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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67화 (567/1,826)

§ 나는 될놈이다 567화

“이거 너 때문이잖아! 아무리 봐도 그렇잖아!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녔길래 저런 보스 몬스터가 저렇게 원한을 품고 살아?!”

“원래 판온을 좀 정의롭게 하다보면 저런 악당 보스 몬스터가 꼬이는 법이지. 너도 뱀파이어면서 너무 그러지 말자.”

“난 저런 보스 몬스터 안 끌고 와!”

둘이 떠드는 사이 해골섬 해안가에서는 혈투가 시작되고 있었다.

쾅! 콰앙!

“막아라! 올라오게 두면 안 된다!”

해적들은 급하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역시 급하게 한 탓인지 갈르두 함대에게 별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퍼퍼퍼퍽!

공격을 받아내며 결국 상륙에 성공한 갈르두의 함대!

-막고 전진해라! 붙어서 놈들의 목을 따버려라!

[갈르두의 함대가 육지로 올라왔습니다!]

[저주받은 갈르두의 함대는 육지로 올라오면 급격하게 약해집니다. 그 틈을 노리십시오!]

“헉, 헉…… 죽는 줄 알았다.”

앨콧은 간신히 헤엄쳐서 해골섬 해안가로 도착했다.

바다로 떨어졌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그보다 훨씬 더 수영에 능숙한 저주받은 해적 전사들이 덤벼들었던 것이다.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의 실력 덕분이었다.

‘치사한 새끼들…… 아무도 안 도와주고 그냥 가다니…… 어?’

올라온 앨콧에게 메시지창이 보였다. 갈르두의 함대가 육지로 올라와서 약해졌다는 메시지창.

‘기회다!’

앨콧 같은 암살자 플레이어에게는 정면대결보다는 이런 기습이 더 익숙했다.

탱커들이 정면에서 시선을 끌어주는 사이 기습!

‘이 새끼들…… 나 앨콧을 무시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뭔가 보여주겠어!’

* * *

“모두 이쪽으로 모이십시오. 제가 스킬을 써드리겠습니다.”

스미스는 모두에게 각종 버프 스킬을 걸기 시작했다. 에반젤린 빼고.

“아. 난 됐으니까…….”

“…….”

에반젤린은 버프 받으면 데미지 들어가는 종족!

“너 그러면 신은 다 못 믿나?”

“악신 계열은 믿어도 될걸. 흡혈귀 신이나 그런 신들.”

“그렇군.”

말하던 태현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응? 쟤 아키서스 축복은 잘 받지 않았나?’

아키서스 관련 스킬은 잘 받았던 것 같은데?

태현은 깊게 생각하려다가 말았다. 앞에서 수십, 수백 명의 저주받은 해적 전사들이 몰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방어선을 구축하라! 해골섬을 지켜라!”

“음. 도망치면 안 되나?”

“후퇴하지 마라! 후퇴는 없다! 우리는 피로서 이 섬을 지킬 것이다!”

마치 태현의 말을 들은 것 같은 반응!

에반젤린은 태현에게 말했다.

“도망치지 말라는데?”

“얘네 좀 이상해.”

태현은 투덜거리면서 싸울 준비를 했다. 물론 기회만 만들어지면 바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일단 공격을 몇 번 막아야 기회든 뭐든 나오겠지…….’

“모두 내 명령을 따라라!”

-냉정한 지휘, 가혹한 채찍질, 직감과 행운의 지휘, 화신의 함성!

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는 태현에게 이런 대규모 전장은 활약하기 좋은 장소였다.

태현을 중심으로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오자 해적들은 함성을 지르며 화답했다.

[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해적들을 지휘하는 데 추가로 보너스를 받습니다.]

[<화신의 함성> 스킬이 해적들의 모든 상태 이상을 해제합니다! 해적들이 정신을 차리고 방어에 집중합니다!]

[<직감과 행운의 지휘> 스킬이 행운 스탯에 따른 지휘 방법을 보여줍니다.]

[뛰어난 지휘력을 보여준 당신의 인상이 해적들에게 깊숙이 남습니다! 해적들 사이에서 아키서스 교단 신앙이 퍼져 나갑니다!]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

일단 해적들을 모으기 위해 쓴 스킬이었는데 훨씬 효과가 좋았다.

“저기 카다 해적단의 부선장의 지휘를 따라라!”

“카다 해적단에도 쓸 만한 놈이 있구만! 크하핫!”

갈르두 때문에 상태이상에 빠졌던 해적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태현 주변으로 스킬 이펙트가 뿜어져 나오자 해적들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저게 해적이야 왕국 병사야?”

“김태현 전술 스킬이 대체……? 스미스, 너 중급 아니었냐? 방송에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네. 저 중급입니다. 그런데 태현 씨는 보니까 고급인 것 같은데…….”

