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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18화 (518/1,826)

§ 나는 될놈이다 518화

‘길드 동맹이 멍청하기는 해도 세력은 어마어마하지. 그 많던 길드원들이 다 합쳐졌으니…….’

오스턴 왕국이 잘 버텨주면서 길드 동맹을 이겨주면 태현도 편하겠지만, 태현이 보기에 오스턴 왕국이 불리했다.

실제로 길드 동맹은 계속 영지를 늘려나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제 와서 오스턴 왕국의 영지를 받는다?

받아도 나중에 길드 동맹한테 뺏길 가능성이 컸다.

‘계륵 같은 보상이군. 오스턴 왕국 국왕이 뭐 이런 걸 노리고 치사하게 군 건 아니겠지만…….’

오스턴 왕국이야 우르크 지역의 오크들에게 크게 당한 적이 있으니, 대족장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저런 대형 퀘스트를 내미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렇지만 상황이 애매했다.

태현이라면 욕심을 내지 않았겠지만, 플레이어들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덤벼들고 있었다.

실제로 오스턴 왕국이 무너질지 무너지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르니 일단 눈앞에 있는 영지에 달려드는 것!

그것도 나름대로 일리 있는 방법이었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나중 일을 걱정하다가 이런 대박 퀘스트를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내 상황인데…….’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이 생각지도 못한 오스턴 국왕의 퀘스트가 태현한테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뭐, 나한테는 좋은 건가?’

어쨌든 태현의 적인 오크들을 다른 플레이어들이 상대해 준다면, 태현한테는 나쁠 게 없었다.

그 순간, 지나가던 파티가 태현 일행을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 오크다! 오크 정찰대다!”

“뭐? 어디?”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주변에 오크 정찰대 같은 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파티는 태현 일행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오크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수상쩍은 마법사!

그게 바로 태현 일행의 겉모습이었다.

“…….”

“잡아! 잡아!”

“저 오크들 사이에 저건 뭐지? 마법사인가?”

“오크 주술사겠지! 같이 잡아! 공적치 포인트다!”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나타난 공적치 포인트에, 파티원들은 흥분했다.

물론 덤비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했을 것이다.

왜 오크들 사이에 저런 수상쩍은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있을까?

“마법사 먼저 죽여!”

“알고 있어! 간다!”

“하하! 내 공격을 받…… 커헉!”

-반격의 원, 강타, 완벽에 가까운 연격, 치명타 폭발!

“크아아아악!”

신나서 태현에게 덤벼들던 플레이어는 폭풍처럼 쏟아져 나오는 반격 콤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나뒹굴었다.

“뭐, 뭐야? 마법사 아니었어?”

“취익! 우리 마법사는 싸움도 잘한다! 췩!”

태현의 모습에 신이 난 오크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때려눕혔다.

싸움 한 번 잘못 걸은 죄로 파티는 깔끔하게 로그아웃 당해야 했다.

[오크 부족 내의 평가가 올라갑니다.]

‘너희들의 희생은 잊지 않겠다.’

“췩! 위대한! 마법사! 강력한! 마법사!”

태현은 오크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다.

* * *

“췩. 그래서 재료는 다 모아왔나?”

“아차.”

“취익. 뭐라고?”

“하하. 다 모아왔습니다.”

태현은 그제야 오크 부족들에게서 받은 퀘스트를 떠올렸다.

오크들을 빌려서 부려먹을 수 있었던 건, ‘내 마법으로 뭔가 보여주겠다! 그러니까 재료 모으게 오크들 좀 빌려줘라!’라고 호언장담을 했기 때문!

이제 결과물을 보여줘야 했다.

“췩. 그러면 어디 한번 보여줘 봐라!”

오크 주술사들은 태현을 못 미덥다는 눈빛으로 노려보며 수군거렸다.

“취익. 외부인을 들여보내다니.”

“췩! 정령이 분노하신다! 저 인간 놈을 봐! 아주 사악한 기운이 느껴진다!”

얼떨결에 맞는 말을 한 오크 주술사!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당당하게 준비에 들어섰다.

