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562화
여기서 기계공학의 무서움을 아는 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밖에 없었다.
다른 랭커들은 ‘기계공학? 그거 김태현이 직접 써야 그나마 무서운 거 아닌가? 다른 놈들은 써봤자 별거 아니던데. 그냥 쓰레기 스킬 아님?’ 정도의 인식이었다.
물론 가브리엘이 한때 자폭 테러로 판온을 시끄럽게 만들었지만, 거기에 당한 플레이어는 전체 인원에 비교했을 때 소수에 불과했다.
앨콧도 당연히 왜 저렇게 난리인가 싶었다.
“어차피 김태현이 만든 것도 아닌데 왜 그래! 그냥 던지라고!”
“김태현 님이 만든 게 아니니까 이러죠!!”
기계공학 스킬은 스킬 레벨 낮은 놈이 더 무서웠다.
무슨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간드아!”
최민수는 광기에 찬 목소리와 함께 폭탄을 배 뒤로 집어 던졌다.
[파열의 소리 폭탄을 사용했습니다.]
[엄청난 충격파가 만들어집니다!]
“그러췌!”
최민수는 희열에 찬 목소리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어마어마한 기계공학 스킬 활용!
마치 스스로가 김태현이 된 기분이었다.
파아아앗!
덕분에 배는 빠르게 앞으로 추진력을 받았다.
“정, 정말 되는 건가?!”
“이게 말이…….”
“사실 기계공학 스킬은 좋았던 거 아닐까?”
“이런 상황이라고 개소리는 하지 말자 친구야!”
혼란에 빠진 길드원들!
그러거나 말거나 랭커들은 상황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마법 대포! 마법 대포 견제해!”
“어떻게?!”
“올라가서 견제하고 와!”
“아니, ㅆ…….”
앨콧은 욕설을 퍼부었지만 등 떠밀려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타다닥!
탱커 스킬을 켜서 날아오는 포탄을 방어할 수 있는 스미스와 에반젤린과 달리, 앨콧과 로이는 직접 다른 배 위로 올라가서 마법 대포를 잡은 해적을 공격해야 했다.
‘잠깐,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원래는 불리하면 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손해 보는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
* * *
“우, 우리 튀어야 하지 않을까?”
케인은 불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나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안전해. 들키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구출대가 강했는지 아직까지도 잘 버티고 있었다.
덕분에 갈르두 함대의 시선은 모두 다 그들에게 집중된 상황!
게다가 그들의 위치는 절묘한 위치였다. 거리도 거리였지만 작은 섬 하나를 끼고 있어 어지간해서는 먼저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음…… 어르신 구하는 건 돕고 싶긴 한데.”
“……!”
“!!!!”
“!!!!!!!!”
“왜 그렇게 놀라?”
“아, 아니…… 너무 놀라워서…….”
“그야 케인이 가서 내 이름 외치고 왔으니 지금 어르신도 나 때문에 일이 틀어졌다는 건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뒤끝이 장난 아닐 거라고.”
이미 뒤끝은 유성 게임단에 이세연을 영입한 것으로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지만, 태현은 아직 몰랐다.
이다비 건으로 신세 진 게 있으니 갚을 수 있다면 갚으려는 게 사람 마음!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믿기지 않는 반응이었다.
“김, 김태현 맞지?”
“시끄럽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나 생각해 봐.”
“……방법이 있나? 저기 직접 가서 데리고 나오는 거 말고는…….”
“그랬다가는 바로 죽을 것 같은데.”
“애초에 구출대분들이 생각보다 더 뛰어난 분들 같은데, 알아서 잘 탈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좋긴 하겠는데…… 어?”
“왜 그래?”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들이…… 잘못 봤나?”
* * *
“대포가 안 날아오는데요?”
“어? 진짜?”
에반젤린은 당황했다. 해적들이 바로 대포 세례를 날릴 줄 알았는데?
아무리 앨콧과 로이가 넘어가서 견제를 한다고 해도 이 수많은 배들이 다 발사를 못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유 회장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야 자기네들 배니까 다시 뺏으려는 거겠지. 쏘면 배가 부서지잖나.”
“아……!”
“그런……!!”
“그러면 지금 저 두 사람은 괜히 넘어간 거 아닙니까?”
“……음. 알아서 나오겠지. 가자!”
에반젤린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태현의 못된 점만 쏙쏙 배워먹은 그녀!
