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531화
-췩! 모두 조심해라!
-취익! 이놈이 악마를 불러내려고 한다! 공격 준비!
몬로소의 모습에, 오크 족장들은 극도로 긴장해서 외쳤다.
딱 봐도 뭔가 보여주려는 것 같은 모습!
타타탁-
“어, 어?”
그리고 대족장의 천막에서 나온 건 케인이었다.
“…….”
-…….
-…….
* * *
악마의 피를 받은 케인. 케인이 쓰러지자 몬로소는 케인을 다른 천막에 내버려 두었다.
레벨 높은 전사일수록 언데드로 만들 시 효과가 좋았던 것이다.
그러나 케인은 로그아웃 당하지 않았다.
[HP가 5%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아키서스의 노예>의 스킬, <노예의 각성>이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악마의 피를 저항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견, 견뎠다!”
케인은 기쁨에 차서 외쳤다.
평소에는 맨날 ‘직업명이 이게 뭐야’ 하고 불평했었지만, 지금만큼은 감사했다.
역시 노예도 끗발 좋은 놈 노예를 하면 뭔가 달라!
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케인
레벨 : 169
직업 : 아키서스의 노예
힘 : 411 (+5)
민첩 : 49 (+1)
체력 : 1,014 (+25)
……
현재 종족 : 반인반마 (에슬라)
추가 스탯
악마력 : 322
‘어?? 어???’
케인은 눈을 깜박였다.
종족과 추가 스탯에 못 보던 게 있었다.
‘잠깐, 손도 뭔가 이상한데? 왜 손 색이 검은색이 되어 있지?’
케인은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확인했다.
“이게 뭐야!!”
마치 저주받은 것처럼 검붉은 색으로 변한 전신!
케인은 당황해서 중얼거렸다.
“이거 해제할 수 있나? 헉. 잠깐. 생각해 보니까 아키서스 교단은 일단 교단이니까 이런 저주도 풀 수 있을지도…… 아니. 잠깐. 아키서스 교단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순간 희망을 품었다가, 케인은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했다.
다른 교단이면 모를까 아키서스 교단은 좀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냉정한 상황 판단 능력!
뚜벅, 뚜벅-
“……?!”
멀리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케인은 재빨리 움직였다. 만약 멀쩡히 살아 있다는 게 들키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다.
<영웅 직업-악마의 피를 이어받은 자 전직 퀘스트>
진정한 영웅은 피에 구애받지 않…….
[<아키서스의 노예>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자동으로 전직 퀘스트가 취소됩니다.]
“…….”
케인은 복잡한 표정으로 천막 뒤를 향해 움직였다.
‘다른 직업 전직 막는 건 반칙 아니냐?’
똑같은 생각을 태현도 했었다는 걸 케인은 몰랐다.
<악마의 피를 강화해라-반인반마 종족 퀘스트>
당신은 어떤 이유로든 간에 악마의 피를 몸 안에 받아들이고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그 악마의 피를 더 진하게 만들고 강하게 만들어라.
보상:반인반마 종족에서 악마 종족으로 진화. ?, ??, ????
<악마의 피를 제거해라-반인반마 종족 탈출 퀘스트>
당신은…….
강화하거나 지우거나. 같은 주제였지만 반대되는 퀘스트!
일단 나중에 빠져나가서 고민하기로 하고 케인은 움직였다.
그렇지만 사방에 오크가 너무 많았다.
태현이야 능숙한 변장과 경지에 오른 화술 스킬로 이곳을 자기 집 안방처럼 들락날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케인에게는 그것도 불가능했다.
‘큭. 은신 스킬이라도 배워놓을걸…….’
탱커 직업인 케인은 은신 스킬도 없었다.
‘앗! 여기도 오크가 있어?!’
‘아니?! 여기도?!’
결국 몰리고 몰리던 케인은 아무 천막이나 붙잡고 들어갔다.
‘제발 비어 있어라! 비어 있어라!’
크르릉…….
“……!”
그러나 천막은 비어 있지 않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거대한 오크가 안에서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
“휴. 자고 있었군. 일단 여기서 좀 버텨야겠다. 김태현 언제 오나…….”
케인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오크의 얼굴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크의 색이 그처럼 검붉은색이라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최대한 숨어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케인은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그렇게 기다리는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오크 군대들이 다가오는 소리, 다투는 소리…… 그러더니 가까운 곳에서 몬로소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한 번 죽일 수 있다면 해봐라. 나와라! 내 노예들아. 주인이 위험한 상황이다!
