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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68화 (568/1,826)

§ 나는 될놈이다 568화

앨콧은 죽지 않았다.

순간 태현이 이상하게 생긴 창을 꺼내서 갈르두를 푹 찌른 것이다.

-뭔 허튼짓을…… 어헉?!

[갈르두가 넘어집니다!]

[수백 년 넘게 바다를 돌아다니는 괴물, 갈르두를 카르바노그의 창으로 찔렀습니다. 카르바노그가 당신의 위업에 기뻐합니다!]

<전설 직업-카르바노그의 화신 전직 퀘스트>

토끼 신 카르바노그는…….

[아키서스의 화신이기 때문에 전직할 수 없습니다.]

[카르바노그가 슬퍼합니다.]

한 사람은 한 번 보기도 힘든 전설 직업 퀘스트창을 또 보는 태현!

자동으로 거절되자마자 다음 퀘스트창이 떴다.

<칭호-카르바노그의 친구 퀘스트>

토끼 신 카르바노그는 당신이 아키서스의 화신이기에 카르바노그의 화신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슬프지만 카르바노그는 관대한 신. 대신 당신의 교단 신전 한구석에 카르바노그의 상을 놓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 제안마저 거절한다면 카르바노그는 정말로 슬퍼할 것이다.

보상:<카르바노그의 친구> 칭호 획득. ?, ???, ????

‘……신이 뭐 이리 질척거려?!’

-수락!

안 그래도 지금 갈르두가 앞에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이런 퀘스트를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태현은 일단 수락했다. 이건 별로 어렵지도 않은 퀘스트였으니까.

[카르바노그가 매우 기뻐합니다.]

[카르바노그가 사악하게 웃습니다.]

‘……응?’

뭔가 잘못 봤나 싶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갈르두가 넘어진 지금이 바로 기회!

“갈르두가! 죽었다! 내가 갈르두를 쓰러뜨렸다!”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으아악! 갈르두 님이 쓰러지셨다니! 말도 안 돼!

-…….

[고급 화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압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혼신의 협박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대중 선동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갈르두의 부하들이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칭호:거짓 선동의 달인을 얻습니다!]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고급 화술 스킬이 레벨 10에 도달합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로 변합니다!]

[대륙에서 최초로 최고급 화술 스킬을 손에 넣었습니다. 칭호:혀의 달인을 얻습니다!]

칭호:혀의 달인

대륙 모험가 최초로 최고급 화술 스킬을 얻었습니다. 언령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언령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언령>

간단한 말을 하는 것으로 스킬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말을 더 강하게 쓸 수 있게 됩니다.

현재 레벨 1.

‘!!!!!’

태현은 정말로 놀랐다.

고급 화술 스킬이 최고급 화술 스킬을 찍어서 놀란 게 아니었다. 조금 더 걸릴 줄 알았지만 갈르두를 상대로 화술 스킬을 성공시켰으니 이만큼 오르는 것도 이해는 갔다.

태현이 플레이어 중 최초로 최고급 화술을 찍어서 놀란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화술 스킬을 이만큼 올리는 건 태현 정도밖에 없었다.

태현이 놀란 건, 그건…….

최고급 화술 스킬의 보상이 너무 좋아서였다.

‘화술 스킬 보상이 <언령> 스킬이라고? 이거 마법사 랭커들도 아직 못 배운 스킬 아닌가?’

태현이 알기로 아직 마법사 플레이어 중에서 언령 스킬을 배운 플레이어는 없는 걸로 알았다.

그런데 이게 화술 스킬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

솔직히 태현도 화술 스킬을 키우고 싶어서 키우는 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자기가 알아서 키워진 거지.

그만큼 화술 스킬은 판온 스킬들 중에서 안 좋은 스킬에 속했다. 화술 스킬을 올리려는 사람이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태현이 빠르게 스킬창을 훑는 도중, 갈르두에게서 풀려난 앨콧이 외쳤다.

“김, 김태현……!”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중에 빚을 갚으면 되지. 안 그래?”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창……!”

-이 쥐새끼가!

쓰러진 갈르두가 저주받은 몸뚱이를 다시 일으키고 뭔가 사악한 스킬을 쓰는 것 같자, 태현은 재빨리 움직였다.

“프렌드 쉴드!”

“그건 뭔 스킬 어헉?!”

