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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52화 (552/1,826)

§ 나는 될놈이다 552화

그러는 사이 옆에서 접속한 케인이 하품을 하며 다가왔다.

“어? 다 만들었네? 그거 어디 갔어?”

“이다비한테 줬어. 곧 생일이어서.”

“……??”

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곧 생일이어서 줬다니. 그렇다는 건 생일 선물로 그 투박하고 못생긴 갑옷을 줬다는 뜻인가?

“야. 뭔 생일 선물로 그런 걸 줘! 생일 선물은 좀 더 그…… 현실에 있는 걸 줘야지!”

“아냐, 인마. 요즘은 이게 유행이라고.”

“유행은 무슨 유행! 내가 살다 살다 그런 유행이 있다는 건 처음 듣는다! 그런 유행이 어디 있어!”

‘그, 그만……!’

양심의 가책 때문에 이다비의 얼굴은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붉어진 상태!

그러나 태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상대가 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유행을 아냐?”

“뭐?”

“네가 여자애들 뭐 좋아하는지 유행을 아냐고. 애초에 네가 아는 여자애들이 있는지가 의문인데.”

“그…… 있…….”

“네 동생 빼고.”

“크으으읏……!”

케인은 날카로운 공격을 받고 흔들렸다. 옆을 보니 이다비는 감동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말 유행인가?! 정말로!?

그러는 사이 이다비는 심호흡을 하고 충격에서 벗어났다.

“잠깐만요. 케인 씨도 아는 여자분 있지 않았어요? 그때 같이 다니던 그…….”

파이브 걸즈의 하연.

케인이 좋다고 같이 다녔던 아이돌이었다.

그러나 케인은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스케줄이 바빠서 접속을 못 해…….”

“…….”

“…….”

태현과 이다비는 측은한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어쩐지 요즘 말이 없더라.

태현은 케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너도 선물을 해.”

“응?”

“요즘 판온 아이템 선물이 유행이라더라.”

“……진, 진짜?”

털썩!

“응? 이다비,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죄책감에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은 이다비!

“그러면 그렇게 해볼까? 진짜?”

“그래, 그래.”

“어떤 아이템이 좋지? 반지? 꽃다발?”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태현도 냉정하게 만드는 케인의 발언!

* * *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

“……?????”

“길마님, 뭡니까? 기름 발랐어요?”

태현과 이다비는 성능 실험을 하고 있었다.

아이템 중에서는 성능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게 있었고, 아닌 게 있었다.

후자는 직접 실험을 해봐야 했다. 이번 갑옷은 태현과 같이 있을 경우 추가 옵션이 있어서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 결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이다비한테 화살을 퍼붓고 있는데 다 빗나가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어리둥절해하는 길드원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반격의 저주 연사>가 발동됩니다.]

이다비의 갑옷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법 세례!

“으아아악!”

“길마님, 왜 그래요!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잘못했어요! 저번에 1실버 슬쩍한 거 다시는 안 할게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기겁을 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이다비는 깜짝 놀라 아이템 성능을 다시 확인했다.

“이거…… 는…….”

“미안. 랜덤이라 어쩔 수가 없다. 나도 의도하고 넣은 게 아니야.”

“아니에요! 엄청 좋아요! 성능이 안 좋았더라도 썼을 거예요!”

“아니. 성능이 안 좋으면 쓰면 안 되지.”

“…….”

“…….”

“……?”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태현은 마주 노려보았다.

이것들이 미쳤나?

“크흠, 크흠.”

“커허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다른 건 몰라도 태현이 수틀리면 성질 더러워진다는 건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케인처럼 될 수는 없지.’

‘케인 꼴 날라.’

상인 직업인 데다가, 파워 워리어 길드를 이끌면서 수많은 아이템들을 거래하는 이다비였기에 이 갑옷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경매장에 올라오는 순간 최고가를 찍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아이템!

깡스탯에서는 약간 밀리더라도 달려 있는 옵션이 너무 사기적이었던 것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팔면 안 된다.”

“안 팔거든요!?”

“어? 진짜? 사실 팔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이런 선물을 팔면 어떡해요!”

“팔면? 비싸겠지.”

“…….”

이다비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는 사이 저주에서 회복된 길드원들이 다가와서 떠들었다.

