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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61화 (561/1,826)

§ 나는 될놈이다 561화

[엄청난 충격이 당신을 덮칩니다!]

[배가 완전히 박살납니다!]

크로포드는 비명과 함께 허공으로 떠올랐다.

[<마력 대체술>로 HP 대신 MP가 깎입니다.]

[<짙은 녹색 바람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HP가 완전히 회복됩니다!]

평소에 켜고 있던 스킬들과, 차고 있던 장신구의 보호 스킬로 목숨은 건졌다.

그렇지만 배가 완전히 날아간 게 뼈아팠다.

‘탈것을 꺼내면…… 아니, 그냥 순간이동하자. 괜히 또 공격 날아올라.’

-귀환지점으로 공간이동!

[현재 이 근처에서 공간이동을 쓸 수 없습니다! 강력한 마력의 흐름이 마법을 방해합니다.]

‘아차!!’

크로포드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다른 랭커들이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너무 여유를 부렸던 것이다.

갈르두 함대는 마법을 방해할 능력이 충분히 있었는데!

‘빌어먹을, 일단…….’

크로포드는 체력과 지구력 증가 마법을 걸었다. 전문은 아니지만 지금은 뭐라도 걸어야 했다. 그리고서는 포션까지 마셨다.

그런 다음에는…….

헤엄치기 시작했다.

첨벙첨벙!

지금 상황에서는 헤엄이 답.

일단 마법 방해 구역만 벗어나면 공간이동 스크롤로 도망칠 수 있었다.

* * *

“크로포드 놈 쌤통이다!”

“지금 우리, 마법 지원해 줄 마법사 사라졌거든?”

에반젤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제까지 계속해 오던 존댓말도 어디로 사라진 상황!

위급한 상황이 되면 사람의 본색이 나왔다. 에반젤린도 마찬가지였다.

“아, 아니. 그건 아는데 너무 재수 없었잖아…….”

“그건 그렇기는 해.”

“여러분. 10초 후면 스킬이 끝나는데……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스미스는 긴장되는 얼굴로 물었다. 그도 이 상황은 긴장되는 것이었다.

로이는 유 회장을 보며 강하게 말했다.

“어르신. 어르신은 저희랑 함께 가셔야 합니다!”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되나? 여기가 더 안전해 보이는데…….”

“아닙니다! 저희가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십억을, 아니, 어르신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방금 뭐라고 했나?”

“잘못 들으신 겁니다!”

“김 전무 이 인간이 정말……!”

자기가 현질한 건 잊고서 김 전무의 현질은 한심하게 쳐다보는 유 회장이었다.

* * *

“잘했어, 케인!”

“역시 케인이야!”

“케인 님 대단합니다!”

“……나 이제 너희들 칭찬이 좀 무서운데.”

케인도 슬슬 일행의 칭찬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약간 실험용 쥐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한테 마지막으로 보내주는 칭찬 같은 느낌!

“아니, 왜 그래? 잘했잖아! 무사하게 잘 나왔네!”

“스킬 1초만 늦게 썼어도 죽었을 거라고!”

투덜대는 케인과 달리, 태현은 저 멀리 수평선을 <괴물의 천리안> 스킬을 사용해 보고 있었다.

“……??”

“왜 그러세요?”

“케인은 도망쳐 나왔는데 저기는 왜 저렇게 난리가 났지?”

마법 폭발에, 해적선들은 배 하나를 둘러싸고 포위하고…….

꼭 누군가 다른 이들도 갈르두 함대에 침입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 맞다. 구출대.”

태현은 그제야 구출대를 떠올렸다. 설마 걔네들도 오늘 구출하려고 왔나?

“이런…… 미안하게 됐군.”

* * *

태현의 말을 들었으면 뒷목 잡을 사람이 여럿 있었지만, 다행히 그 사람들은 모두 정신없이 바빴다.

“10초 후면 스킬 끝난다. 바로 포위망 뚫고 달려서 탈출선으로 달려간 다음, 각자 전속력으로 몰아서 탈출하는 거야!”

“어르신은 누가 모시고 가지?”

“스미스가 모셔. 아무래도 여기서 스미스가 가장 버프 스킬이랑 방어 스킬이 많을 테니까.”

앨콧은 은근슬쩍 스미스에게 떠넘겼다.

실제로 스미스가 방어 관해서는 여기서 가장 뛰어나기도 했지만, 사실 유 회장이란 짐 덩어리를 들고 도망치고 싶지 않아서기도 했다.

어차피 성공하면 보상은 다 똑같이 받는데, 괜히 더 힘들게 갈 필요 있나!

