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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14화 (514/1,826)

§ 나는 될놈이다 514화

“그러면 이사하는 걸로?”

“네!”

“와! 정말 좋아요!”

동생들의 반응에 태현은 흐뭇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사는 확정!

이다비의 말은 무시하고, 태현은 관리인 아저씨에게 물었다.

“그래서 남는 건물이 아예 없다는 겁니까?”

“아. 있긴 있는데요.”

“뭐에요? 있으면 말을 해주셔야죠. 왜 없다고 그래요?”

“아니, 그게 그 건물이…… 좀…….”

“……?”

관리인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러나 태현은 단호했다.

“거기로 가죠.”

“예? 정말 괜찮겠습니까?”

“남는 곳이 거기밖에 없다면서요?”

“네,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면 거기로 가야죠. 게다가 거기도 일단 아파트 아닙니까?”

“아파트…… 맞지요…….”

어쨌든 집주인은 태현이었다. 관리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핸들을 돌렸다.

* * *

“……????”

“??????”

“저, 잘못 온 거 아닌가요?”

“미안. 여기밖에 남는 곳이 없어서.”

“아니, 이건 진짜 아니죠! 진짜 이건 아니죠!!”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이다비는 발버둥 쳤다. 그러나 태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 그들 앞에 있는 건물은 강남 하이팰리스였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초고층 아파트!

김태산이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았다가 태현에게 선물한 아파트!

“으아아…… 으아아아…….”

이다비는 주차장에 늘어선 각종 수입차들을 보고 기겁했다. 마치 결계처럼 느껴지는 부자들의 기운!

태현은 이다비와 동생들의 등을 떠밀었다. 그리고 카드를 꺼내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저, 저 사람이 저 쳐다보는데요?”

“보안 직원이잖아…….”

“쫓, 쫓겨나는 거 아닐까요?”

“안 쫓겨나.”

보안 직원은 태현의 얼굴을 알아보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모습에 이다비는 흠칫했다.

“엘리베이터도 카드를 써야 해요?!”

“여기 보안이 좀 까다로워서…… 너희 것도 발급해 줄게.”

“아, 아니,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다른 곳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어.”

“잠깐만요…… 우리 지금 꼭대기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죠?”

“아. 펜트하우스야. 미안. 남는 게 없다잖아.”

“……이건 진짜 아니에요!”

“야! 버튼 막 누르지 마!”

* * *

하이팰리스의 펜트하우스.

100평이 넘어가는 초호화 아파트!

“화, 화장실이 4개…….”

혼이 빠져나간 이다비는 내버려 두고, 태현은 동생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기 좋지?”

“좋아요! 호텔 같아요!”

“가본 적은 없지만!”

“그렇지? 이다비랑 같이 살면 좋겠지?”

“네!!”

“네!!”

“설득 끝났어, 이다비. 야. 정신 차려.”

“네? 아, 지금 제가 꿈을 꾸고 있나 봐요. 생각해 보니 태현 님이 저를 뒷조사하다가 도와주러 온다니, 너무 말도 안 되는…….”

“……그렇게 말하니까 좀 양심이 찔리잖아. 어쨌든 정신 차리고 짐 풀어.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다행히 이다비가 원래 있던 달동네와 펜트하우스는 그다지 거리가 차이 나지 않았다.

동생들이 다니는 학교나 기타 수속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꼬르륵-

“응?”

누군가의 배에서 난 소리!

태현은 이다솔을 쳐다보았다. 이다솔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이다샘을 쳐다보았다. 이다샘도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셋은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이다비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배고플 수 있지. 오늘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잠시만 기다려봐. 밥 해줄게.”

“네? 요리할 줄 아세요?”

“게임에서 요리 스킬을 찍었으니 당연히 할 줄 알지.”

“…….”

“농담이고, 할 줄 알거든? 오기 전에 아저씨한테 연락해서 뭐 좀 채워놓으라고 했으니 기다리고 있어. 밥 해줄 테니까.”

“아,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민폐를 끼칠 수는…….”

태현은 이다비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다비는 그 눈빛에 담긴 뜻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민폐 끼친다는 소리 좀 그만해라.

“……민, 민폐 끼쳐서가 아니라…… 제가 고마우니까 제가 할게요.”

“그런 이유라면야 뭐…… 그럼 같이 하던가.”

“네?”

“주방 하나 더 있거든. 거기서 만들어.”

“……대체 왜 집에 주방이 2개나…….”