“길마님! 그 갑옷 진짜 대단하네요! 디자인은 구리지만요!”

“길마님! 그 갑옷 혹시 파실 거면 저희 길드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할지도 몰라요! 디자인은 구리지만 말입니다!”

“길마님. 그 갑옷은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디자인이 이상한 거 보니 플레이어가 만든 것 같지는 않은데요!”

“…….”

태현은 다시 길드원들을 노려보았다.

투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몇 번이고 강조해서 들으면 뭔가 기분이 나쁜 게 사람 마음!

‘우, 우리가 뭘 잘못했나?’

‘길마님하고 대화하는 걸 방해해서 그런 거 아냐?’

‘그러면 후퇴! 후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뒷걸음질 치며 조용히 물러섰다.

“좋아. 이제 다시 우르크 지역 갈 준비를 해볼까?”

태현이 펠마스와 갈락파드를 부르러 간 사이, 케인이 은근슬쩍 와서 이다비에게 물었다.

“저기…… 그 유행이라는 아이템 선물 있잖아, 정확히 뭐가 유행이야?”

“……!!!”

* * *

이다비가 스스로 쌓은 업보로 괴로워하는 동안, 태현은 준비를 끝냈다.

“자. 출발하자!”

기분 좋은 얼굴로 부하들을 끌고 온 갈락파드.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펠마스.

그리고 기타 등등!

“……방금 뭔가 기분이 되게 나빴는데.”

케인은 작게 중얼거렸다.

“조용히! 우르크 지역 가서 해적들만 해결하면 끝인 간단한 퀘스트야.”

“전혀 간단할 거 같지 않다구…….”

“시끄럽고, 준비 다 됐지? 영지에서 난리 칠 놈 없지? 다 데리고 나왔지?”

“예? 태현 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무심코 튀어나온 본심!

태현은 당황하지 않고 무시했다.

“자, 그러면 출발!”

오토바이와 용용이와 흑흑이. 탈 수단은 많았다.

거기에 갈락파드와 직속 부하들은…….

“양탄자!”

전통적인 마법사들의 탈 것, 양탄자!

“빗자루가 낫지 않나?”

“빗자루는 좀 위험하지.”

그렇게 말한 태현은 양탄자를 훑어보았다.

에랑스 왕국 마탑 양탄자:

내구력 30/30

스킬 ‘공중부양’ 사용 가능, 스킬 ‘환상 가리기’ 사용 가능.

에랑스 왕국 마탑에서만 사용하는 특별한 양탄자다. 외부인은 사용할 수 없다.

‘어떻게 얻은 거야?’

어떻게 얻었는지 많이 의심스러운 아이템!

“잠, 잠깐! 저는 왜 아무도 안 태워줍니까?”

펠마스가 밑에서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태워줘라.”

“네가 태워주면 되겠네.”

“아니, 케인 씨가…….”

“갈락파드. 태워라.”

“……알겠습니다…….”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짓는 갈락파드! 펠마스는 기가 막혀서 외쳤다.

“나도 가기 싫거든?!”

하늘로 날아오르며, 태현은 영지를 힐끗 돌아보았다.

제발 갔다 올 때까지 사고만 치지 마라.

‘이번 퀘스트 깨면 투기장이 완성되려나…….’

다른 도시였다면 진작에 완성됐을 투기장을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응?”

태현은 순간 눈을 깜박거렸다. 영지 가운데에 엄청 긴 줄이 보였던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끝없이 줄지어 선 모습!

‘왜 저렇게 서 있지? 무료 음식 나눠주는 곳은 저기 아닌데? 축복도 저기 아니고…… 그냥 잘못 본 건가?’

태현은 잊고 있었다.

그곳은 <고블린 만능 제작기>를 둔 곳이라는 것을!

* * *

“여기서부터는 걸어간다.”

오크 부족들이 공중분해 됐어도 우르크 지역은 여전히 위험한 곳이었다.

와이번 같은 비행 몬스터들이 가득!

그런 몬스터들과 싸움을 피하려면 땅으로 걸어 다녀야 했다.

“그런데 갈락파드. 네가 데리고 다니는 부하들은 정확히 뭐하는 놈들이지?”

“제 부하들 말입니까? 충실한 아키서스의 노예지요.”

