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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58화 (558/1,826)

§ 나는 될놈이다 558화

“이, 이게 뭐야! 너무 심하잖아!”

안 그래도 악마의 피가 반쯤 섞인 저주 때문에 겉모습이 변했는데, 거기서 블랙 드래곤의 비늘까지 추가되자 정말 기묘한 겉모습이 완성되었다.

그걸 본 최상윤이 중얼거렸다.

“어째 점점 더 인간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은데…….”

“너희들이 마시라고 부추겼잖아!”

“하하하. 그랬었나? 기억이 잘…….”

최상윤은 능글맞게 넘어갔다.

뿌우우우-

“……?”

“……??”

뒤에서 들리는 나팔 소리! 태현 일행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웬 처음 보는 해적선 한 척이 따라오고 있었다.

“뭐냐, 저건?”

“우리 해적단인가?”

“아니다.”

카다 해적단의 해적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카다 해적단의 배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면 누군데?”

“여기 앞바다에 해적이 우리만 있는 줄 아냐? 다른 해적 놈들이겠지. 해적들끼리는 서로 공격 안 하는 불문율이 있으니 신경 안 써도 된다.”

해적의 말을 듣던 이다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태현 님. 태현 님.”

“왜?”

“태현 님이 지금 부선장 아닌가요?”

“그렇지?”

“그러면 저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않나요?”

“그러네. 야. 너 이리 와봐.”

“왜, 왜 그러십니까?”

자연스럽게 바뀌는 말투! 그러나 태현은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부선장인데 넌 위아래도 모르냐?”

“아, 아니. 제가 원래 못 배워먹은 놈이라…….”

“못 배워먹었다니. 그런 네게 특효약이 있지. 자. 이 스프를 마셔봐라.”

“……!!!”

해적은 질색했다.

아까 노잡이 노예로 팔려온 상인들에게 이상한 걸 먹이는 걸 보고서 ‘새로 온 부선장 놈은 굴러들어 온 주제에 미친 짓까지 하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에게까지 마수가 뻗친 것!

“아닙니다! 앞으로는 배워먹겠습니다!”

“그런 기특한 너를 위한 수프다! 마셔라!”

스타우까지 신이 나서 수프 그릇을 들고 입가에 들이밀었다.

죽이고 싶다!

해적은 스타우를 노려보았지만 스타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해적!

그 해적을 구한 건 뒤에서 나타난 다른 해적선이었다.

“어이! 어이!”

“뭐야?”

“어? 못 보던 얼굴인데. 신입인가?”

“새 부선장이다.”

“????”

태현의 말에 해적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얼굴도 못 보던 놈이 부선장?

“어, 어쨌든 너희도 지금 회의 장소에 가는 거겠지? 갈르두 건으로?”

“어.”

“역시 너희도 위대한 대해적 갈르두 님과 손을 잡는 것에 찬성하겠지? 그분의 야망을 듣고 감탄했다니까! 어떻게 그렇게 원대한 계획을…….”

“…….”

“…….”

태현은 다른 사람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 공격! 공격!”

“!?!?!?”

“너희 미쳤…… 컥!”

태현은 바로 머스킷을 꺼내 한 방 쏜 다음 재빨리 용용이를 꺼내 붙잡고 날아서 해적선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대만불강검을 꺼내 휘둘렀다.

촤아악!

-공격의 원!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압도적인 데미지가 들어갔습니다. 노련한 해적 전사가 치명상을 입고 쓰러집니다!]

[신참 해적 전사의 방어구를 무시하고 베어버리는 데 성공합니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안 그래도 옵션 때문에 공격 속도가 빨라졌는데 일정 확률로 방어 무시 데미지까지 들어가니, 한 방 이상을 버티는 해적 전사들이 없었다.

-크아악! 이런 미친!

-저 자식을 막아!

공격의 원까지 키고 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베어대자 무슨 풍차처럼 해적들이 날아갔다.

“뭐야?! 그거 대체 뭐야?!”

뒤따라온 최상윤은 미친 듯이 날뛰는 태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검 자체는 평범하게 생겼는데 해적 전사들을 무슨 무채 썰듯이 뎅겅뎅겅 잘라내고 있었다.

아무리 태현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검술 스킬 같은 건 전투 직업인 최상윤이 나을 줄 알았는데, 그 상식을 뛰어넘는 폭딜!

심지어 해적 전사들은 레벨도 낮아 보이지 않았다.

