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557화
“보내주십시오!”
“엉엉! 먹고 싶지 않습니다!”
“내 성의를 무시할 셈이냐! 먹어라! 인간 놈들!”
스타우는 상인들이 먹기 싫어하자 벌컥 화를 냈다.
진정한 요리도 모르는 이 무식한 놈들!
케인은 친절하게 상인들의 양팔을 붙잡았다.
“자! 고블린! 먹이라고!”
“잘했다. 인간! 크흐흐흐…… 마셔라. 인간 놈들!”
“……너 너무 사악한 거 아니냐?”
케인은 스타우의 사악한 웃음에 움찔했다. 얘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괴식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스타우에게 <비전의 하급 들풀 독 수프> 레시피를 배웠습니다.]
“아직이다, 아직! 지금부터 시작이다!”
“끄르르륵…….”
상인들은 중독 상태에 빠져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지만, 스타우는 해독제를 입에 던져 넣은 후 다음 요리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괴식 요리의 세계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봐라, 인간. 괴식 요리의 단점은, 알지 못하는 놈들은 쉽게 먹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건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태현의 지적은 무시하고 스타우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이런 알지 못하는 무식한 놈들도 먹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설마 멀쩡한 요리?”
“아니다. 그러면 괴식 요리가 아니지! ‘겉만 멀쩡한’ 요리다!”
“…….”
점점 더 범죄자의 수법처럼 바뀌어 가는 괴식 요리 스킬!
[<겉모습 위조> 스킬을 배웠습니다.]
<겉모습 위조>
일단 모양만 좋게 만들고 보자! 다른 요리의 겉모습을 그대로 따라 한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물론 그 속 내용은 다르지만요.
“자, 해봐라!”
[<겉모습 위조> 스킬을 사용합니다.]
[중급 요리 스킬을……]
[중급 괴식 요리 스킬을……]
[행운의 요리 스킬을……]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괴식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아니야! 아직 멀었어!”
“뭐? 이 정도면 잘되지 않았나?”
온갖 보너스로, 처음 쓰는 스킬인데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그러나 스타우는 고개를 저었다.
“자, 봐라!”
스타우는 <파리가 앵앵 날리는 썩은 고깃덩이>를 꺼냈다. 그리고는 쉭쉭 칼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먹음직스러운 햄 슬라이스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저 요리의 정체를 파악합니다. 우엑!]
태현은 경악했다.
저 정도까지 가능하단 말인가!
사실 괴식 요리의 세계는 스타우의 말대로 깊고 넓은 게 아닐까?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인간! 그것이 진정한 괴식 요리의 시작점이다.”
남이 먹기 싫어하는 걸 억지로 먹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태현은 그걸 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놈을 영지 요리사로 일하게 하면, 재료를 적게 쓰더라도 플레이어들이 만족하지 않을까?’
악덕 식당 주인 같은 발상!
재료를 적게 쓰고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자. 다음은 <요리에 시한폭탄 독 넣기> 스킬이다. 이건 내가 기계공학 스킬에서 영감을 얻은 요리법인데, 요리에서 독이 언제 터질지 정할 수 있지.”
“……이, 이게 요리라고? 암살법 아닌가?”
“아니야! 이걸 알아야 독을 넣고서도 통제를 할 수 있단 말이야!”
태현은 알지 못했지만(다른 요리사 플레이어들도 몰랐다. 괴식 요리를 파는 플레이어는 없었으니까), 지금 스타우가 알려주는 스킬들은 괴식 요리의 비전 스킬들이었다.
다른 직업으로 따지자면 스킬 하나 얻기 위해 길고 긴 퀘스트를 깨야 하는 수준!
그렇지만 스타우는 아낌없이 퍼줬다.
“인간. 다음은 <비장의 몬스터 정수 만들기>다. 가끔 시간이 없을 때면 처음부터 괴식 요리를 할 여유가 안 나지. 그때 쓰는 게 이 정수다. 한 방울만 넣어도 괴식 요리가 만들어지는 정수!”
스타우는 작은 병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안에서 검고 끈적이는 게 찰랑이는 걸 보자 섬뜩했다.
[이미 <비장의 몬스터 정수>와 비슷한 아이템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스킬 레벨이 빠르게 오릅니다.]
“……!”
“인간, 너는 해본 적이 있군! 역시……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어!”
스타우는 뛸 듯이 기뻐했다.