이다비는 비틀거리며 벽에 손을 짚었다.

그제야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깔끔하고 정갈한 인테리어!

게다가 어마어마한 넓이까지.

살면서 이런 곳을 오게 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 짐은 여기 놔주시면 됩니다. 애들아. 나랑 너희 언니가 밥하는 동안 짐 좀 정리해 줄래?”

“네!”

“어디에다 놓으면 돼요?”

“마음대로 놔. 어차피 너희들 살 곳인데. 여기 카드 있으니까 필요하면 ㅆ…….”

“안 돼요, 안 돼!”

이다비는 다급하게 달려와 카드를 뺏어서 태현의 품속에 집어넣었다. 정말 가만히 있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왜? 얘네들도 생활비 필요하잖아.”

“저도 빚만 아니면 월수입 꽤 되니까 괜찮거든요! 이 집 빌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아, 여기 얼마죠?”

“응? 됐어. 돈 받으려고 하는 거 아니니까.”

“그러면 안 돼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 계산은 철저하게!”

“됐다니까. 여기가 80이었나…… 헷갈리네.”

“여기가 월 80만 원밖에 안 해요?!”

“전세로 80억이란 뜻이었는데.”

“……애들아! 나가자! 여기는 진짜 아니야!”

태현은 발버둥 치는 이다비를 붙잡고 앉혔다. 그리고 다시 설득에 들어갔다.

-너, 친구야 아니야?

-아니, 태현 님. 세상을 그렇게 흑백논리로…….

-친구야 아니야?

-와, 이거 케인 씨가 당할 때는 몰랐는데 제가 당하니까 진짜 답답하네요. 뭐 이런 치사한……!

* * *

타타타탁-

경쾌하게 식재료를 써는 소리.

둘은 지금 같은 주방에 있었다.

주방 2개를 각각 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넓었던 것이다.

“음, 괜찮군. 된장찌개 괜찮지?”

“뭐든 괜찮은데요…… 그보다 여기 2층이죠?”

“응. 두 채 합친 집이거든.”

‘어쩐지 크더라!’

“……잠깐만요, 그거 불법 아닌가요?”

“서류상으로도 두 채로 나눠져 있으니까 불법은 아니야. 그리고 내가 안 했어. 아버지가 했어.”

은근슬쩍 책임을 돌리는 태현!

“다 됐다. 애들아! 와서 밥 먹어라!”

“네!”

식탁에 앉는 이다비의 동생들을 보며 태현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와구와구-

허겁지겁 먹는 동생들을 보며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왜 이다비가 한 요리는 안 먹고?”

“……먹, 먹을게요.”

“지금 먹어요!”

눈치를 보며 이다비가 한 요리에 젓가락을 가져가는 둘!

태현은 당황해서 말렸다.

“아니, 억지로 먹으라는 게 아니라…… 난 내 요리보다 평소에 먹던 이다비 요리가 더 잘 맞을 줄 알았는데…….”

말과 함께 태현은 이다비의 요리를 한 점 집어 먹었다.

맛이 정말…….

‘……심심해!’

극도로 재료와 조미료를 적게 넣은 요리!

극한의 건강식이나 병원식에 가까운 요리였다.

최대한 재료를 적게, 오래 쓰기 위한 요리법!

“…….”

“괜, 괜찮아. 건강하고 좋은 맛인데.”

“그런 동정은 더 괴로우니까 하지 마세요…….”

이다비는 축 처져서 고개를 숙였다.

* * *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냐?!

“아. 맞다. 아버지. 페라리 끌고 오는 걸 잊었는데 알아서 회수 좀 해주세요. 그리고…….”

김태산은 욕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페라리를 어디다가 버리고 온 게 시작이라면, 그 뒤로는 뭔 이야기가 나오려고?

-그리고 뭐? 뭔데? 사람 불안하게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그게…… 음…….”

-너, 사람 죽였냐?! 내가 말했지! 성질 죽이고 다니라고!

“아니, 아들을 뭘로 보시는 겁니까?”

-아니야? 다행이군.

“어쨌든 그 정도까지 걱정하고 계셨다면 지금 제가 할 말 정도는 별로 충격 안 받으시겠네요. 그, 아버지가 예전에 분양받아서 저 주신 하이팰리스 있죠?”

-펜트하우스 하나랑 그 밑에 하나랑…… 그랬었지. 왜?

“거기 쓰려고요.”