‘장비 보니까 130은 넘는 거 같은데?! 이렇게 쉽게 잡을 수가 있나?’

쿵!

그사이 케인도 넘어오는 데 성공했다.

“으악! 괴물이다!”

“괴, 괴물!”

“…….”

해적들의 반응에 케인은 살짝 상처 입었다.

그가 지금 악마 저주에 블랙 드래곤의 비늘까지 달고 있긴 했지만 괴물은 좀 너무하지 않나?

태현은 검을 휘두르다가 케인을 보고 멈칫했다.

“헉. 몹인 줄 알았네.”

“야!!!”

“아니, 네가 흉측하게 생긴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

태현은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해적들이 무너져 내렸다.

-으악! 크아악!

“에이씨…… 흑흑…….”

-죽어라! 괴물!

“괴물 아니라고 이 자식아!”

쾅!

[블랙 드래곤의 비늘이 상대방의 무기를 튕겨냅니다.]

[해적 전사가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

단순히 들이받았는데 추가 효과가 뜨는 걸 보고 케인은 놀랐다.

어라? 설마 좋은 건가?

-죽어! 이 괴물!

파파팍!

등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들. 케인은 방어 스킬을 쓰지 않고 팔로 막아내 보려고 했다.

투투퉁-

[블랙 드래곤의 비늘이 상대방의 화살을 튕겨냅니다.]

“오옷!”

생각지도 못한 물리 공격 내성!

케인은 기뻐하며 달려들었다. 좀 괴물 같으면 어떠냐! 성능만 좋으면 그만이지!

그러는 사이 최상윤은 태현의 무기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야, 그 무기 대체 뭐냐?”

“어? 이거? <대만불강검>이라고 있다.”

“엄청 강해 보이는 이름이다!”

최상윤은 줄여 쓴 이름이라는 걸 모르고 감탄했다.

“나도 이런 거 하나 만들어줘! 재료 뭐 필요하지?”

“응? 한번 써보고 싶으면 써봐.”

“뭐? 진짜?”

“어. 어차피 많으니까.”

“???”

많다는 건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준다니 감사히 받았다. 최상윤은 무기를 장착했다.

대장장이 기술 제한과 기계공학 기술 제한이 있는 무기였지만 최상윤도 검술 관련 직업이라 페널티를 받고 검을 들 수는 있었다.

“간다!”

서걱!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방어구를 무시하고……]

[급소를 노리고……]

“……!”

한 번에 해적 갑판장을 갈라버리는 위력! 최상윤은 눈을 크게 떴다.

최상위권 랭커들이 들고 다니는 전설 등급 무기와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무기였다.

‘아니, 이 자식은 대장장이도 아니면서 이걸 어떻게 만들었지?’

감탄하는 사이 메시지창이 떴다.

[장비의 내구도가 크게 하락합니다.]

“어?”

[장비가 파괴됩니다!]

“어어어???”

“아. 자식. 거 무기 좀 잘 쓰지. 왜 이렇게 험하게 다뤄?”

태현은 <대만불강검>을 부숴 먹은 최상윤을 구박했다.

최상윤은 엄청나게 미안해졌다. 이렇게 좋은 무기를 망가뜨리다니!

“미, 미안. 물어줄게!”

“됐어. 애초에 그거 부서지는 거 감안하고 쓰는 거야. 내구도가 낮거든.”

“몇인데?”

“15였나…….”

“…….”

미안한 마음이 싹 사라지는 내구도!

어디서 그런 내구도를 가진 종잇장 같은 무기를…….

‘응? 근데 저 자식은 멀쩡히 계속 쓰고 있는데?’

태현이 휘두르는 검은 날이 상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해적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저거는 다른 무기인가? 아닌데? 똑같이 생겼는데? 설, 설마…… 저 자식, 저 내구도를 갖고서 무기가 상하지 않게 쓰고 있는 건가?!’

최상윤은 깜짝 놀랐다.

판온에서는 무기를 쓸 때 각도를 맞춰서 아주 잘 휘두르면, 내구도가 더 적게 감소한다는 말이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상이었고, 그런 걸 신경 써서 무기를 휘두르는 미친놈은 없었다.

온갖 스킬들이 날아다니고 몬스터들이 덤비는 전장에서 그런 걸 하나하나 신경 썼다가는 제대로 싸울 수 없는 것이다.

그냥 쓰고 나서 수리하는 게 훨씬 나았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저런 종잇장 같은 무기라도……!

‘대, 대단해!’

