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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56화 (556/1,826)

§ 나는 될놈이다 556화

하나둘씩 포섭되는 랭커들!

자리에 모인 랭커들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얼굴들에 놀랐다.

“너도?”

“아니, 너도?!”

“흠흠. 돈이 좀 필요해서…….”

“요즘 스트리머로 잘나가는 줄 알았는데.”

“퀘스트 하느라 잠깐 비공개로 돌려서 말이야.”

“그보다 스미스가 있다니. 너 요즘 뉴욕 라이온즈 들어가서 엄청 바쁘다고 들었는데. 이런 일, 할 여유 있냐?”

스미스.

전설 직업 <고대 제국의 백기사>를 가진 걸로 유명한 최상위권 랭커!

태현과는 유적 던전에서 한 번 맞붙은 적이 있었다.

‘아오, 성기사 놈들. 진짜 HP 더럽게 많네’ 하고 학을 뗐었던 전적!

스미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 정도 여유는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를 PVP 하는 게 아닌 일이니 맡을 만하다고 생각했죠.”

“그래. 너 잘났다. 하여간 잘생긴 놈들은…….”

“쟤 너무 재수 없어.”

“아, 아니 제가 뭘 했다고…….”

“시끄러. 그 ‘나는 착해요’라고 말하고 다니는 얼굴이 짜증 나! 가만히 있어도 인기 많은 게 짜증 나!”

“적당히 해라, 앨콧. 추하다.”

“뭐? 추하긴 누가 추해! 너 죽고 싶냐?”

“해보고 싶으면 해보던가. 여기가 오스턴 왕국인 줄 아냐? 너 도와줄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있는 줄 아는 것 같은데, 여기 길드 동맹은 너밖에 없다.”

화염술사 크로포드가 냉정하게 말했다.

현재 자리에 있는 랭커들은 나름 다 한가락 하는 랭커들이었다. 앨콧의 협박에 흔들릴 리 없었다.

화염술사 크로포드.

고대 제국의 백기사 스미스.

암살자 앨콧.

고대 뱀파이어의 후예 에반젤린.

그리고 가장 여기서는 안 유명한 편인 랭커 로이까지.

‘아니, 뭐 이렇게 잘나가는 놈들만 모여 있어?’

김태산에게 덤볐다가 패하고 결국 길드까지 가입하게 된 랭커, 로이.

그는 별생각 없이 ‘어? 이런 좋은 제안이 있어? 오크 아저씨들하고 같이 다니는 것도 지겨웠는데 이거나 잠깐 해야겠다. 나 정도 랭커면 구출대 파티에서 리더 역할인가? 헤헤’하고 들어왔다.

그런데 다른 랭커들이 너무 잘나가는 랭커들이었다.

화염술사 크로포드는 소수정예 마법사 길드를 이끄는 마법사 랭커.

고대 제국의 백기사 스미스는 최상위권 랭커 이야기하면 언제나 나오는 강자.

길드 동맹의 앨콧은 이름만 말해도 다들 벌벌 떠는 난폭한 PVP의 강자.

고대 뱀파이어의 후예 에반젤린은 이번 판온 대회로 이름을 크게 알린, 무시무시한 탱커 랭커.

로이는 이름 대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나도 어디 가서 꿀리는 놈은 아닌데…….’

로이는 왠지 모르게 위축이 되는 걸 느꼈다. 이상하게 김태산을 만나고 나서 내리막길을 타는 느낌이었다.

“넌 왜 가만히 있냐?”

“헉, 저요? 저는 그…… 원래 듣는 걸 좋아합니다.”

“로이라고 했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너도 PVP 좀 했나?”

앨콧이 날카롭게 묻자 로이는 한사코 손을 내저었다.

로이도 나름 PVP로 악명을 떨쳤지만 앨콧과 비교하면 좀 많이 부족했다.

둘의 대화를 듣던 크로포드가 비웃었다.

“둘이 친한 거 보니 뭐 하던 놈인지 견적 나온다. 나와.”

“아놔, 이 자식은 왜 자꾸 시비야?”

“시비처럼 들린다면 네가 그렇게 살아와서 아닐까?”

투덕대는 크로포드와 앨콧.

길드 동맹이라는 배경이 있는 데다가, 본인도 뛰어난 PVP 랭커인 앨콧에게 시비를 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크로포드는 그 몇 명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너 보니까 김태현한테 쫄아서 공성전 때 나오지도 않았다는 말들이 있던데.”

“뭐, 뭐? 어떤 자식이 그런 헛소리를 해? 그거 다 헛소문이야!”

“그뿐만이 아니라 우르크에서 김태현 만났는데 겁먹고 엄청 굽신댔다고…….”

