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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40화 (540/1,826)

§ 나는 될놈이다 540화

‘암살자 직업들이 주로 믿는 암살자의 신 자크수나, 도적의 신 헤넨은 의외로 효율이 안 좋아. 거기서 주는 보상 스킬들은 내 직업 스킬들 하위 호환이고. 차라리 파이토스 교단이 낫다. 그래서 파이토스 교단 퀘스트를 깨기 시작했는데…….’

길드 동맹의 지원도 있고, 파이토스 교단 초반 퀘스트들은 손쉽게 깼다.

그러나 몇 개 깨고 교단 내 위치가 상승하자, 퀘스트 난이도는 확 올라갔다.

-현재 성기사들이 가서 싸우고 있는 곳에 가서 거인족 정예 전사의 목 다섯 개를 갖고 와라.

-성기사들을 죽이고 달아난 비열한 전사 풀반을 죽여라.

-파이토스 교단의 갑옷을 훔친 사악한 대도적 에드안을 잡아와라.

-<고대 성기사들의 훈련소> 던전을 깨라.

몇몇 퀘스트는 아예 처음부터 포기를 할 정도의 난이도!

그러나 이번에 나온 퀘스트는 포기할 수 없는 퀘스트였다.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파이토스 교단 퀘스트>

위대한 신, 파이토스는 대륙에 카르바노그의 힘이 깨어났다는 걸 알아차리고 신탁을 내렸다.

카르바노그는 교단은 없지만 그 힘은 대대로 대륙을 뒤집어 놓았던 신!

오로지 파이토스 교단만이 그 힘을 안전하고 온건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을 찾아 파이토스 교단으로 갖고 와라.

만약 성공한다면 당신은 파이토스 교단의 중요 인물이 되리라.

그러나 주의하라.

다른 교단도 카르바노그의 힘이 깨어났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

보상:<파이토스의 일격>, [교단 대주교 직할 암살자] 자리 수여, ?, ???, ????

막대한 공적치 포인트도 공적치 포인트였지만, [교단 대주교 직할 암살자]라는 교단 내 자리와 <파이토스의 일격>이라는 신성 권능 스킬이 너무 엄청난 보상이었다.

[교단 대주교 직할 암살자]는 교단 암살자라는 강력한 NPC들을 부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위치!

그리고 <파이토스의 일격>은 앨콧이 파이토스 교단 내에서 노리고 있던 신성 권능 스킬 중 하나였다.

‘안 돼. 이건 절대 포기할 수 없어!’

게다가 다른 교단에도 퀘스트가 나왔다는 암시가 신경이 쓰였다.

다른 교단에서 퀘스트를 깨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언제 이 퀘스트를 받고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을 가지고 갈지 알 수 없는 일!

* * *

쿡-

“아! 그만하라고! 진짜!”

“미안. 너무 재밌어서.”

“그게 미안하다는 놈의 태도냐!”

다시 넘어진 케인은 울컥해서 소리쳤다. 태현은 한 손에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을 들고 있었다.

“아니, 케인. 사실 진지한 이유가 있어. 던전 클리어 대회에서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다양한 방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모두가 아는 장비가 아닌 이런 유니크한 장비야말로 비장의 수가 될 수 있지 않겠어?”

“그…… 그런가?”

“그래. 그러니까 몇 번 더 실험해 보자.”

쿠당탕!

케인에게 말한 것처럼 숨겨진 성능을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태현은 한 가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창…….

손맛이 너무 좋았다!

‘중독성 있다!’

태현도 중독되어버릴 것 같은 손맛. 계속해서 케인을 찌르게 되어버릴 것 같은 손맛이 있었다.

[당신의 헌신에 카르바노그가 기뻐합니다.]

“…….”

태현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태현은 재빨리 창을 집어넣었다.

“노는 건 여기까지만 하고 빨리 던전이나 가보자고. 지금 우르크 지역에 공개된 던전이 이 정도인가?”

이다비가 준 지도에는 우르크 지역에 알려진 던전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태현은 그중 너무 쉽거나 깰 필요가 없는 걸 X표로 지우고, 남은 던전들을 훑어보았다.

“일단 해적들 아키서스 교단으로 끌어들이는 퀘스트도 해야 하니까 던전 클리어에 너무 시간을 쓸 수는 없고. 해적들 있는 바닷가로 움직이면서 경로에 있는 던전들을 깨자.”

“너무 위험하지 않아?”

“……!”

갑자기 나타난 최상윤의 모습에, 케인은 깜짝 놀랐다.