‘저 자식 뭔가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태현은 최상윤의 눈빛이 뭔가 이상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놈들!!!!”

“……!”

[파므락 해적단의 선장, 파므락이 나타났습니다!]

[해적 선장의 포효 스킬을 사용합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

[칭호:공포를 모르는 자를 갖고 있습니다. 저항에……]

“보스 나왔다! 준비ㅎ…….”

최상윤은 케인을 보며 다급히 말했다.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해적!

거대한 덩치에 양손에는 묵직해 보이는 외날검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탱커인 케인이 앞에서 막아주는 사이 딜을 넣어야 했다.

그러나 말거나 태현은 앞으로 달려나갔다.

“……?”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치명타 폭발!!

“크아아아아아아악!”

<대만불강검>을 사용한 폭딜이 들어가자 파므락이 비명을 질렀다.

한 번에 HP가 80% 넘게 날아간 것이다. 어마어마한 데미지였다.

“말도 안 되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태현은 찔러 들어간 검날을 비틀며 스킬을 사용했다.

-칼날 폭파!

콰아아앙!

대만불강검이 빛을 내며 폭발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엄청난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파므락이 쓰러집니다!]

[아탈리 왕국의 현상금 수배자, 파므락을 쓰러뜨렸습니다. 아탈리 왕국에 가서 파므락의 머리를 바칠 경우 현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검 하나로 보스 몬스터와 잡다한 부하들을 슥삭!

태현은 휘파람을 불었다. 이 정도면 그 고생을 해서 만든 보람이 있었다.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뭐라고?”

“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뒤에 있던 부하 해적들이 경악해서 말했다. 그 와중에 태현이 쳐다보자 급히 말을 바꾸는 건 덤이었다.

그만큼 먹기 싫었던 스타우의 수프!

“왜? 해적인데 해적질 좀 할 수 있지.”

“해적들끼리 싸우면 안 된단 말입니다!”

“싸우면 어떻게 되는데?”

“다른 해적들이 공동의 적으로 지정할 겁니다!”

“근데 어차피 다 죽었잖아. 아무도 모를걸?”

“……!”

타고난 해적 감성!

태현의 논리에 뒤에 있던 케인은 감탄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불문율은…….”

“해적이면서 뭘 그런 걸 신경 쓰고 그래. 회의도 그렇고 너희 해적 맞냐?”

“이건 신성한 전통입니다! 선장님께서도 아시면 화를 내실 겁니다!”

“아닐걸?”

* * *

“……그래서 놈들이 갈르두에게 매수된 비겁한 배신자, 첩자, 쓰레기 같은 놈들이란 걸 깨닫고 눈물을 머금고 검을 뽑았습니다.”

“오오! 그런 건가! 역시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어! 그 정도 의기는 있어야지, 해적이!”

“…….”

“…….”

해적 부하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카다는 태현을 칭찬했다.

이미 눈에 제대로 씐 콩깍지!

“우리가 골드가 없지, 자존심이 없냐! 어디서 갈르두같이 여기서 놀지도 않는 해적 놈이 와서 행패야!”

“선장님. 그런데 그 불문율이란 거 말입니다.”

“응. 그게 왜?”

“만약 갈르두가 여기 와서 다른 해적들을 공격하면 그놈들이 불문율을 어기게 되는 겁니까?”

“당연하지! 아무리 갈르두라도 여기 와서 우리의 규칙을 어길 수는 없다!”

“아하! 그렇군요!”

태현은 손뼉을 쳤다.

“혹시 새로 나포한 저 배는 저희가 몰아도 되겠습니까?”

“우리 부선장에게 그 정도도 못 해줄까. 마음대로 하도록!”

“감사합니다!”

“읍읍읍??”

펠마스는 당황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는 여기 갇혀 있는데 태현은 왜 다른 배로 간단 말인가?

“선장님. 이 배를 새로 받은 김에 잠깐 주변을 정찰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좋도록 해라! 으하하!”

카다의 말이 끝나자 태현은 급하게 새로 얻은 해적선으로 돌아왔다.

“이다비. 혹시 정보 좀 찾아줄 수 있어?”

“어떤 정보요?”

“갈르두가 어디 있는지.”

“그런 정보는 찾기 힘들 텐데요…… 만약에 찾는다 쳐도, 어떻게 하시려고요? 피하시려는 거면 그냥 지금 도망치는 게 낫지 않나요?”

“아니. 피하려는 게 아니라.”

“……?”

“가서 한 대 맞아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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