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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55화 (555/1,826)

§ 나는 될놈이다 555화

펠마스는 당황했다. 뭐라고?

“태, 태현 님.”

“왜, 인마. 지능적인 방법 쓰자며. 이거 말한 거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죠! 이러시면 안 되죠!”

“뭘 안 돼. 네가 저지른 일이잖아. 받아들여.”

전(前) 도박꾼 펠마스. 누군가의 돈을 떼먹고 달아났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

다른 NPC가 그랬다면 배신감이 엄청나게 들었을 테지만 펠마스가 했다고 하니 ‘음, 저놈은 놀랍지도 않군!’ 싶은 것.

“네가 지능적인 방법을 쓰자고 했을 때는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이런 걸 말하는 거였군. 기특해라.”

“아닙…… 읍읍!”

잽싸게 다가온 갈락파드의 노예들이 펠마스의 입을 막았다.

“잘했다. 갈락파드.”

“감사합니다, 태현 님. 별거 아닙니다. 이제 이 꼴 보기 싫은 놈을 갖다 바치면 되겠습니다. 해적들도 쓸모가 있을 때가 있다니, 이것이 바로 아키서스 님의 인도…….”

“아니, 그건 아니고.”

펠마스가 돈 떼먹고 튄 놈을 여기서 만나는 건 딱히 아키서스의 인도가 아니었다.

그게 인도면 좀 문제가 많은 교단!

그러는 동안 해적선 선장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놈을 잡아왔다고?”

“예! 이놈과 이야기를 해보니, 선장님의 돈을 떼먹은 걸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더군요.”

“뭐라고! 저, 저, 저!”

해적선 선장은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졌다. 펠마스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지만 선장은 보지 않았다.

“저 뻔뻔한 놈이!”

“제가 비록 상인이긴 하지만 이 우르크 바다를 울리는 선장님의 명성을 모를 리 있겠습니까! 그래서 붙잡아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 너 정말 좋은 놈이구나!”

[카다 해적단의 선장, 카다가 당신의 행동에 감동합니다.]

[카다 해적단 내의 평판이 최고치에 도달합니다.]

[카다의 친밀도가 최고치에 도달합니다.]

[칭호:해적의 친구를 얻었습니다.]

펠마스 한 명 데리고 왔다고 최고치를 찍어버리는 평판!

태현도 당황했다.

대체 펠마스를 얼마나 미워하면 저런단 말인가?

“들어와라! 상인들! 오늘은 잔치다! 이름이…….”

“김태현입니다.”

“그래! 내 좋은 친구 김태현를 위해 잔치를 벌여라!”

* * *

[카다 해적단의 잔치가 벌어집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이 잔치를 말하면 우르크의 해적들이 좋아할 겁니다.]

“내가 나설 때로군.”

“가만히 있어라.”

“아니, 그렇지만…….”

“가만히 있으라고.”

스타우가 손가락이 근질거린다는 듯이 나서자, 태현이 단호하게 말렸다.

지금 해적들과 방금 친해졌는데 바로 싸우게 되고 싶지는 않았다. 스타우는 그만큼 불안했던 것이다.

“읍읍! 읍읍읍!”

“태현 님. 이 요리 좀 드셔보시지요. 맛이 좋습니다.”

“고맙다. 갈락파드.”

훈훈하게 서로 요리를 권해 주는 태현과 갈락파드!

해적단의 요리라고 해서 무시할 게 못 됐다. 근처의 풍부한 해산물들을 잔뜩 넣어 만든 요리들!

“읍읍읍읍!”

“조용히 해라, 펠마스. 식사에 방해된다.”

“맞아. 펠마스. 밥 먹는데 자꾸 그럴래?”

펠마스는 말도 못 하고 닭똥 같은 눈물만 주륵주륵 흘렸다.

-너무하잖아!

“그런데 펠마스가 말한 지능적인 방법이 이런 거일 줄은 몰랐습니다. 몰랐는데 펠마스도 쓸 곳이 있습니다. 태현 님.”

“뭐, 세상일이란 게 그런 거 아니겠어?”

펠마스의 발버둥이 더 심해졌다. 태현은 쯔쯔 혀를 차며 재갈을 풀어주었다.

“그러게 왜 돈을 떼먹고 그래?”

“아닙니다! 오해가 있었을 뿐입니다!”

“무슨 오해?”

“돈을 빌렸는데 갚지 못했을 뿐…….”

“…….”

“…….”

“……그냥 다시 재갈 물리고 가져다 치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갈락파드는 이번 기회에 펠마스를 아예 보내 버리고 싶어 했다.