-크아아아악!
“?!?!?!”
뒤에 누워 있던 오크가 벌떡 일어서자 케인은 정말 놀랐다.
“아니, 잠깐. 나 일부러 여기 들어온 거 아니…….”
케인이 급히 변명하려고 했지만, 상대 오크는 케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퍽!
오크는 앞으로 돌진했다. 케인은 기겁하며 피했다. 오크는 다시 돌진했다. 피하던 케인은 점점 밀려났다.
‘에라, 모르겠다!’
여기서 피하는 건 무리였다. 케인은 천막 밖으로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펄럭!
* * *
-……대, 대족장은 어디 갔냐?
방금까지 보여주던 위엄은 어디로 가고, 몬로소는 당황해서 말했다.
분명 대족장이 나와야 할 천막에서 왜 처음 보는 놈이 나오지?
-췩, 대, 대족장이 인간처럼 변했다!
-취이익! 몬로소 저놈이……!
“아니야, 이 멍청이들아.”
혼란에 빠진 오크 족장들. 태현은 그들을 진정시켰다. 뭔가 이상하게 변했지만 저건 케인이었다.
‘쟤는 왜 저기서 저러고 있냐?’
“저 녀석은 몬로소가 부리고 있는 다른 부하다! 몬로소에게 속은 놈이지!”
-췩, 그렇군!
쾅!
“으악!”
곧이어 뒤 천막에서 달려 나오는 대족장. 이번에는 케인도 피하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이 자식 뭐야!?”
“누군지 모르겠냐?”
“누군데?”
“대족장이잖아.”
“…….”
태현의 말에 케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쩐지 날 많이 싫어하는 것 같더라니……!’
-크아아아아아아아!
[악마의 피에 미친 오크 대족장, 카라그가 나타났습니다!]
[대족장 카라그는 악마의 피로 인해 더더욱 강해졌습니다. 혼자 상대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오크 대족장 카라그가 미치기 전에 추정 레벨이 대충 300 이상이었지? 근데 여기서 악마의 피를 먹어서 더 강해졌으면…….’
지금 플레이어 중 가장 레벨이 높다고 알려진 랭커들도 기껏 200이었다.
그것만 해도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었다. 다른 랭커들은 레벨 100 후반으로 접어들자 필요 경험치가 엄청나게 늘어나 허덕이고 있었으니까.
태현은 뭐…… 말할 것도 없었고…….
어쨌든 플레이어들의 수준으로 봤을 때, 현재 대족장 카라그는 잡을 수 없는 보스 몬스터였다.
이런 보스 몬스터는 보통 플레이어들이 더 강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잡는 게 순리였지만…….
태현은 그러지 않았다.
‘힘이 부족하면 다른 곳에서 빌리면 되지!’
“모두 공격! 대족장님을 악마의 피에서 풀어내야 합니다!”
-췩, 대족장님을?! 어떻게 그런!
“대족장님을 내버려 두면 그게 더 불충입니다! 저걸 보십시오! 얼마나 괴로워 보입니까!”
-크아아아! 너는…… 원수!
-……?
-……??
대족장이 ‘원수!’라고 외치자 족장들은 당황했다. 뭔 소리야?
“몬로소를 원수라고 하는 겁니다! 보십시오! 구해드려야 합니다!”
-……췩! 알겠다! 공격!
-취익. 오크 친위대를 불러와라! 놈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크아아아아아!
[오크 대족장 카라그가 <전투 포효>를 사용했습니다!]
쿠르르르릉!
오크 종족이라면 개나 소나 쓸 수 있는 <전투 포효>!
가벼운 상태 이상을 없애고 사기를 올려주는 기본 스킬.
그런데 카라그가 쓰자 대지가 울리고 사방의 천막이 날아가는 괴현상이 나타났다.
“미친…….”
“넌 뭘 잘못 먹어서 그 모양이냐?”
“아니, 저 몬로소 놈이 나한테 억지로 먹였다고! 이거 풀 수 있겠지? 풀 수 있겠지?”
“몰라, 인마. 앞이나 봐. 죽고 싶지 않으면.”
“어…… 저거…….”
케인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카라그 혼자 있었지만 자리에 있는 모든 오크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크아! 크아아아! 크아아아아아!
[칭호:<공포를 모르는 자>를 갖고 있습니다. 공포에 저항합니다.]
[<아키서스의 노예>의 주인이 곁에 있습니다. 공포에 저항합니다.]
태현은 칭호로, 케인은 직업 특성으로 공포에 저항했지만, 다른 오크들은 그러지 못했다.
