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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63화 (563/1,826)

§ 나는 될놈이다 563화

강철 같던 유 회장의 의지도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은 멈출 수 없었다.

태현과 이다비는 그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어떠십니까?”

“크…… 크흠! 뭘 이런 걸 다…… 별로 생각도 없었는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유 회장. 물론 태현이 그런 말을 한다고 친절하게 받아줄 사람이 아니었다.

“네? 그러면 다른 사람한테 드려야…….”

“야! 이놈아!”

바로 튀어나오는 속마음! 태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었다.

속마음을 들킨 유 회장은 얼굴을 붉힌 채 얌전히 받았다.

“크흐음…… 잘 쓰마.”

“어르신은 정말…… 저희 아버지랑 잘 어울리십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뭔가 놀리는 것 같은 말에 유 회장은 투덜거렸다.

김태산을 고평가하는 유 회장이었지만, 분명 칭찬 같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유 회장은 싱글벙글 웃으며 오토바이를 받고 설명을 읽기 시작했다. 그걸 본 랭커들은 수군거렸다.

“저게 그 오토바이인가? 김태현이 타고 다닌다던?”

“그런 거 같은데.”

“멋있네. 나도 하나 갖고 싶은데. 구할 방법 없나?”

“김태현만큼 기계공학 찍은 놈이 드물걸.”

그나마 있는 놈들은 다 태현의 영지에서 폭탄만 만들고 있었다.

“김태현한테 부탁해 보던가.”

“그래볼까…….”

솔깃한 크로포드가 중얼거리자 앨콧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멍청한 자식! 너도 어디 한 번 당해봐라!’

자기 혼자 당하기만은 아까운 태현의 사악함!

다른 놈들도 더 많이많이 당했으면 좋겠다!

“스미스! 너도 저거 갖고 싶지 않냐?!”

“저는 제 말에 만족합니다만?”

“…….”

앨콧은 아쉬워했다. 스미스도 보내버려야 하는데!

남은 건 에반젤린…….

“에반젤린! 너는…….”

“김태현한테 또 부탁하느니 혀 깨물고 바다에 뛰어든다.”

“그, 그래.”

생각지도 못한 격한 반응!

앨콧은 에반젤린이 불운 페널티를 막는 아키서스 아티팩트를 얻기 위해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 흐뭇한 얼굴로 설명서를 읽고 있던 유 회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잠깐. 이게 뭐지?”

“왜 그러십니까?”

“붉은 버튼을 누르면 <비장의 자폭>을 시전한다는 게 대체 뭐야?!”

“아, 그거요. 어르신…….”

태현은 유 회장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어르신을 위한 기능입니다.”

“……타다 뒈지라는 거냐? 응?”

나이 좀 있는 노인에게는 예민한 문제!

그걸 본 케인이 중얼거렸다.

“저거 고려ㅈ…… 읍읍!”

“조용히 하세요. 쉿.”

“어르신. 보십쇼. 이건 안 쓰면 되는 겁니다.”

“안 쓸 건데 왜 넣은 거야! 불길하게!”

“판온에 절대란 건 없으니까요. 언제 이 스킬이 어르신의 목숨을 구해줄지 모릅니다.”

사실은 가브리엘이 속삭이는 것에 넘어가서 만든 기능이었지만, 지금은 그럴듯하게 말해줘야 했다.

“자폭 스킬이 내 목숨을 구해준다고? 보내주는 게 아니라?”

“하하. 어르신 자존심을 구해줄지도 모른다고 하죠 그러면. 만약에 나중에 불량배들 만나서 이 오토바이를 뺏기게 될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뭔 불량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판온은 PVP 상황이 종종 일어날 수 있었다.

유 회장은 살짝 약해졌다.

“그런가?”

“그럴 때를 대비해서 만든 비상 스킬이 이겁니다. 사실 저나 다른 애들 오토바이에도 이런 기능이 달려 있지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유 회장은 결국 넘어갔다.

“으음…… 확실히 그럴듯하군. 이런 스킬은 필요하겠어.”

“그렇습니다, 어르신. 앞으로 모든 아이템에는 뺏길 때를 대비한 자폭 스킬이 달려도 이상하지 않지요.”

“……?”

“……???”

주변 사람들은 모두 기겁할 만한 소리!

“김태현. 김태현.”

“왜?”