태현은 앨콧을 갈르두에게 밀치고 거리를 벌렸다.

뭔지는 몰라도 저건 맞아주면 안 되겠다!

-심해로부터의 속박!

“미친! <저주 절단기>!”

태현만 랭커가 아니었다. 앨콧도 지금 날아오는 저주가 보통 저주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맞았다가 재수 없으면 여기서 로그아웃 당한다!

앨콧은 바로 갖고 있던 저주 대비용 반지를 꺼내서 사용했다. 일회용 스킬이지만 지금 아낄 때가 아니었다.

파아아아앗!

[<저주 절단기> 반지가 파괴됩니다. <심해로부터 속박> 스킬을 튕겨냅니다!]

멀리서 태현을 도와주기 위해 달려가던 케인은 태현이 앨콧을 밀어버리는 걸 보고 입을 벌렸다.

‘저 자리에 있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저주가 실패한 갈르두는 이를 갈며 태현을 노려보았다.

-이 하찮은 쥐새끼. 저주 한 번 피했다고 좋아하지 마라. 다시 한번 저주를 걸어 네 영혼을 묶어버릴 테니까. 혓바닥을 놀려서 내 부하들을 속였다고 의기양양해하지도 마라. 어차피 내 부하들은 죽지도 않고 곧 정신을 차릴 테니 억!

푹!

“시끄러, 인마.”

다시 한번 카르바노그의 창을 휘둘러 갈르두를 넘어뜨린 태현!

상대방의 HP가 얼마나 많든 적든 무조건 넘어뜨린다는 점에서 카르바노그의 창은 그 값어치를 했다.

그리고 태현은 갈르두를 잡으려는 게 아니라, 시간을 벌려는 것이었다.

갈르두가 다시 쓰러지고 부하들이 혼란에 빠진 지금이 바로 그때!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축복!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선포됩니다!]

[아키서스의 축복이 아군 모두에게 공유됩니다!]

“그리고, 또, 음…… 아. <행운의 바람 소환>!”

뭐 더 쓸 스킬이 없나 고민하던 태현은 이번에 새로 얻은 스킬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지금 상황을 흔들어야 했던 것이다.

[지역에 무작위 속성을 가진 바람이 소환됩니다.]

[폭풍 속성의 바람이 해골섬을 뒤흔듭니다!]

쿠르르릉…….

순식간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엄청나게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콰릉! 콰르릉! 콰릉!

번쩍거리는 번개가 치더니…….

갈르두 근처로 미친 듯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저주받은 해적 전사가 행운 저항에 실패합니다! 번개가 내려칩니다!]

엄청나게 쏟아붓는 번개 세례!

번개 마법사 랭커들이 모여서 쏟아부어도 이렇게 많이 쏟아부을 수는 없었다.

자연 현상은 스케일이 다른 것이다.

-크악! 무슨! 짓을! 한 거냐!

“와.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너무 좋은데?”

폭풍도 폭풍이지만, 거기에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선포된 덕분에 적들만 일방적으로 폭풍의 피해를 보고 있었다.

휘이이이잉!

쾅! 쾅! 콰앙!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더니 해안가에 정박한 갈르두의 배를 휩쓸기 시작했다.

-갈르두 님! 배가 박살 납니다!

-배를 지켜야 합니다! 갈르두 님!

-알고 있다, 이 머저리들! 돌아가라! 돌아가서 배를 지켜라!

갈르두 뒤에 있던 정예 부하들이 서둘러 배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적의 절반은 달성한 셈이었다.

-모-여-라! 내 부-하-들-아!

[갈르두가 <대해적의 함성>을 사용합니다.]

[해적들의 상태이상이 해제됩니다!]

‘젠장.’

태현만 저런 스킬을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해적 함대를 이끄는 보스 몬스터라면 저 정도는 있어야 정상이었다.

-갈르두 님! 돌아가신 게 아니었군요!

-갈르두 님!!

-이 머-저-리-들아! 정신 차리고 똑바로 듣지 못해! 이딴 하찮은 놈이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냔 말이다!

휙!

태현은 그 틈을 타 다시 한번 카르바노그의 창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러나 갈르두는 케인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오기도 전에 피해냈다.

“쳇.”

-어디 한 번 계속 까불어봐라. 이 섬 자체를 무너뜨려 주마. 심해의 마수 소환!

펑!

