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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28화 (528/1,826)

§ 나는 될놈이다 528화

그렇지만 자꾸 발목을 잡는 무언가!

“……그래도 세상에 필요 없는 아이템이란 없는 법이지.”

에드안은 슬쩍 가방을 열고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을 집어넣었다.

카르바노그가 무슨 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그 신전에 가서 팔면 비싸게 팔 수 있지 않을까?

-취익. 그 마법사 놈의 시선이 음흉했다. 혹시 모르니 대비해야 한다.

-췩, 마법사가 왜 우리들의 무기에 관심을 가지겠나. 지나친 걱정 아닌가?

-취익. 날 못 믿겠다는 건가?

-췩, 그건 아니지만…….

“……?!”

에드안은 기겁했다. 밖에서 오크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소리가 전혀 안 들렸는데?!

-취익. 대족장님께서 상처를 회복하느라 나오시지 않는 이상,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

-췩. 맞는 말이다.

“……!!!”

에드안은 대화를 듣고 상대방의 정체를 바로 눈치챘다. 에드안이 괜히 대도적이 아닌 것이다.

상대는 바로, 대족장 직속 정예 전사들!

우르크 지역의 오크 중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악랄한 오크 전사들만 모아 놓았다는 대족장 친위대 출신 오크들.

어중간한 오크 족장이 이끄는 오크 부락 하나보다 훨씬 더 무서운 상대였다.

‘망했다!’

-췩,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마법사가 수상하다. 대족장님이 그 이후로 나오시질 않는다.

-취익. 그렇지만 상처는 회복하셨지 않나.

-췩. 그건 그렇지만…….

에드안은 침을 삼켰다.

상대방이 워낙 뛰어났기에 여기까지 오는데 소리도 내지 않고 온 게 분명했다.

덕분에 에드안은 빠져나갈 길이 막혔다.

이대로 밖으로 나가면 둘과 마주칠 것이고, 나가지 않더라도 곧 들어올 둘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은신 스킬이 있다지만 상대방 정도라면 눈치챌 것 같았다.

남은 방법은…….

“에잇!”

에드안은 품속에서 횃불을 꺼내 집어 던졌다.

화르륵!

-췩! 뭐냐!?

-취익! 침입자다! 침입자다!

“불 질렀으니까 안 끄면 너희 아이템 다 탈 거다! 대족장님께서 보시면 눈물을 흘리실 거야!”

-췩! 저놈이 감히!!

에드안은 필사적으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잡히면 죽는다!

-췩! 죽여 버린다, 침입자!

오크 친위대 전사가 분노한 눈빛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스걱!

“으헉!”

에드안은 뒤에서 날아오는 붉은색 오러에 기겁하며 달려나갔다.

-췩! 북을 울려라! 침입자다!

-취익! 침입자다! 침입자다!

* * *

“어? 왜 북소리가 울리지?”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하하. 그럴 리가. 그냥 오크들이 심심해서 울리나 보지.”

“그게 말이 된다고…….”

사루온은 태현을 보고 항의했다.

저 멀리서 들리는 북소리. 아무리 봐도 멀쩡한 상황은 아니었다.

“여기 계속 있으면 위험한 거 아닌가?”

“아니야. 괜찮아. 아마 그럴걸? 어쨌든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가야 할 요새가 있어서.”

“잠, 잠깐……!”

태현은 후다닥 가버렸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뒷모습!

사루온은 이대로 계속 있어도 되나 고민했다. 만약 저 요새 최심부에 있는 오크들이 밖으로 나와서 수색이라도 시작한다면…….

‘위험한 거 아닌가?’

사루온은 악마였지만 전투 능력은 형편없었다. 사루온은 진지하게 이래도 되나 고민했다.

‘일단 함정이라도 깔아야겠다.’

* * *

-췩! 몬로소. 이걸 봤겠지! 침입자가 들어왔다. 그것도 인간이!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내 책임이라는 거냐?!”

-취익. 오크들만 있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 네가 들어오고 네가 다른 놈들을 불렀을 때부터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

“헛소리하지 마라! 지금 이 근처에 너희들을 공격하려고 모인 모험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놈들이 여기 들어왔다고는 생각지 못하냐? 너희들이 제대로 보초를 서지 못하고서 내 책임으로 돌리려 하다니.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췩! 어떻게 저 밖에, 멀리 있는 모험가들이 산맥에 있는 요새들에 둘러진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안으로 들어온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이건 요새 안에 있는 인간 놈의 짓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내 부관을 의심하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악독하고 사악하고 믿음직스러운 놈이다!”