움찔!

<아키서스의 노예>란 말을 듣고 케인이 움찔했다.

“아, 물론 저 <아키서스의 노예>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태현 님.”

“어디서 났는데? 노예가 마법을 잘 쓰는 게 좀 신기해서.”

“마탑에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응?”

“마탑에서 마법사들의 노예로 있던 이들에게 아키서스 님의 위대함을 알려주고 데리고 나온 겁니다.”

“…….”

싸악-

모두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마탑 마법사들의 노예를 데리고 나왔단 말인가?

어쩐지 마법을 잘 쓴다 했다!

“그, 그거 마탑에서 허락은 받았나?”

갈락파드는 웃었다. 그 웃음에 태현은 살짝 안심했다. 그래, 갈락파드가 그래도 그렇게 미친놈은…….

잠깐, 맞지 않나?

“위대한 아키서스 님의 이름을 알려주는데 왜 하찮은 마탑 마법사들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까?”

“……너 나보고 마탑 가서 사고 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태현 님, 마탑은 정말 위험하니 가서 사고 치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해놓고, 자기는 이미 대형 사고를 쳐놓은 상태!

설마 사고 치면 위험하다는 게 직접 경험해 보고 한 소리는 아니겠지?

“끙…… 뭐, 마탑 마법사 만날 일 없으니까 괜찮겠지.”

흑마법사 학파의 계승자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마탑 근처에 갈 일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흑마법사들을 데리고 가서 리치로 만들어버린 이상 가기도 좀 찜찜했다.

마탑 내부 평가는 오른 모양이지만…….

“태현 님. 저거 <마탑 마법사 노예> 직업 말하는 거 같은데요?”

이다비가 말하자 태현은 놀랐다.

“뭐? <노예>란 직업이 있단 말이야?”

“야…….”

뒤에서 케인이 울컥했지만 태현은 무시했다.

“네. 있어요. 한때 잠깐 인기 있었는데…… 배울 수 있는 마법 개수는 적지만 스킬 레벨 빨리 오르는 장점이 있었다네요.”

“특화형 직업이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마법 개수가 적다고 하니까 스스로의 마법이 생각난 것이다.

‘마탑 갔을 때 마법 좀 많이 배워놓을걸…….’

흑마법사 학파의 계승자 같은 거창한 칭호를 받아도 쓸 수 있는 마법 스킬이 너무 적었다.

마법사 직업이 아닌 이상 마법 스킬을 얻을 기회 자체가 적은 것이다.

‘마탑을 다시 가서 마법 배우려고 퀘스트 깨는 건 역시 좀 시간 낭비겠지?’

마탑 신분이 생겼으니 불가능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에 다른 스킬 레벨을 올리고 다른 퀘스트들을 깨야 했다.

“태현 님.”

“왜 그러냐, 펠마스.”

“해적 놈들한테는 어떻게 접근하실 생각이십니까?”

“음…… 그래. 그것도 생각해 놓긴 해야지.”

태현은 카테란드 해적단을 털어먹고 <카테란드 바다의 질서를 가지고 온 자> 칭호를 갖고 있었다.

해적들이 별로 좋아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다비가 정리해 놓은 정보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붉은 바다 무법자 부족>은 우르크 지역 남쪽 바다 섬 지대에 퍼져 있는 해적들이네요. 거기 바다에 섬들이 많아서 해적들이 숨기 좋은지 숫자도 많고…….”

고블린 부족이나 원시 인간 부족보다는 훨씬 세력이 큰 해적단이었다.

부족 연합이라고 봐야 할 수준!

“고블린처럼 환영해 주지는 않을 거고, 오크 때처럼 위장해서 잠입하기도 힘들 거 같고. 이번에는 싸워서 하나씩 꺾어야 하나?”

하나씩 싸워서 꺾고 밑의 세력으로 넣는다.

어떻게든 아키서스를 믿게 하면 되는 거였으니 그런 방법도 가능했다.

갈락파드는 무릎을 치며 좋아했다.

“바로 그 방법입니다, 태현 님! 이 늙은 갈락파드는 기뻐서 눈물을…….”

그에 비해 펠마스는 반대했다.

“태현 님. 너무 위험한 방법입니다. 좀 더 지능적인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살고 싶다는 욕망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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