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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64화 (564/1,826)

§ 나는 될놈이다 564화

태현은 적당한 상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적당한 NPC한테 가서 ‘도박하자!’라고 하면 어지간해서는 됐다.

물론 적당한 NPC여야 하지, 무슨 던전에 있는 보스 몬스터한테 가서 도박하자고 해서는 안 됐다.

“흠흠.”

“……?”

부선장을 맡고 있는 태현이 헛기침을 하며 다가오자 해적들은 ‘뭐야?’ 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심심한 것 같은데. 혹시…… 도박이라도 하겠나?”

“하하! 부선장님도 농담을 다 하십니다!”

“……!”

생각지 못한 반응에 태현은 당황했다. 설마 시커먼 속셈이 들켰나?

“저희하고 하시면 부선장님께서 다 털리실 텐데요!”

“아. 그래.”

태현은 입가에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해적들이 주사위 도박을 받아들였습니다.]

[골드를 걸어주십시오.]

주사위를 굴려서 1~100까지의 숫자를 만들어낸 다음, 가장 높은 숫자를 만들어낸 사람이 이기는 단순한 게임!

[주사위를 굴렸습니다. 숫자는…… 100! 100이 나왔습니다.]

[주사위를 굴렸습니다. 숫자는…… 100! 100이 나왔습니다.]

“……?”

“……???”

“뭐, 뭐야? 사기 아냐?”

[2연속으로 100이 나왔습니다. 해적들이 당황해합니다.]

[행운이 오릅니다.]

[칭호:<주사위 도박의 중수>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해적들의 불행은 지금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3연속으로……]

[4연속으로 100이 나왔습니다!]

[칭호:<주사위 도박의 고수>를 얻었습니다.]

[행운이 오릅니다!]

쭉쭉 나오는 칭호들과 스탯 보너스.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칭호도 따둘 겸, 도박 미리 좀 할걸 그랬나…….’

사실 태현이 지금 행운 스탯에 크게 아쉬운 게 없어서 그렇지, 이런 스탯 작업은 미리 해놓으면 할수록 좋았다.

“크아아악!”

“이건, 이건 사기야!”

“부선장님! 대체 뭔 수를 쓰신 겁니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해적들!

그걸 보며 갈락파드는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태현 님. 말해주시는 겁니다. 위대한 그 이름을! 저 무지한 놈들도 그 이름을 들으면 감동해서……!”

그러나 태현은 아키서스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그건 아마추어의 방식이었다.

프로는 좀 더 확실하게 접근한다!

“후. 내가 너희들 코 묻은 골드 뺏어서 뭐하겠냐.”

“읍읍읍! 읍읍!”

골드를 돌려주려는 모습에 뒤에 있던 펠마스가 자기 상황도 잊고 신음했다.

도박에서 딴 돈을 돌려주다니!

“다 돌려주마.”

“부선장님……!”

“부선장님……!!!”

[해적들의 충성도가 크게 오릅니다.]

[카다 해적단 내 평판이 크게 오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부선장을 보는 눈빛!

해적들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태현의 손을 붙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은 손을 슬쩍 빼며 말했다.

“근데 공짜로 돌려줄 수는 없고. 너희들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

“그게 뭡니까?”

“신 하나만 믿자.”

* * *

[설득에 성공했습니다. 아키서스 신도가 늘어납니다.]

[우르크 남쪽, <붉은 바다 무법자 부족>에 아키서스 교단의 세력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대륙의 교단들이 점점 경계하고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아, 꼬우면 지들도 와서 전도하던가.’

해적들한테 와서 자기 신 믿으라고 영업을 하면 될 거 아닌가. 태현은 귓등으로 흘렸다.

솔직히 이렇게 고생하면서 기껏 해적들 조금 전도한 건데, 다른 교단들이 투덜거리면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아키서스! 아키서스!”

“위대한, 그 이름, 아키서스!”

“오오! 아키서스! 골드를 주십시오!”

“????”

카다 해적단의 선장, 카다는 뭔가 달라진 분위기에 당황했다.

“뭐, 뭐냐? 아키서스가 누구냐?”

“아키서스는 바로 그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선장님!”

“우리가 다른 해적 놈들과의 도박에서 승리하게 해줄 바로 그분!”

카다는 눈을 깜박였다. 다행히 태현이 옆에 있었다.

