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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71화 (571/1,826)

§ 나는 될놈이다 571화

<고블린 만능 제작기>.

처음에는 사람들은 이 강력하고 위대한 기계 장치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는 그것보다 관심을 가질 게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보통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오는 사람들은 여기가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오는 편이었고, 당연히 뭘 할 수 있는지도 잘 알았다.

전투 직업이라면?

공짜로 주는 요리를 먹고,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주는 축복을 잔뜩 받은 다음 근처로 사냥을 가면 됐다.

아직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 뒤쪽에는 몬스터들이 들끓었던 것이다.

영지에 전투 직업 플레이어들이 늘어나자 이제 몇 가지 정석 사냥법들이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돌아다닐 정도였다.

[골드에 쪼들리는 사람을 위한 사냥 방법 소개] : 아키서스의 하급 축복 물약(똑같은 물약이라도 어느 곳에 있는 사제가 만드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름. 무조건 동쪽 광장에 있는 사제한테 받아야 함!)을 복용하고 나면 드랍률이 엄청 오름. 다른 건 모르겠고 무조건 동쪽 광장에 있는 사제임. 그걸 먹고 요리 먹을 수 있는 것만큼 먹고(먹어야 하는 요리 리스트는 따로 정리함) 제한 시간 동안 최대한 사냥을…….

[골드보다는 경험치다! 레벨 업을 위한 던전 공략법] : 일단 물약보다는 사제한테 축복받는 게 낫다. 축복 물약이 아무래도 오래 가니까 물약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효과가 떨어지고 훨씬 더 랜덤임. 사제한테 축복받고 빡세게 도는 게 나은데…….

농부 직업이라면 영지 주변에 넘쳐나는 게 빈 땅이었다.

요리사 직업이라면 지금도 재료를 퍼주고 있었기에 아무 데나 참여하면 공짜로 요리 스킬을 올릴 수 있었고.

건축가 직업은 영지에 건설할 게 너무 많아서 쉴 틈 없이 바빴고, 화가, 조각가 같은 직업도 마찬가지였다.

대장장이 직업이라면?

광장 근처에 새로 생긴 대장간 골목에서 다른 대장장이 플레이어들과 각종 강화 스킬(불안정하지만 훨씬 더 강력한)에 대해 연습할 수 있었다.

-대장간 골목에 새로 건물 생겼는데 여기서 같이 장사하실 분? 매달 1골드만 내면 돼요. 저랑 반반씩 나눠서 내요.

-무기 앞에 <매우 뛰어난> 붙이고 싶은 사람 필독!

-악마의 대장간은 뭐 하는 건물인가요?

ㄴ절대 가지 마세요.

ㄴㄴ거긴 절대 가지 마세요. 미친놈들 소굴이에요.

……하여튼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없는 것도 많았지만, 있는 건 플레이어들을 만족시킬 만큼 충분했다.

그렇기에 <고블린 만능 제작기>가 나타났을 때도 사람들은 ‘이게 뭐지?’ 하고 지나갔다.

달칵, 달칵-

“뭐 하냐?”

“어? 이거 재밌어서. 돌 넣었더니 실버 나왔다?”

“뭐?! 진짜?!”

둘 다 초보자였기에, 돌멩이로 실버를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었다.

친구가 눈을 부릅뜨자 남자는 당황해서 손을 흔들었다.

“아, 아니. 계속 그러는 건 아니고. 이게 랜덤이더라고. 봐.”

“……썩은 사과 조각?”

“계속 넣어서 돌리다 보니까 이렇게 되네. 그래도 재밌지 않냐?”

“……재밌네!!”

돌리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둘은 <고블린 만능 제작기>에 푹 빠졌다.

밖에 나가서 채집을 하거나 스킬 훈련을 하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더 재밌었다.

길가에 있는 돌멩이 하나만 주워도 돌릴 수 있는 무한한 재미의 세계!

얼마쯤 돌렸을까. 하룾 종일 돌린 것 같았다.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집어넣었습니다.]

[가동 중…….]

[짜잔! <황금 대장장이의 오래된 망치>를 얻었습니다.]

“!!!!!!!!!!!!”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레벨 제한 120짜리의 영웅 등급 대장장이 장비로 변하는 기적!

“기, 기, 기적이야……!”

“이건…… 신이야!”

둘이 조금 더 똑똑했다면, 입을 싹 다물고 이 제작기를 좀 더 잘 이용했을 것이다.

쓰는 시간도 줄이고, 안 좋은 소문도 퍼뜨리고…….

물론 둘은 그러지 않았다.

