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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25화 (525/1,826)

§ 나는 될놈이다 525화

당황한 오크 전사들이 달려왔지만 이미 플레이어들은 문을 점령한 상태였다.

“치고 들어가! 멈추지 말고!”

“내가 저놈들 목 딴다! 비켜!”

쉬쉭, 쉬쉬쉭!

앨콧의 몸이 사라지더니, 갑자기 뒤에 나타나 오크 전사들을 마구잡이로 찔러댔다.

중갑옷을 입고 있던 오크 전사들도 그 공격에 무너졌다.

“와아! 앨콧!”

“역시 앨콧이야!”

“이거 올리자! 올려야 해!”

“응?”

잘 싸우던 앨콧은 흠칫했다. 방금 뭔가 오싹했는데, 뭐였지?

* * *

-취익…… 어떤 놈이! 어떤 놈이 문을 함부로 연 거냐!

“맞는 말이다! 어떤 놈들이!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놈들!”

태현은 오크 지휘관 옆에 서서 오크들을 훈계했다.

오크 전사들은 ‘이 인간 놈은 어디서 굴러들어온 거냐’ 하고 노려봤지만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부족 내에서 얻은 악명+몬로소에게서 받은 부관 지위까지.

오크들은 어지간하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췩, 이렇게 된 이상 후퇴한다! 후퇴해서 다른 부족들과 합류해야…….

“아니지! 아니지! 끝까지 싸워야지!”

-???

“명예! 오크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명예 아니겠어? 여기서 끝까지 싸운다면 그 명예로운 이름 하나만은 끝까지 남을 거다!”

-취익…… 맞는 말이다!

[오크 전사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대중 선동> 스킬을 얻었습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여기서 오크들이 뒤로 빠져봤자 나중에 방해만 될 테니, 태현은 여기서 다 끝내려고 들었다.

“자! 내가 너희들에게 힘을 빌려주지. 음…….”

순간 아키서스 관련 버프를 걸어주려던 태현은 멈칫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정체를 들킬 일은 안 하는 게 낫겠지?

그러면…….

-사디크의 화염 부여!

장비에 사디크의 화염을 부여하는 마법.

[사디크의 화염을 부여합니다. 장비의 내구도가 빠르게 하락합니다.]

[사디크의 화염이 장비에 깃듭니다.]

-취익! 이 무기, 강해져서 좋다!

-췩, 그런데 이 화염……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대족장의 부상을 만든 화염과 같은 화염!

물론 태현은 오크들이 고민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녀석들! 지금 고민할 때냐! 가서 싸워야지!”

-췩! 맞다!

오크들은 우르르 몰려갔다. 뒤에 남은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후. 힘들군.”

“빈틈! 죽어라! 핫하!”

“……?!”

상대가 말하기도 전에 태현은 몸을 틀고 있었다. 기습한 쪽에서 당황할 정도로 빠른 반응이었다.

“뭔…….”

앨콧은 당황했다.

오크 쪽 마법사라고 생각해서 만만하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마법사는 가까이 접근하는 게 힘들지, 이 거리까지 붙으면…….

‘어? 저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저 마법사 옷도 어디서 본 거 같고…….’

앨콧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 순간, 마법사 입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왔다.

“너 나한테 억지로 끌려왔다고 하지 않았나?”

“허, 허어억! 김태현!!”

가면으로 바꾼 얼굴을 돌리자, 앨콧은 기겁하며 바닥에 넘어졌다.

보통 놀라지 않고서야 보여줄 수 없는 반응!

“이게 네 진심이었군. 기습해서 쓱싹하려고 했다 이거지?”

“아, 아니야! 그게 아니라…… 오크 쪽 마법사인 줄 알았어!”

“내가 오크 쪽 마법사로 일하고 있는 걸 알고 있지 않았나?”

“아니, 상황이 급하다 보니까…….”

“됐다.”

“아니야! 들어줘! 내 진심을!”

“그러고 보니 넌 쑤닝하고 친하다는 말이 있던데…… 너 혹시…….”

“아니야! 난 쑤닝 그놈하고 사이 나쁘다고! 같은 길드라고 엮지 마!”

“흠. 못 믿겠어. 쑤닝하고 정말 사이가 안 좋은 거 맞아?”

“아니라니까! 들어봐!”

안달이 난 앨콧은 쑤닝의 단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쑤닝 그놈은 아주 쪼잔해가지고…… 사람을 부려먹는데 지가 망쳐먹은 일은 생각도 안 하고…….

