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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59화 (559/1,826)

§ 나는 될놈이다 559화

자해공갈!

태현이 노리는 건 바로 그거였다.

“그거 완전 자해공갈…….”

“어허. 조용히 해.”

케인이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해공갈 맞잖아…….’

태현한테 몇 번이고 속은 갈르두는 눈이 뒤집혔을 테니, 태현만 보면 일단 한 방 갈기고 볼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태현은 ‘아니! 저놈이! 우리 우르크 해적을 공격하다니! 저놈이 저런 놈입니다, 여러분!’ 하면서 여론을 몰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 갈르두가 어디 있느냐였다.

갈르두 같은 보스 몬스터의 위치는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태현이 이다비한테 부탁하기는 했지만 태현도 크게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단서 수준?

파워 워리어 길드원 숫자를 생각해본다면, 어느 마을 구석에 갔다가 갈르두 함대를 목격한 길드원이 있을 수도 있었다.

“찾았어요!”

“오. 벌써? 어떤 단서야?”

“아뇨. 위치를요.”

“?!?!”

태현은 오랜만에 놀랐다.

* * *

-갈르두의 위치 구함!

……이런 길드 내 공지를 보고서, 파워 워리어 길드원인 최민수와 다른 길드원들은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아무래도…….”

“우리를 노린 거 같죠?”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절묘했다.

마치 그들을 정확하게 노리고 올린 것 같은 공지!

“그, 그렇지만 우리 뭐 찔리는 거 없잖아요.”

“길마님한테 보고 안 하고 여기 있기는 하지…….”

유 회장과 같이 낚시하러 왔다가 갈르두한테 납치되어서 끌려가고 있다는 걸 보고하기는 좀 그랬다.

체면도 체면이지만 애초에 그들이 욕심을 부려서 사실을 숨겼던 것이다.

왜냐하면 사실을 말할 경우 다른 수많은 길드원들이 ‘나도! 나도 할래!’ 하면서 몰려왔을 테니까!

원래 맛있는 건 혼자 먹어야 하는 법이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그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이건 들킨 건가?”

“들켰으니까 이러는 거겠지. 길마님 뒤끝이 얼마나 심한데.”

“에이, 우리 길마님은 그래도 다른 길드 길마보다는 훨씬 착하지 않아요?”

“그거야 그렇긴 한데 절대 뒤끝이 없는 사람은 아닌…… 잠깐, 너 이 자식 왜 길마님 칭찬이야. 설마 네가 밀고했냐?!”

“뭐, 뭐라고요?!”

“네가 첩자지! 아무리 길마님이라고 해도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알 리 없잖아!”

“이 사람이 자기가 실수란 실수는다 해놓고서 남 첩자로 모는 거 봐!”

결국 멱살을 잡는 둘!

그러나 둘은 PVP까지 가지는 않았다.

서로 스스로가 약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헉, 헉헉…… 이쯤에서 넘어가 주도록 하지…….”

“저야말로…….”

추한 말싸움의 끝!

다른 길드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 인간들을 믿어도 될까?’

‘그냥 길마님한테 말하고 자수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내 생각도 그래.’

‘그렇다면……!’

모두의 생각이 일치하자, 남은 건 하나뿐이었다.

-길마님!!

-길마님!!!! 헉, 이 자식이?!

-길마님! 제가 가장 먼저 보냈어요! 다른 놈들 말 듣지 마세요! 제 말부터 들어주세요!

누가 누가 더 빨리 신고하나 승부!

가장 먼저 신고한 사람만이 용서받을 수 있다!

아직 지금 상황을 눈치 못 챈 멍청이들을 제외하고, 서로가 신고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길드원들은 서로를 밀쳐내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저놈이 길마님 욕했어요! 뒤끝 심하다고 욕했어요!

-저, 저 자식은 저번에 퀘스트에서 나온 1골드 떼어먹었어요!

-…….

이다비는 어이가 없긴 했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런 일은 파워 워리어 길드에서는 언제나 있었던 일이었으니까.

-다 이해해.

-길마님……!

-역시 길마님밖에 없습니다! 흑흑!

-욕심부려서 죄송해요! 다시는 욕심 안 부릴게요!

그러나 이다비는 냉정했다.

이런 면에서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사람이 이다비!

파워 워리어 같은 길드를 이끌어가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한 명 빼고는 전부 다 처벌이야. 규칙이니까.