갈르두의 손이 터져 나가고, 스킬이 취소되었다.

태현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평소에 좀 착하게 사시지.”

-갈르두 님! 배로 올라오셔야 합니다! 위험합니다!

-함선이 무너지면 우리는 여기에 갇히게 될 겁니다!

-크으으…….

갈르두는 태현을 노려보았다. 점점 더 폭풍은 심해지는데,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때문에 태현을 바로 잡는 건 무리 같았다.

정말 죽이고 싶은 놈을 그냥 두고 떠나야 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

-크으으으…… 좋아하지 마라, 김태현. 다음으로 불타는 건 네놈의 영지가 될 테니까.

이제까지는 귓등으로 흘렸던 태현도 움찔하게 만드는 협박!

“……!”

-가자!

“야! 잠깐! 그냥 여기서 끝을 보자!”

태현의 말은 무시하고, 갈르두는 부하들과 함께 배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저주받은 해적 전사들도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콰르릉! 콰릉!

태풍은 점점 심해지더니 해골섬 근처를 닥치는 대로 할퀴기 시작했다.

붉은 바다 무법자들의 해적선은 닿기만 해도 그 서슬에 산산조각이 났고, 갈르두의 함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모두 바닷속으로 들어가라!

촤아아악!

갈르두의 함대가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태현은 갈르두의 뒤에 대고 애타게 외쳤다.

“야! 갈르두! 여기서 그냥 끝장을 보자니까!”

턱-

“……?”

카다가 와서 태현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정말 대단하군!”

“……?”

“갈르두를 상대로 혼자 당당히 맞서는 그 용기! 여기 붉은 바다의 무법자들을 불러 모아서 지휘하는 능력! 게다가 그 갈르두가 도망치는데도 다시 싸우자고 맞서는 그 당당함까지……! 나는 감동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카다 해적단의 선장으로 걸맞은 건 너라는 것을!”

[갈르두가 후퇴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카다가 해적단의 선장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카다 해적단의 선장은 이제 당신입니다!]

“그딴 거 필요 없…….”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주변에 있던 해적들이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질렀다.

[성공적으로 퀘스트를 완료한 것으로 붉은 바다 무법자 내 아키서스 교단의 평판이 크게 오릅니다!]

[붉은 바다 무법자들이 아키서스 교단에 들어옵니다.]

[우르크 지역이 아키서스의 이름에 속합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다른 교단들이 이 사실을 깨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김태현 부선장, 아니, 김태현 선장은 우리들의 지도자 자격이 충분하다!”

“맞다! 김태현을 우리의 지도자로 뽑자!”

“갈르두 같은 적이 있는 이상 우리에게는 뛰어난 지도자가 필요하다!”

[붉은 바다 무법자 부족들이 당신을 <해적 지도자>로 선출하려고 합니다.]

[<해적 지도자>는 해적들 사이에서 매우 명예롭고 책임이 막중한 직위로서, 커다란 일이 닥쳤을 때 해적들을 이끌고 거기에 맞서야 하는 직위입니다.]

한마디로 얻는 건 별로 없고 해야 하는 일은 많은 직위란 것!

태현은 질색을 했다. 이 머리가 꽃밭인 해적들이 뭐가 예쁘다고 이런 걸 받는단 말인가.

에반젤린은 이 희한한 광경을 보며 옆에서 중얼거렸다.

“정말 잘 어울리긴 하네…….”

다른 플레이어들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거기에 태현이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누구 마음대로 지도자를…….”

“태현 님. 태현 님.”

“……?”

“여기 해적들의 지도자가 되면 뭘 뜯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해골섬의 규모를 봤을 때…….”

이다비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말했다. 태현은 그걸 깨닫고 전율했다.

“좋아! 받아들이겠다. 내가 너희들의 지도자가 됐으니…….”

[<해적 지도자> 직위를 받아들였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악명이 크게 오릅니다!]

쿠르르르릉! 콰콰쾅!

“…….”

“어, 김태현 지도자님. 이 폭풍은 언제 사라집니까?”

그들이 떠드는 사이, 갈르두의 함대를 찢어발긴 폭풍이 점점 해골섬 위로 올라오려고 하고 있었다.

“음…… 내가 너희들의 지도자가 됐으니…… 명령을 내려도 되겠지?”

“……?”

“탈출하자! 배 더 부서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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