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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20화 (520/1,826)

§ 나는 될놈이다 520화

뒤에서 들리는 일행의 말은 무시하고 케인은 앞으로 나섰다.

지금 그는 최고로 빛나고 있었으니까!

케인 생애 최고의 순간!

“가자!!”

“와!!!!!”

케인의 말 한 마디로, 수십 명도 넘게 몰려 있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움직인다.

케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권력의 맛!

‘이거지!’

레드존 길마 때나 느낄 수 있었던 바로 그 맛이었다.

손가락 하나로 사람들을 지휘하고 부릴 수 있는 짜릿함.

그러나 레드존 길드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레드존 길드는 더럽게 말 안 듣는 놈들만 모아 놓은 막장 길드였지만, 지금 플레이어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순진무구하게 눈빛을 반짝이며 ‘케인 님! 명령을 내려주세요!’ 하는 이들!

“내 뒤로! 내 뒤로 와라! 내가 지켜줄 테니까!”

예전 길드원들이 봤다면 ‘길마님 미치셨습니까?’라고 했을 것이다.

케인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희생정신!

그러나 지금 케인은 빛나고 있었다.

“와! 케인 님!”

“역시 케인 님이야!!”

묵직한 중갑과, <아키서스의 노예> 스킬로 강력한 탱커 역할을 맡는 케인.

덕분에 오크들이 원거리에서 퍼붓는 공격도 케인에게 집중되었다.

퍼퍼퍽! 퍼퍼퍽!

-노예의 근성!

“응? 방금 스킬명이…….”

“잘못 들었겠지.”

그러는 동안, 뒤에 있던 정수혁과 김세형도 지원에 들어갔다.

-연속 화염 화살 난사!

핑! 피피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작고 예리한 화염 화살들이 정확하게 날아갔다.

-취익! 췩!

마을 위에서 버티고 있던 오크 궁수들의 머리를 노린 공격!

오크 궁수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대, 대단합니다, 선배님!”

“그, 그래?”

정수혁의 칭찬에 김세형은 어깨가 으쓱했다. 그도 이 마법은 나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연속 화염 화살 난사>는 정확도를 포기한 대신 화염 화살을 대량으로 빠르게 날릴 수 있는 마법이었다.

그걸 김세형은 계속 스킬 레벨을 올리고 올려서 정확도를 높이고, 꾸준히 컨트롤을 다듬은 것이다.

다른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보면 ‘오, 대단한데?’라는 말이 나오는 게 바로 이 마법!

“저는 컨트롤에는 재능이 없어서 선배님의 마법을 보면 부럽습니다.”

“뭘 그런 거 가지고…… 응?”

대답하던 김세형은 멈칫했다. 누가 재능이 없다고?

그러나 정수혁은 바로 마법 시전에 들어갔다. 그도 놀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카흘라단의 번개!

정수혁이 가장 잘 쓰는 마법이 써지고, 동시에 <아키서스의 마법>이 발동되었다.

-바위 가시 난타!

콰콰콰쾅! 콰콰콰쾅!

-취이이익! 벽이 무너진다! 벽이 무너진다!

마법 한 방에, 마을 앞에 있던 목책이 날아갔다.

땅에서 솟구친 거대한 바위 가시들이 우수수 일어나 목책들을 다 쪼개버린 것이다.

달려가던 플레이어들은 기뻐하며 덤벼들었다.

“가자! 가자!”

“……나보고 부럽다고?”

방금 일어난 장면을 본 김세형이 중얼거렸다. 이 자식이 누구 놀리나?

* * *

마을이나 요새에 접근하는 게 어렵지, 일단 벽을 뚫고 안으로 접근하면 그다음부터는 수월한 편이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플레이어들의 레벨과 장비가 더 높은 경우, 일방적인 사냥에 불과했다.

당연히 마을 곳곳에 있던 오크 전사들은 플레이어 파티에 밀려 쓰러지지…….

않았다.

콰직!

“……?!”

“뭐야 저거?!”

-췩! 마법사가 마법을 걸어준 무기다!

오크가 휘두른 무기는 붉게 빛나고 있었다.

“저거 꼭, 왠지 모르게 폭발할 거 같은 모습인데?”

“무기가 왜 폭발해? 쟤네는 고블린이 아니라 오크…… 으악, 터진다!”

콰콰쾅!

-췩???

무기를 휘두르던 오크도 당황한 폭발!

불안정한 장비들이다 보니 폭발도 하는 것이다.

-췩!! 마법사가 속였다! 마법사가 속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잡아! 무기 조심하고!”