-……!!!

-그러면 누구를 빼줄까…….

-저요! 저요! 저요!

-제가 갖고 있던 골드를 바치겠습니다!!

-너 골드라고 해봤자 10골드도 없잖아! 저는 제가 갖고 있는 골드를 다 바치고 덤으로 여기 있었던 일까지 100% 고발하겠습니다!

최민수와 싸우던 길드원은 갑자기 다른 길드원들이 조용해지자 의아해했다.

얘네들이 왜 이러지?

그들은 곧바로 깨달았다.

이 자식들 지금 이르고 있구나!

“야! 너희들 지금 뭐 하고 있냐!”

“이 자식들 치사하게 혼자만!!”

* * *

결국 이다비는 완벽하게 지금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어르신은 어쩌다가 거기 끌려가 계신대?”

태현도 황당한 상황!

“구하실 건가요?”

“우리가 그 정도로 친하지는…….”

“…….”

이다비가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태현은 민망한 듯이 흠흠 헛기침을 했다.

“뭐 어차피 싸우다 보면 알아서 도망칠 수 있으실 거야. 거기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있다면서.”

“저희 길드원들은 좀…….”

“…….”

이번에는 태현이 이다비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 그래도 구출대가 조직됐대요.”

“……뭔 구출대?”

태현은 황당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어르신 아는 분이 구출대를 조직했다는데…….”

“아. 그럴 수 있겠군.”

유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태현이었기에 납득이 갔다.

“어휴. 윗사람이 멍청하게 잡히니까 아랫사람이 고생이네.”

유 회장이 들었다면 분노했을 소리!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근데 구출대는 누구길래? 갈르두한테 잡혔는데 갈 정도면 보통 플레이어로는 무리일 텐데.”

“설마 먹튀는 아니겠죠?”

이다비는 유 회장이 사기당한 게 아닐까 걱정했다.

유 회장의 정체를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순진한 걱정!

“걱정 마. 먹튀 당할 만한 사람이 아니거든.”

“……?”

“어쨌든 구출대도 조직됐다고 하니까 마음의 짐이 좀 덜어지네. 내 일에 집중할 수 있겠어.”

언제는 마음의 짐을 가졌다고 태현은 뻔뻔하게 말했다.

갈르두의 위치도 찾았겠다, 남은 건 가서 한 대 맞고 튀는 것뿐.

“근데 가서 맞고 도망칠 수 있나?”

“그러게요. 그때도 갈르두 엄청 무서웠는데…….”

“음. 확실히 그건 그래.”

아키서스 관련 스킬들을 써서 회피할 생각이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갈르두의 함대는 무시무시했다.

현재 플레이어로는 잡을 수 없는 수준의 보스 몬스터가 바로 갈르두!

플레이어들의 목격담은 대부분 ‘항해하다가 갈르두 만나서 바로 죽었어요 ㅠㅠ’나 ‘갈르두가 왕국 해군 배 침몰시키고 갔어요’ 같은 거였다.

‘레벨이 300은 기본으로 넘기겠고 400…… 도 넘기려나? 설마 500까지 가진 않겠지. 500 넘기면 정말 뭔 짓을 해도 못 잡을 텐데.’

확실히 대비책 하나만으로는 좀 걱정이었다.

태현이 이제까지 수많은 원수를 만들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언제나 만약의 상황을 대비했기 때문!

“음, 그런데 맞기만 하면 되는 거죠? 꼭 태현 님이 가서 맞을 필요가 있나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갈르두가 눈이 뒤집혀서 공격을 하려면 태현이 직접 가야 했다.

안 그러면 갈르두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냥 태현 님이 있다고 생각만 해도 되지 않나요? 그때 원한 보면 태현 님 이름만 말해도 죽이려고 덤벼들 거 같은데.”

“흠…….”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그를 사칭하자고?

확실히 육지도 아니고, 배에 탄 상태에서는 멀어서 제대로 얼굴도 보이지 않을 테니 사칭을 해도…….

“흐으음…….”

태현은 케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케인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는 외쳤다.

“나는 김태현이다! 나는 김태현이다!!”

“뭐, 뭐 하는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최상윤이 당황해서 물었다.

“앞으로 할 거 연습한다.”

* * *

“저런 훌륭한 노예 같으니! 펠마스가 저걸 보고 배워야 하는데!”