“뭐?! 전술 스킬 고급을 어떻게 찍어? 기사나 지휘관 계열 직업도 아닌데?”

랭커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해적들은 갈르두의 저주받은 전사들에게 포화를 퍼붓고 있었다.

“놈들이 쓰러진다!”

“와! 붉은 바다 해적 만세!”

해적들이 정신을 차리고 원거리 공격을 퍼붓자 그대로 녹아내리는 저주받은 전사들!

육지로 올라온 탓에 전사들이 저주 페널티를 받은 데다가, 태현의 전술 스킬과 화신의 함성 스킬로 해적들의 상태 이상이 풀리고 버프를 받자 순간적으로 힘이 확 차이 나게 된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녹아내리다니?’

마법사인 크로포드는 눈치 못 챘지만, 스미스나 로이 같은 랭커들은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깨달았다.

지금 붉은 바다 해적들의 평균적인 레벨은 160에서 180 정도.

그에 비해 갈르두의 부하들은 기본적으로 200을 넘기고 있었다.

일반 전사들이 200을 넘기니 지휘관 같은 경우 얼마나 더 높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레벨 몇십 차이를 넘겨서 녹여버리다니. 아무리 저주 페널티를 받았어도 그렇지!

새삼스럽게 태현이 대단하단 걸 깨달았다.

‘이런 변수 많은 상황에서 저 정도로 다 대응 가능한 랭커가 있기나 할까?’

-일어나라…… 저주받은 자들이여!

“……?!”

랭커들이 놀랄 시간도 주지 않고, 갈르두는 바로 칼을 뽑아서 휘둘렀다.

그러자 땅에서 쓰러진 전사들이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박살 난 몸들이 다시 굴러들어와 척척 붙고, 문어 같은 촉수들이 자라났다.

[<화신의 함성>으로 해적들이 공포에 저항하는 데 성공합니다!]

[해적들 사이에서 아키서스 교단 신앙이 퍼져 나갑니다!]

“이런 미친…….”

아키서스 교단이 퍼져 나간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1초의 쿨타임도 없이 바로바로 부활해 버리는 갈르두의 저주받은 해적 전사들!

[갈르두는 저주받은 전사들을 무한히 일으켜 세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갈르두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그는 계속해서 그의 부하들을 불러올 겁니다!]

“갈르두를 공격해야 해!”

“해적들아, 모여라! 나, 선장 드트룩이 간다!”

“드트룩! 너만 보낼 순 없지. 나도 간다!”

“잠깐, 아무리 봐도 너희들은…….”

태현이 말리기도 전에 해적단 선장 몇 명이 갈르두에게 덤벼들었다.

다른 NPC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헌신과 용기!

물론…….

-바닥에서 끓어오르는 저주!

콰직! 콰직!

“으헉!”

“크헉!”

갈르두는 스킬 한 번으로 선장들을 붙잡고 무장 해제시킨 후,

-심해의 원한!

“크아아아악!”

그대로 선장들을 해치웠다.

그래도 나름 네임드 NPC들을 단 스킬 2개로 끝내 버리는 살벌한 모습!

‘약해진 게 저 정도라면……!’

태현의 머릿속에서는 자동으로 계산이 시작됐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레이드 불가능!

‘젠장. 지금 그렇다고 빠질 수도 없고!’

타타탓!

태현은 갈르두에게 덤벼들었다. 후퇴를 하든 뭘 하든 간에 일단 틈을 만들어야 뭘 할 것 아닌가.

지금 저렇게 갈르두가 쌩쌩하게 부하들을 이끌고 있으면 튀려고 해도 튈 수가 없었다.

‘폭딜 스킬을 갈르두에게 꽂아 넣으면 최소한 시간은 벌 수 있을 거다. 다른 부하들을 못 일으킬 정도로만 데미지를 주고 물러선다!’

“앗! 태현 씨! 혼자 들어가시면 위험합니다!”

스미스가 태현이 달려가는 걸 보고 지원해주기 위해 따라 들어갔다.

그걸 본 에반젤린이 대경실색해서 외쳤다.

“너희 왜 들어가?! 야! 돌아와! 돌아오라니까?! 아, 정말!”

결국 투덜거리면서도 뒤쫓아서 들어가는 에반젤린!

남은 로이는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그들의 뒤를 쫓았다.

혼자 남은 크로포드는 벙쪄서 중얼거렸다.

“쟤네 단체로 왜 저래?”

* * *

-행운 부여,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신의 예지, 사디크의 화염 부여, 완벽에 가까운 연격, 치명타 폭발!

퍼버버버벅!

눈이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스킬 콤보를 쏟아붓는 태현!

근처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이 감탄의 눈빛으로 쳐다볼 정도로 완벽한 스킬 연계였다.