그걸 본 길드원들은 수군거렸다.
“저 사람, 김태현 님 친구였지?”
“역시 친구는 닮는다고…….”
그러는 사이 앨콧과 로이는 간신히 귀환에 성공했다.
둘 다 HP가 10% 미만으로 내려갈 정도로 치열한 사투였던 것!
앨콧은 진땀을 흘리며 외쳤다.
“봤냐! 대포 막은 거!”
“어…… 어! 대단했어!”
“대단했습니다, 앨콧 씨!”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차마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걸 눈치 못 채고 기뻐하던 앨콧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대포가 왜 안 날아오지?
“어? 왜 발사를 안 해?”
“그게…….”
상황 설명을 들은 앨콧.
앨콧의 얼굴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야!!”
“너도 못 떠올려놓고 뭘!”
그사이 배는 점점 속력을 올려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백병전을 위해 다닥다닥 붙어 있던 해적선들은 방향을 돌리다가 자기들끼리 부딪히고, 반파된 해적선에 막혀 좌충우돌했다.
그들에게는 천금 같은 시간!
“야, 태워줘!”
“……저 자식 저거!”
그사이 헤엄쳐서 거리를 벌리고 있던 크로포드도 재빨리 배에 올라탔다.
앨콧은 이를 갈았지만 스미스가 지금 싸울 시간 없다고 말렸다.
끼이이익-
“잠깐. 이거 무슨 소리냐?”
“대포 소리 같은데?”
“무슨 소리야. 이거 자기네들 배인데 안 쏘겠지.”
앨콧은 방금 들은 말을 당당하게 다시 크로포드에게 말했다.
그럴듯한 말에 크로포드는 ‘오, 대단한데?’ 하는 표정으로 앨콧을 쳐다보았다.
그 한심한 모습에 유 회장은 한숨을 푹 쉬며 설명했다.
“이 친구들아…… 그건 배를 찾을 수 있을 때 이야기고, 배를 못 찾겠다 싶으면 어떻게 하겠나?”
“…….”
“…….”
유 회장의 말대로였다.
갈르두 함대는 배를 되찾지 못할 거라는 걸 깨닫자 명령을 내렸다.
-침몰시켜 버려!
수십 척이 넘는 배가 한 척을 노리는 섬뜩함!
“스미스! 뭐 스킬 없어?!”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배를 버리고 바다에 뛰어들자!”
“뭐?! 왜 그래야 하는데?!”
앨콧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냥 배를 타고 속력을 올려서 피하거나 막는 게 낫지 않겠는가!
“어차피 여기 있어 봤자 다 막거나 피하는 건 무리야! 저 숫자를 봐!”
“그렇다고 배에서 내리는 건 미친 짓이지! 여기가 어딘데! 헤엄쳐서 육지까지 못 가! 그 전에 지구력이 바닥나서 익사할걸?!”
“육지까지 안 가더라도 적당한 섬에 올라가서 버티고, 다시 헤엄치면 돼! 탈것도 있잖아!”
“내리고 싶으면 너나 내려! 나는 안 내릴…….”
콰아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엄청난 굉음이 배 뒤에서 터져 나왔다. 배 뒤편이 통째로 날아가는 거대한 폭발!
그 와중에도 균형을 잡는 데 성공한 스미스는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포탄은 안 날아왔습니다!”
“…….”
“…….”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들은 방금 일어난 폭발을 두 눈으로 봤던 것이다.
“최민수 씨 로그아웃 당했습니다…….”
“자폭으로…….”
“…….”
폭발이 일어난 건 해적들의 공격이 아닌, 최민수가 꺼낸 폭탄 아이템의 오작동 때문이었다.
“넌 그러면 배에 있어. 난 내릴 거니까!”
에반젤린은 미련도 갖지 않고 재빨리 뛰어내렸다.
첨벙!
“……나도 간다!”
하나둘씩, 남은 플레이어들은 재빨리 배를 버렸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옳은 선택이었다.
바다로 뛰어들자마자 배를 향해 수십 개가 넘는 포격이 날아왔던 것이다.
어마어마한 정확도였다.
“쫓아오면 어쩌지?”
“그때 생각하자!”
그러나 갈르두 함대는 쫓아오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요, 갈르두 님. 쫓아서 사로잡을까요?
-아니, 됐다. 하찮은 김태현 백작…… 발악을 하는군. 어디 한 번 더 발악해 봐라!
