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534화
“으아아! <대도적의 비술>!”
-……????
몬로소는 처음에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금 위협적인 건 저기서 폭주하고 힘을 회복하고 있는 카라그와 타락한 족장들.
그리고 그를 노리고 덤벼드는 멀쩡한 오크 족장들과 전사.
마지막으로 정체불명의 힘을 사용하는 마탑 출신의 사악한 배신자 김태현.
딱 거기까지였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창고 털다가 들켜서 도망친 도적놈은 적으로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도적놈이 그의 손에서 <오크 선조들의 해골 목걸이>를 채서 달아나고 있었다.
-이, 이, 이, 도둑놈의 새끼가……!
“태현 님! 살려 주십쇼!”
“잘했다, 에드안! 뛰어!”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생각지도 못한 에드안의 성과!
과연 (자칭) 전 대도적다운 은신 스킬과 도둑질 스킬이었다.
아무리 몬로소가 방심하고 있었다지만 저 상태의 몬로소를 상대로 도둑질을 성공할 줄이야!
태현은 에드안을 지원하기 위해 바로 신성 영역 스킬을 사용했다.
파아아아아앗-!
온갖 악마들로 인해 오염되었던 주변이, 아키서스의 신성력으로 인해 강력하게 정화되었다.
-어디를 가려고!
몬로소는 에드안을 향해 분노의 스킬을 사용했다.
악마의 창이 에드안의 등짝을 향해 날아가다가…….
공중에서 폭발했다.
[스킬이 실패합니다.]
-이게 무슨…… 너, 아키서스의 신도였나!
그제야 몬로소는 태현의 정체를 깨달았다. 신도는 아니고 화신이었지만!
“에드안, 명령 내려라!”
“예??”
“목걸이, 자식아! 훔쳤으면 써야 할 거 아냐!”
“어, 어…… 그러니까…….”
에드안은 태현의 말을 알아듣고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목걸이를 들고 외쳤다.
“대족장의 권위로 말하노니, 모두 저 몬로소란 놈을 때려죽여라!”
“잘했다.”
“후후, 이걸로 제 능력은 증명된…….”
“목걸이는 내놔.”
“아, 네.”
은근슬쩍 품속으로 목걸이를 집어넣으려던 에드안은 시무룩해져서 태현에게 목걸이를 바쳤다.
-췩. 죽어라. 몬로소!
-이놈들! 내가 대족장이다! 내가 너희들의 주인이란 말이다!
몬로소의 발악과 상관없이, 오크 친위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친위대의 사냥감>이 발동됩니다. 포위망 안의 상대는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도망칠 수 없습니다.]
오크 친위대의 공격은 족장들의 공격과 차원이 달랐다.
각자마다 차이가 큰 족장들의 전투력과 달리, 전부 다 준 보스 몬스터 수준의 전투력에, 협동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게 절묘했다.
-축복받은 오크 기름!
-속삭이는 정령의 무기!
몬로소를 포위망에 가둔 오크 친위대는 악마 상대로 효과 좋은 버프를 건 다음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보고 있는 태현의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공격!
‘생각해보니 몬로소 아니었으면 저 공격을 내가 당했어야 했잖아?’
-크악! 크악! 크아악!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때문에 마법이란 마법이 전부 실패해서, 몬로소는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하고 두들겨 맞았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풀립니다.]
-이놈들! 반격을……!
스킬이 풀리자 몬로소는 비틀거리며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HP는 30%가 남아 있었지만 아직 그에게는 마법이…….
-아키서스의 권능:저주!
태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몬로소는 죽일 수 있을 때 죽여야 한다.
대족장은 미쳐서 내버려 둬도 안 쫓아올 것 같지만 몬로소는 확실히 그를 쫓아올 테니까!
-……이 찢어 죽일 아키서스의 잡놈아!!!! 크아아아아악!
<아키서스의 권능:저주>.
사람 한 명 게임 접게 만드는 스킬로는 최강인 스킬!
[아키서스의 권능:저주가 시전됩니다. 행운이 지속적으로 소모됩니다.]
-크악, 크악, 크아아악!
몬로소의 저항은 점점 둔해졌다. 슬슬 막타를 넣어도 될 것 같자, 태현은 재빨리 명령했다.
“에드안. 멈추라고 해라.”
“네?”
“멈추게 하라고!”
