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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513화 (513/1,826)

§ 나는 될놈이다 513화

“힘으로 안 되니까 갑자기 법으로 따지기라도 하려고? 조폭이면서 너무 치졸한 거 아니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우리는 그냥 빚을 받으러 온 회사 직원일 뿐이야. 아무리 정당방위라고 해도 이렇게 심하게 두들겨 패도 되나? 응? 그쪽은 하나도 안 다쳤는데?”

조폭들은 김창식의 말에 킬킬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형님이시다.’

‘빼도 박도 못하겠군.’

조폭이라고 주먹만 쓰는 건 아니었다. 상대방의 약점을 잡으면 이런 협박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태현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패도 되지.”

“……뭐?”

“패도 된다고. 억울하면 경찰 가서 고소해. 법정에서 보면 되잖아?”

“…….”

“내가 끌고 온 차 보면 대충 견적 나오지 않나? 내가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 내가 어떤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는지. 법정에서 조폭하고 만나면 누구 말을 들어줄지 참 궁금하긴 하네.”

김창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상대가 젊은 놈 같은데 여간 능구렁이가 아니었다.

협박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사실 난 여기 와서 이럴 필요가 전혀 없긴 했어. 이미 너희들 끝내는 일은 다 끝내놨거든.”

이때 조폭들은 태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 누구라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설마 여기 오기 전 태현이 어느 곳에 전화를 하고 왔는지 말이다.

“그런데 굳이 여기 와서 너희들을 팬 이유는 뭐냐면…… 화풀이지.”

“화, 화풀이?”

“그래. 새끼들아. 남의 파트너 집에 가서 난리를 피우고, 파트너인데 도와달라고 말도 안 하고, 그걸 또 배려한답시고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가만히 있고…… 여러 가지에 대한 화풀이지.”

태현은 말과 함께 툭툭 손을 털었다.

“자. 이제 꿇어라.”

“…….”

“미쳤냐? 우리가 왜?”

“마지막 기회다. 꿇고 빌어. 그러면 아주 조금 고민은 해볼 테니까.”

“X까고 있네 자식이…….”

이렇게까지 당하면 아무리 그들이라도 자존심이 있었다.

한 번에 덤벼서 태현을 박살 내버리겠다!

조폭들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띠리리링-

“…….”

분위기 깨는 벨소리. 조폭들은 김창식을 빤히 쳐다보았다. 김창식은 헛기침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형님…….”

-이 미친 XXX XXX XXXX야! 어디 가서 뭔 미친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너 돌았냐? 너 우리 다 죽이려고 작정했냐? 어디 가서 XX을 하고 다녔길래 위에서 이런 말이 날아와?

“예? 형님, 전 아무 짓도…….”

-닥쳐! 아무 말도 하지 마. 지금부터 넌 나하고 모르는 사이니까! 어디 가서 나하고 안다고 말하지 마. 죽일 테니까.

“……???”

그러나 형님에게서 온 전화는 시작일 뿐이었다.

다음에 걸려온 전화는 김창식이 사업 자금을 빌리기로 한 큰손이었다.

-김 실장님. 미안하게 됐습니다만 이번에 빌려주기로 한 사업 자금은 못 주게 됐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약속하셔 놓고 이러시면 안 되죠! 그거 없으면 사업은 뭐로……!”

-그러니까 적당히 설치고 다녔어야죠.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닙니다. 나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 실장도 살고 싶으면 조용히 구석에 박혀 지내세요. 진짜 단단히 화가 나신 모양이니까.

“……???”

김창식은 얼이 빠졌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형님, 형님! 지금 저희 사무실에 경찰 들이닥쳤습니다! 저 빼고 전부 다 잡혀 들어갔어요! 저는 밖이어서 안 잡혔지만, 형님도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형님 어디 있는지 묻더라고요!

“뭔 개소리야! 아무 연락도 안 왔는데! 이 형사, 이 형사한테 연락 안 왔어? 그 새끼가 받은 뇌물이 얼만데!”

-형님! 사무실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게 이 형사입니다! 그 개자식 약 먹었나 봐요! 우리 비밀 장부까지 다 털어갔어요! 우리 죽이려고 작정했나 봐요!