주는 거 없이 미운 놈!

“아냐. 그래도 펠마스를 버릴 수는 없지.”

“태현 님!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태현의 말에 펠마스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동했다.

“근데 일단 좀 친해져야 하니까 네가 고생해라.”

“……네?”

“얌전하고 다소곳하게 포로 행세를 하라고. 갇혀 있어.”

“아, 아니. 그러다 죽으면…….”

“안 죽어, 안 죽어. 내가 있잖아. 나 못 믿어?”

“…….”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 펠마스! 그러자 태현은 정색했다.

“못 믿는다는 거냐? 와, 나 기분 상했어.”

“아, 아니. 못 믿는다는 게 아니라…….”

“그러면 믿는다는 거지?”

“예…….”

“얌전히 들어가 있어. 나중에 구해줄 테니까.”

“잠깐 다시 생각을 읍읍!”

태현은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다시 재갈을 채웠다. 멀리서 선장 카다가 다가오고 있었다.

“친구들! 잘 먹고 마시고 있나!”

“예! 감사합니다!”

“죽어라, 이 개자식!”

“읍읍! 읍읍읍!”

카다는 펠마스를 냅다 걷어찼다. 펠마스는 옆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네놈이 떼먹은 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을 한 줄 아냐! 너 때문에 내가 해적이 됐다!”

생각지도 못한 뒷사정!

태현은 일단 카다를 말렸다. 정말 펠마스가 죽기라도 하면 낭패였으니까.

“선장님. 진정하십시오!”

“왜 말리는 거냐!”

“저러다가 죽어버리면 너무 아깝지 않겠습니까! 좋은 날을 잡아서 온갖 고통을 준 다음 해적으로서의 위엄을 떨치며 죽이시죠!”

듣고 있던 펠마스의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카다는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날을 잡아서 아주 조각조각…….”

히익!

펠마스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카다는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냐? 물건을 다 팔았으니 돌아갈 거냐?”

“저는 언제나 선장님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따라가고 싶습니다!”

“어? 그래? 그러면…… 좋다! 부선장의 자리를 주지!”

[카다 해적단에 가입했습니다.]

[현재 해적단 내 위치는 부선장입니다.]

“선장님?!”

“선장님! 아무리 그래도 부선장은…….”

“시끄럽다! 내 원수를 데리고 온 은인한테 무슨 말버릇이냐!”

다른 해적들에게 카다는 불같이 화를 냈다.

케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김태현 이놈은 왜 악당 패거리에만 들어가면 높은 자리를 받는 걸까?’

다른 플레이어들은 세력에 들어가서 위치를 올리려면 온갖 퀘스트를 깨고 고생을 해야 하는데, 태현은 그냥 악당의 부관 자리를 손쉽게 받아냈다.

타고난 악당의 재능!

“잘 부탁한다, 부선장!”

“헤헤헤. 감사합니다!”

간사한 웃음소리를 내는 태현!

카다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면 곧 출발하도록 하지. 아직 시간은 있지만 늦어서 좋을 게 없으니.”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이 바다의 해적들끼리 회의가 있다.”

“회의?”

카다의 말에 따르면, 여기 우르크 남쪽 바다의 해적들은 하나의 세력이 아니었다.

각자 해적단을 이끌고 알아서 돌아다니는 독립 세력!

하긴 해적들이란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해적들도 가끔 모여서 의논을 할 때가 있는데, 그건 그들이 힘을 합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였다.

“근데 그런 일이 뭡니까?”

“대해적이 찾아왔다.”

“대해적?”

“대해적 갈르두. 모르냐?”

“어…….”

태현은 멈칫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갈르두!!’

태현은 가방 속에 있는 <해적왕의 저주 받은 보물 지도>를 꺼냈다. 카테란드 해적단을 털고 나서부터 생긴 지긋지긋한 악연!

지도를 바쳐라! 했을 때 그냥 지도를 바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태현은 후회하지 않았다.

자기 힘 믿고 멋대로 구는 놈이 있다면 엿을 먹어야 기분이 풀리는 게 바로 태현!

“대해적 갈르두가 왜 찾아왔답니까?”

“들어보니까 아탈리 왕국을 공격하겠다던데. 아탈리 왕국은 자기 혼자 공격하기 힘든 곳이니 해적들을 모으려는 거겠지. 어떻게 되든 간에 대해적은 대해적이야. 아탈리 왕국을 공격하려고 하다니. 아주 대담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아, 네. 정말 그러네요.”

태현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다른 건 몰라도 대해적 갈르두가 갑자기 아탈리 왕국을 공격할 리 없었다.