“흠, 흠. 좋아. 더 해봐.”

“응?”

“더 해보라고. 너 쑤닝 친구냐?”

“아, 아니. 이 정도면…….”

“더 하라고.”

“응…….”

앨콧은 짜내기 시작했다. 쑤닝의 단점을!

태현은 흐뭇한 얼굴로 듣다가 앨콧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잘했다.”

“……??”

“난 이만 간다.”

“어…… 어?”

* * *

“장쓰안도, 앨콧도 우르크 지역에서 퀘스트를 하고 있다고…….”

“……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

쑤닝의 관대한 모습에 길드원들은 당황했다.

뭘 잘못 드셨나?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분명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다. 내가 모르는 그런 사정이. 그렇지?”

“헤헤. 그렇겠죠?”

“말이 되냐 이 자식들아! 그걸 말이라고!! 당장 이 자식들 불러!”

“그런데 원칙적으로, 김태현하고 같이 퀘스트 하는 게 문제는…….”

“원칙? 원칙?? 김태현한테 당한 놈들이 얼마인데 지금도 원칙 소리를…….”

“쑤닝 님. 앨콧이 쑤닝 님을 욕한 것 때문에 화나신 건 알겠지만…….”

“……뭐? 잠깐만. 앨콧이 날 욕했다고? 난 처음 듣는 소리인데?”

쑤닝은 멈칫했다. 길드원들도 멈칫했다.

아직 쑤닝은 못 봤구나!

“……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웃지 마라. 당장 동영상 갖고 와.”

* * *

“어휴, 힘들었다. 오늘 퀘스트는 어려웠어. 하필 랭커 한 명 만났는데, 확인해 보니 걔가 레벨이 180 가까이 달려가고 있더라고. 요즘 랭커들 무서워. 조금만 밀리면 바로 떨어진다니까.”

캡슐에서 나온 최상윤.

최상윤은 같이 캡슐에서 나온 태현과 케인, 정수혁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도 힘들었다. 오크들 속여서 요새 문 열게 한 다음 다 죽게 만드느라.”

“어…… 그래…… 고생이 많았다…….”

뭐라고 반응하기 힘든 태현의 일화!

“나, 나도 힘들었지. 음음. 서로 고생이 많았군.”

케인도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최상윤은 궁금해서 물었다.

“오, 넌 뭐 했는데?”

“어, 그게, 음, 그러니까.”

케인이 말을 못 하자 태현이 친절하게 대신 대답해 줬다.

“포로로 잡혔지.”

“……포, 포로로? 플레이어한테?”

“아니. NPC한테.”

“……그, 그럴 수도 있지!”

최상윤은 상냥하게 케인을 배려해주려고 했다. 그 상냥함이 더 아팠다.

‘크흑……!’

“밥이나 먹자. 맞다. 너희 좀 있으면 창단 관련으로 기자회견 할 건데, 적당한 옷 있지?”

“어.”

“네. 대학교 입학할 때 친척분께 정장 받았습니다.”

“어? 뭔 옷??”

순간 케인에게 쏟아지는 시선들. 케인은 민망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내가 대학 간 지가 언젠데……! 없을 수도 있지……!”

“뭐, 괜찮아. 어차피 기자들도 몇 명 안 올 거고 그냥 구색 맞추기 식으로 하는 거니까.”

“……그럴까?”

최상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스포츠 관련으로 태현한테 쏟아지는 관심은 장난이 아니었다.

국내 선수 중 탑급의 위치를 달리는 선수 아닌가.

말하자면 일종의 아이콘!

“야, 게임단도 좀 이름 있는 기업에서 새로 만들고 해야 기자들도 관심 가지고 하는 거지, 이렇게 소규모 인원들이 모여서 자기들끼리 하는 거면 다들 관심을 안 가져요.”

“그, 그런가?”

“그럴걸.”

태현이 하도 단호하게 말하니 최상윤도 ‘그런가?’ 싶었다.

개소리도 그럴듯하게 들리게 만드는 태현의 재능!

그러나 케인은 달랐다.

“몇 명 안 오더라도 사진 찍힐 텐데, 멋지게 차려입고 갈래!”

“……상윤아. 네가 쟤 옷 고르면 그거 좀 확인해 주라. 혹시 몰라서 불안한데.”

“오케이.”

* * *

“후후…… 후후후…….”

“회장님. 기분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기분 안 좋을 일이 뭐가 있겠나.”