-대박! 대박! 대박!! <고블린 만능 제작기>의 숨겨진 기능 발견!

-돌멩이를 영웅 장비로 만들었다!

판온의 숨겨진 정보를 찾아낸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건 공개!

고수들은 경쟁을 위해 혼자 독점하려고 숨겼지만 초보자들은 그러지 않았다.

-뭐라고? 그거 그냥 쓰레기만 나오는 장난감 아니었어?

-구라 아냐?

-믿기 싫으면 믿지 말든가! 사진 올린다.

-이건…… 진짜 같은데?

-그게 쓰레기가 아니었다고?

글이 올라온 지 30분도 되지 않아, <고블린 만능 제작기>에는 사람이 미친듯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둘은 그들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깨달았다.

“잠, 잠깐! 우리가 공개했는데!”

“잘했네. 짝짝짝.”

“덕분에 우리도 쓸 수 있게 됐네!”

“……!”

정보를 공개했다고 ‘우리 모두 저 둘에게 빚을 졌으니까 저 둘에게 우선권을 주자!’라고 할 정도로 친절한 사람들은 없었다.

애초에 저걸 놓고 간 건 태현이었지 저 둘도 아니었고!

“줄 서! 줄 서라고! 여기 사람들 기다리고 있는 거 안 보이냐?”

“흥. 여기 내 친구가 자리 맡아놓았잖아.”

새치기하려는 사람의 전형적인 논리! 당연히 안 통하겠지만 그는 믿고 있는 게 있었다.

“뭔 헛소리야? 그렇게 따지면 누가 줄을 서?”

“꼬우면 PK 하던가.”

상대는 딱 봐도 제작 직업.

그에 비해 그는 전투 직업.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하면 어지간하면 상대는 꼬리를 내렸다.

여기는 다른 왕국 도시만큼 치안이 빡빡하지도 않을 테니…….

“뭐? PK? 너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구나?”

“……?”

그런데 돌아온 건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PK? 어디 한 번 해보자. 야. 깃발 꽂아봐.”

“너…… 너 미쳤냐?”

“왜? 갑자기 쫄리냐?”

“이게 미쳤구만. 좋아. 어디 한 번…… 잠, 잠깐. 그거 뭐냐?”

전사는 상대방이 손에 뭔가 크고 검은 걸 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제대로 본 게 맞다면 저건 폭탄……!

슬슬-

“……!”

주변을 보니 플레이어들이 벌써 저만치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영지에서 오래 있던 사람들은 시비 붙은 대장장이가 <악마의 대장간>에서 일하는 기계공학 대장장이 플레이어라는 걸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폭, 폭탄은 반칙이지!”

“뭔 개소리야? 전사가 칼 쓰는 것처럼 난 대장장이라 폭탄 쓰는 건데. 야. 덤벼. 덤벼.”

“그, 그걸 쓰면 너도 죽을 거다! 여기 거리가……!”

“아. 상관없어. 덤벼. 안 덤벼? 내가 간다?”

“으헉!”

대장장이가 다가오자 전사는 겁에 질려 물러섰다. 새치기 한 번 하려고 했다가 같이 죽는 건 사양이었다.

“거기! 무슨 일이냐!”

“싸움을 멈춰라!”

상단의 용병들과 아키서스교 성기사들이 달려왔다.

전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구나!

“너! 추방이다!”

“어? 네? 아니, 상황 설명을 듣고 공적치 포인트 까거나 벌금 내거나 잠깐 갇혀 있거나가 아니라요?”

“우린 그런 거 없다. 추방이다!”

“……?!”

보통 왕국 도시와는 확실하게 다른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

전사의 귀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혀를 차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쯔쯔. 온 지 얼마 안 되는 놈이군.”

“영지에서 소란 일으키면 무조건 추방인데.”

“검색도 안 했나 봐.”

전사는 끌려가면서 억울함에 소리쳤다.

“저놈은! 저놈도 소란 일으켰는데!”

“꼬우면 너도 악마의 대장간으로 오던가.”

* * *

<고블린 만능 제작기>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고, 시도 때도 없이 싸움이 붙자, 교단 NPC들은 자연스럽게 대응했다.

-무조건 기회는 한 번! 한 번 하면 나와야 한다!

-새치기나 자리 맡기를 금지한다!

등등.

<고블린 만능 제작기>는 수십, 수백 번을 돌려야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말까 했다.

그런데 그걸 한 번 돌리고 나가야 한다니. 줄의 길이를 봤을 때 한 번 돌리고 하루는 줄 서 있어야 할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사람이 미친 듯이 몰렸다.