탁-

더 이상 핸드폰을 잡고 있을 힘도 없었다. 김창식은 핸드폰을 떨구고 비틀거렸다.

태현이 빙글거리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꿇을 생각이 좀 드나?”

“너…… 너, 누구야?”

“그건 네가 알 거 없고. 지금 중요한 건 네 상황이지.”

김창식은 그 말에 정신이 확 들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이제까지 쌓은 게 얼마인데 이렇게 끝날 수는 없었다.

탁-

“형, 형님!”

“뭐 하고 있어 이 자식들아! 안 꿇고!”

태현이 누군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들의 목숨을 갖고 놀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었다.

“나 말고.”

“……?”

“저기 뒤에 니들이 방금 난리 친 사람이 있지 않냐?”

“…….”

조폭들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뒤로 돌아가서 무릎을 꿇었다.

“……!!”

이다비는 깜짝 놀랐다. 조폭들이 와서 무릎을 꿇는 것도 그렇지만 갑자기 태현이 나타난 것이다.

“태현 님. 여기는 어떻게…….”

“설명은 나중에 할 게. 긴 이야기거든. 일단 이 자식들이 할 말이 있다니까 들어보자고.”

김창식은 이를 악물었다. 굴욕감으로 가슴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저희가…… 한 짓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

이다비는 눈을 깜박였다. 옆에 있던 태현이 심드렁한 태도로 말했다.

“빚은?”

“저희가, 했던 일들에 좀…… 불법적인 게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갚으신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잘했다.”

“이, 이제 우리 사이는 끝난 겁니까?”

“뭐가?”

“하라는 대로 무릎을 꿇었으니…….”

“내가 아까 말했잖아.”

“……?”

“아까가 마지막 기회라고. 아까 거절해 놓고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되지. 사과는 그냥 해야 하니까 한 거 아니었어?”

“……!!”

태현에게 속았다는 걸 깨달은 김창식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이, 이…….”

그 순간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타다다닥-

얼이 빠진 조폭들은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줄줄이 잡혀 들어갔다.

태현은 김창식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아마 오랫동안 못 나올 거야. 영원히 못 나올 수도 있고. 사실 후자가 가능성이 높지.”

“너, 너…… 절대로 잊지 않겠다. 네가 뭐 하는 놈이든 간에…….”

“잠깐, 네 장황한 복수 결심을 듣기 전에 한 가지만 더 말해줄게. 넌 내 목숨 신경 쓰기 전에 네 목숨부터 신경 써야 해.”

“……?”

“너 때문에 싸잡혀서 같은 놈들로 묶인 조폭 아저씨들이 지금 눈에 불을 켜고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 널 안 보내면 자기들이 훅 가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겠어?”

“……!!!!”

“어쨌든 내 목숨 노리고 싶으면 열심히 해봐. 살아서는 못 볼 거 같지만.”

김창식은 대답도 하지 못하고 끌려갔다. 태현은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잘하셨습니다. 명단에 있는 놈들 계속 감시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 허튼 짓거리 하는 놈들 있으면 바로 보고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어차피 그러지도 못할 겁니다.

나름 살면서 험한 꼴, 이상한 꼴 많이 본 직원이었지만 태현이 방금 보여준 건 정말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권력을 휘둘렀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복수!

보면서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 * *

“…….”

“…….”

태현과 이다비는 엉망이 된 집에서 서로 마주 보았다. 서로 할 말이 많은 상태였다.

“우리 아직 파트너 맞지?”

“네?”

“확인하고 싶어서. 미리 물어보는 거야.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하면 네가 화를 낼 수도 있으니까.”

“화 안 내요.”

“그건 듣고 생각해 봐.”

태현은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지금 생각하니 뒷조사는 좀 많이 나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다비는 단호하고 조용하게 말했다.

“화 안 내요. 어떤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진짜?”

“네. 제가 왜 화를 내겠어요. 이런…….”

말하려던 이다비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멈칫했다.

“……일을 해주셨는데…….”

“괜찮아?”

“다리에 힘이 좀 풀려서 그래요. 쉬면 괜찮을 거예요.”

이다비는 털썩 앉았다. 그제야 엉망이 된 집이 눈에 들어왔다.