자리에 없는 태현이 들었다면 민망해했을 소리였다.

몬로소가 강력하게 반박하자 친위대 오크들은 더 이상 밀어붙이지 못했다.

대신 다른 상대를 노렸다.

-췩, 그렇다면 그놈! 우리가 잡아 온 그놈은?

“뭐?”

-그놈은 아직도 팔팔하게 살아서 우리 안에 있지 않나! 그놈이 수상하다. 그놈이라도 죽여야 한다!

“그건…… 그래, 알겠다.”

몬로소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족장이야 손에 들어왔지만 친위대는 여전히 몬로소를 적대하고 경계하고 있었다.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물론 천막 안에 있는 케인은 이 상황을 꿈에도 몰랐다.

* * *

“아,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케인은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태현이었다면 남는 시간에 스킬 연습을 했겠지만, 케인은 지루해져서 벌써 포기한 상태였다.

다른 재미있는 게 많은데 지루한 스킬 반복을 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괜히 태현이 대단한 게 아니었고, 괜히 태현이 정수혁을 좋게 평가해주는 게 아니었다.

근성과 끈기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

펄럭!

“……!?”

천막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자, 케인은 재빨리 외치기 시작했다.

“으헉! 으허억! 살려줘! 크어억!”

그리고 슬쩍 눈을 떠서 쳐다보았다. 김태현인가?

불행히도 아니었다.

-췩, 끌고 나가라.

-취익, 우리가 죽이면 안 되나?

-췩. 몬로소가 직접 죽인다고 했으니 그걸 보도록 하자. 그게 낫겠지.

“……???”

케인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다. 밖에는 몬로소가 고개를 저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내 부관이 널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지. 내가 손수 널 처리하겠다. 영광인 줄 알도록.”

“아니, 네? 잠깐만요. 잠깐만!”

“잡아라.”

두 오크가 케인의 양팔을 붙잡았다. 케인은 저항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힘이 압도적으로 차이 납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 자식들 보스 몬스터인가?!’

괜히 친위대 소속 전사들이 아니었다. 몬로소가 다가와 그릇을 케인 얼굴 위에 들었다.

검고 붉은 무언가가 펄펄 끓고 있었다.

딱 봐도 뭔가 안 좋게 생긴 것!

‘김태현이 사람 엿 먹일 때 요리하는 거랑 비슷하게 생겼잖아!’

갑자기 케인은 옛날에 봤던 사극이 떠올랐다.

죄인들이 저런 거 먹으면 죽던데!

“안 돼! 안 돼!”

“내 영광스러운 실험체가 되는 걸 감격스럽게 여겨라.”

[<정제되지 않은 악마의 피 원액>을 마셨습니다.]

[악마화가 진행됩니다.]

[<아키서스의 노예>가 가진 특성에 의해 저항합니다.]

[HP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화염 저항이 내려갑니다.]

[냉기 저항이…….]

수십 개가 넘는 디버프 메시지창.

케인은 기겁했다. 이거 그냥 로그아웃당하는 거 아냐?!

몬로소는 바닥에 쓰러져서 부들부들 떠는 케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정제되지 않은 피는 너무 독한가. 인간이 받아들이기는 무리였나 보군. 저리 치워라.”

-췩, 죽은 거 맞나?

“어차피 곧 죽을 거다. 시체를 확인하고 싶으니 저기다 가져다 놓도록. 언데드로 써먹어야겠다.”

-췩, 마법사. 기분 나쁘다.

“닥쳐라.”

* * *

<강철의 대가 요새>.

최심부 요새 중심으로 곳곳이 설치된 오크들의 요새 중, 비교적 최심부에 가까운 요새였다.

그래서 그런지 거의 성채에 가까운 겉모습을 갖고 있었다.

벽 곳곳은 강철을 발라 강화시킨 상태!

공성 병기나, 강력한 스크롤, 그도 아니면 랭커 마법사 파티를 끌고 와야 공성을 해야 하지만…….

그런 거 없었다.

그런데도 모인 플레이어들의 얼굴은 자신감이 넘쳤다.

“장쓰안! 장쓰안!”