이제까지 행운의 힘을 빌린 제작, 강화, 상자 까기…… 등등 이런 것들은 모두 맛보기에 불과했다.

이것이 진정한 일확천금!

타타탁-

“어? 뭐야? 왜 새치기해!”

“성기사님! 저기 새치기 한 놈 있어요!”

못 보던 얼굴이 사람들을 밀치고 고블린 만능 제작기 앞으로 다가가자, 플레이어들은 항의했다.

그러나 성기사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성기사님! 저기 새치기했다니까요!”

“영주님이시다.”

“영주님이면 새치기해도 되는…… 어…… 영주님?”

“김, 김태현이다!”

“김태현! 김태현!”

마치 스타라도 온 것 같은 환호성!

고블린 만능 제작기 앞에 서 있던 줄은 순식간에 사인회 같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태현은 제작기 앞에 섰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인간들을 어떻게 부려먹어야 하는가?

오기 전에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 * *

“……그런 일이 있었다고?”

“덕분에 지금 다들 거기 앞에…….”

상황 설명을 들은 태현은 골치가 아파 오는 걸 느꼈다.

이놈의 영지는 멀쩡하게 굴러가는 때가 없어!

펠마스와 갈락파드를 끌고 갔는데도 이렇게 되다니, 이건 정말 땅에 무슨 저주받은 기운이…….

정말 사디크의 저주 아닐까?

“멍청한 놈들!!”

“……?”

옆에서 펠마스가 보기 드물게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태현은 그걸 보고 살짝 감동했다.

자식, 그래도 교단 최고 간부답게 영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돈도 안 받고 그냥 기회를 주다니! 한 회 돌릴 때마다 돈을 받아야지!!”

“……갈락파드. 쟤 닥치게 해라.”

“으으으읍!”

“후…… 어쨌든…… 써먹긴 해야겠지.”

“어떻게 말입니까?”

“보고 있어라.”

* * *

“이제까지 이거 가지고 잘 놀았겠지!”

“네!!!!”

“너무 재밌었어요!”

“돌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둥처럼 쏟아져 나오는 대답!

도중에 ‘아니, 그냥 한 번이라도 더 돌리게 비켜! 네 자랑은 나중에 하고!’라고 외치는 놈들도 있었지만 그런 놈들은 금세 제압당했다.

“그래. 내가 이걸 무료로 공개한 이유는…….”

쓰레기라고 생각했기 때문!

“……너희들이 이 고블린 만능 제작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으면 해서다. 봐라. 이 고블린 만능 제작기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태현은 돌멩이를 고블린 만능 제작기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골드 하나를 집었다.

사기를 칠 생각 100%!

태현은 이성을 잃은 플레이어들과 달리 제정신이었다.

돌멩이를 넣어서 좋은 걸 뽑아내려면 한 몇천 번은 돌려야 할 것이다.

여기서 돌멩이를 넣었다가 썩은 빵 같은 게 나오면 체면 구기는 일!

그냥 골드 금화 하나 들고 있다가 바꿔치기하는 게 나았다.

“응? 태현 님 왼손에 골드 들고 있네.”

“설마 바꿔치려는 거 아니겠지?”

“하하하. 넌 농담도 뭘 그렇게 하냐.”

“하하하하. 그렇지? 농담 한 번 해봤어.”

“……!”

태현은 당황했다. 이 자식들 뭐 이리 눈이 좋아?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태현은 재빨리 다음 속임수를 생각…….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집어넣었습니다.]

[가동 중……]

[짜잔! <순금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전사의 조각상>을 얻었습니다.]

“헉.”

“응? 방금 ‘헉’이라고 하신 건가?”

“‘헉’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에이. 태현 님은 그런 소리 안 해. 절대 안 놀라신다고.”

“그보다 돌멩이 넣고 뭐 뽑으신 거야?”

놀란 마음을 수습한 태현은 재빨리 조각상을 들어 올렸다.

번쩍!

눈부신 순금의 빛이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의 눈에 강하게 인상을 남겼다.

“……!!!!!!!”

“저, 저건…….”

“봐라! 이게 제작기의 힘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까까지의 함성보다 몇 배는 더 커다란 함성이 광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걸 쓰고 싶냐!”

“네!!”

“이걸 쓰고 싶다면 쓰게 해줄 수 있다!”

“와아아아아아!”

“날 따라와라! 영지를 지키는 싸움에 참가해라!”

“와아아…… 어?”

순간 뭔 소린가 멈칫하는 플레이어들!

“공적치 포인트에 따라 이 제작기를 돌릴 수 있는 티켓을 주겠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싸우겠습니다! 싸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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