이다비는 웃으며 말했다.

“오셨는데 드릴 게 없네요. 물이라도 드릴까요?”

“그 전에 내가 뭘 했는지 좀 들어봐.”

태현은 설명을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뒷조사를 했고, 오늘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감시하고 있었다는 말에 이다비는 헛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다비는 계속 웃다가 웃음을 멈췄다.

태현은 슬쩍 눈치를 봤다.

“괜찮아?”

“화 안 낸다니까요? 정말 고마워요. 몇 번을 말해도 모자랄 것 같지만 다시 말할게요. 정말 고마워요.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그래. 화 안 났다니 다행이네. 그러면 이제 내가 화 좀 내도 될까?”

“네?”

“난 널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네가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도 날 친구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도와달라고 할 수 있지 않았어?”

“폐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

“폐 끼치는 게 뭐가 어때서? 그게 친구지. 자기 할 일만 하면 그게 친구야? 네가 그렇게 혼자 처리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내 마음은 편할 것 같아? 난 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달라고 했어. 네 도움이 필요하면 앞으로도 도와달라고 할 거야. 넌 왜 그러지 못하는데?”

“매번 신세만 졌으니까…….”

“그래. 이유는 알겠어. 그렇지만 내가 듣고 싶은 건 다른 거야.”

“……?”

“날 친구라고 생각해?”

“……물론이죠. 그보다 더…….”

“더 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친구라고 생각하는 건 맞다 이거지?”

“맞는데요…….”

무슨 확답을 얻기 위해 닦달하는 것 같은 태현의 모습이었다.

“그러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달라고 하겠네?”

“……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이다비는 웃었다. 태현의 마음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웃기에는 일렀다. 태현의 다음 말이 나오자, 이다비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잘됐네.”

“네?”

“짐 싸. 다른 곳으로 이사 갈 거니까.”

“…….”

* * *

“이,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이다비는 소심하게 말했지만 태현은 무시했다.

“아, 아저씨. 오셨군요.”

“예. 사장님.”

관리인이 직접 차를 몰고 와서 태현과 이다비, 그리고 동생들을 태웠다.

“짐은 다음 차에 태워서 따라오게 하겠습니다. 짐이 별로…… 없네요?”

이다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출발합시다. 비어 있는 집 어디 있다고 하셨죠?”

“아, 그게 말입니다, 사장님…….”

관리인은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들어갈 만한 건물들은 다 세입자가 있어서요…….”

“그래요? 음. 그냥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야 하나?”

“그, 그,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아요!”

태현이 자기 집으로 이다비와 동생들을 데리고 간다는 말을 하자 이다비는 식겁해서 손을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하긴, 집에 남는 방 많고 넓긴 해도 거기서 지내기에는 좀 신경이 쓰이려나?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그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쉿, 조용히 해.”

중얼거리는 이다샘의 옆구리를 이다솔이 찔렀다.

오늘 일어난 일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러나 분명히 현실이었다.

두 동생은 서로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가 맨날 우리만 신경 쓰느라 고생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언니를 도와줄 때야!

-그런데 어떻게?

-보고 있어. 내가 보여줄 테니까.

그러는 사이 이다비는 어떻게든 태현을 설득하려고 들었다.

“그 집 진짜 괜찮아요. 엉망진창이긴 해도 정리하면…….”

“거기 주소 아는 놈들이 있어서 안 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나아.”

“그, 그러면 그냥 제가…….”

“쓰읍. 친구야 아냐?”

“친, 친구긴 한데…….”

“그러면 조용히 하고 있어.”

“네…….”

이다비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는 사이 이다솔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태현에게 물었다.

“오빠. 혹시 오빠 우리 언니 남자 친구예요?”

“너 뭔 소리 하는 거야!!”

“친구는 맞다. 그보다 너희, 이사해도 괜찮니? 너희 의견을 묻는 걸 잊었네.”

태현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이다비야 그렇다 쳐도 동생들은 정들었던 곳을 떠나는 걸 싫어할 수 있었다.

“좋아요!”

“그런 곳은 예전부터 떠나고 싶었어요!”

‘애들아…….’

이다비는 고개를 푹 떨궜다. 동생들이 도와주지를 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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