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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33화 (533/1,826)

§ 나는 될놈이다 533화

-내가 넌 진짜 죽이고 간다, 이 빌어먹을 놈!

쾅!

몬로소는 자리를 박차고 덤벼들었다. 악마로 변한 육체 때문에 민첩도 장난이 아니었다.

‘빠르다!’

옆에 있던 케인은 덩달아 긴장했다. 저 공격이라면 제대로 한 대 맞으면 치명적인…….

퍽!

“어딜?”

그러나 태현은 능수능란하게 반응했다. 행운 스탯으로 인한 회피를 빌리지도 않았다.

‘빨라 봤자 직선 동작. 먼저 읽고 카운터 치면 그만이다.’

[상대방이 스턴 상태에…….]

-컥!

스킬 연타로 몬로소를 스턴 상태에 빠뜨린 태현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파파파팍!

그러자 오크들의 공격이 몬로소에게 꽂히기 시작했다.

-췩! 원수 놈!

-취익, 널 갈아서 심장을 씹어 먹겠다!

“파이팅! 힘내라, 오크들!”

-아오, 저 개자식이!

두들겨 맞으면서, 몬로소는 울부짖었다.

[악마술사 몬로소가 악마의 피를 점점 더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몬로소가 악마의 피를 사용해 악마들을 불러냅니다!]

“저놈, 악마의 피를 점점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사루온은 경고했다. 태현도 그 경고를 알아들었다.

빨리 잡지 않으면 위험하다!

태현은 <에다오르의 뜨겁게 끓어오르는 진홍빛 대검>을 들고, <갈그랄의 저주가 서린 칼날 장갑>을 착용했다.

둘 다 착용할 때마다 원수진 악마들이 찾아올까 봐 신경이 쓰이는 장비였지만, 지금은 그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위험하더라도 최대한 전력을 올려야 했다.

두 장비는 다 <착용 시 악마들의 공격에 저항력, 신성력에 취약해짐> 옵션이 달려 있었다.

대(對) 악마 전투에 있어서 이만한 장비도 없는 것!

-하급 악마 소환! 끓어오르는 지옥!

태현은 에다오르의 대검에 내장된 스킬을 사용했다. 그걸 본 사루온이 놀라 외쳤다.

“에다오르의 무기인가? 그걸 뺏었군!”

“줄 생각 없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 <악마 강화>와 <승급>을 쓰라고!”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 다 악마 자체를 강화시키는 스킬이었다.

데리고 있는 악마가 있으면 모를까, 지금 당장 소환한 하급 악마를 강화시키느라 MP를 낭비하는 건 손해였다.

“지금 그걸 왜 써? 어차피 일시 소환이라 좀 있으면 사라질 텐데?”

“그놈 말고. 저 옆의 네 노예한테 쓰란 거다!”

“……?”

“……??”

태현과 케인이 눈이 마주쳤다.

* * *

“넌 언제 악마가…….”

“내가 되고 싶어서 됐냐!”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에다오르의 무기가 있으면 최대한 써야 해!”

“알겠어, 알겠어.”

태현은 <악마 강화>와 <승급>을 사용했다. 케인에게.

[<악마 강화>로 인해 악마의 피가 더욱더 진해지고 강해집니다. 각종 스킬들이 추가됩니다. 착용 제한된 악마 전용 장비를 입을 수 있습니다.]

[<승급>으로 인해 전체 능력치가 상승…….]

“잠깐, 너 지금 아이템 제한이 풀린 상태인가?”

“그런데?”

“그러면 이거 받아라.”

태현은 <갈그랄의 저주가 서린 칼날 장갑>을 케인에게 건넸다.

스킬 ‘에너지 드레인’과 스킬 ‘악마의 생명력’ 같은 탱커용 스킬들이 달려 있고,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마력 흡수가 가능한 장비.

그보다는 케인이 써야 했다. 케인은 회피력이 너무 부족했으니까.

“김태현……!”

케인은 감동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언제나 구박해도, 태현은 이럴 때 감동을 줬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우정!

“지금 그럴 때 아니라니까!”

옆에서 사루온이 초조하다는 듯이 말했다.

실제로 몬로소는 계속해서 두들겨 맞고 있었지만, 점점 다양한 스킬들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카라그와 타락한 족장들이 가만히 있어서 망정이지 그들까지 움직였었다면 벌써 상황은 끝났을 것이다.

-힘이…… 힘이 느껴진다! 악마들이여, 더 나와라! 더! 여기 있는 오크들을 제물로 바쳐서 에다오르를…….