“아, 예! 멈춰! 멈춰라!”
-……?
-췩?
오크 친위대는 일단 멈췄다. ‘저놈이 왜 저러나’ 하는 얼굴이었지만.
그사이 태현은 재빨리 달려들었다.
-완벽에 가까운 연격, 치명타 폭발!
-크아아아아아악!
[타락한 악마술사, 몬로소가 영원한 잠에 빠져듭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에랑스 왕국 마탑의 마법사들이 이 소식에 기뻐합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은신 스킬이 오릅니다. 중급 은신 스킬이 고급 은신 스킬로 변합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중급 마법 스킬이 고급 마법 스킬로 변합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
몬로소 레이드 성공.
레이드 성공보다 더 기쁜 건, 한 번에 레벨이 4가 오른 덕분에 드디어 90을 찍었다는 점이었다.
“와! 레벨이 10이 올랐어! 김태현! 대단해!!”
“…….”
옆에서 미친 듯이 기뻐하는 케인!
레벨 169인 랭커인 케인이 한 번에 레벨이 10 오를 정도면, 대체 저 몬로소 놈 경험치가 얼마만큼 인지…….
게다가 케인은 레이드 기여분이 태현보다 훨씬 적었다.
‘100 중후반대인 랭커들 말에 따르면, 100 중후반대부터는 필요 경험치가 엄청나게 늘어서 레벨 업이 더럽게 힘들어진다고 들었는데…….’
생각하려던 태현은 생각을 멈췄다.
그냥 스탯창이나 보자!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 태현은 태현!
이름 : 김태현
레벨 : 90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30,480
MP : 28,630
힘 : 541(+35)
민첩 : 534(+35)
체력 : 614(+35)
지혜 : 562(+35)
행운 : 4,893(+35)
보너스 스탯: 0
새삼스레, 정말 열심히 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레벨 50도 못 찍고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이 와중에 행운은 또 5,000을 바라보고 있군…….’
몇몇 스킬을 쓸 때 행운을 소모했는데도 다시 행운이 5,000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레벨 업 할 때 랜덤 스탯 보너스가 행운에 붙은 게 분명했다.
‘……힘이나 민첩, 하다못해 체력이나 지혜에 붙을 것이지 왜 이미 충분히 높은 행운에…….’
추가 스탯
공포 : 2,510
명성 : 14,100
악명 : 20,160
신성 : 5,083
…….
‘이제 명성을 악명보다 높이는 건 무리일 거 같기도…….’
그냥 악명 높은 상태를 받아들이고 플레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악명 스탯.
흑흑이를 소환하고 나서 얻은 엄청난 악명 때문이었다.
대폭 차이를 좁히긴 했지만, 태현이 워낙 퀘스트를 깰 때마다 악명을 얻는 사람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다른 랭커들은 명성이 네 자릿수면 ‘와! 진짜 명성만 죽어라 올렸나 보다!’ 하고 찬양받는데, 태현은 혼자 다섯 자릿수에서 놀고 있었다.
사실, 명성이나 악명보다 더 직접적으로 태현한테 영향을 끼치는 건 신성 스탯이었다.
교단 운영이나 스킬을 쓸 때도 필요했지만, 태현이 갖고 있는 <신성 권능> 스킬 때문에 신성 스탯은 더 필요했다.
신성 스탯에 영향을 받는, 데미지를 감소시켜 주는 패시브 스킬!
<아키서스의 화신> 스킬은 대부분 맞기 전에 회피를 하는 것에 몰려 있었다.
그런 상황에 회피가 아닌, 데미지를 감소시켜 주는 <신성 권능> 스킬은 매우 귀하고 유용했다.
안 그래도 태현은 레벨이 낮은 것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부족한 HP를 스킬과 컨트롤로 보완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피하고 회피하면 상관이 없지만, 데미지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태현도 위험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신성 권능은 태현의 추가 목숨이라고 볼 수 있었다.
‘스킬은…….’
은신 스킬과 마법 스킬이 드디어 고급을 찍었다는 게 태현을 기쁘게 만들었다.
마법 스킬은 여전히 쓸 수 있는 마법이 몇 개 없다는 점이 문제긴 하지만!
즉, 현재 태현이 갖고 있는 고급 스킬은…….