유 회장은 기분이 좋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녀가 수능을 성공적으로 봤고, 게다가 최근에는 ‘그’ 태현 놈이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 것이다.

‘녀석, 이걸로 내 부탁을 거절하지는 않겠지. 이제 적당한 때를 잡아서 게임단 이야기나 꺼내면…….’

유성 그룹에서 곧 발표할 게임단 창설 소식.

거기에 태현이 들어온다면…….

여러 의미로 완벽한 계획!

‘후후…… 기획 쪽에서 게임단 준비하는 놈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놀랄지 모르겠군. ‘역시 회장님이십니다’라고 하려나.’

“그러고 보니 회장님이 좋아하시는 그 친구가 오늘 재밌는 발표를 하더군요.”

“응? 뭐라고 했나?”

“예?”

“내가 좋아하는 친구라니, 누구…… 설마…….”

“그, 김태현이란 친구 말입니다.”

“뭐…… 뭐? 그놈이 무슨 발표를 했는데?”

갑자기 불안해지는 마음.

수많은 경험으로 단련된 유 회장의 본능이 보내는 신호였다.

정 비서실장도 그걸 눈치챘는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게임단…… 발표를 했는데요.”

“입단을 했다고?!?! 어떤 놈들이 데리고 갔지?!”

유 회장은 진심으로 놀랐다.

분명 확인한 바에 따르면, 뉴욕 라이온즈나 보스턴 타이거즈 같은 해외 쟁쟁한 게임단의 제안도 태현이 거절했다고 들었다.

물론 제안이야 완벽했겠지만 그 둘에게는 해외 팀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국내 다른 팀은 사정상 그들보다 낮은 제안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비해 유 회장이 작정하고 밀어주는 유성 게임단은 국내 팀에, 파격적인 제안까지 가능한 완벽한 상황이었는데…….

대체 어떤 놈이?!

“그, 그게. 데리고 간 게 아니라…… 그 친구들끼리 모여서 게임단을 직접 만들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

그 순간, 유 회장은 저번에 태현과 자선대회에서 만났을 때 일이 떠올랐다.

-그래, 잘 알아들었군. 아무리 네가 독불장군처럼 하고 싶다고 해도 세상에는 안 되는 게 있는 법이야. 그런 의미로 내가 한 가지 좋은 걸 알려주려고 하는데…….

-흠…… 제가 게임단을 하나 만들면 되겠네요.

그 이후로 별말 없어서 ‘그래, 그놈도 사람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런 미친 짓은 안 하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정말 만들었다니!!

“회장님…… 혹시 그 친구를 유성 게임단에 데리고 오실 생각이셨습니까?”

“……그래.”

“…….”

정지용도 일이 꼬인 걸 깨달았다.

이제 어쩐다?

“게임단은…… 그대로 진행하도록 해. 지원은 제대로 해주고.”

“괜, 괜찮겠습니까?”

“이 늙은이 욕심 때문에 일 진행한 놈들 피해 줄 수는 없잖나. 어쩔 수 없지. 진행은 제대로 해주고…… 남은 선수들은 최대한 잘 모아보도록.”

유 회장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왜 갑자기 머릿속에 ‘다시 창설된 유성 게임단…… 떨쳐내지 못하는 연패의 아이콘…….’이란 문구가 스쳐 지나가는 걸까?

* * *

[김태현, 깜짝 발표…… <팀 KL> 창단.]

[갑작스러운 발표에 기자들도 놀랐다!]

[벌써부터 화제인 <팀 KL>. 멤버 구성은?]

[스폰서 없는 게임단에 우려의 시선 모여…….]

[지원 따위는 필요 없다! <팀 KL>을 소개합니다.]

그날 기사는 전부 게임단 창단에 대한 기사로 도배되었다.

온갖 명문 게임단의 제안을 거절하고 직접 게임단을 만들지는 아무도 몰랐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게시판만 가도 이번 일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에이, 오래 못 갈걸. 게임단은 원래 후원하는 곳 없으면 오래 못 가잖아.

-김태현이 있는데 후원 못 받겠냐? 광고 넣으려는 기업이 줄을 서겠다.

-맞아. 구성만 보면 어지간한 프로게임단 뺨치는 구성인데. 김태현에, 케인에, 정수혁까지.

-정수혁은 누구야?

-그, 신컨으로 유명한 애 있잖아. 팀원 운이 없어서 대회에서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그런 선수가 있었어? 김태현은 어떻게 그런 선수들을 모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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