“선장님. 아키서스는 위대한 행운의 신이십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오. 어디서 들어보셨죠?”

“아. 펠마스 그놈이 나한테 사기 칠 때 들어봤던 것 같다.”

“…….”

“…….”

생각지도 못한 펠마스의 발목 잡기! 일행은 모두 펠마스를 노려보았다.

펠마스는 고개를 푹 숙였다.

“펠마스 그놈은 잘못 알아서 그런 겁니다. 아키서스의 진정한 힘을 알았다면 펠마스처럼 패가망신한 도박꾼이 되지 않습니다.”

“진정한 힘?”

태현의 친밀도가 워낙 높아서인지, 카다는 집중해서 들었다.

“바로…… 모든 도박에서 이기는 행운의 힘입니다!”

“도박은 이제 좀…….”

도박 때문에 펠마스한테 사기당한 카다는 질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태현은 계속해서 설득했다.

“선장님! 들어보십시오. 이제까지 잃으신 만큼 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형적인 도박 중독자의 논리!

계속 거절하던 카다도 태현의 설득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키서스를 믿으면 된다…… 이거지?”

“그겁니다, 선장님.”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고?”

“못 믿겠으면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 해적들이 모이는 섬에서 우리 골드를 따간 놈들이 많은데, 그놈들에게서 다 찾아와줄 수 있나?”

<해적들을 설득하라-아키서스의 화신 전도 퀘스트>

해적들은 원래 도박을 좋아하는 이들이지만, 카다 해적단의 선장 카다는 특히 더 그렇다.

도박 때문에 인생이 꼬여서 해적이 된 그이니만큼 도박에서 이길 수 있는 아키서스 신의 이름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그는 증거를 원한다.

해적들의 회의가 열리는 <해골 섬>에서 다른 해적들에게서 빼앗긴 골드를 되찾아 와라!

보상:카다 해적단의 아키서스 교단 가입.

‘됐다!’

이런 퀘스트가 떴다는 것만으로도 90% 성공이나 마찬가지였다.

태현이 골드 뺏는 건 어린애 손목 비트는 것만큼이나 쉬울 테니까.

이제 섬에 도착하면 움직이면 됐다.

“김태현은 대체 뭐 하는 거냐?”

“글쎄…… 난 뭐 스킬 연습할 줄 알았는데…….”

크로포드와 앨콧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수군거렸다.

김태현 정도면 손가락에 꼽히는 랭커니, 남는 시간에 뭔가 비범한 걸 보여줄 줄 알았다.

그런데 해적들하고 도박을 하며 푼돈을 벌지 않나, 그걸 또 돌려주지 않나…….

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육지는 언제 도착하는 거지?”

“물어봐.”

“네, 네가 물어봐도 되잖아.”

“난 김태현하고 모르는 사인데 넌 아는 사이잖아. 가서 물어봐.”

“나, 나는 길드 동맹 때문에 사이가 좀 그래. 서로 껄끄럽다고.”

“…….”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

“흐으음…….”

“눈 안 깔아?!”

크로포드의 의심하는 눈빛에 앨콧은 발악했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의심이 꽂힌 크로포드는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섬이다!

해적의 목소리에 불리한 입장이던 앨콧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

“어?! 드디어!”

“육지가 아니라 섬이라는데?”

“……잠깐 들렸다 가는 거겠지!”

“그런데 그런 거치고는 해적선들이 너무 많은데…….”

“……!!”

상황을 깨달은 앨콧은 태현에게 달려가서 화를 내…… 지 못했다.

1초 만에 끝난 분노조절!

“사, 사정이 있는 거겠지.”

“너 이상하게 여기 오고 나서부터 사람이 유해졌다?”

“난 원래 이랬어!”

물론 랭커들이 모두 앨콧처럼 분노조절을 잘하는 건 아니었다.

로이는 김태산 아들인 태현한테 겁을 먹고 있어서 쉽게 못 다가갔고, 스미스는 착해서 무슨 일이 있나 보다~ 넘어갔고, 크로포드는 앨콧이 수상해서 가만히 있었지만…….

“여기는 어디야?!”

에반젤린은 아니었다.

“섬인데?”

“아니, 왜 섬으로 와! 육지로 가는 거 아니었어?!”

“어르신 데려다주는 거잖아. 어르신이 여기 오고 싶댔어.”

