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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98화 (498/1,826)

§ 나는 될놈이다 498화

장쓰안은 당황해서 손을 흔들었다. 설마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미 태현과 케인은 살벌하게 무기를 뽑고 접근하고 있었다.

“아니다! 김태현! 난 대화를 하러 온 거다. 들어라!”

“하하. 그래.”

“들으라니까!”

“듣고 있어. 듣고 있다니까?”

“듣고 있는 놈이 왜 무기를 들고 가까이 다가오는 거냐! 멈추지 못해?!”

전혀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태현의 태도! 장쓰안은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정말 협상이 물 건너갈 것 같았다.

“판온에서 일부러 죽는 걸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있다던데 그게 장쓰안일 줄이야.”

“그건 아닌 것 같지만 잡는 데에는 동의해.”

태현과 케인은 섬뜩한 대화를 나누며 다가왔다.

“김태현! 정보가 있다! 협상을 하자!”

“뭔 정보? 네가 갖고 있는 아이템 정보? 그거 잡으면 어차피 나올 텐데?”

“그런 정보가 아니라! 널 노리고 있는 놈에 대한 정보다!”

“……?”

“……?”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의미가 있나?”

“한 몇백 명은 되지 않을까?”

“나는 몇천 명일 거 같은데…….”

하도 많아서, 굳이 ‘얘가 널 노리고 있다’고 말해줘도 달라지는 게 없는 정보였다.

“제카스! 제카스다!”

“걔가 나 싫어하는 건 네가 말 안 해줘도 아는데. 해줄 말은 그게 다냐? 그러면 뭐…… 네 장비는 내가 잘 쓸게.”

“걔가 무슨 계획을 꾸미는지 알고 싶지 않냐!”

“별로 안 궁금한데.”

“제발 좀 들어! 말 좀 들으라고!”

위기에 몰리자 장쓰안의 대화 능력은 빠르게 향상됐다.

이제까지 고압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던 장쓰안!

그런 장쓰안이 필사적으로 설득에 나서고 있었다.

‘이놈은 협상이란 걸 모르나?’

적당히 말하면 태현도 궁금해서 적당히 물러설 줄 알았는데, 태현은 그런 기색이 안 보였다.

그보다는 그냥 장쓰안을 잡고 장비를 챙기고 싶어 하는 기색!

* * *

“……그러니까 제카스 그놈이 이번 토끼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다. 이제 알겠냐?”

옆에서 듣고 있던 케인이 건방진 장쓰안의 태도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자식은 죽다 살아난 놈이 왜 이렇게 잘난 척이야?”

“시끄럽다, 케인. 윗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중이니까 저리 꺼져라.”

“……뭐, 뭐? 뭐라고 이 자식아?!”

장쓰안은 딱히 도발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그냥 진심으로 한 말이었을 뿐!

그러나 케인에게는 충분히 도발이었다.

“야, 이 자식 잡자!”

“잠깐만. 이야기 좀 다 하고. 그리고 나서는 잡아도 돼.”

“……응? 잠깐, 김태현, 방금 뭐라고…….”

“그런데 제카스 놈이 토끼 문제를 해결한 거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그놈이 왜 공개를 안 하는 줄 아나? 널 노리고 있어서지.”

“……?”

제카스는 토끼의 신, 카르바노그의 던전을 찾아서 토끼 저주를 멈추는 데에 성공했다.

원래라면 대대적으로 알려서 ‘와! 제카스! 대단해!’ 같은 반응을 얻어내야 했지만…….

제카스는 그러지 않았다.

카르바노그의 던전은 정말로 태현과 다른 플레이어들이 싸움이 붙었던 곳이었던 것이다.

만약 공개할 경우, 사람들은 ‘어? 저기 김태현 쫓아다니던 플레이어들이 싸우던 곳 아냐? 설마 저놈들 때문에 저주가 퍼진 거였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컸다.

