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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26화 (526/1,826)

§ 나는 될놈이다 526화

-인덕이지. 인덕. 사람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있는 거야. 케인 봐. 다른 명문 게임단에서 제의 왔을 텐데 그거 다 거절하고 의리 지켜서 김태현하고 같이 하는 거.

-진짜 대단하다. 아직 저런 의리가 살아 있었다니!

케인은 복잡한 표정으로 반응들을 쳐다보았다.

‘……제안 못 받았는데…….’

그렇지만 고쳐줄 생각은 없었다.

쪽팔리니까!

-근데 케인 패션이 왜 이러냐?

-좀 그렇다. 그치?

-원래 프로게이머 중에 패션 테러리스트들 많잖아. 케인도 그런 편이지.

-난 보다 보니까 정들어서 귀엽게 느껴지는데? 그렇지 않냐?

-그건 아닌듯.

-케인 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개XX들……!’

케인은 부들부들 떨었다.

최상윤이 ‘아, 그건 아니지 않나? 그건 진짜 아니지 않나?’라고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야심 차게 고른 옷들!

그 덕분에 지금 리플에 꾸준히 ‘다 좋은데 케인 패션은 좀 아니지 않냐?’ 같은 글들이 나오고 있었다.

“실력을 보라고! 실력을!”

-근데 다른 선수들은 누구지?

-사유는 유명한 랭커고, 이다비는 파워 워리어 길마.

-사유는 안 나왔나? 안 보이네. 근데 사유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다비가 유명한 플레이어였나? 그냥 길마인 줄 알았는데.

-그러게? 상인 직업 아니었나?

-다른 건 몰라도 너무 예쁘다. 헉헉.

케인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근데 왜 발표식 때 안 나온 거야?”

“하하하. 신비주의 컨셉이라.”

“……?”

* * *

“안녕하세요!”

“안녕. 뭐 불편한 건 없지?”

“네!”

태현은 이다비의 동생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이다비는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미안, 이다비. 그러게 네가 평소에 고민을 좀 잘 털어놨어야지.’

어지간한 고민은 혼자 숨기고 끙끙대는 이다비 때문에 태현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기로 했다.

동생들과 친해져서 정보를 캐낸다!

적극적이고 전투적인 걱정 방식이었다.

“그래. 그래. 너희 언니는 뭐 이상한 점 없지? 막 혼자 한숨 쉰다거나…….”

“요즘 한숨은 자주 쉬는데요.”

“뭐? 진짜?”

태현이 놀라자 이다솔은 손을 흔들었다.

“아, 아니요. 그게 그런 의미가 아니라…… 좋은 의미로…….”

“……좋은 의미로 쉬는 한숨이 있나?”

“있잖아요! 그, 그러니까…….”

“……?”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별문제 없어요!”

“다행이군.”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 처리는 완벽하게 했지만, 태현은 완벽에 완벽을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게임에서도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더더욱 완벽하게 해야 한다!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

‘어설픈 빈틈은 케인이나 하는 짓이지.’

“아, 혹시 하나 여쭤봐도 되나요?”

“뭐든 물어봐라. 케인의 비밀이라도 알려줄까?”

동생들의 호감을 사기 위한 태현의 친절함!

물론 그런 친절함이 바로 통하는 건 아니었다.

“아, 아니. 그런 건 됐는데요…….”

“그래? 다른 놈들은 알려주면 돈 주고 산다던데.”

“……그게 아니라, 언니가 요즘 혹시 뭐 필요해하는지 아세요?”

“흠…… 쓸 만한 길드원? 근데 그건 왜?”

“곧 있으면 언니 생일이거든요. 12월 첫째 주에.”

“어? 그랬어?”

“저희가 물어봐도 필요 없다는 말만 하거든요. 오빠라면 잘 알지 않을까 해서요.”

“이런 기특한 녀석들……!”

“앗. 알아다 주실 건가요?”

“아니.”

“……네?”

“내가 알아낸 건 내가 선물해야 하니까 안 돼. 너희들 선물은 너희들이 알아내서 해라.”

“…….”

“흠, 이다비 성격상 또 미안하고 번거롭다고 해서 말 안 한 거겠지. 알려줘서 고맙다.”