“그거 다 헛소문이라니까! 이 자식이 어디서 루머를 갖고 와서! 너 같은 놈들 때문에 판온이 더러워지는 거야!”

대화가 점점 격해지자 에반젤린은 가방에서 <파워 워리어> 마크가 새겨진 팝콘을 꺼냈다.

‘아. 재밌다.’

태현의 아티팩트 덕분에 불운 페널티는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에반젤린에게 없던 친화력이 갑자기 생기는 건 아니었다.

한 번 아싸는 영원한 아싸!

대회 팀원들과는 가끔 연락하고 지내지만 에반젤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가 됐다.

그런 그녀에게 저렇게 치고받고 싸우는 건 재밌을 수밖에 없었다.

“자, 자. 모두 진정하세요.”

싸움이 격해지자 스미스가 말리기 시작했다. 원래 이런 말리는 역할은 착한 사람이 손해 보면서 맡기 마련이었다.

“태현 씨는 워낙 대단한 플레이어니까 그런 소문이 퍼질 수도 있지요.”

“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그냥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니까?!”

말리는 스미스가 ‘김태현이 대단하니 어쩔 수 없지~’라는 식으로 말하자, 앨콧이 당황했다.

도와줄 거면 좀 제대로 도와주던가 왜 저런 식으로 말한단 말인가.

‘오해가 안 풀리잖아!’

“어…… 그래도 태현 씨가 대단한 건 사실이잖습니까?”

“김태현 그놈이 뭐가 대단한데! 다시 만나면 내가 발라버린다!”

“……!”

“……!!”

“……!!!!”

‘아차.’

앨콧은 순간 실수했다는 걸 느꼈다. 허세를 부리다가 해서는 안 된 말이 나온 것이다.

다른 랭커들은 앨콧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 진짜?’ 하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

크로포드는 잘됐다는 듯이 말을 붙였다. 그는 사악하게 웃으며 물었다.

“진짜? 진짜냐? 나 분명히 들었다?”

“……진짜지! 만나기만 해봐라!”

앨콧은 침착하려고 애썼다.

판온은 넓고, 어차피 김태현을 만날 일은 한동안 없을 것이다. 이놈들 앞에서만 안 만나면 되는 거니까…….

‘괜찮아. 괜찮아! ……아마!’

“앨콧 씨. 아무리 그래도 태현 씨와 만나면 싸운다는 건…….”

스미스가 말리려고 하자 앨콧은 반색했다.

이 착한 녀석! 역시 너밖에 없다!

아까 잘생긴 놈이라고 구박한 거 취소할게!

그러나 앨콧의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에반젤린이 끼어든 것이다.

“스미스 씨. 그러지 마시죠.”

“……?!”

“앨콧 씨도 자존심이 있어서 싸우려고 하는 건데 그걸 남들이 방해하면 안 되겠죠. 너무 과한 간섭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런 거죠.”

“…….”

앨콧은 속으로 외쳤다.

‘아냐! 방해해 줘! 그냥 방해해도 된다니까!’

결국 분위기는 ‘우리 앨콧을 존중해주도록 하자. 앨콧이 김태현을 만나면 싸우게 내버려 두자!’로 흘러갔다.

앨콧은 피눈물을 삼키며 ‘그래도 김태현을 만날 일은 없겠지……’ 하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김태현은 영지로 갔다고 하니까 괜찮겠지…….’

“좋습니다. 그러면 출발할 계획을 세워볼까요?”

* * *

쉭쉭쉭-

태현은 갑판 위에서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검술 스킬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판온의 많고 많은 기본 스킬 중에서 검술 스킬은 올리기 힘든 편에 속했다.

검술 스킬 관련해서 보너스가 있는 다른 직업들에 비해 태현은 그런 것도 없었으니 틈날 때라도 많이 휘둘러야 했다.

“그거 한다고 많이 오르냐?”

케인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가 알기로는, 공중에 휘두르는 건 별로 스킬이 오르지 않았다. 강한 적을 상대로 검을 써야 팍팍 올랐다.

“안 하는 것보단 낫지. 그리고 너, 내가 스킬 레벨 올리라고 하지 않았냐? 저기 다른 랭커들은 검술 스킬 최고급을 찍었다더라.”

“아, 아니…… 왜 나한테…….”

별생각 없이 말 걸었다가 구박을 들은 케인은 슬슬 뒤로 물러섰다.

쉬는 시간에 태현처럼 힘들게 스킬 수련만 하는 건 사양이었던 것이다.

쉭쉭쉭!

“……?!”