족장 뒤에 있던 오크들은 겁에 질려 자리에 쓰러졌다.
아까 분노해서 능력치가 몇 배로 뛰었던 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
부우웅-
쾅!
[오크 대족장 카라그가 <오크식 강타>를 사용했습니다!]
“저거 기본 스킬이잖아?!”
한 번 바닥을 내리찍었는데 앞에 장판이 생기며 주변에 있는 게 모조리 박살 나는 괴력!
케인은 기겁했다. 저걸 이길 수 있나?
“이야, 넌 저런 놈 아들을 죽였냐?”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할 소리냐?!”
“농담이다. 그보다 사루온이 빨리 와야 하는데…….”
“……?”
태현은 이 전력만으로 대족장 카라그를 잡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기 힘들 것 같기도 했고.
시간만 벌면 됐다.
사루온이 오면 카라그는 몬로소의 지배에서 풀려날 테니까.
-나와라! 내 노예들아!
-췩! 저 사악한 마법사 놈이!
그 사이 몬로소는 다른 오크 족장들도 불러냈다. 검붉게 변한 오크 족장들의 모습에 다른 오크 족장들은 분노했다.
-취익, 오크 친위대는 뭐하는 거냐! 빨리 와라!
-크하하! 이 버러지 같은 오크 놈들. 얌전히 내 말을 들었으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을 텐데. 건방을 떨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구나!
몇 명밖에 안 되는 몬로소의 세력.
그렇지만 이 최심부의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한 건 몬로소였다. 몬로소는 태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너! 이 마탑의 상종 못 할 호로 자식!
“하하.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닥쳐라! 너는 손수 찢어서 죽여주마! 이 힘을 봐라!
콰득!
몬로소는 변한 육체의 주먹을 휘둘렀다. 마법사라고는 볼 수 없는 강력한 힘이었다.
“힘법사는 똥캐라고. 판온 1에서부터 그랬지!”
-반격의 원!
-큭!
오크 족장들이 대족장을 상대…… 아니, 대족장에게 두들겨 맞는 동안, 태현은 몬로소의 공격을 피해야 했다.
몬로소는 육체가 변한 다음부터 마법을 쓰지 않고 그냥 덤벼오고 있었다.
솔직히 태현한테는 이게 더 편했다.
스킬도 안 쓰고 그냥 육탄전으로 덤비다니!
‘변신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가?’
-반격의 원, 치명타 폭발, 강타!
상대방의 공격을 흘려보내고 빗겨낸 다음 적당한 상황에 반격을 꽂아 넣고 치명타 스택을 폭발시킨다!
몬로소의 HP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이렇게 공격을 쑤셔 박았는데도 멀쩡한 걸 보니 채 5%도 안 깎인 것 같았다.
그러나 태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건 원래 먼저 흔들리는 놈이 지는 거였다.
‘안 죽으면 죽을 때까지 때리면 되겠지!’
-흥! 멍청한 놈. 카라그가 다른 오크 놈들을 찢어 죽이기까지가 네 목숨이다.
태현도, 몬로소도, 서로 시간은 자기의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카라그는 오크 족장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오크 족장 중 한 명이 카라그한테 얻어맞고 하늘로 날아갔다.
-취이이이이이이익!
-췩, 대족장님! 정신을 차리십시오!
-크아! 크아아!
“아, 이것들아! 저게 말을 들을 것 같냐! 공격을 넣어! 공격을!”
케인은 답답해서 외쳤다.
지금 전력을 다해서 온갖 공격을 넣어도 모자랄 상황에 아직도 대족장을 부르고 있다니!
-크르르…….
“응?”
케인의 외침에, 대족장의 시선이 이상하게 케인을 향했다.
왠지 모르게 뚫어지게 노려보는 것 같은 시선!
“어, 아니, 그게, 내가 꼭 주목받고 싶어서 친 소리는 아니고…… 그냥 답답해서…….”
-크아아아아아!
“으아악!”
카라그는 오크 족장들을 공격하는 걸 멈췄다. 대신 케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잡히는 모든 걸 잡고 휘둘러 케인에게 때려 박는 무식한 스킬!
[오크 대족장 카라그가 <풍차 휘두르기>를……]
[오크 대족장 카라그가 <마구잡이 난타>를……]
“야! 구해줘! 구해달라고!”
-췩, 대족장님!
“니들 대족장보다 내가 위험하다고 이 멍청한 오크 놈들아!!”
케인은 울상이 되어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