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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19화 (519/1,826)

§ 나는 될놈이다 519화

태현의 허락을 들은 케인은 뒤통수를 매만지며 기뻐했다.

“그치? 내가 괜찮을 줄 알았어.”

“…….”

“그,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애들아!”

나머지 일행들까지 쳐다보는 게 상당히 양심에 찔렸다.

어쨌든 허락을 받은 케인은 기뻐하며 움직일 계획을 세웠다. 그 모습에 장쓰안이 물었다.

“그런데 어디를 칠 생각이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질문. 케인은 바로 대답했다.

“만만한 곳이지!”

“…….”

“…….”

지금 주변에는 여러 파티가 모여 있었다. 즉, 무슨 퀘스트를 하더라도 도와줄 플레이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모두들 뭘 잘못 먹었는지 케인을 매우 존경하는 눈치였다.

시키는 대로 따라줄 것 같은 모습!

그런데 그런 기회를 가지고 한다는 게 고작 만만한 곳을 노리는 것?

‘뭐 이런 잔챙이 같은 놈이…….’

장쓰안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케인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내가 일 벌였는데 말아먹으면 김태현이 날 죽일 거야!’

서로의 생각과 별개로, 장쓰안은 일단 동의했다.

굳이 케인을 욕해서 좋을 게 없었으니까.

“그…… 그래. 이길 수 있는 곳을 치는 게 기본인 법이지.”

“그렇지! 뭘 좀 아네!”

기분이 좋아진 케인은 장쓰안의 어깨를 두드렸다.

“가자! 만만한 곳 치러!”

* * *

“쑤닝 님. 이거 보셨나요?”

“뭔데?”

“여기 영상, 우르크 지역에서 케인을 만났다는 플레이어들인데…….”

케인을 만난 플레이어들은 신이 나서 동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소문의 랭커 케인을 실제로 만나다!>

<뒤에서 빛이 나는 케인…….>

<무려 랭커 장쓰안도 함께한다?!>

“?????”

쑤닝은 눈을 의심했다.

영상에서 보이는 건 케인과 같이 있는 장쓰안의 모습!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케인과의 사이가 별로 나빠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자식 약 먹었냐?!?!”

쑤닝은 기가 막혀서 외쳤다.

대회에서 그런 걸 당했는데도 저렇게 같이 다닌다고?

저번에 장쓰안이 망신당하는 영상이 올라왔을 때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같이 다니고 있었다니!

“정말 장쓰안 맞아? 김태현이 변장한 거 아니야?”

“헉, 그럴 수도!”

“뭐가 그럴 수도야, 이 자식아! 김태현이 뭐 때문에 이런 짓을 하겠어!”

그냥 농담 삼아서 한 말을 길드원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쑤닝은 울컥했다.

이놈의 김태현 공포증!

“그보다 앨콧, 앨콧 이 자식 어디 갔어! 귓속말 보내봐. 이 자식은 우르크 지역 가서 돌아다니는 놈이 이것도 못 알아내고 뭐 한 거야?! 랭커란 놈이!”

“지금 바쁘다고 연락하지 말라는데요.”

“뭐??”

“아는 사람이랑 싸워서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지가 10대 청소년이야?! 당장 연락받으라고 전해!!”

그러나 앨콧은 대답하지 않았다. 쑤닝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 자식 오크들한테 당해서 길드원들 로그아웃시켰다는데…… 설마 김태현한테 당한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랬겠습니까? 그랬다면 앨콧이 당장 말해서 지원을 요청했겠죠.”

“그렇긴 하지만…… 아, 짜증 나네, 진짜. 오스턴 국왕 놈은 쓸데없는 퀘스트나 내고…….”

길드 동맹 입장에서 이번 오스턴 왕국 퀘스트는 눈엣가시였다.

언젠가 점령해야 할 영지에 다른 플레이어가 들어가는 것 아닌가.

만약 실력 있는 길드나 랭커가 들어가면 그만큼 골치가 아파졌다.

-장쓰안. 대답해라! 장쓰안!

-……지, 지금 귓속말을 보낸 상대는 당신을 차단했…….

-너 뭐 김태현 같은 짓거리를 하는 거야 이 자식아! 당장 제대로 대답 안 해?!

[현재 상대는 당신을 차단했…….]

진짜로 차단해 버린 장쓰안!

쑤닝은 뒷목을 잡았다.

* * *

“취, 취익. 이 물약은 왜 독처럼 생겼나? 먹어도 되는 거 맞나?”