입에 침도 안 바른 것 같은 거짓말! 에반젤린은 기가 막혔다. 언제 그런 말을 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너 물어보면 다 나온다?!”

“물어봐.”

태현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에반젤린은 순간 당황했다.

‘정말 오고 싶다고 하셨나? 어? 말이 안 되는데? 육지로 가겠다고 하셨는데…….’

그러나 유 회장은 에반젤린의 기대를 배신했다.

“음. 난 이 섬도 오고 싶었지.”

“!?!?!”

“하하. 어르신. 좋지요?”

“허허허. 좋군. 좋아.”

“여기서 낚시하시면서 지내면 참 좋겠네요~”

“어허허허. 좋겠군. 좋겠어.”

평소랑 너무 달라 보이는 유 회장과 태현의 모습!

에반젤린은 눈을 감았다 떴다. 물론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에반젤린은 다른 랭커들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스미스는 ‘어쩔 수 없지 않나요?’ 하며 넘어갔지만, 크로포드는 아니었다.

“이건 좀 그렇지 않나? 우리는 빨리 육지로 돌아가야 하는데. 배를 돌려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어?”

“김태현이 누구 말 들을 사람이 아니라서…….”

“그래도 그렇지 여기 있는 사람이 전부 말하면 무시하지는 못할걸. 나하고 에반젤린하고 앨콧하고…….”

“난, 난 빼줘.”

“…….”

날카롭게 쏟아지는 눈빛들! 그러나 앨콧은 뻔뻔하게 무시했다.

태현을 상대하는 것보단 낫지!

‘저거 진짜 김태현한테 약점 잡혔나? 대체 뭐야?’

“……그러면 앨콧은 빼고 스미스도…….”

“아. 저도 빼주십시오.”

“넌 또 왜?!”

“지금 진행하고 있는 퀘스트가 잠깐 멈춘 상태라 시간이 빕니다.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면 남은 건…….”

앨콧 빠지고 스미스가 빠지면 남은 랭커는 로이!

크로포드는 로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너 포함이면 3명이라 과반수가 넘는다. 다행이군.”

“아, 저도 좀…….”

“……너희들 진짜 다 왜 이래?!?!?!”

크로포드는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 * *

거저먹는 퀘스트다.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이 부서졌다.

“도박을…….”

“안 해. 안 해.”

“도박 합…….”

“안 한다.”

“왜 안 하는 거지?”

“몰라서 묻나? 이런…….”

해골 섬에 있던, 다른 해적단의 해적은 태현을 보며 훈계하듯이 말했다.

“지금 카다 해적단이 갈르두 해적단에게 공격당했어! 같은 해적이 공격당했는데 도박을 하려고 하다니. 생각이 있나! 좀 생각을 가지라고.”

“……!!!”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유!

태현은 당황했다. 아니, 뭔 해적들이 이렇게 동료애가 끈끈해?

‘아니, 다른 놈들을 찾아보면 한두 놈쯤은…….’

-안 돼. 지금 갈르두 놈이 밖에서 두 눈 뜨고 돌아다닐 텐데 도박은 무슨.

-흥. 갈르두 그놈이 감히 카다 해적단을 공격해? 용서하지 않겠다. 도박? 뭔 도박이야 이 얼빠진 놈!

“…….”

카다가 너무 일을 잘 해주고 있었다.

아무도 도박을 하려고 하지 않아!

해골 섬의 해적들은 전부 다 엄격, 근엄, 진지한 얼굴로 돌아다니며 ‘갈르두 그놈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망했다.”

“이건 어떻게 할 방법이…….”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이다니.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갈르두 함대에 여기 해적들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나?

기왕 벌린 김에 카다 해적단을 꼭 손에 넣고 싶었는데…….

“흠. 좋은 방법이 있다.”

“어르신!”

낚싯대를 위풍당당하게 걸치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뒤에 끌고 나타난 유 회장!

태현이 준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어지간히 마음에 드셨나 보군.’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저분 태현이 아버지 닮으셨네.’

실례되는 생각을 하는 최상윤이었다.

“무슨 좋은 방법이요?”

“어떤 방법이든 골드를 되찾아주면 되는 거 아니냐?”

“그렇긴 한데…….”

“그냥 골드를 주면 되지. 내가 지불하마.”

“어르신……!”

“녀석. 그렇게 좋아할 것까지는…….”

“무슨 속셈이십니까?”

“…….”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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