“그러면 제가 하겠습니다.”

스미스는 상큼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앨콧은 속으로 생각했다.

‘얘는 어떻게 최상위권 랭커지? 이렇게 순진한 놈이…….’

“어…… 여러분?”

“왜 그래?”

로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탈출선이 모두 박살 났는데요…….”

“…….”

크로포드가 마법 난사를 하고, 해적들도 마법 대포를 쾅쾅 써댄 덕분에 박살 난 탈출선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었어도 몇 번 직격당하면 버틸 수가 없었다.

“뭐?!”

나름 침착하려고 애쓰던 앨콧이었지만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탈, 탈것. 탈것 꺼내면…….”

“안 됩니다. 탈것 꺼내 봤자 격추당할 겁니다. 탈것을 탄 상태에서는 방어를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스미스는 아직 정신줄을 붙잡고 있었다.

타고 온 소형선이라면 모를까, 탈것에 탄 상태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막으며 도망치는 건 무리였다.

내구도도 그렇고 스킬 쓰는 난이도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

“……배를 뺏자!”

“……?!”

에반젤린의 의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배를 뺏어서 도망치면 되잖아!”

“그게 뭔 미친 소리…… 잠깐, 그럴듯한데?”

앨콧은 솔깃했다.

평소라면 ‘그게 말이 되냐’라고 욕했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처하자 솔깃하게 들렸다.

“잠깐만요. 배를 어떻게 몹니까? 저는 항해 스킬이 없습니다.”

“나도 없는데.”

“저도…….”

랭커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 여전히 엎드려 있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보였다.

“야, 일어나!”

“힉! 살려주세요!”

“배 몰아, 이 자식들아! 안 몰면 여기서 던져 버린다! 몰아!”

-와아아아아!

-결계가 풀렸다! 들어가!

파파파팍!

화살이 날아오고 온갖 투척 무기가 날아왔다. 스미스와 에반젤린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섰다.

이런 시간에 버티는 것이야말로 탱커의 역할!

-중급 고대 박쥐 소환! 가라!

에반젤린은 박쥐 떼를 불러내 근처에 있는 해적들에게 닥치는 대로 뿌려댔다.

공격보다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다.

“에반젤린 씨! 힐 해드리겠습니다!”

“나 뱀파이어거든!”

“아, 아차!”

워낙 긴박한 상황이라 스미스도 실수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둘이 시간을 버는 사이 앨콧과 로이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협박해서 배의 조타륜을 잡게 했다.

“몰아! 몰라고!”

“으아아아! 그냥 포로로 남고 싶었는데!”

“닥치고 몰아, 좀! 아오!”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는데 성질을 긁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앨콧은 욕설을 퍼부으며 그들을 재촉했다.

끼이이익-

“저놈들 도망치려고 한다!”

“잡아라! 배를 붙여!”

해적들도 눈치를 챘는지 고함을 질러댔다. 그 순간 최민수가 앞으로 달려가 무언가를 집어 던졌다.

콰아아아아앙!

“뭐야?!?!”

“당신 이런 능력도 있었어?!”

“아, 아니. 저번에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 갔을 때 대장장이들한테 받아 놓은 폭탄인데…….”

“……!”

생각지도 못한 최민수의 활약. 그 활약에 다른 길드원들은 감탄을……

하지 않았다.

“아니, 이런 미친 인간 같으니!”

“그걸 들고 다녔다고? 미쳤어?! 배 날아가면 어쩌려고!”

바로 쏟아지는 욕설!

“안 터졌잖아!”

“운 좋아서 안 터진 거지 터졌으면 우리까지 같이 훅 갔잖아! 미친 거 아냐?!”

이제까지의 구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원망이었다.

앨콧과 로이가 당황해서 말릴 정도!

“진정해! 이 자식들아! 안 터졌잖아!”

“그걸 말이라고 하냐!”

“죽을래?”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앨콧이 무기를 들자 바로 되는 분노조절! 앨콧은 다른 길드원들을 조용히 만들고 말했다.

“그 폭탄 있으면 더 꺼내! 어서!”

“안 돼! 그거 잘못 터지면 우리까지 간다고!”

“그놈들 폭탄 쓰면 안 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발악했다.

그들은 최민수한테 폭탄을 건네준 대장장이들이 어떤 놈들인지 잘 알았다.

-하하. 여러분 요즘 힘드시죠? 맨날 밥만 먹고 게임만 하는 인간들이 레벨 높다고 시비 걸고. 그렇다고 같이 레벨 올리고 스킬 올려서 싸우기는 귀찮고.

-헉! 어떻게 내 마음을?!