‘내 영지를 노리는 건가?!’

아탈리 왕국을 공격해서 상륙한 다음 올라가서 태현의 영지를 공격할 생각이라면…….

“설마 대해적 갈르두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십니까?”

“글쎄. 잘 모르겠다. 난 여기가 마음에 드는데. 다른 놈들 의견도 들어봐야지. 대박을 노리는 놈들도 많을 테니까.”

“무슨 소리!”

“응?”

“갈르두 그놈은 여러분들을 화살받이로 쓰려고 하는 겁니다! 갈르두 그놈의 악명을 생각해 보십시오! 카테란드 해적단이 멸망한 것도 그놈이 도와주지 않아서입니다!”

“???”

뒤에서 듣고 있던 펠마스가 의아해했다. 카테란드 해적단이 멸망한 건 태현 때문이었는데?

“그래?”

“카테란드 해적단은 갈르두에게 언제나 충성을 바쳤는데, 갈르두는 도와주지도 않았습니다! 아주 자기만 아는 놈입니다!”

“해적이 뭐 다 그렇긴 하지.”

“이번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욕심 많은 놈이 왜 해적들을 부르려고 하겠습니까? 여러분들을 앞에 내세워서 화살받이로 쓴 다음 자기 혼자 이익을 챙기려는 겁니다. 절대 수락해서는 안 됩니다!”

태현의 목소리에서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고급 화술 스킬을 뛰어넘는 강렬한 진심!

그 말에 카다는 흔들렸다.

“확실히…… 그건 그래. 갈르두가 믿을 만한 놈은 아니긴 하지. 아탈리 왕국이 탐이 나기는 하지만 위험하기도 하고.”

“바로 그겁니다! 반대하셔야 합니다. 갈르두 그놈의 속셈이 아주 아주 사악하다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태현은 필사적으로 카다 해적단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갈르두의 세력을 줄여야 한다!

* * *

“근데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죠?”

“그걸 왜 나한테 묻느냐?”

유 회장은 낚시를 하며 대답했다. 갈르두 해적단에게 잡힌 그들은 그대로 우크르 남쪽 바다까지 항해 중이었다.

항해 자체는 쾌적했다.

감히 갈르두 해적단에게 덤비는 놈들은 없었으니까!

물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잡일을 하느라 바빴다.

-녹슨 검 10개를 전부 다 수리해 오도록!

-저녁때까지 해적 50명이 먹을 요리를 만들어 오도록!

유 회장도 잡일 퀘스트는 떴지만 낚시꾼이어서 그런지 낚시 퀘스트였다.

그리고 유 회장은 낚시만 할 수 있으면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어르신께서 명령만 내리신다면 탈출 계획을 짜보겠습니다!”

“……네가?”

유 회장은 최민수를 떨떠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요즘 느끼는 것 중 하나가, 태현은 정말로 능력 있는 플레이어라는 점이었다.

싸가지는 없어도 정말 능력 하나는 확실한 놈!

세상에는 싸가지도 없고 능력도 없는 놈들이 훨씬 더 많았다.

옆에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잽싸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저, 저는 그냥 여기 있겠습니다. 여기도 적응되니까 편하네요.”

“아까는 요리 잘했다고 1실버도 받았어요. 헤헤.”

“야! 너희 왜 그래!”

“아니, 솔직히 당신을 어떻게 믿고 도망을 쳐! 당신이 말한 건 다 틀렸는데!”

“사람이 한두 번 실수할 수도 있지!”

“그 실수 한두 번 더 하면 우리 전멸하겠다!”

내분이 일어나는 파워 워리어 길드!

유 회장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걸 믿느니 차라리 혼자 탈출하는 게 나아 보였다.

“회장님. 지금 김 전무님이 랭커들을 불러서 회장님을 데리고 나올 구출대를 조직하고 있답니다.”

“……그 친구, 일은 안 하나?”

유 회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 * *

“구출대요?”

“토벌이 아니라 구출?”

“됐습니다. 그런 퀘스트는 안 해요.”

제안을 받은 랭커들은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토벌이 아니라 구출이라는 게 특이했던 것이다.

판온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퀘스트!

가끔 납치된 귀족을 구해내는 게 아닌 이상 그런 퀘스트는 할 일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이건 보상도 없다고 봐야 했다. 판온 내에서 나온 퀘스트가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김 전무는 유 회장과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했다.

“맡아주신다면…… 이만큼을 드리겠습니다.”

“허어억!”

“허어어어어억!”

엄청난 현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김 전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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