성격이 좀 더럽긴 하지만 태현은 확실히 <괴식 요리>에 타고난 인재였다.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요리 대회에서 <신 잡아먹는 괴물의 점액질> 넣었다고 이러나?’
물론 전적이 있긴 했지만 스타우랑 비슷한 놈이라고 판온 시스템에게 인정받으니 뭔가 억울했다.
내가 요리에 개판을 치긴 했지만 그래도 스타우 같은 놈하고는 다르다고!
‘……음. 내가 생각했지만 설득력이 없는 것 같긴 해.’
“자. 이 몬스터 정수의 효능을 보여주지. 먹어봐라!”
“으아악! 이제 싫어! 이제 싫다구!”
“……?!”
상인 중 한 명이 그릇을 입가에 가져가자 상인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설마 상인이 반항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케인은 상인을 대충 잡고 있었다.
그 결과……
“컥! 커헉!”
상인이 쳐낸 그릇이 케인의 입가에 작렬!
“아오! 이 자식이 진짜!”
케인은 더럽게 쓰고 역겨운 맛에 발버둥 쳤다.
[<비장의 몬스터 정수>를 마셨습니다.]
[끓어오르는 오크의 힘이 당신을 휘감습니다!]
“……?!”
“왜 그래?”
“김, 김태현! 이거……!”
케인은 메시지창을 설명했다. 그걸 들은 태현은 깜짝 놀랐다.
-스킬 확인.
<비장의 몬스터 정수 만들기>
몬스터의 힘이 응축된 끔찍한 맛의 정수를 만듭니다. 이 정수를 먹을 경우 몬스터의 힘을 일정 시간 동안 빌릴 수 있습니다.
“……!”
이렇게 좋은 스킬이었다고?
아니, 생각해 보니 좋은 스킬인 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스타우는 고블린 부족에서 가장 뛰어난 요리사였고, 보통 이런 NPC가 전수해 주는 스킬은 엄청나게 좋은 스킬이거나 비전 스킬일 가능성이 높았다.
‘……겉모습 때문에 살짝 속았군.’
스타우가 ‘이 스킬을 얻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퀘스트를 해와라!’이랬다면 태현도 ‘헉 이거 정말 좋은 스킬인가?’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스타우는 ‘흑흑 너 말고 배울 사람이 없어! 제발 배워줘!’라고 나왔으니 태현도 ‘뭐 얼마나 쓸모없길래 이렇게……’ 싶었던 것이다.
“힘이! 차오른다!”
케인은 힘과 체력 스탯이 올라간 걸 느끼며 힘차게 상인들의 멱살을 잡고 뒤흔들었다.
“으아아악! 잘못했어요!”
“너희 때문에 내가 저걸 먹었잖아! 어!”
그러는 동안 태현은 저 스킬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했다.
몬스터의 힘을 빌릴 수 있다는 건 그 특성에 따른 버프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어떤 몬스터인지가 매우 중요했다.
케인이야 오크 정수를 먹었으니 오크 관련 버프를 받은 모양인데, 다른 몬스터를 이용하면…….
‘뭐 좋은 몬스터 없나?’
생각해 보니 강한 몬스터를 구하는 것도 은근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제까지 몬스터 잡았을 때 골드로 안 바꾸고 좀 챙겨놓을 거 그랬나…….’
-주인님. 주인님.
“……?”
흑흑이가 말을 걸어오자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러지?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먹어도 됩니까?
“아냐. 저거 먹는 거 아니야…… 잠깐만.”
태현은 흑흑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일단은 얘도 블랙 드래곤이지?’
몬스터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것이 바로 드래곤!
드래곤 비늘 조각만 올라와도 경매장이 들썩들썩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판온에서 아직 멀쩡한 드래곤을 잡은 플레이어는 없었으니…….
-왜,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시는 거죠? 저는 아무 잘못도 안 했습니다! 일 열심히 했어요!
“흑흑아.”
-안, 안 먹을 테니까 뭐라고 하지 마십쇼!
“꼬리만. 꼬리만 좀 담그자.”
“……네?”
* * *
케인과 정수혁, 최상윤은 입을 떡 벌리고 태현이 하는 짓을 구경하고 있었다.
세상에 저런 놈은 진짜 처음 본다!
자기 펫으로 몬스터 정수를 만들려고 하다니!
-주인님…… 흑흑…….
“아. 시꺼. 물 온도는 괜찮지?”
-괜찮긴 합니다만…… 기분이…….