“원래 몸에 좋은 건 좀 다 이렇게 알록달록하고 그런 거야. 먹어.”

“취익…… 이건 아닌 것 같다…….”

“췩, 오크 주술사들을 불러야…….”

오크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태현이 내민 결과물이 너무 기상천외했던 것이다.

온갖 색으로 변하면서 반짝이는 수프!

물론 태현은 물약이라고 거짓말을 했지만, 오크들의 눈에는 그저 독으로 보일 뿐이었다.

“췩! 살려다오!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다!”

“마셔라, 오크! 운명을 손에 넣어라! 너희가 세상의 주인이 될 테니까!”

“취익! 싫다, 싫어!”

그러나 태현은 억지로 오크들을 붙잡고 입속에 수프를 부어 넣었다.

그 모습에 다른 오크들은 공포에 떨었다.

[당신의 모습에 오크들의 공포도가 올라갑니다.]

[당신의 악명이 다른 오크 부족들에게도 퍼져 나갑니다.]

이제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흑마법사가 된 태현!

“취, 취익…… 힘이 솟는다! 힘이 솟아!”

“췩, 정말인가?”

“취익! 더럽게 맛이 없지만 힘이 솟는다!”

“하하. 자. 이 무기도 들어보라고.”

부웅, 부웅- 콰직!

태현이 준 무기를 휘둘러 본 오크는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췩! 이 무기, 엄청나게 가볍고 강하다! 마법사, 대단하다!”

그 반응에 하나둘씩 오크들이 와서 무기를 들고 수프를 마시기 시작하자, 오크 주술사들은 당황했다.

한 오크 주술사가 태현의 수프를 마시더니 외쳤다.

“취익, 족장님! 이건 사기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마법도 없습니다! 이 무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췩! 주술사. 질투도 적당히 해라! 이 마법사는 능력을 훌륭하게 입증했다!”

“췩! 아닙니다. 저희들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이 속임수를 밝혀내겠습니다!”

“취익…… 좋다! 그러나 밝혀내지 못한다면 이 마법사의 명예를 더럽힌 죄로 너희들을 처벌하겠다!”

‘어, 어?’

태현은 살짝 당황했다.

그냥 능력 보여주면 오크 주술사들도 넘어갈 줄 알았는데, 여기서 끝까지 발목을 잡고 늘어질 줄이야.

‘역시 마법이 아니라 요리 스킬이랑 대장장이 기술 스킬로 퉁 치려는 게 실수였나?’

너무 오크들을 만만하게 본 게 실수!

태현은 머리를 굴렸다. 주술사들이 저러는 걸 보니 밝혀낼 방법은 있다고 봐야 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쉬이익- 쾅!

“……?”

“???”

쾅! 콰쾅! 콰콰쾅!

허공에서 거대한 불덩이들이 날아오더니, 그대로 오크 마을의 목책들을 박살 냈다.

“?!?!”

“췩! 습격이다! 습격이다!!”

“와아아아! 오크들을 공격해라!”

“케인 님이 이끄신다!”

멀리서 들리는 플레이어들의 함성.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기습해 준 것 덕분에 넘어갈 수 있긴 했는데…….

‘이 자식은 내 상황을 몰랐을 거 아냐?’

태현이 뭐 하는지도 몰랐을 케인이, 굳이 태현이 있는 오크 마을을 노리고 공격한 것이다.

아무리 봐도 수상한 선택!

“췩, 마법사.”

“아. 족장님. 저도 싸우겠습니다!”

“췩. 아니다. 너는 빠져나가라! 호위들을 붙여줄 테니 위의 요새로 가라!”

“……??”

“취익. 너 같은 인재를 잃는 건 오크들에게 큰 손해다. 가라!”

“아, 아니…… 거기까지는…….”

태현은 당황했다.

오크 마을에 잠입한 건 괜찮았다.

그렇지만 더 규모가 큰 오크 요새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다.

어찌 된 게 점점 더 원수 사이인 오크 대족장에게 가까워지는 느낌!

“췩! 아니다! 가라!”

“취익! 따라와라, 마법사! 우리가 안내하겠다!”

정예 오크 늑대 기수들이 태현의 팔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태현은 살짝 고민했다.

‘그냥 슥삭 해버리고 케인이랑 합류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태현은 포기했다. 기껏 오크들 사이에 잠입했는데 아까웠던 것이다.