현재 태현이 넣을 수 있는 거의 한계 수준의 폭딜!

그러나 태현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갈르두가 <끓어오르는 살덩이>로 데미지의 90%를 막아냅니다.]

[갈르두가 <끈질긴 촉수>로 데미지의 90%를 막아냅니다.]

[갈르두가 <저주받은 피>로 최대 HP를 300%로 늘립니다.]

[……]

‘좋지 않다!’

태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두들겨 팼는데, 갈르두는 거대한 고무 덩어리처럼 탄력 있는 몸으로 데미지를 전부 다 받아냈다.

피하지도 않고 그냥 받아냈다는 게 더 절망적!

“피하십시오! 태현 씨!”

쾅!!

[<해적식 머리 강타> 스킬에 맞았습니다!]

[스킬이 방어를 뚫고 데미지를 입힙니다.]

-태양의 집중!

“이놈! 못 간다! 태현 씨! 어서 뒤로 후퇴를!”

“아니, 스미스. 난 피할 수 있으니까 맞아줄 필요 없거든. 평소처럼 탱킹할 필요 없어.”

“앗. 그렇군요.”

스미스가 민망한 얼굴로 방패를 내리고 물러섰다.

괜히 태현을 걱정해 주다가 혼자 앞에 나서서 두들겨 맞은 것이다.

‘그래도 더 두들겨 패면…….’

[갈르두가 <영원한 불사의 목걸이>를 사용합니다.]

[HP가 전부 회복됩니다.]

‘……XX…….’

태현은 암담한 기분을 느꼈다. 상대가 딱히 피하거나 하지 않고 다 맞아준다는 점에서 더더욱 막막했다.

이건 마치…….

‘그래, 스미스 상위호환이군.’

태현과 상성이 안 좋은 캐릭터.

즉, 컨트롤이고 뭐고 없이 무식한 최대 HP 양과 회복 스킬로 버틸 수 있는 캐릭터!

스미스가 그런 성기사 류 캐릭터였다.

그런 식으로 무식하게 버티면 태현은 공략하기가 까다로워졌다.

스미스도 까다로웠는데 그 상위호환인 갈르두는 더더욱 그랬다.

차라리 자기 컨트롤이나 다양한 스킬 셋을 믿고 날뛰는 적이라면 컨트롤로 맞붙어서 압도하거나 빈틈을 노려 폭딜을 넣어 끝장내겠지만…….

이런 식의 적은 진짜 정석적인 레이드 방식처럼 버티고 버티면서 계속 딜을 넣어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정석적인 레이드는 보통 플레이어 수준에 맞는 보스 몬스터만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지금 갈르두처럼 레벨 차이가 압도적인 보스 몬스터는 그런 식으로 싸웠다가는…….

-크하하하하하! 어디 한 번 계속해 봐라!

[갈르두가 <심해의 포효>를 사용했습니다!]

쾅!!

“윽!”

갈르두 근처에서 거칠게 파도가 일어나고, 스미스와 에반젤린, 로이가 그대로 날아갔다.

[계속해서 <심해의 포효> 안에 있으면 HP가 깎여 나갑니다!]

“젠장!”

에반젤린은 욕설을 하며 파도에서 거리를 벌렸다. 일단 거리를 벌려야…….

“김태현! 나와! 뭐 해!”

그러나 태현은 갈르두 앞에 버티고 서있었다.

-특이한 가호를 받고 있군. 그렇다면 저주는 어떠냐?

‘누가 보스 몬스터 아니랄까 봐 눈치는 더럽게 빠르군…….’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신경을 집중했다.

갈르두의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아야 했다. 그래야 스킬을 피할 수 있었다.

다른 보스 몬스터와 달리 이번에는 실수 한 번에 정말로 훅 갈 수 있었다.

스킬이나 스탯의 가호가 아닌 순수한 컨트롤의 영역!

‘온다!’

갈르두의 손끝이 태현을 향하고, 그 순간 태현은 <그림자 도약>으로 거리를 벌릴 준비를 했다.

“죽어, 이 자식아!!”

“……!?”

앨콧이 뒤에서 튀어나와 갈르두에게 스킬을 꽂아 넣었다.

“봐라! 김태현! 이게 내 실력이다! 내가 이런 놈이다!”

“……메시지창이나 읽어라…….”

태현은 한숨을 쉬었다. 순간 앨콧이 나타나서 기대한 스스로가 바보 같았다.

갈르두 상대로는 일격에 목숨 끊는 게 아니라면 어떤 폭딜도 의미가 없었다.

“응? 어?”

휘리릭-

갈르두가 목에서 뻗어 나온 촉수로 그대로 앨콧을 붙잡았다.

-죽어라. 쓰레기.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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