흑흑이는 지금 덩치를 키우고 꼬리만 솥에 담그고 있었다.
마치 육수를 우려내는 것 같은 모습!
이다비와 스타우는 감탄했다.
“저런 활용법이 있네요!”
“어떻게 저런 방법을! 역시 내가 괴식 요리의 후계자로 점찍은 인간답다!”
[몬스터 정수는 더 많은 부위, 더 중요한 부위를 사용할수록 효과가 강해집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부위는 꼬리입니다. 효과가 많이 약합니다.]
‘뭐 어쩔 수 없지.’
흑흑이한테 아무 피해도 안 가고 끓이는 대신 효과가 약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블랙 드래곤으로 몬스터 정수를 만듭니다.]
[요리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괴식 요리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몬스터들의 왕, 드래곤을 요리 스킬에 사용하다 보니 스킬도 팍팍 올랐다.
[교단의 마수가 요리에 사용당한 것에 사디크 교단이 분노합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카르바노그가 좋아합니다.]
사디크는 싫어하고, 아키서스는 좋게 평가하고, 카르바노그는…….
‘아, 진짜 신경 쓰이네.’
아예 조각상이라도 만들어서 아키서스 교단 신전 건물 구석에 놔주면 메시지가 그만 뜨려나?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흑흑이의 꼬리를 우려냈다.
[<비장의 몬스터 정수>가 완성되었습니다!]
비장의 몬스터 정수:
블랙 드래곤의 힘이 담겨 있는 몬스터 정수입니다. 정말 미약하지만…….
복용 시 일정 시간 동안 블랙 드래곤의 힘 사용 가능.
“으음. 약한데. 흑흑아. 혹시 몸 전체를 담글 생각은…….”
-으흑흑흑! 주인님께서는 제가 블랙 드래곤이라고 차별하시는 것 같습니다!
“알겠어. 알겠어. 안 하면 되잖아. 용용아!”
-……주인이여?
“꼬리만 담그자. 너도.”
-…….
아키서스의 신수라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 * *
“음, 지금 마시기는 좀 아까운데…… 그래도 한 번 마시기는 해야겠지?”
흑흑이 다섯 병, 용용이 다섯 병.
태현이 만든 몬스터 정수의 숫자였다. 더 만들려고 했지만 메시지창이 떴던 것이다.
[더 이상 꼬리에서 몬스터 정수를 우려낼 수 없습니다.]
태현도 살짝 미안해지는 메시지창!
“그래. 나중에 회복하면 다시 만들자.”
-……!
-……!!!
“자. 우리들 중에 누가 마셔볼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자. 케인.”
“왜 나야?!”
“마셔본 놈이 잘 알 거 아니야. 자. 마셔봐.”
“저기 상인 놈들 시키면 되잖아!”
“야, 그래도 이게 블랙 드래곤한테서 우린 정수인데 저런 놈들한테 주면 안 되지. 만약에 저놈들이 그거 먹고서 브레스라도 쓰면 책임질래?”
태현이 생각하기에 이런 꼬리에서 우려낸 정수 가지고 브레스를 쓸 확률은 0%에 가까웠지만, 케인은 거기에 넘어갔다.
‘확실히 맛은 없었지만…… 효과는 좋았잖아?’
아까 오크 정수의 팔팔한 힘을 떠올리니 기분이 괜히 좋아졌다.
역시 남자는 힘!
“어쩔 수 없지. 내가 마셔주마!”
“역시 케인!”
“케인 대단해!”
“케인 씨 대단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자기가 안 마셔도 된다는 것에 기뻐하며 케인을 칭찬해줬다.
심지어 정수혁까지!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물든 것이다.
꿀꺽꿀꺽-
[<비장의 몬스터 정수>를 마셨습니다.]
[아주 미약한 블랙 드래곤의 힘이 당신을 휘감습니다!]
[<블랙 드래곤의 비늘> 버프를 받습니다.]
괴식 요리의 달인 스타우가 직접 만들고 재료도 아낌없이 팍팍 쓴 오크 정수와 달리, 태현이 만든 건 확실히 효과가 약했다.
투두두둑-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스타우는 감탄했다.
“꼬리만으로도 저렇게 만들다니! 심장을 써서 만든다면 정말 대단할…….”
-캬아아아아악!
“아…… 아니. 한다는 건 아니다.”
흑흑이가 노려보고 캬악대자 스타우는 겁을 먹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