움찔!

태현은 최대한 빨리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타타탁-

“태현 님!”

“……?”

뒤에서 들리는 사람의 목소리. 오크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에 태현은 의아해했다. 지금 올 사람이 누가 있지?

“여기서 도망칠 수가 없습니다!”

“…….”

에드안이었다.

태현, 케인, 사루온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에드안을 쳐다보았다.

“왜, 왜 그런 눈빛으로?”

“난 또 누구라고…….”

“사루온이야 그렇다 쳐도 이 도움 안 되는 인간은 왜 부른 거야? 갈락파드가 낫지 않았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세 명이 동시에 공격하자 에드안은 억울해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태현이 시킨 일을 하려고 한 이 충성심을 보고 그런 소리를 하다니!

“제가 얼마나 일을 열심히 했는데 이러시깁니까!”

“오, 그래? 창고에서 뭐 좀 훔쳤냐?”

“……소란을 틈타서 훔치려고 했는데 창고에 불이 나서…….”

방금 대족장이 미쳐 날뛴 탓에 이 근처 창고는 전부 박살이 나있었다.

셋의 눈빛이 더 차가워지자 에드안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내 탓 아닌데……!’

“그래. 잘했다. 그냥 저 구석에 박혀 있어.”

“갈락파드 부르자니까!”

“갈락파드 그 인간은 힘이 대단하더군.”

쑥덕거리는 셋. 에드안은 상처를 받고 구석에 가서 처박혔다.

“내, 내가 그래도 대도적인데…….”

“아, 시끄러.”

“반드시 제 능력을 보여드리겠…….”

“조용히 하고 있어.”

* * *

-취익, 몬로소 저놈! 너무 튼튼하다! 악마에게 타격이 있는 무기를 갖고 와라!

-췩! 주술사들이 축복을 한 무기들을 꺼내!

-취익, 창고가 박살이 나서…….

-췩! 은화살이라도 쏴라!

태현이 이간질을 한 것도 무색하게, 몬로소는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근처에 마계의 문을 열고 악마들을 소환해서 부하로 부리고, 동시에 자기 자신은 계속해서 점점 더 악마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까까지는 근접 공격만 하던 몬로소가 점점 악마들의 마법을 다루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카라그 저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왜 안 날뛰고 있어?!”

“아까 힘을 쓴 탓에 회복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놈은 하는 짓마다 밉상이군.”

태현은 투덜거리며 몬로소에게 접근했다.

“비켜! 데미지 못 넣는 놈들은 뒤로 물러서라. 어차피 도움 안 되니까!”

-크흐흐…… 그래. 손수 죽여주마. 와라!

* * *

“지금 저기서 뭐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움직이면 안 됩니까?”

“안 돼!”

장쓰안은 단호하게 말했다.

플레이어들은 웅성거렸지만 이번 퀘스트에서 완벽한 지휘력을 보여준 장쓰안의 말에 반항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장쓰안은 대단한 판단력을 보여줬던 것이다.

장쓰안은 슬쩍 이다비에게 물었다.

“저기, 김태현이 지금 귓속말에 대답을 안 하는데 움직이게 하면…….”

“아, 안 된다니까요! 또 멋대로 하시게요?”

“아, 아니…… 그냥 물어본 거야…….”

장쓰안은 쭈그러들었다.

이미 몇 번이고 말아먹을 뻔한 걸 태현이 떠먹여서 살려준 탓에, 장쓰안은 뭐라고 강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뭘 하는데 귓속말에 대답도 못 하고 있는 거지? 도우러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장쓰안은 고민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 저 자식들 저기 가고 있어!”

“장쓰안 님! 쟤네들 멋대로 움직이고 있어요!”

그러나 언제나 말 안 듣는 놈들은 꼭 있는 법.

요새에서 기다리고 있던 플레이어 중 몇 파티가 요새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최심부 요새에서 뭔가 퀘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장쓰안이 막자, 호기심과 욕심에 불이 붙은 것이다.

“가자! 우리가 왜 저놈 말 들어야 하는데?”

“맞아. 지가 뭐라고.”

“다들 가만히 있을 때 우리가 먼저 가서 깨면 독점이다! 대박이라고! 잘하면 영지까지……!”

그들의 눈에는 오스턴 왕국의 영지가 아른거렸다.