“…….”

동생들의 눈빛이 살짝 식었지만 태현은 눈치채지 못했다.

* * *

“아. 대표님.”

-잘했어! 아주 잘했어! 방송 화제가 잦아들 때쯤 되자 게임단 발표라니. 정말 전략적이야. 타고났어! 이제 완전 연예인 다 됐는데?

“어…… 별 생각 없이 한 건데…….”

-무슨 겸손을!

이동팔 대표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저번에 이세연과 같이 나간 방송도 엄청나게 히트를 쳤고, 덕분에 태현을 원하는 곳도 더 많아졌다.

그런 상황이 살짝 잦아들 때쯤 터뜨린 대형 발표!

-역시 젊음이 좋다니까. 그렇지?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 주셨습니까?”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를 할 필요는 없지. 그냥 칭찬하러 전화를 한 걸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이만 끊…….”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한 거 맞아.

“…….”

-다름이 아니라 제안이 들어왔어.

“……?”

-광고 모델 찍어볼 생각 있나?

“모델이요? 제가요?”

태현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반문했다.

-왜? 자네 정도면 충분한데? 키 크고 비율 괜찮고, 얼굴은…… 음, 메이크업을 꼭 하자고.

“……마지막을 굳이 말할 필요는…… 어쨌든 그거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요.”

-전문 모델들도 있지만 유명 연예인들이나 배우들도 자주 하지. 무엇보다 광고가 목적이니 인지도가 생명 아니겠어? 처음 하는 거라 부담되는 거면 걱정할 필요 없어. 그쪽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주면서 진행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냥 보내주기만 해달라는군. 아주 원하나 봐.

“으음…… 별로 안 땡기는…….”

-한 가지 더. 여기 브랜드가 판온 회사랑 계약 맺고 이것저것 출시하는 곳이야.

“그래요?”

-즉 친해지면 게임단 후원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스폰서십 필요하지 않나?

“그건 좀 솔깃하네요.”

-그러면 하는 걸로 알고 있지.

“네. 알겠습니다.”

태현은 수긍했다. 원래라면 거절했겠지만, 지금 그는 게임단을 만들고 이끄는 입장이었다.

호화로운 집 안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팀원들을 위해 스폰서와 광고들을 물어다 줘야 한다!

-아, 그리고 내 조카도 같이 찍게 될 거야. 어쩔 수 없어. 그쪽 부탁이라.

“네? 잠깐, 대표님…….”

뚝-

“…….”

당했다!

태현은 실감했다. 연예계에서 오래 구른 사람들은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

‘다시는 속지 말아야지.’

그 순간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아, 태현 씨! 저 기억하십니까?

“어. 그러니까, 그게…….”

-하하. 물론 기억하시겠죠. 농담입니다.

기억 못 했지만 상대가 알아서 저렇게 나와주니, 태현은 편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게임단 발표 봤습니다. 축하드려요.

“아, 네.”

-그런데 보니 다들 숙소 생활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맞습니까?

“네. 그런데요?”

-그렇다면 <혼자 사는 인간들>에 출연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

이 인간, 그 PD였구나!

태현은 질색했다.

번호는 또 언제 바꿨어?

“아니, 제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랑 같이 사는 건데…….”

-하하,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젊은 선수들끼리 모여서 사는 거면 그것도 충분히 재밌거든요. 이미 그런 사람들 몇 번 나와서 괜찮아요!

“아니, 그래도 방송의 취지와 의의를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보지도 않은 방송의 진정한 의미를 주장하는 태현!

-하하! 그렇게 걱정해 주실 줄이야! 정말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은데……!’

-요즘 아이돌들도 그렇고, 숙소에서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정말 괜찮으니 나오시죠!

“…….”

태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 다른 애들 의사도 물어봐야…….”

-그러면 제가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아니. 잠깐…….”

그렇게 되면 분명 100% 출연 확정이다!

태현은 결국 포기했다. 방법이 없었다.

‘크윽……!’

하루에 두 번이나 당하다니……!

* * *

“……이런 일이 있었지.”

“……어, 그, 그게 당한 건가요?”