“슬슬 배 출발시켜야 하지 않아?”

“아. 그래야지.”

에반젤린의 말에 태현은 명령을 내렸다. 그걸 본 이다비가 와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태현 님. 아무래도 해적단하고 싸울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이 랭커들의 도움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응. 그래서 배 해적들 있는 곳으로 몰고 있잖아.”

“……!!”

유 회장도 구해줬겠다,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태현이 그들을 중앙 대륙의 항구로 데려다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태현은 그런 말을 한 적 없었다.

이렇게 공짜로 쓸 수 있는 인력을 얻었는데 그냥 돌아갈 리가 있나!

에반젤린은 수평선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올 때와 방향이 다른 것 같은데…….”

-쟤 좀 정신 사납게 해줘라.

-네!

태현은 이다비에게 부탁했고, 이다비는 바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불렀다.

“에반젤린 님! 팬이었습니다! 사진 같이 찍어도 될까요?”

“아, 그러세요.”

“에반젤린 님! 대회 2경기에서 두 명을 압도하던 그 플레이를 보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 하하……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자. 앉아보세요. 제가 그때 어떻게 했냐면…….”

‘쉽군.’

태현은 속으로 웃었다.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워 보여도 에반젤린은 기본적으로 친구가 없고 허당에 가까웠다.

친한 척 하고 팬인 척 하면 약해진다!

“좋아. 이대로 해적 놈들한테 가자!”

“그런데 태현 님. 저 어르신 구출하면 현상금 걸려 있다는데요, 그건 누가 가지는 거죠?”

“응? 그러게.”

태현은 이다비의 질문에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되면 누가 가지는 거지?

“어르신 데리고 현상금 건 사람한테 찾아간 사람 아닐까?”

“그렇군요.”

“……!”

“……!!”

뒤에서 듣고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눈빛이 번쩍였다.

이건 설마…….

기회?

* * *

“갈르두!! 네 이놈!! 감히 내 친구를 건드려?!”

카다 해적단의 선장, 카다는 매우 분노했다.

랭커들은 그 모습에 당황했다. 저 NPC는 아무리 봐도 해적 같은데, 왜 저렇게 김태현을 걱정해 주는 거지?

“용서할 수 없다!”

“진정하십시오, 선장님! 갈르두는 대해적. 우리가 쉽게 건드릴 수 없습니다!”

“닥쳐라! 해적이 되어서 남한테 겁이나 먹다니. 너희들은 해적의 수치다!”

“헤헤, 맞는 말씀이십니다!”

“…….”

“……?”

모두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 돛대에 매달린 펠마스가 간사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저놈 입 닥치게 해라.”

“네!”

“잠, 잠깐 선장님!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십시오! 그때 입었던 피해를 순식간에 복구시켜 드릴 만한 건이 있는데……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서…… 읍읍!”

카다는 듣기도 싫다는 듯이 펠마스를 다물게 만들었다.

“우리는! 갈르두와 칼을 겨눈다!”

[카다 해적단이 갈르두 해적단과 완전히 적대 상태로 변합니다.]

카다는 태현의 어깨에 솥뚜껑만 한 굵은 손을 턱 올리더니 말했다.

“내 친구. 걱정 말도록. 내 힘은 부족하지만 다른 해적들을 불러 모아서 갈르두를 상대할 테니. 감히 우르크의 해적들을 얕본 대가. 피로 갚게 될 것이다!”

“아, 예.”

과한 우정을 보여주는 카다!

태현은 그 모습에 살짝 고민이 됐다.

이렇게 태현을 믿고, 친하게 대해오는 NPC라니.

게다가 개인의 능력도 좋고 이끄는 세력도 쓸모가 있었다.

버리기가 아까운 인재!

문제는 카다를 버리지 않으려면, 다른 건 몰라도 펠마스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펠마스가 살아 있으면 카다가 날뛸 테니까!

“……그래서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태현 님.”

갈락파드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 뭐지?”

“펠마스를 버리는 겁니다. 저 카다란 놈은 멍청해 보여도 제법 실력이 있어 보이고, 또 멍청한 만큼 아키서스를 믿는다면 진지하게 믿지 않겠습니까. 머리가 비어 있어야 그 안에 순수한 믿음이 들어갈 것이니…… 마치 저 아키서스의 노예처럼 말입니다.”

“……잠깐, 내 욕이잖아?!”