“준비하는 동안 신경 쓰이지 않게 밖으로 나가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천막 밖으로 오크들을 밀어내는 태현.

이유는 하나였다.

지금부터 하려는 건 마법이 아니라 요리와 대장장이 기술이었으니까!

“오크들의 무기에 마법을 걸고, 오크들이 마시면 강해지는 비약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우르르-

태현의 말에 오크들의 무기들이 천막 앞에 와장창 쌓였다.

“췩, 외부인이 마법을 걸어봤자 얼마나…….”

“취익! 우리의 주술보다는 약할 게 분명하다!”

투덜대는 오크 주술사들을 무시하고, 태현은 재빨리 무기들을 안으로 갖고 들어왔다.

‘흠, <행운의 대장장이 기술>이나 <신성 대장장이 기술>을 써서 새로 만들거나, <날카롭게 갈기>나 <녹 없애기>로 버프를 걸어줘도 괜찮겠지만…….’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고급까지 찍은 사람은 대장장이 플레이어 중에서도 많지 않았다.

태현 정도면 버프 스킬의 가짓수는 적어도, 하나하나가 효과가 강력했다.

그렇지만 태현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좀 더 확실하고 강렬한 무언가!

‘좋아. <장비 위조>랑 <불안정한 장비 제작>으로 간다!’

라제단 대장장이 직업 스킬들.

효과는 좋지만 장비가 빨리 파괴되거나 부작용이 있는 스킬들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쓸 거 아니니까!

‘오크 놈들 뭐가 예쁘다고 오래 가는 좋은 장비 챙겨줘? 지금 시험만 통과하면 되지.’

장비는 됐고, 다음은 음식이었다.

마법의 탈을 쓴 요리!

‘평소 요리하던 대로 요리하면 의심받겠지? 아무래도 좀 물약이나 비약처럼 보여야 할 테니까…… 최대한 쓰고 맛없게 만들어야겠다.’

몸에 좋은 건 왠지 쓰고 맛없을 거라는 편견!

태현은 그 편견에 따라 움직였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괴식 요리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요리를 최대한 맛없게 만드는 데 보너스를 받습니다.]

[대량의 요리를 맛없게 만듭니다. 괴식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초급 괴식 요리 스킬이 중급 괴식 요리로 바뀝니다.]

‘…….’

지금 태현의 요리 스킬은 중급.

향신료 뿌리기나 도축 같은 건 다 초급인데, 괴식 요리 스킬과 독 제작만 중급이었다.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것 같은 스킬창들!

‘뭐, 스킬 높으면 좋지!’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충 버프되지만 엄청나게 쓰고 맛없는 수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레시피를 얻었습니다. 레시피가 널리 퍼질 경우 요리사로서 명성이 오릅니다.]

* * *

“앗! 케인 님 아니신가요?!”

“뭐, 뭐냐! 기습이야?! 덤벼! 우리 쪽에는 장쓰안도 있으니까 이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케인 님 팬이여서…….”

“……진, 진짜?”

케인은 눈을 깜박였다. 옆에 있던 장쓰안은 ‘이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지’ 하는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랭커로서의 품격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 가벼움!

‘진짜 랭커 맞나? 대회에서 보여줬던 모습은 뭐였지?’

장쓰안은 케인을 의심했다.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멋졌는데, 실제로 보면 볼수록 깼다.

“네! 이렇게 뵙게 되다니 영광이에요!”

“하하,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고 보니 케인 님은 어느 게임단 들어가셨어요? 다른 분들은 다 기사 뜨는데 케인 님은 아직 못 본 거 같아요.”

“나, 나는…… 아주 좋은데 들어갔지.”

“헉! 역시! 이미 계약을 하셨군요! 나중에 제대로 발표하려고 숨기고 있으셨던 건가요?”

“그런 셈이지!”

이다비는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설마 눈치 없이 여기서 게임단에 대한 걸 털어놓진 않겠지? 정식 발표도 안 했는데…….

다행히 케인이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김태현보다 먼저 말하면 죽을 때까지 구박받겠지!’

생존성 눈치!

그렇게 떠드는 사이, 다른 파티가 지나가다가 케인을 발견했다.