이다비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봐도 좋은 거 아닌가?

“당한 거지!”

“어…… 네…… 그런데 거기 브랜드 어디에요?”

“프…… 프…… 프 뭐시기였는데.”

“프로스다스?”

“아, 거기였네.”

“엄청 유명한 곳이잖아요?!”

유명 패션 회사. 의류부터 시작해서 스포츠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브랜드!

그리고 무엇보다 판온 유저들한테는 판온과 관련된 제품들을 종종 출시한다는 걸로 기억에 깊게 남아 있었다.

“저번에 나온 활력의 운동화는 참 예쁘게 나왔었는데요.”

“……그런 걸 현실에서 신고 다니나?”

“예쁘게 잘 나왔으니까 그렇죠. 안 봐서 그래요. 직접 보세요. 보시면 알 걸요?”

“앗. 너 혹시 그 운동화 갖고 싶어?”

“네? 아뇨. 전 이미 운동화 있는데요.”

“그렇군…….”

“……?”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너 곧 생일이라면서? 너 필요한 거 있니?’라고 묻는 게 태현의 성격에 맞았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다.

동생들의 부탁 때문이었다.

-그랬다가는 저희가 말한 게 들키니까 절대 그러시면 안 돼요!

-맞아요. 그리고 저희도 깜짝 선물 해드리고 싶다고요! 직접 물으시면 절대 안 돼요!

‘으음…….’

저렇게 부탁했는데 어길 수는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다비.”

“네?”

“내가 고민이 있는데 말이야.”

“앗! 뭐든지 말해주세요! 들어드릴게요!”

“……? 너 왜 기뻐 보이는 거 같냐?”

“기분 탓이에요, 기분 탓!”

이다비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내가 아는 사람한테 선물을 하려고 하는데, 그 사람이 뭘 좋아할지 모르겠어.”

“음. 일단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죠. 어떤 사람이에요? 여자? 남자?”

“여자야.”

움찔-

이다비는 순간 움찔했다.

“그, 그렇군요. 나이가 있으신 분인가요?”

“아냐. 나랑 몇 살 차이 안 나. 어려.”

“그…… 그…… 그, 그렇군요!”

“걔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요즘 뭐가 유행하는지 알아? 너라면 뭘 받고 싶겠어?”

사악한 유도신문!

그러나 태현은 이다비가 지금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 글쎄요? 저는 잘…….”

“그래? 물어볼 곳이 너밖에 없었는데…….”

이다비는 갈등했다.

태현이 이렇게 그녀에게 힘을 부탁하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이럴 때 최대한 도와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못 도와주겠어……!’

이다비 스스로도 놀랐다. 자신이 이렇게 질투심이 많을 줄이야.

누군지는 몰라도 도와주고 싶지 않았다!

‘이세연 씨인가? 역시? 저번에 방송도 같이 나왔고…….’

고민하고 고민하던 이다비는 결국 타협을 했다.

양심을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 이상한 선물을 추천해 주기로!

“판…….”

“판?”

“판온은 어떨까요?”

“판, 판온?”

“판온이 엄청난 인기잖아요. 젊은 사람이라고 했으니, 그 사람도 판온을 즐기고 있을 거예요.”

“……그렇긴 한데…….”

“그렇다면 판온 아이템! 아이템을 선물해 주는 거죠!”

“……진, 진짜? 이런 게 유행하나?”

태현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요즘 이런 선물이 유행한다고?

그렇지만 눈앞에 가장 잘 아는 당사자가 있었고, 그 사람이 말하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 요즘 은근히 유행이에요! 아는 사람만 아는 유행!”

“어, 어떤 아이템인데? 뭐 꽃 같은 거?”

“……더, 더 실용적인 거요! 그런 꽃은 위험해요!”

“뭐가 위험해? 폭탄도 아닌데?”

“어쨌든 위험해요. 최대한 실용적이고 상대가 쓸 만한 아이템을 선물해주는 거예요.”

“으으음…… 아니, 진짜 아닌 거 같은데. 진짜? 진짜로?”

마지막 남은 태현의 이성이 저항했다. 그러나 이다비는 단호했다.

“진짜예요!”

“그,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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