고급 검술 4 (5%)
고급 마법 1 (2%)
고급 은신 1 (4%)
고급 화술 9 (42%)
고급 기계공학 7 (41%)
고급 대장장이 기술 5 (2%)
고급 전술 6 (11%)
이 정도!
다른 사람들은 하나, 많으면 두 개의 스킬을 주력으로 키우며 고급을 찍으면 ‘와 스킬 좀 키울 줄 아는 놈인가?’ 취급을 받는데, 태현은 무려 6개의 스킬을 고급으로 찍은 상태였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캐릭터 성장!
엄청난 노가다와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특성, 대형 퀘스트로 인한 스킬 보상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화술은 뭘 했다고 벌써 9야? 1만 올리면 최고급 찍겠는데?’
다른 스킬들, 검술이나 마법은 올리려고 애를 써도 낮게 오르는데 화술은 별생각이 없어도 너무 잘 올랐다.
고급 화술인데도 이 정도라면, 최고급을 찍으면 대족장 카라그하고도 친해질 수 있을지 몰랐다.
최고급을 넘어 전설을 찍는다면?
그건 태현도 상상이 가질 않았다.
애초에 스킬을 전설까지 찍는다는 건, 그 스킬의 끝을 보았다는 걸 의미했다.
최고급까지와는 달리 그냥 올린다고 쉽게 찍을 수도 없을뿐더러, 온갖 퀘스트를 거쳐야 할 것이다.
‘지금 생각할 필요는 없지. 먼일이니까. 음…… 이렇게 된 이상 다음은 중급 요리를 고급 요리로 만들어볼까? 고급 스킬을 최고급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그게 더 쉬울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그만 올려, 미친놈아!’라고 했을 계획!
-췩, 췩. 인간.
“응?”
-……몬로소를 잡았는데 왜 대족장님은 돌아오지 않는 거지?
“아.”
빠르게 상태 창을 확인하고 있던 태현은 재빨리 현실로 돌아왔다.
몬로소는 쓰러졌지만 아직 현실은 남아 있었다.
최심부 요새는 악마들의 화염으로 반파되었고, 카라그와 타락한 족장들은 다시 힘을 회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크 족장들은 아무래도 몬로소가 쓰러지면 대족장이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기대한 모양이었는데, 현실은 냉정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지 않는 게 나한테 더 좋기도 하고.’
카라그가 미쳐 있으면?
태현이 도망쳐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카라그가 제정신이라면?
‘나하고 케인부터 찢어 죽이려고 하겠지!’
한 놈은 자기를 태워 죽이려고 했고, 한 놈은 자기 아들을 죽였다고 알고 있으니…….
-췩, 인간! 지금 대족장님이 다시 움직이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음. 그래. 이런 상황을 대비해 생각해 놓은 대책이 있지.”
-취익! 그게 무엇인가! 알려다오!
“튀어!”
-……????
태현이 말하자마자, 케인과 에드안은 재빨리 태현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태현과 오랫동안 같이 호흡을 맞춘 덕분에 이 정도로는 놀라지도 않았다.
사루온은 한 박자 늦었다.
“뭐, 뭐야? 같이 가자고!”
-췩, 취익! 인간! 거기 서라! 뭐하는 거냐!
“너희들도 튀는 게 좋을 거야! 그 대족장 보라고! 힘 회복하면 다시 날뛸 텐데 그걸 감당할 수 있겠냐!”
태현과 케인은 거리를 벌리면서 바로 오토바이를 꺼내 탔다. 그리고 전속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애초에 몬로소를 잡기 전에도 도망치려고 했었다. 몬로소가 발목을 잡아서 그렇지.
몬로소를 잡았다고 그 기세를 몰아 카라그를 잡겠다고 나설 정도로 태현은 멍청하지 않았다.
둘은 딱 봐도 수준이 달랐다.
-취익! 인간! 인간!!!
그렇게 태현 일행은 떠나갔다.
우르크 지역의 오크들을 박살 내놓고!
* * *
“우르크 지역의 오크들은 다 흩어지고, 카라그와 타락한 오크들은 최심부 요새에 남아 있다네요. 파티 몇몇이 도전해 봤는데 바로 전멸해서 지금 아무도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그러면 오스턴 왕국 영지 퀘스트는?”
“카라그 목을 가져오는 거니 무산됐죠. 지금 보니까 대부분 다 포기한 분위기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