나중에 어떻게 되든 간에 이런 기회를 날리는 건 태현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췩! 마법사! 가자!”

후다닥!

그렇게 태현과 오크 한 무리는 마을 뒤로 빠져나갔다.

* * *

“앗! 저기 도망치는 오크들이 있습니다!”

“활 쏴! 활 쏴!”

파파팟-

“???”

“뭐야, 그걸 왜 못 맞춰?”

“아, 아니. 분명히 맞췄는데? 왜 다 빗나가지?”

궁수 플레이어는 당황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그럴 때도 있는 거지. 괜찮아. 어쨌든 이겼잖아.”

“그, 그렇지. 역시 케인 님!”

“케인 님! 케인 님!”

워낙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많았으니, 케인이 없어도 전투는 이겼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에게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 우리가 이긴 건 케인의 신묘한 지휘 덕분이구나!

“케인! 케인! 케인!”

케인을 외치며 환호하는 플레이어들!

[낮은 전술 스킬로 페널티를 받습니다. 단체 보너스를 받지 못합니다.]

[낮은 전술 스킬로 제대로 된 명령을 내리지 못합니다. 명령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

정작 당사자인 케인은 메시지창을 보고 입맛만 다셨다.

‘김태현은 잘하던데, 어떻게 했었지?’

태현의 특기 중 하나가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원하는 대로 이끌고 행동하는 것이었다.

케인은 눈을 감고 떠올려보려고 노력했다. 과연 태현은 어떻게 했던가?

-뛰어, 이 자식들아! 뛰라고! 나보다 늦게 오는 놈들은 내가 직접 PK 해주마! 달려!

-케인. 너한테는 재능이 있어. 날 열 받게 하는 재능이! 아니, 그 정도 몬스터면 네가 알아서 잡아야지! 지금 저기 사디크 기사들이 쫓아오는데 너 때문에 늦어졌잖아!

“…….”

기억나는 건 구박 받은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파티 사냥을 할 때 태현은 정말 귀신 같았던 것이다.

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귀신!

‘나, 나는 그렇게는 못 해……!’

“케인 님. 다음 목표는 어디인가요?”

“응?”

“역시 더 큰 오크 마을이겠죠?!”

“잠깐만. 하나만 하면…….”

케인이 ‘되는 거 아니었어?’라고 말을 끝맺기 전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끼어들었다.

“하나만 하면 역시 부족하죠! 그렇죠?!”

“역시 케인 님이야!”

“다음 공격 하러 갑시다!”

“……그냥 니들끼리 해도 잘할 것 같은데 난 왜 불렀냐?”

“네? 뭐라고 하셨어요?”

“아냐. 아무것도.”

* * *

“모험가 놈들이 감히 여기 와서 설치다니! 용서하지 마라. 부족장들을 불러서 싹 쓸어버려라!”

“췩, 대족장님은 어디 계신 건가?”

“대족장님은 나한테 일을 대신 하라고 말하셨다. 내 말을 들어라!”

악마술사 몬로소는 오크들에게 화를 내며 외쳤다.

그 모습에 오크들은 고개를 숙였다. 대족장이 맡긴 이상 외부인이라도 몬로소의 말에는 권위가 있었다

“지금 날뛰는 모험가 놈 중에 이름 높은 놈들이 있을 거다. 그놈들을 잡아 와라! 내가 본때를 보여주겠다.”

“췩. 지금 모험가 중에서 케인이라는 모험가가 다른 모험가들을 이끌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좋다! 그놈부터 데리고 와라! 오크 암살자들을 보내서 그놈을 포박해서 끌고 오는 거다!”

“취익!”

케인은 너무 안일했다.

태현이라면 이런 대형 퀘스트를 진행할 때, 크게 날뛰면 날뛸수록 적들이 반격 준비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레벨 높은 NPC의 지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케인의 이름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오크들의 반격은 케인을 향해 집중되었다.

“췩, 그런데 케인 그놈의 이름이 낯이 익다.”

“췩, 어디서 들어봤더라?”

“취익!!! 그놈! 그놈이다!!!”

오크들은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는데, 바로 그놈!!

* * *

“케인 님! 공격하기 전에 앞에 나서서 한마디 해주세요!”

“하하하하, 그럴까? 그럴까???”

케인은 헤벌쭉해져서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본 정수혁이 불안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왠지 모르겠지만 불안합니다.”

“그렇지? 나도 그래. 사람이 안 어울리던 짓을 하면 불행이 닥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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