갈락파드는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인은 포기한 얼굴로 준비하고 있었다.

“케인 씨 요즘 반쯤 포기한 표정인데요.”

“케인한테 좀 잘 대해줘야겠다.”

태현과 이다비는 뒤에서 수군거리며 대화했다.

‘이 자식들…… 다 들리거든…….’

포기한 마음도 울컥하게 만드는 저 둘!

“잘 들어. 밤에 접근하는 거야. 그게 훨씬 더 살 확률이 높을 테니까. 우리는 조각배에 타고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이 해적선을 그대로 몰고 가서 내 이름을 사칭해. 그런 다음에는 <주인님, 어디 계십니까> 스킬로 나한테 날아오면 되고.”

계획은 그럴듯해 보였다. 케인은 순간 혹했지만,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아니야! 이런 거에 속으면 안 돼!’

언제나 계획은 틀어졌다. 이런 거에 또 속으면 바보나 마찬가지!

‘분명 또 계획이 틀어져서 나는 해적들한테 잡히거나 하겠지!’

“너, 이상한 생각 하고 있지?”

“아, 아니거든.”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계획대로 행동해. 해적 놈들이 우리 깃발 단 해적선을 침몰시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어그로만 끌고 튀라고. 알겠지?”

“알겠어.”

“좋아. 별다른 변수만 없으면 잘 해결될 거야.”

* * *

“역시 밤입니다.”

“확실히 밤이 낫겠지.”

“확실히 밤이…….”

구출대 플레이어들은 의견을 나누고서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런 구출에 가장 좋은 시간대는 밤!

해적선들도 멈춰서 쉬고 있을 테고, 경계도 많이 줄었을 테니 랭커인 그들이 접근하기는 수월했다.

“여기서 갈르두 만나본 사람이 크로포드 씨였던 걸로 아는데, 맞습니까?”

“맞아. 남쪽 대륙 가려고 배 탔는데 갑자기 미친 듯이 쫓아오더라고.”

크로포드는 그때를 떠올리며 눈썹을 찌푸렸다.

갈르두가 뭘 잘못 먹었는지 미친 듯이 쫓아왔고, 덕분에 아껴뒀던 공간이동 스크롤도 써야 했던 것이다.

그거 하나가 얼만데!

“여기서 은신 스킬 높은 건 앨콧 씨와 로이 씨일 테니 두 분이 잠입을 맡아주십시오. 괜찮겠습니까?”

“흥. 어쩔 수 없지.”

“저, 저는 괜찮습니다.”

“저와 에반젤린 씨는 중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들어가겠습니다.”

앨콧과 로이가 잠입. 그리고 탱커 역할인 스미스와 에반젤린이 중간에서 대기.

문제가 생길 경우 둘도 해적선 위로 올라가 크게 날뛸 생각이었다.

최상위권 랭커이자 탱커인 둘이라면 충분히 해적선 위에서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크로포드 씨는 가장 뒤에서 대기하고 계시다가…….”

“알고 있어. 문제가 생길 경우 닥치는 대로 날려 버리면 되겠지.”

화염술사인 크로포드의 화염 마법은 위력이 엄청났다.

그 마법을 해적선들에게 닥치는 대로 날리면 밤에 엄청난 소란이 일어날 것이다.

“갈르두와 정면 승부는 힘들 겁니다. 무리해서 보스 몬스터를 잡을 생각은 하지 말고 맡은 일만 착실하게 해내도록 합시다.”

스미스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여기 있는 전원이 랭커.

한 번 죽으면 그만큼 페널티가 심각했다.

그런데도 이런 자리에 있다는 건 모두 죽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가 분명했다.

어떤 방법이든 간에 이 자리에서 자기 목숨은 건져서 빠져나갈 자신!

에반젤린은 속으로 생각했다.

‘맡은 일도 맡은 일이지만 덤터기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갑자기 태현이 떠올랐다.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바로 사람을 끝까지 착취해 먹는 악독한 인간!

어디를 가든 절대 손해 보면서 살지는 않을 것 같은 인간.

지금 바로 필요한 건 태현 같은 태도였다.

‘여차하면 망설이지 말고 먼저 도망쳐야겠어.’

더 이상 호구처럼 살지 않을 거야!

에반젤린은 그렇게 다짐했다. 당한 건 당한 거지만 태현의 방식은 매우 배울 점이 많았다.

판온은 김태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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