“어, 뭐야? 누군데?”

“케인 님이셔!”

“뭐?! 케인 님?!”

점점 불어나는 플레이어들!

사람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지만 케인은 그것도 모르고 그저 행복해했다.

‘나는 행복해! 나는 행복해!’

최근 들어서 가장 인생의 행복한 시간을 맞이한 케인!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장쓰안은 헛기침을 했다.

“크흠. 크흠.”

기침의 의미는 하나였다.

-너희, 랭커 한 명을 놓치고 있지 않니?

케인보다 더 잘 싸우고, 더 레벨 높고, 더 폼 나는 랭커!

그러나 몰린 사람들은 장쓰안을 알아보지 못했다.

“……?”

“아, 아저씨. 좀 비켜봐요. 케인 님 안 보이잖아요.”

어려 보이는 한국 플레이어가 장쓰안을 밀치고 지나가자, 장쓰안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

“!!!”

김태현이면 모를까 케인에게 밀리다니!

사실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은 ‘장쓰안이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잖아’ 하고 넘겼기에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설마 대회에서 그렇게 원수를 졌는데…….

“케인. 설명해 줘라! 내가 누군지를!”

충격받은 장쓰안은 그런 사정도 생각하지 않고 외쳤다.

지금 중요한 건 인정 받는 것!

“어……? 그, 그래. 여기 장쓰안도 있으니까 인사해.”

“????”

“장쓰안이 있다고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회에서 그렇게 당하지 않았나?”

“아니, 근데 같이 다닌다고? 호구인가?”

“쉿, 들리겠다. 화해했을 수도 있잖아.”

“그걸 어떻게 화해를? 나 같으면 평생 기억할 거 같은데.”

“…….”

장쓰안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제야 사람들이 왜 그를 못 알아봤는지 깨달은 것이다.

너무 말도 안 됐으니까!

장쓰안이 부끄러움과 굴욕에 떠는 사이, 다른 플레이어들은 케인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케인 님!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저희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 무슨 부탁인데! 말만 해! 내가 들어주지!”

-정신 차려요!

이다비는 깜짝 놀라서 케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지금 뭔 부탁을 하려는지 알고 저 소리를 하는 거야!

-헉! 나, 나도 모르게……!

-…….

그러나 이미 케인은 대답을 해버렸고, 플레이어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같이 오크 부락을 공격합시다! 저희들을 이끌어주세요!”

“……응?”

* * *

현재 우르크 지역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다들 각자 흩어져서 오크 마을을 공격하고 있었다.

숫자가 워낙 많았기에 결과는 나름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계는 있었다.

파티별로 뿔뿔이 흩어져서 다니니 커다란 마을은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

레벨이 좀 낮거나, 장비가 딸리는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로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케인은 갑자기 나타난, 그들을 이끌고 대박 퀘스트로 데려가 줄 지도자로 보였다.

“케인! 케인! 케인! 케인!”

“와! 케인 님이 퀘스트 이끌어주신대!”

“아, 아니…… 나는 아직…….”

“아직?”

“아직 배고프시다는 거겠지! 이제 퀘스트 시작이니까!”

“정말 멋지다!”

“…….”

케인은 멈칫했다.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 그래. 어차피 오크들은 김태현이랑 내 적이기도 하니까…… 공격 좀 해도 괜찮겠지?’

“좋아! 플레이어들을 불러모아라! 우리는 오늘 오크들을 치러 간다! 마을을 털러 가자!”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을 한껏 고조시켜놓고, 케인은 재빨리 뒤로 돌아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건 김태현한테 말하지 말아주라. 응?”

“…….”

* * *

물론 케인의 말을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쓰안까지 귓속말로 ‘야 이거 괜찮은 거 맞냐!?’ 하는 상황!

-태현 님.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요?

-케인 뒤통수 한 대만 때려줘라.

-때렸어요.

-잘했다. 그리고…… 뭐 어쩌겠어.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어쨌든 오크들이랑 싸우면 좋은 거잖아? 내 적도 줄어들고. 케인이랑 장쓰안 있으니까 지지는 않겠지. 적당한 곳 잘 털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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