“여기 오크들 좀 이상한 거 같아. 아까 오크들은 이상하게 공격이 안 맞던데.”

“회피율이 높은 거 아냐?”

“아니, 오크 전사가 회피율이 왜 높아? 전사잖아.”

투덜거리는 플레이어들.

그러는 사이 케인은 가장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솔선수범하는 리더!

남들이 가장 싫어하는 앞을 맡는 리더!

‘그게 바로 나…… 컥!’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했습니다.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오크 상급 실명 독에 당했습니다. 실명 상태에 빠집니다.]

[오크 상급 스킬 방해 독에 당했습니다. 스킬 잠금 상태에 빠집니다.]

[…….]

[……]

[대족장 직속 오크 암살자들의 낙인이 찍힙니다. 당신의 위치가 추적됩니다.]

순식간에 뜨는 온갖 디버프 메시지창!

그리고 오크 암살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췩. 잡았다!

[대족장 직속 오크 암살자들이 당신을 포박합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포로 상태가 되었습니다.]

눈 깜박할 사이에 이뤄진 일!

케인은 뭐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대족장 직속 오크 암살자들은 하나하나가 케인보다 레벨이 높았다.

그런 NPC들이 작정하고 있다가 기습을 했으니 뭘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망, 망했다!’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다녔어야 했는데, 먼저 달려 나가는 멋에 취해서 실수를 한 것이다.

언제든지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있는데!

후회하는 케인에게 귓속말이 날아왔다.

-케인 씨. 어디 계십니까?

-너 어디 있는 거지? 안 보이는데?

-……포로로 잡혔는데.

-하하. 농담도.

-맞아. 네 농담 재미없어. 어디 있냐?

-……잡혔다고, 이 자식들아!!

-?!?!?!?

-아니 어떻게?

-오크 암살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잡아갔어…….

-뭔 들판에 풀어놓은 토끼도 아니고 저항도 못 하고 잡혀요? 이 근처에 플레이어들이 몇 명이나 있는데!?

-진짜 레벨 높았다니까! 거의 하나하나가 보스 몬스터 수준이었어! 내가 저항도 못 할 정도였다니까!

-…….

남은 일행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과연 진짜일까?

“쪽팔려서 일 키우는 거 아니야?”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

김세형, 이다비, 장쓰안 모두 동의!

-야, 내가 잡혀갔다는 건 플레이어들한테 말하지 말아줘!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신경 쓰여요? 자기 상황이나 걱정하세요.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

-그게, 암살자들이 눈을 가리고 끌고 가서 안 보여…….

-…….

일단 일행들은 상황을 수습하기로 했다.

“누가 하죠?”

그러자 한곳으로 모이는 시선.

“나, 나? 내가 해도 괜찮나?”

“장쓰안 씨 정도면 괜찮죠. 랭커잖아요.”

오랜만에 받은 것 같은 인정!

이게 뭐라고 장쓰안은 울컥했다.

냉정하게 봤다면 ‘내가 요즘 많이 힘들어서 이런 말에도 흔들리는구나’싶었겠지만, 장쓰안은 그 정도로 냉정하지는 못했다.

최근 많이 힘들었으니까!

“좋아! 내가 모아보도록 하지. 케인은 지금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로그아웃했다! 다들 모이도록!”

* * *

오크 대족장이 있는 오크 대요새.

그리고 그 대요새 근처에 배치된 요새들.

태현이 도착한 곳은 그 요새 중 하나였다.

“감히 새로 기어들어 온 마법사가 있다고 했지. 누구냐?!”

태현을 맞이한 건 딱 봐도 엄청 성질 더럽고 열 받아 보이는 마법사 NPC였다.

태현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저놈이 오크 대족장을 깨우고 악마를 소환하려고 하는 놈이라는 걸!

이럴 때는?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저는 나름 흑마법을 연구하고 배우고 있는 김태현이라고 합니다. 흑마법사님의 위대한 이름을 듣고 배우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납작 엎드리기!

[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흑마법사 학파의 계승자를 갖고 있습니다.]

[매우 높은 악명을…….]

[악마술사 몬로소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집니다.]

“내게 배우기 위해 찾아왔다고?”

“예!”

“네게서는 마탑의 냄새가 나는데?”

몬로소의 모습에서 태현은 예리한 눈치를 발휘했다.

마탑을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마탑 놈들!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도 없으면서 사람은 더럽게 부려먹는 아주 나쁜 놈들입니다!”

“……그렇지!”

“거기 체시자란 놈이 있는데…….”