-그런 당신에게 딱 어울리는! 노력 따위는 안 해도 고렙 플레이어들을 한 방에 보내 버릴 수 있는 요즘 핫 아이템!

-그게 뭐지!? 그게 뭔데!?

-바로 폭탄입니다!

-어…… 그거…… 기계공학 아이템 아냐? 기계공학은 실패랑 오작동 확률 높아서 갖고 가지다가 터진다고 하던데…….

-에헤이. 그거 다 헛소문입니다. 지금 여기가 태현 님 영지잖습니까. 태현 님이 쓰는 폭탄이 오작동하는 거 봤어요, 못 봤어요?

-근데 그건 김태현이니까 그런 거 아닌가…….

-일단 한 번 써봐! 공짜야, 공짜! 지금 받아 가면 1+9이라니까!

-어? 공짜? 그러면 한 번 써볼까?

공짜라면 뭐든지 받고 보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그들은 희생양이었다.

사악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의 희생양!

-음. 저 정도에서 터졌나. 이번 폭탄은 실패작이군.

-안타까운 희생이지만 어쩔 수 없는 희생이지.

-야, 이 개자식들아!!

-죄송합니다. 사과의 의미로 골드를…….

-……흠흠. 이번만은 넘어가 준다!

대장장이들이 챙겨 놓은 골드 덕분에 어떻게든 일은 마무리되었지만, 그 뒤로 폭탄을 받아 가는 길드원은 없었다.

어지간히 다급한 파워 워리어 길드원이 아니라면!

그리고 최민수는 그 소수에 속했다.

“최민수! 지금 당장 멈춰! 이제까지 우리가 했던 말들은 취소해 줄 테니까 당장 멈추라고!”

“최민수 씨! 멈추세요! 안 멈추면 앞으로 뒤에 ‘발’ 자 붙여서 부를 거야, 이 개자식아!”

최민수가 가방에서 우르르 폭탄 아이템들을 꺼내는 걸 본 길드원들은 기겁했다.

저게 터지면 어떻게 될지, 그들은 직접 몸으로 체험해 본 사람들이었다.

최민수는 맛이 간 눈동자로 외쳤다.

“시끄러, 이것들아!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냐!”

“그냥 자살을 해, 차라리!”

“자살을 하면 아이템 내구도나 멀쩡하지! 폭탄에 휘말리면 아이템도 박살 난다고! 우리는 사망 페널티보다 아이템이 더 중요한 거 몰라?!”

“시끄럽다! 에잇!”

최민수는 폭탄 아이템 설명도 읽지 않고 닥치는 대로 던졌다.

어차피 설명서 읽어봤자 ‘실패 확률 50%!’ 이딴 거만 쓰여 있을 텐데!

쾅! 콰콰쾅! 콰콰콰콰쾅!

효과는 매우 뛰어났다.

앞에 있던 해적선 하나가 그대로 반파되며 길을 드러내 준 것이다.

“우와아아! 살았어! 살았다고!”

“안, 안 터졌다! 진짜 안 터졌다!

“……내가 왜 이런 놈들하고 같이 다녔던 거지?”

유 회장은 광기에 찬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보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최민수는 기뻐하며 외쳤다.

“흑흑! 아키서스 신전에 꼬박꼬박 골드바치고 축복받았던 보람이 있어! 봐라! 안 터지잖냐!”

“골드를 바쳤다고?”

“미친 거 아냐?”

길드원들은 방금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신전에 골드를 바친다니. 파워 워리어 길드에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너희들이 그러니까 패배자인 거지! 난 크게 놀 거라고! 크게 놀려면 크게 투자를 해야지! 자! 간다!”

“그, 그만 던져! 길 만들어졌어!”

길드원들은 우르르 달려가 최민수를 붙잡았다.

그사이 그들이 타고 있던 해적선은 삐걱거리며 출발하기 시작했다.

“됐다! 출발했어!”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거 같아!”

스미스는 각종 스킬들을 연달아 쓰며 해적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버텼다.

‘점점 레벨이 높아지고 있다!’

처음에 싸운 해적 전사들은 레벨 100 초중반인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100 중후반인 느낌이었다.

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정말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

“속도가 너무 느려! 어떻게 좀 늘려봐!”

“내려가서 노 저을까요?”

“그게 퍽이나 먹히겠다!”

“좋은 생각이 있어!”

“뭔데?”

“배 뒤에 폭탄을 던지면 반작용으로…….”

“저 미친놈 붙잡아!! 저거 진짜 대체 왜 이래!”

“최민수 씨ㅂ…… 아니, 최 씨! 정신을 차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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