지. 그리고 저렙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고렙 플레이어들도 많구만.”

“저게 많은 거냐?”

몇백 명이 넘는 저렙 플레이어들에 비해, 전투 직업의 고렙 플레이어는 다 모아봤자 몇십 명이었다.

파티 대여섯 개 수준!

만만한 던전 하나 깨는 데에는 충분할지는 몰라도 이런 대규모 전투에는 많이 부족했다.

뚝딱뚝딱-

해안가 근처에는 빠르게 요새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건축가 플레이어들의 주도로, 플레이어들은 근처에서 닥치는 대로 재료를 끌어와 요새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손이 많으니 건설은 빨리 되는군.”

“그래. 그거 하나는 쓸 만하네.”

태현이 둘의 대화를 들었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 하고 비웃었을 것이다.

고렙 플레이어에게는 고렙 플레이어만의 장점이 있듯이, 저렙 플레이어에게는 저렙 플레이어만의 장점이 있었다.

그런 당연한 걸 모르니까 앨콧이 판온 1이나 2에서나 태현한테 매번 당하는 것이다.

* * *

<순금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전사의 조각상>.

태현은 이 조각상을 어떻게 쓸지 고민했다.

황금 조각상은 비싸고 희귀한 아이템이었지만, 지금 태현에게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

태현은 조각가, 화가, 등등의 스킬은 별로 키우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부르셨습니까!”

태현의 부름에, 영지에 있던 조각사 플레이어 몇 명이 달려왔다.

“응. 잘 왔어. 부탁할 게 있는데, 조각상 하나 만들어줄 수 있을까? 보수는 톡톡히 쳐줄게.”

“조각상…… 말씀이십니까? 물론입니다!”

“맡, 맡겨주셔서 영광입니다!”

“뭘 영광까지야.”

“그런데 조각상은 뭘로 만들까요? 나무? 청동? 철? 황동? 보석이 있으시면 몇 개 박아 넣어도 좋습니다.”

조각사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기대했다.

태현은 최상위권 랭커.

훌륭한 재료들을 많이 갖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 재료로 조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기회!

“아니. 이걸 녹여서 만들어줘.”

“……!”

[<순금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전사의 조각상>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조각 스킬이 오릅니다.]

[금속 조각 스킬이 오릅니다.]

[……]

“……!!”

보는 것만으로도 스킬들이 쫙쫙 오르는 조각상이라니!

“이걸 어디서…… 아! 이게 설마 그 고블린 만능 제작기에서 뽑은!”

“응. 쓸 일도 없어서 이걸 녹여서…….”

“히익!”

“허어억!”

“왜?”

“이걸 녹이시다니!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이건 범죄예요, 범죄!”

“쓸 곳도 없는데 녹여서 재료로 써야지. 순금이잖아.”

“으헝헝! 그러지 마십쇼!”

마치 자기 자식처럼 조각상을 껴안고 보호하려는 조각사들!

태현은 황당하다는 듯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기 싫으면 가라.”

“크윽! 다른 사람들이 해야 한다면 저희가…… 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뭘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카르바노그의 조각상을 만들어 줄 생각인데.”

호화로운 순금으로 만들어줄 조각상!

지금 태현의 동상이나 아키서스 조각상도 황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배려였다.

태현이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카르바노그가 계속 메시지창으로 귀찮게 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고, 또 다른 하나는…….

기왕 퀘스트 깨는 김에 좀 확실하게 하면 더 좋은 보상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물론 <토끼 지배> 같은 스킬을 주는 카르바노그였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카르바노그의 창>은 의외로 강력한 무기였다.

그 갈르두를 제대로 엿 먹이지 않았던가!

“카르바노그…… 가 누구죠?”

“이렇게 생긴 애 있잖아.”

“저, 실례지만, 이건 토끼 같습니다만.”

“응. 토끼 신.”

“……이렇게 아름다운 걸 녹여서 기껏 토끼를 만들라고요?!”

[카르바노그가 화를 냅니다!]

“토끼가 아니라 토끼 신. 너희 자꾸 딴소리 할 거면 다른 놈들 부른다.”

“아, 아니에요! 저희가 하게 해주십쇼!”

“저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도시에 없을 겁니다!”

조각사들은 허겁지겁 나섰다.

이렇게 아름다운 걸 녹여서 기껏 만든다는 게 토끼라는 게 가슴 아팠지만, 그래도 그들이 안 할 수는 없었다.

“아. 그런데 이걸 녹이려면 대장장이가 필요한데요…….”

황금 같은 귀금속은 어느 정도 실력 있는 대장장이만이 다룰 수 있었다.

“황금? 내가 녹여주지.”

사디크의 화염도 쓸 수 있는 데다가 대장장이 고급을 찍은 태현은 물론 다룰 수 있었고.

“?!?!”

조각사들은 놀랐지만, 태현이 정말로 용광로에 불을 피우고 황금을 녹이기 시작하자 그 말이 진짜라는 걸 깨달았다.

“자. 됐지? 만들기 시작하자.”

“아, 혹시 보수는…….”

“맞다. 보수를 이야기하는 걸 잊었군. 뭘 주면 좋을까?”

태현이 말하자마자, 조각사들은 눈빛을 빛내며 입을 모아 외쳤다.

“……고블린 만능 제작기 이용권을 더 주십쇼!”