“어떻게 하면 됩니까?!”

장쓰안을 바라보는 수백 명이 넘는 눈빛들.

장쓰안은 당황했다.

사실 이 전의 공성전은 그가 잘해서가 아니라, 태현이 안에서 문을 열어서 이길 수 있었던 거였는데…….

‘그걸 말할 수는 없다!’

“어, 음, 그러니까, 돌격!”

-미쳤어요!?

이다비가 놀라서 물었다. 지금 저 살벌한 요새에 돌격을 하겠다고?

-그, 그러면 어떻게 하지?

-일단 성벽 무너질 때까지는 계속 원거리 공격만 해야죠! 아까 요새랑은 딱 봐도 차원이 다르잖아요!

-그렇군! 그런 오묘한 전략이……!

-…….

장쓰안은 다급히 플레이어들을 부르려고 했다.

“다들 돌아…….”

“와아아아아아아!”

“돌격! 돌격!”

그러나 이미 늦었다. 플레이어들은 우르르 돌격하기 시작했다.

요새 위에서 어떤 공격이 오든 신경 쓰지 않는 과감한 돌격!

-췩, 모험가 놈들, 죽어라!

-취익!

파파파파파팍!

하늘을 덮을 정도의 화살 세례.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탱커를 앞세우고 계속해서 돌격했다.

길드 단위의 공성전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몸을 사리지 않는 총공격!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당황해서 이다비에게 물었다.

“이, 이 사람들 뭐 잘못 먹었습니까? 왜 이래요? 다 같은 길드 소속도 아닌데?”

“……착각이야.”

“네?”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어!”

이다비는 상황을 깨달았다.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은 집단 최면에 걸려 있었다.

잘될 거라는 최면에!

이전 요새의 공성전을 너무 성공적으로 한 게 탈이었다.

뭐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돌격했더니 성문이 열리고 끝!

그 덕분에 이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아, 저 장쓰안 같은 리더들이 다 뭔가 준비를 했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 알아서 준비했겠지.’

‘어? 돌격하라는데? 저 요새 벽에 돌격하라고?’

‘에이, 설마 아무 생각도 없이 돌격하라고 했겠어? 뭐 생각이 있겠지. 돌격하면 저 벽이 우르르 무너져 내리나?’

‘괜히 나만 뒤에 있다가 보상 적게 먹으면 아까우니까 전력으로 달려야지.’

‘어? 공격이 심한데? 에이, 다들 안 튀니까 괜찮겠지. 일단 포션 쓰면서 버티자. 다른 방패도 하나 더 있으니까…….’

상황을 깨달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이 경악해서 물었다.

“이,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일단 좀 뒤로 물러서자.”

“네!”

이런 부분에서는 의견이 참 잘 맞는 파워 워리어 길드였다.

* * *

“이런, 사루온이랑 이야기하느라 너무 늦었나?”

태현은 요새의 뒤로 달려가며 혀를 찼다.

‘에이, 그래도 이다비도 있으니까 미친 짓은 안 했겠지. 장쓰안…… 은 좀 그렇지만 이다비가 있으니까…….’

장쓰안에 대한 신뢰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

요새에 도착한 태현은 눈을 깜박였다. 지금 저 요새 벽 위에 우르르 몰려 있는 건 누구지?

답은 곧바로 나왔다.

플레이어들이었다.

“공격! 공격!”

-췩! 모험가 놈들, 미친 것 같다! 후퇴를 모른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무모한 돌격.

그 피해는 참담했다.

자리에 모인 모험가 중 20% 정도가 바로 로그아웃 당한 것이다.

탱커가 온갖 스킬과 버프를 받고 앞에 서서 돌격했는데도 그 정도 피해!

오크 궁수들의 공격이 심해지고, 위에서 온갖 주술이 날아오는데도 ‘에이 괜찮겠지!’ 하고 돌격한 대가였다.

그러나 그런 만큼 얻은 것도 있었다.

변변찮은 공성 수단도 없이 요새 벽을 올라 점령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인해전술!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이 숫자로 무식하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와! 오크들이 물러선다!”

“역시, 이길 줄 알았다니까! 뭔가 생각이 있는 줄 알았지!”

“장쓰안이 생각보다 대단한데?”

“…….”

뒤늦게 요새 벽 위로 올라온 장쓰안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거…… 플레이어들이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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