이번 구출대 습격도 태현이 보낸 것이라고 오해한 갈르두!
괜히 구출대를 쫓아가서 함정에 걸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함정 같은 건 없었다.
-그래 봤자 네 멸망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 우르크의 해적들을 모두 모아서 네 영지를 불태울 것이다!
태현 덕분에 구출대 일행은 무사히 헤엄을 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태현만 아니었으면 조용히 구출하는 데 성공했을 테지만!
* * *
“안 움직이는데? 흠. 추격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나?”
“진짜? 진짜 안 오는 거 맞지? 함정 아니지?”
케인은 불안하다는 듯이 몇 번을 물었지만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배를 저쪽으로 가져다 대자.”
“그건 왜?”
“구출대 애들이 배를 날려 먹었거든. 그보다 뭘 했길래 대포 공격 맞기도 전에 배가 날아갔지? 마법 잘못 썼나?”
“그런 놈이 있다면 진짜 한심한 놈이네.”
최상윤은 마법사를 비웃었다. 마법 시전에 실패해서 배를 날려 먹다니.
<이번 주의 가장 웃긴 판온 순간들>에 탑으로 나올 만한 장면이었다.
촤아악-
배가 조용히 밤의 어둠을 가르고 이동하자, 멀리서 말다툼을 하며 헤엄치고 있던 구출대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배잖아?!”
“여기에 왜 배가 있어? 갈르두 함대 아니야?”
“한 척밖에 없는데? 힘으로 뺏으면 돼!”
“갈르두 배는 아닌 것 같은데…….”
불쑥!
그렇게 떠드는 사이 배 위에서 익숙한 얼굴 하나가 나왔다.
태현이었다.
“모두들 안녕?”
“…….”
“…….”
“…….”
“태현 씨. 안녕하십니까!”
“오. 안녕.”
순진무구하게 인사해 주는 건 스미스밖에 없었다.
* * *
“너 때문에…… 꿍얼꿍얼…….”
“아니, 내가 알고 했겠냐~”
투덜거리는 에반젤린. 물론 태현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에반젤린도 태현한테 말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그리고 앨콧은…….
“너 때문에…….”
“나 때문에 뭐?”
태현이 빤히 쳐다보자 앨콧은 하려던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스릴 있고 좋았다고!”
“그게? 너 좀 이상한 거 아니냐?”
‘이런 개XX가…….’
앨콧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크로포드가 그걸 보고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야, 너. 김태현 만나면 일대일 뜬다고 하지 않았냐?”
“쉿, 쉿! 닥쳐! 닥쳐!”
“뭐야. 겁먹은 건가?”
“아, 아니거든?! 이렇게 구해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는 없어서 그런 거거든!”
크로포드는 수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반응하는 거 보니…….
‘이놈 정말 김태현 무서워하는 거 아냐?’
로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앨콧을 쳐다보았다.
그가 나름 이번 일에서 롤모델로 존경하고 있던 앨콧의 이미지가 부서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 태현은 유 회장을 보며 반갑게 외쳤다.
“어르신! 제가 구하러 왔습니다!”
“……정말로?”
“아니, 제가 어르신 구하려는 게 아니라면 이 오지까지 왜 왔겠습니까?”
“네놈 아니면 그냥 조용히 잘 나왔을 것 같은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계산 착오였고, 원래 제 계획대로였다면 훨씬 더 편하게 갈 수 있으셨을 겁니다.”
“네놈 이름을 야밤중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계획이?”
“성동격서 모르십니까? 그렇게 주의를 끌고 탈출시키려는 거였다고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하는 그럴듯한 거짓말!
다른 랭커들은 ‘어라? 그런 거였나?’ 하고 넘어가고 있었지만 유 회장과 에반젤린은 의심을 풀지 않았다.
-김태현이 그렇게 착한 놈이 아니다!
태현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며 말했다.
“아니, 어르신 실망입니다. 절 이렇게 못 믿으시다니! 제가 저번에 신세 진 것 있잖습니까. 그거 때문에 이렇게 도와드리러 왔는데.”
“흥. 신세 진 놈이 다른 게임단을 차려?”
“네?”
“아, 아무것도 아니다.”
“보십쇼. 이 오토바이! 제가 어르신께 감사한 마음이 없었다면 이걸 왜 만들었겠습니까!”
“!??!?!”
유 회장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이,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