태현이 압도될 정도로 단호하고 재빠른 대답이었다.

“그, 그래.”

* * *

<순금으로 만들어진 토끼…… 아니, 카르바노그의 조각상>

‘이름이 왜 이래?’

“완성했습니다! 보십시오!”

“귀엽고 탐스럽지 않습니까?”

[카르바노그가 미묘해합니다.]

“음…… 어쨌든 고맙다. 자, 여기 티켓.”

“오오옷!”

“돌리러 가야지!”

조각사들이 ‘이용권’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 쪼가리를 받고 신이 나서 밖으로 뛰쳐나가는 걸 본 태현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사기 치는 기분!

‘아, 아니. 서로 만족하는 거래였으니까…….’

태현은 황금 조각상을 조심스럽게 들고 가, 아키서스 교단 신전으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근데 엄청 튀긴 하는군.’

나름 검소한 신전 안에 황금 토끼는 엄청나게 튀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칭호:카르바노그의 친구를 얻었습니다.]

<칭호-카르바노그의 친구 퀘스트>

토끼 신 카르바노그는 당신이 아키서스의 화신이기에 카르바노그의 화신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슬프지만 카르바노그는 관대한 신. 대신 당신의 교단 신전 한구석에 카르바노그의 상을 놓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 제안마저 거절한다면 카르바노그는 정말로 슬퍼할 것이다.

보상:<카르바노그의 친구> 칭호 획득. ?, ???, ????

퀘스트 완료!

사실, 이제까지 했던 퀘스트들과 비교한다면 이런 조각상 하나 놓는 퀘스트는 거저먹는 퀘스트였다.

그래서 받아들인 것이고.

그 순간…….

파아앗!

[카르바노그가 당신의 신전에 강림합니다! 카르바노그가 당신의 신전 구석에 자리 잡습니다.]

[신성력이 크게 오릅니다!]

[이 신전이 카르바노그의 교단으로 선포됩니다.]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에 힘이 깃듭니다!]

‘응?’

태현은 당황했다. 아니, 칭호만 받으려고 했지 여기 빌붙으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영지에 카르바노그의 신성력이 깃들기 시작합니다.]

[카르바노그의 축복으로 영지의 토끼들이 매우 영리해집니다.]

[카르바노그의 축복으로 농작물이 방해를 받지 않고 무럭무럭 자랍니다.]

[…….]

카르바노그가 교단으로 선포한 것 덕분에 나오는 보너스창들.

아키서스보다 훨씬 더 영지 발전에 어울리는 능력들이었다.

<대륙에 남은 신 카르바노그-카르바노그 교단 퀘스트>

아주 오래전, 모든 신과 악마들이 대륙을 떠나 천계로 올라갔을 때, 몇몇 존재들은 떠나지 않고 힘을 버린 채 대륙에 남아 있었다.

카르바노그는 다른 신에 비해 압도적으로 약했지만 정체를 숨기는 재주가 있었고, 덕분에 오랫동안 들키지 않고 대륙에서 잠들어 있을 수 있었다.

‘아. 그래서 아키서스랑 달리 이렇게 메시지창으로 의사 표현이 가능한 거군.’

대륙에 남아 있으니 가능한 의사 표현!

‘잠깐. 그래도 약하다고 해도 신이라면 힘을 빌릴 수 있지 않나? 싸울 때 힘을 좀 빌리면…….’

태현의 기대를 읽기라도 한 것처럼, 퀘스트창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러나 그 은신은 이제 깨졌다. 던전에 모험가들이 발을 디디고, 대륙의 교단들은 카르바노그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이다.

사제도 교단도 없고, 신으로서의 힘도 없는 카르바노그는 만만한 존재.

대륙의 교단들은 카르바노그의 성물을 회수해 그 안에 담긴 신성력을 얻으려고 한다.

당신은 카르바노그의 화신은 아니지만 카르바노그에게 선택받은 존재.

카르바노그의 성물을 지키고 카르바노그의 권위를 지켜라!

카르바노그는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보상:카르바노그의 권능, ??, ???

‘젠장.’

도움 좀 되나 싶었더니, 아예 못부터 박고 있었다.

-나는 별로 도움 안 돼!

[카르바노그가 기대 어린 눈으로 당신을 쳐다봅니다.]

[대륙의 각 교단들이 이 상황을 눈치챘습니다. 이제부터는 언제라도 교단의 인원들이 찾아와 카르바노그의 성물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태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카르바노그를 원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굴러들어 온 떡을 그냥 내줄 생각은 없었다.

고생은 태현이 다 했는데 다른 교단이 뭘 했다고 와서 날름 가져간단 말인가!

‘안 그래도 해적에다 흑마법에다가 아키서스 교단 이미지 안 좋을 텐데.’

신생 교단에, 태현이 했던 짓들 때문에 매번 메시지창이 떴었다.

다른 교단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고!

그래도 이제까지는 어떻게 부딪히지 않았지만, 이제는 카르바노그 때문에라도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예 대놓고 찾아오겠다고 예고하고 있었으니.

‘아키서스에, 사디크에, 카르바노그에…… 어쩌다 보니 계속 신성 NPC하고만 계속 엮이는 기분이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이미 벌어진 건 어쩔 수 없고,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할 때였다.

태현은 일단 카르바노그의 창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카르바노그의 창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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