“저, 저, 저 사람은 누구야? 네 여자친구?”

“……너는 참…….”

태현은 넘어져 있는 케인을 딱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재밌으니까 그냥 내버려 둘까?

‘최상윤 씨인가요?’

‘최상윤 씨네요.’

정수혁과 이다비는 바로 알아차리는데 혼자 못 알아차리는 케인!

“그러고 보니 예전 레드존 때 본 적 있었는데……!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과거의 원한은 떠올리지도 않고 고개를 굽신거리는 케인이었다.

“케인. 우리 5명으로 던전 깨기로 하지 않았냐?”

“응? 그랬지.”

“그럼 쟤가 누구겠냐?”

“……!!!!!”

최상윤은 케인의 모습을 보고 히죽히죽 웃었다. 그걸 무시하고 태현은 말을 이었다.

“확실히 다섯 명이서 있는 던전들만 닥치는 대로 공략하면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하긴 하겠지.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하자고. 먼저 사전 정보로 확인하고, 들어가서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나오고.”

태현은 ‘다른 사람들이 깬 던전’과 ‘다른 사람들이 아직 못 깬 던전’을 둘 다 테스트해 볼 생각이었다.

둘 다 팀 KL이 어떤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근데 케인, 너 악마의 피 해결해야 한다고 엄청 징징거리지 않았냐?”

“어, 어?”

케인은 태현의 질문에 당황했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 하면서 어떻게든 빨리 없애려고 했는데,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이다.

생각보다 반인반마 종족 성능이 엄청 좋았던 것!

예전 우드스탁 길드가 받아들였던 어설픈 악마화 상태와는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아키서스의 노예> 직업 페널티라도 올까 봐 걱정했는데, 이 직업은 무슨 직업인지 반인반마가 됐는데도 페널티가 없었다.

‘신성 직업 맞아?’

“좀 더 있어도 되지 않을까?”

“……너 설마 그거 멋있다고 생각해서 안 고치는 건 아니지?”

“아, 아니거든?”

그리고 마지막으로, 겉모습이 은근히 멋있었다.

* * *

“제대로 본 거 맞아?”

“맞다니까. 내가 못 알아볼 리 없지. 한때 우리 길드장이었는데. 그리고 최근에 올라온 거 봤잖아? 무슨 저주라도 당했는지 종족 변했다는데. 저런 사람이 둘이겠어?”

“음…….”

약탈자 플레이어 몇 명이 산 능선 위에 엎드린 채 태현 일행이 지나가는 걸 보고 있었다.

그들이 우르크 지역에 온 이유는 오스턴 왕국에서 내건 현상금 퀘스트였다.

카라그의 목을 가져가면 영지를 준다고 했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형 퀘스트 때문에 이렇게 플레이어들이 많이 오면 떡고물이 흘러넘치는 것이다.

으슥한 곳에서 은신하고 있다가 만만해 보이는 플레이어가 보이면 공격!

약탈자 플레이어의 기본 정석이었다.

게다가 우르크 지역은 아직 지도가 안 만들어진 곳들이 많아 그들이 숨어서 대기하기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퀘스트 열기가 식어버리고, 플레이어들이 삼삼오오 떠나버리자 그들도 선택을 해야 했다.

-더 남아서 기다려볼까, 아니면 그냥 우리도 다른 곳을 갈까?

-기껏 왔는데 몇 명 잡지도 못했어. 좀만 더 기다려보면…… 어?

그때 그들의 눈에 한 일행이 들어왔다.

원래라면 ‘와! 신난다!’라고 하며 덤벼들었을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상대방을 알아본 것이다.

-케, 케, 케, 케인이잖아?!

-뭐?! 케인? 그러면 저 옆에 있는 건…….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김태현이 분명해! 김태현은 얼굴 바꾸고 다니는 스킬이 있다고 들었어.

-힉!

김태현의 이름을 듣자마자 약탈자 플레이어 한 명이 고개를 박았다.

약탈자 플레이어라고 하면, 상대가 랭커여도 신경 쓰지 않고 대박을 노리고 덤벼드는 무법자들 같은 이미지가 있었지만…….

약탈자 플레이어들도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계산 많이 하고 약삭빠른 게 그들!

극소수 또라이들이 아니면 이길 승산 없는 싸움에 끼어드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태현은 약탈자 플레이어들에게 저승사자 같은 이름이었다.

판온 2에서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건드리기 힘들었는데, 판온 1에서의 신분까지 나온 지금은 더욱 그랬다.