* * *

태현과 몬로소의 싸움은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악마 마법을 빠르게 익힌 몬로소는 허공에서 불러낸 악마들로 태현의 발을 묶고, 그 사이 각종 강력한 마법 공격으로 태현을 타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아무리 귀신 같은 컨트롤을 가진 태현이라도 저런 식으로 나오면 다 피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태현에게는 한 가지 무기가 더 있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뭐냐! 무슨…….

이제까지 컨트롤로 공격을 상대해왔기에, 태현의 행운 기반 회피를 본 몬로소는 당혹스러워했다.

그사이 태현은 꾸준히 데미지를 집어넣었다.

에다오르의 대검이 휘둘러지자 몬로소의 몸에서 악마의 피가 튀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몬로소의 안에 있는 악마의 피가 흘러나옵니다. 주변이 오염됩니다.]

[몬로소가 약화됩니다.]

“바로 그거야! 몬로소를 그렇게 약화시키는 거다!”

뒤에서 무릎을 탁 치며 외치는 사루온. 그 모습에 케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넌 안 도와주냐?”

“아니, 나는 지금 도와줄 방법이…….”

“……에드안이랑 별 차이가 없군.”

“뭐, 뭐라고? 뭐라고 했지?”

타타타탁-

“……?”

한참 싸우는데 뒤에서 들리는 소리. 다들 깜짝 놀랐다.

누구지?

“우리가 왔다! 앗! 태현 님! 저희가 도우러 왔…….”

요새에서 먼저 나온 파티가 도착한 것이다.

-어? 오크들이 안 보인다? 최심부 요새인데?

-안 보이면 좋은 거지! 빨리빨리 가보자!

-어, 저기 엄청 덩치 큰 오크가 가만히 서 있는데…….

콰직!

“……으아아아악!”

도착한 파티는 그대로 날아갔다. 눈을 뜬 카라그가 자기 앞에서 얼쩡대는 파티를 후려친 것이다.

탱커고 딜러고 힐러고 뭐 할 거 없이 그대로 전멸!

“……쟤네들 뭐냐?”

“몰라. 장쓰안이 또 헛짓한 거 같은데.”

* * *

“먼저 간 파티한테 연락 왔어요!”

“오! 뭐래?!”

요새에서 기다리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반색했다. 그들의 친구가 요새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만약 퀘스트 진행되고 있으면 바로 먼저 뛰쳐나가야지.’

‘나만 여기 있을 수는 없지.’

“……어…… 바로 전멸했다는데요?”

“……뭐?”

“진짜? 아니, 뭘 했는데 바로 전멸이야? 튀지도 못하고? 거짓말 아냐?”

“자기들끼리 퀘스트 먹으려고…….”

“에이! 나도 가본다!”

“야, 야!”

그리고 잠시 후.

“……얘네도 전멸했다는데요?”

* * *

타탁, 타타탁-

또 어디서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

몬로소와 싸우던 태현은 짜증을 냈다.

“아, 이 도움도 안 되는 놈들은 왜 자꾸 나눠서 와서 죽는 건데!? 올 거면 차라리 다 같이 와서 인간 방패나 하라고 해!”

그러나 이번에 온 건 플레이어 파티가 아니었다.

타타타탁-

“오크 친위대다! 오크 친위대가 왔어!”

-췩! 오크 친위대! 여기다! 오크 친위대, 왜 이렇게 늦었나!!

“……!”

-……!

태현도, 몬로소도 깜짝 놀랐다. 태현은 생각했다. 지금 오크 친위대가 나타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오크 친위대! 내 말을 들어라! 이 반역자 놈들을 전부 죽여 버려!

몬로소는 기세등등해서 외쳤다. 그 모습에 몬로소를 공격하던 오크 족장들이 기가 막혀서 말했다.

-췩, 몬로소! 미친 거냐! 어디서 대족장을 속인 놈이 오크 친위대에게 명령이냐!

-취익! 오크 친위대! 저놈이 대족장을 속였다! 찢어 죽여라!

오크 족장들이 분노해서 날뛰었지만 몬로소는 비웃었다.

-멍청한 놈들! 오크 친위대는 대족장의 권위, 이 신물에 복종한다! 이 신물이 누구의 손에 있지?

-……!

-……!!!

몬로소는 <오크 선조들의 해골 목걸이>를 들고 흔들어 보였다.

-너희 대족장은 의식도 잃어버리고 타락한 상황! 즉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이 목걸이를 가진 나라는 거다! 자격도 없는 너희 놈들이 아니라!

-췩! 이런 죽일 놈!

오크들은 욕설을 퍼부었고, 몬로소는 그런 그들을 조롱했다.

그리고 에드안은 몬로소 뒤에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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