마탑 흑마법사 학파의 리더도 순식간에 팔아먹는 입담!

태현은 재빠르게 체시자를 세상에서 가장 쓰레기 같은 흑마법사로 만들어놓았다.

“자기 부관을 오스턴 왕국으로 보내서 리치로 만들어?!”

“세상에 그런 놈이 어디 있습니까! 아주 나쁜 놈이죠!”

“그런 부러운…… 아니, 그런 나쁜 놈이 있다니! 역시 내가 그놈들이 쓰레기라는 걸 예전에 알아봤지.”

‘이 자식 왜 이렇게 쉬워?’

대화하던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거대한 오크 부족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길래, 엄청난 포스를 가진 마법사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소인배에 가까운 모습!

‘뭐, 상관없나. 어차피 다루기 더 쉽고…….’

“잠깐, 네가 내게 배우기 위해서 찾아왔다면 왜 내가 보낸 악마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지?”

“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태현은 순간 흠칫했지만 바로 시치미를 뗐다.

안면철판신공!

“지금 이 근처에 모험가들이 엄청나게 몰려왔던데, 혹시 그 모험가들이 습격한 거 아닐까요? 이런 못된 놈들!”

“음…… 그렇게 된 건가?”

* * *

-헤헤, 저 좀 풀어주시는 게…….

“이거 어쩌죠?”

“그러게. 뭐 하는 놈이지? 왜 오크 부족에 악마가 있는 거지?”

이다비 일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크 마을을 점령한 건 좋았는데, 묶여 있는 악마를 발견한 것이다.

-저는 착한 악마인데, 오크들한테 묶여서…… 흑흑…… 풀어주시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걸 본 장쓰안이 말했다.

“불쌍하군. 풀어줘야…….”

“무슨 케인 씨 같은 개소리를…… 아차. 죄송해요.”

“…….”

“당연히 풀어주면 안 되죠! 왜 묶여 있겠어요.”

“그, 그렇지만 불쌍하지 않나? 잡혔다는데…….”

“그걸 믿으면 안 되죠! 잠깐만요. 귓속말 좀 하고…….”

이다비는 태현에게 연락했다. 혹시 잡혀 있는 악마에 대해 아는 거 있어요?

바로 답이 왔다.

-그 자식 절대 놓치지 마!

태현이 도망치느라 붙잡아놨던 악마는 마을에 그대로 남은 것이다.

장쓰안은 입맛을 다셨다.

“불쌍해 보이는데…….”

그걸 본 김세형이 정수혁에게 물었다.

“저 사람 원래 저렇게 상냥한 사람이었냐? 이상하다? 방송에서는 아닌 것 같았는데.”

“사람은 원래 자기가 직접 일을 겪으면 생각이 달라지기 마련 아닙니까.”

강제 성격 개선 훈련!

태현과 같이 다니면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재수 없게 굴었는지 스스로 알게 되고 반성하게 되었다.

물론 장쓰안에게 그 말을 해주면 길길이 날뛸 테지만…….

* * *

“그런가. 모험가 놈들이 한 짓이었군.”

“예! 그런 게 분명합니다. 제가 감히 몬로소 님이 보낸 사자를 건드리겠습니까?”

“흠. 그것도 맞는 말이야.”

“그런데 몬로소 님. 혹시 몇 가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뭘 묻고 싶은 거지?”

“저, 지금 뭘 준비하고 계신 건지…….”

“뭐라고?”

‘아차. 너무 서둘렀나? 쉬워 보여서 물어본 거였는데…….’

몬로소가 뭘 꾸미는지 파악하려고 물었던 태현이었지만, 아차 싶었다.

너무 서둘렀나 싶었던 것이다.

“보는 눈이 있군. 역시 배우러 온 사람다워!”

“…….”

그러나 몬로소는 생각보다 훨씬 더 쉬운 사람이었다.

“나는 악마들을 이용해 이 더럽고 냄새나는 오크들을 손에 넣을 생각이지.”

“아, 예. 어떻게요? 설마 악마들을 소환해서 부리실 겁니까?”

“후후. 멍청하기는. 그런 짓을 왜 하나? 강력한 악마들을 부리는 건 힘든 일이야. 악마들도 계속 벗어나려고 발악하고. 또 오크들은 힘을 모아서 덤비겠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오크들을 손에 넣겠나. 내 비전으로 만든 악마의 피를 이용하면 오크들을 내게 복종시킬 수 있거든. 굳이 악마를 소환 안 해도 오크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 말이야.”

‘어라? 그러면 나한테는 별문제 없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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