-내 친구 판온 1 때 김태현하고 시비 잘못 붙었다가 게임 접을 때까지 공격당했다더라.

-내 친구의 형의 동생의 친구가 김태현 잡으려고 함정 팠는데 들켜서 함정에 장비 벗고 뛰어들어야 했다더라.

약탈자 플레이어들 비밀 게시판에서 주기적으로 도는, 태현에 대한 흉흉한 소문!

진실이야 어쨌든 간에 약탈자 플레이어들 대다수가 태현을 건드릴 생각을 안 하는 건 사실이었다.

-튀자! 아직 우리 못 본 거 같아!

-아니야.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패닉 상태에 빠진 동료들을 말리고, 약탈자 플레이어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 *

“정말 좋은 생각 맞어?”

“아. 괜찮다니까. 김태현이 예전 김태현이 아니래요. 이 사람들아. 방송도 많이 출연해서 그런지 사람이 둥글어졌대.”

“……진짜?”

“오크 요새 공략 퀘스트 때 참가한 놈들 말 들어보니까 김태현이 나타나서 사람들 목숨도 구해주고 그랬다던데? 김태현도 사람이고 인기 많아졌는데 판온 1 때처럼 굴 수는 없는 거겠지.”

“…….”

“그리고 봐라. 우리가 공격 안 하면 저쪽이 우리가 약탈자 플레이어인 걸 어떻게 알겠냐? 그냥 공격 안 하고 시치미 뚝 떼면 돼.”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하나.

착한 척하기!

정확히 말하자면 ‘척’은 아니었다. 지금은 정말로 착하게 굴 생각이었으니까.

‘따라다니다가 빈틈 보이면 공격하자!’라고 하기에는 그들은 너무 겁이 많았고, 태현은 너무 무서웠다.

“자! 쫓아가자고. 만약 숨겨진 던전이나 히든 퀘스트 하나만 발견해도 대박이야! 그리고 김태현 관련 정보가 얼마에 팔리는 줄 알지?”

“알지. 예전에 위치한 줄에 몇백 받은 놈 있었다며. 젠장, 파워 워리어 길드 놈들만 아니었으면 지금도 위치는 바로 팔아먹었을 텐데. 상도덕도 없는 놈들…….”

태현이 판온 1의 태현이라는 게 밝혀지고 나자, 태현에게 원수진 사람들은 한동안 태현을 죽일 궁리만 했다.

1:100으로 쫓아오던 것도 바로 그때!

태현에게 당한 게 얼마나 많았는지 플레이어들은 태현에 관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게시판에서 구입했다.

판온은 게시판에서 정보를 유료로 팔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어떤 사람이 태현의 최신 위치 한 줄을 몇백만 원에 올렸는데 다급한 플레이어들이 바로 구입한 일이 있었다.

태현을 얼마나 잡고 싶어 하는지 보여주는 그 사건은 거의 전설이 되었다.

당연히 돈에 눈이 먼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정보를 모아서 팔려고 했고, 그건 태현을 노리는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바였다.

아무리 날고 기는 태현이라도 이렇게 사방에서 만나는 이들이 태현을 판다면 버티기 힘들 테니까!

그리고 그때 나선 게 파워 워리어 길드였다.

[☆김★태☆현★ 위치 팝니다! 옆집보다 싸요!]

[진짜 원조 김태현 위치 공유! 다른 놈들은 모두 가짜!]

[50년 전통 김태현 위치 판매점! 다른 집 가시면 후회합니다!]

신이 나서 우르르 글을 올려대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길드원들은 허위 정보로 아이디가 신고 먹어도 새로 파서 다른 글들을 올려댔다.

애초에 그런 신고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그들이었다.

그 결과, 태현의 정보는 똥값이 되었다.

진짜 정보, 가짜 정보가 뒤섞여서 뭐가 정말인지 파악하기 힘들어져 버린 것!

덕분에 이제 태현의 정보를 팔아먹으려면 위치 같은 간단한 정보로는 안 됐다.

태현의 스킬이 어떤 스킬이냐, 태현의 장비가 어떤 장비냐, 이 정도는 갖고 와줘야 팔 수 있는 것!

“그래도 쓸 만한 정보는 아직도 꽤 비싸게 팔린다고.”

“난 그거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저번에 <김태현이 화가 난 것 같은데 이거 풀려면 뭔 아이템 줘야 하냐>라고 올린 글 봤지? 그건 대체 뭐냐?”

“몰라. 우리야 돈만 받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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