케인은 멍하니 듣고 있다가 울컥했다. 왜 갑자기 시비야?!

“음, 솔깃하긴 한데 좀 그렇다. 펠마스를 버리기는…….”

“버리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괜찮을 것 같은데.”

-저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주인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주인이여.

주변 사람들, NPC, 심지어 신수와 마수까지 동의하는 펠마스의 무쓸모!

“아, 아니. 그래도 좀…….”

태현은 망설였다.

펠마스가 쓸모없어 보여도 그래도 없어지면 타격이 없지는 않았다.

게다가 갈락파드를 견제할 놈이 없다는 게 컸다.

태현이 없을 때 영지에 <영주님이 미쳤어요! 축복, 아이템, 요리 100% 할인!> 이런 게 뜨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 카다를 설득하는 건 어때요? 카다가 펠마스를 싫어하는 건 다른 원한도 아니라 사기당한 원한이니, 잘 설득하면 될 것 같은데요.”

“그게 잘 풀릴까?”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기가 뭐 다른 피맺힌 원한보다는 낫겠지만, 그렇다고 결코 만만한 원한은 아니었다.

심지어 카다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펠마스한테 사기당하고 해적이 된 것 같은데…….

“그래도 한 번 해볼 가치는 있다고 봐요. 태현 님의 혓바닥…… 아니, 화술 스킬이라면!”

“너 방금 혓바닥이라고 하지 않았냐?”

“잘못 들으신 거예요!”

“맞아. 네 혓바닥…… 아니, 화술 스킬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동의하는 태현의 화술!

누가 보면 NPC한테 최면이라도 거는 것 같은 수준이었다.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카다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가?

그냥 다짜고짜 용서하라고 하면 태현이 대신 바다에 뛰어들 수 있을 테니 세심한 계획이 필요했다.

그러자 갈락파드가 말했다.

“먼저 아키서스를 믿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

“……?”

“아키서스를 믿게 하면 태현 님이 어떤 존재인지도 알게 될 거고, 그러면 좀 더 말에 설득력이 들어갈 겁니다. 게다가 펠마스도 아키서스 교단 주요 간부이니 이해를 해줄 수도 있을 거 아니겠습니까.”

“오. 그럴듯한데?”

갈락파드가 생각한 것치고는 너무 그럴듯해서 더 수상했다.

“물론 펠마스를 용서하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저 해적단이 아키서스 님을 믿는다면 좋은 것이지요.”

“아. 그럴 생각이었군.”

펠마스를 구하는 건 딱히 관심 없고 그냥 아키서스 신도를 늘리려는 속마음!

펠마스와 달리 갈락파드는 욕망이 참 뻔히 보였다.

“근데 아키서스를 어떻게 믿게 하지? 해적들한테 어필할 게 있나?”

고블린과 달리 해적들에게 태현은 딱히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아키서스도 비슷했다.

바다의 신이나 도적의 신을 믿으면 믿었지 굳이 아키서스를 믿어야 할까?

“칼이나 화살 쏴서 빗나가게 하는 걸 보여주는 건 어때?”

“약할 거 같은데. 그냥 마법 방패잖아.”

“읍읍읍! 읍읍읍읍읍!”

돛대에 매달려 있던 펠마스가 신음했다. 태현은 무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펠마스는 다시 신음했다.

“읍읍읍읍읍…….”

“……그냥 버릴까?”

“읍읍읍!!!”

“후. 저거 누가 몰래 재갈만 풀어줘라.”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기에 펠마스는 필사적이었다. 펠마스는 눈물을 글썽이며 외쳤다.

“도박입니다, 태현 님!”

“응?”

“저 해적들에게 도박으로 아키서스 님의 위대함을 보여주십시오!”

“……?!”

* * *

도박.

무한에 가까운 자유도를 가진 판온이었기에 당연히 다양한 도박도 있었다.

그렇지만 태현 같은 사람은 의외로 도박에서 이득을 보기 힘들었다.

하면 행운 스탯 때문에 거의 무조건 이길 것이고, 그렇게 몇 번 이기다 보면 상대 NPC는 ‘안 해! 안 해!’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행운 스탯 하나만으로 날로 먹는 건 의외로 힘든 일이었다.

그렇지만 골드를 따려는 게 아니라, 아키서스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거라면?

‘의외로 먹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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