뒤를 돌아보니 최상윤도 나와서 검술 스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카흘라단의 번개! 카흘라단의 번개!

정수혁도 마찬가지!

“왜, 왜 다들 연습하는 거야?”

“뭘 당연한 소리를. 대회 준비 안 해?”

“저는 언제나 연습합니다.”

“…….”

눈치를 보던 케인은 결국 무기를 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태현은 그걸 한심하게 쳐다봤다.

좀 평소에도 저러지!

“이봐, 이봐.”

“……?”

고블린 스타우가 쪼르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괴식 요리도 배워야지!”

“여기서 배우자고? 어떻게?”

“해적들에게 솥과 재료를 빌리면 되잖아!”

“해적들에게 솥과 재료를 빌려서 괴식 요리를 만들라고?”

기껏 쌓은 신뢰도 날아갈 것 같은 위험한 짓!

태현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 하는 눈빛으로 스타우를 쳐다보았다.

“스타우. 잘 생각해 봐. 괴식 요리가 늘려면 결국 요리해서 누군가를 먹여야 하는데, 해적들한테 먹이면 해적들이 분노할 거라고.”

“그건 필요한 희생이다!”

“너, 이 배에서 내릴래?”

“아, 아니. 이 배에서 내려서 어딜 가라고…….”

태현이 정색하자 스타우는 당황했다. 이 배에서 내리면 지금 갈 곳은 바닷속밖에 없었던 것이다.

“알면 방해하지 말라고. 내가 지금 기껏 친해졌는데 괴식 요리 같은 걸 먹여야겠어?”

“괴식 요리는…… 그렇게 나쁜 게 아닌데…….”

스타우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슬퍼했다.

왜 사람들은 괴식 요리의 장점을 알아주지 못한단 말인가!

“아! 좋은 생각이 났다! 해적들 말고 다른 사람한테 먹이면 된다!”

“뭐? 케인한테?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한데 지금 기껏 연습하는데 먹여야 하나? 디버프라도 걸리면…… 아, 근데 생각해 보니 케인은 튼튼하니 괜찮겠군.”

“……응?”

멀리서 듣던 케인은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 거겠지?

스타우는 당황해서 손을 저었다.

“아, 아니다. 저 밑의 노잡이로 잡힌 상인들 이야기한 건데…….”

“아. 걔네들? 확실히 괜찮겠군.”

* * *

“일하느라 힘들었겠군.”

“…….”

대답하지 않고 원망의 눈초리로 노려보는 상인 NPC들!

물론 그런다고 태현이 미안해할 사람은 아니었다.

“뭐야, 많이 더운가? 시원한 바다로 뛰어들래? 길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 발목에 찬 쇠사슬은 그대로 달고 뛰어들어.”

“……아닙니다!”

“지금이 좋습니다!”

호다닥 태도를 바꾸는 상인들!

그러자 태현은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 좋다니 내 마음도 편하군. 괜한 죄책감이 안 들어서.”

“…….”

“그래도 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내가 뭐라도 해주려고 불렀다.”

“……?”

“아무것도 못 먹고 노만 저었을 테니 배가 고플 거 아니야. 뭐라도 해주려고.”

태현은 앞을 가리켰다.

커다란 솥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안에서는 맛있는 수프 냄새가 났다.

상인 NPC들의 입에 저절로 침이 고였다.

원한이고 뭐고 일단 먹고 보자!

“먹겠나?”

“네! 먹겠습니다!”

“그래. 아주 좋아.”

태현은 흰색 빵 한 덩어리를 잘라 솥에 넣었다.

상인들은 행복해했다.

그다음 태현은 질 좋은 햄 한 토막과 잘 양념된 닭고기, 그리고 소금과 후추 같은 각종 양념들을 집어넣었다.

상인들은 또 행복해했다.

벌써부터 맛있는 수프 맛이 상상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스타우.”

“좋아! 지금 간다!”

“??”

행복해하는데 갑자기 고블린이 나타나자 상인들은 당황했다.

왜 쟤가 저기서 나와?

“고마워해라, 상인들. 너희들한테 평소라면 절대 맛볼 수 없는 위대한 요리를 보여줄 테니까.”

“아…… 아니, 넌 약초사잖아?”

“본업은 요리사다! 봐라! 일단 이 <하급 들풀(독성 있음)>을 집어넣는다!”

“그거 독 있는 거 아니냐?!”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약간의 독은 요리의 맛을 올려준다!”

“…….”

상인들은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새파랗게 질렸다.

“저, 저는 갑자기 식욕이 없어져서…….”

툭-

“……?”

밑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이미 케인이 서 있었다.

케인은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들어가면 내가 먹어야 하잖아. 절대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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