-아니, 왜? 다른 건물도 많은데 하필이면 왜 그렇게 비싼 걸 써!

“친구가 지금 곤란해서요. 그리고 다른 건물은 지금 다 세입자 들어가 있다던데요. 잘 살고 있는 사람 쫓아낼 수는 없잖아요. 헉, 아버지 그런 분이셨어요?”

-이 자식이…….

김태산은 말끝을 흐렸다. 아픈 곳을 찔린 것이다.

평소에 ‘세입자한테 잘 해줘라, 갑질하지 마라’라고 말하고 다녔던 것이다.

-친구 일이라면 어쩔 수…… 없지…… 네 건물이기도 하고…… 거기가 얼마짜리인데…… 투덜투덜…….

“아버지, 속마음이 나오고 있어요.”

-시끄러, 인마. 그래서 어느 친구인데? 상윤이? 그 저번에 너하고 같이 다니던 케인이란 친구? 그런 애들이면 그냥 우리 집에 불러서 재워도 되지 않나? 남는 방도 많은데.

“아, 가족들까지 재워야 해서 우리 집은 좀 그렇더라고요. 아버지 같은 사람도 집에 있으니 불편할 거 같고.”

-……오냐. 알겠다. 그런데 가족들까지라니.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케인이란 친구인가?

“아뇨. 이다비라는 친구인데요.”

-이다비…… 이다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인데…… 그런 친구가 있었나? 남자애 이름이 특이하네.

“여자앤데요.”

-……응? 뭐라고? 내가 잠깐 잘못 들은 것 같은데…….

“그리고 여기 하이팰리스 다른 층에 집 하나 더 남으니까 이건 게임단 건물 겸 숙소로 쓰려고요. 저도 거기서 지낼까 싶어요. 이다비 걔가 걱정되기도 하고요.”

-콰당탕탕탕!

“아버지? 아버지?”

전화 너머에서 뭔가 사람이 크게 넘어지고 구르는 소리가 났다.

태현은 당황해서 김태산을 불렀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당연히 괜찮지! 잠깐만, 그보다 지금 이게 대체 어떻게…….

김태산은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만우절 아니지? 아니고. 이 자식이 나한테 거짓말할 이유라도 있나? 없고. 대체…… 이게 뭔…… 아니, 나가면 윤희랑 오붓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 좋긴 한데…….’

김태산은 순간 상상에 잠겼다.

-윤희야! 태현이가 나가서 혼자 산대!

-정말요? 무슨 이유 때문에요? 설마 둘이 싸워서 쫓아낸 건 아니죠?

-내가 그럴 거면 진작 그랬지! 들어보니까 여자애가 걱정되어서 그 근처에 산다는 거야! 완전 멀쩡한 이유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안 돼!’

김태산은 상상에서 깨어났다. 끔찍한 파멸이 미래에서 보이고 있었다.

-야, 설명을 좀 더 자세히……!

“아. 죄송합니다. 지금 밥 먹는 도중이라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

-지금 그게 할 소리냐! 잠깐만, 너 설마 그 이다비란 친구랑 같이 밥 먹는 거야?

“네. 맞는데요. 그리고 밥상에서 예절 지키라고 한 건 아버지 아니셨어요? 쓸데없이 전화하지 말라고…….”

-지금 그게 이 상황이랑 맞다고 생각하는 거냐!!

“규칙은 규칙이죠. 어쨌든 다 먹고 전화 드릴게요.”

-야, 야!! 야!!!!

뚝-

태현은 정말로 끊어버렸다. 김태산은 혼란에 빠져서 비틀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 가서 직접 봐야겠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차고로 간 김태산은 페라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여보세요, 택시죠?”

일단 페라리부터 챙겨서 가야 할 것 같았다.

* * *

“누가 오셨는데요?”

“종교 안 믿는다고 해.”

“……이런 곳에 어떻게 그런 사람이 들어와요?!”

이다비가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보안 직원이 입구에서부터 지키고 있는 데다가 외부인은 검사를 받지 않으면 들어올 수도 없는 곳!

“논리적이군. 누구지? 어…….”

“누구신데요?”

“아버지?”

“풉!”

이다비는 마시고 있던 물을 작게 내뿜었다. 뒤에 김태산이 혼이 나간 얼굴로 서 있었다.

“정, 정말…… 정말로, 진짜로 있는 친구였잖아?”

“……뭐 가상 친구라도 되는 줄 알았습니까?”

태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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