안 그래도 의심하는 반응이 있는데…….

그래서 제카스는 참고 숨긴 것이다. 태현한테 떡 하나 더 주기 싫어서!

“……그렇게 된 거다.”

장쓰안의 말을 들은 태현과 케인은 감탄했다.

“이야, 신기한 놈이네. 나 같으면 그냥 공개했다.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냐?”

“아냐, 난 이해가 가. 원한이 아주 뼛속 깊숙이 맺힌 거지!”

“케인. 왜 그렇게 공감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거지?”

“아, 아니…… 그냥 그렇다고…….”

“어쨌든 장쓰안. 여전히 아까 물었던 질문에는 대답이 안 되는데. 이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지?”

“그놈이 나를 찾아와서 협력을 요청했지. 너를 잡는데 손을 잡자고. 물론 나는 거절했다. 왜냐하면 너를 잡는 데 다른 놈들 손을 잡을 필요까지는 없으니…….”

“…….”

금세 잘난 척을 하는 장쓰안을 보며, 케인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이 자식은 지금 여기가 어딘지 모르나?

“어쨌든 제카스가 이런 음모를 꾸미고 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정보였겠지? 고마워 할 필요는 없다.”

“그래. 안 고맙다.”

“대신 <차가운 울음의 검> 제작법을 내놔라. 그거면 된다.”

“안 고맙다니까?”

“아니, 알겠으니까 그거면 된다고…….”

“케인, 손님 가신댄다. 보내줘라.”

“오케이!”

기다리고 있던 케인은 신이 나서 장쓰안의 어깨를 붙잡았다.

세상에서 제일 신날 때가 이렇게 재수 없는 놈을 괴롭힐 때!

장쓰안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했다.

“잠, 잠깐. 김태현. 내 말을 이해 못 한 건가? 제카스가 널 노리고 있고 난 그걸 다 알려준 거다. 그런 고급 정보에 대한 대가로 <차가운 울음의 검> 제작법 정도면 싼 거 아닌가? 게다가 저번에 네가 했던 건방지고 치사하고 비열한 짓을 그냥 넘어가 주는데…….”

그 말을 듣고 있던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장쓰안. 우리 몇 가지 확실히 하자.”

“……?”

“내가 했던 건 정정당당하고 착한 짓이었어. 꼬우면 너도 해라.”

“뭐 이런 개……! 읍읍!”

“그리고 네가 알려준 정보는 별 의미가 없는 정보야. 나도 알고 있거든? 제카스가 나 싫어하는 것도 알고 있고, 걔가 너 같은 놈들 찾아다니면서 패배자 연합 만드는 것도 알고 있어.”

패배자 연합.

태현은 별 생각 없이 꺼낸 말이었다. 그러나 장쓰안은 ‘아, 제카스가 모으는 애들 이름이 <패배자 연합>이군’이라고 받아들였다.

제카스도 모르는 사이 제카스의 모임 이름이 정해져 버린 것!

“근데 그거 들어서 내가 뭐 하겠냐. 이미 다 아는 건데. 그거 가지고 뭔 <차가운 울음의 검> 제작법을 달라느니…… 싫어, 인마.”

“이제 잡아도 되지? 응?”

케인은 기대된다는 듯이 태현에게 말했다. 그러나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나름 알려주러 왔는데 목숨은 살려줘야지. 그냥 가라.”

“잠, 잠깐! 그럼 뭘 원하냐? 골드?”

“돈은 내가 너보다 더 많아.”

“뭐라고?!”

장쓰안은 발끈했다. 그도 나름 있는 집의 자식이었다.

“네가 돈이 얼마나 있길래…….”

* * *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김태현!”

“…….”

태현의 재산 규모를 들은 장쓰안은 바로 말을 바꿨다. 케인은 ‘참 얼굴 가죽도 두껍다’는 듯이 장쓰안을 쳐다보았다.

저러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다는 게 대단했다.

저것도 재능!

“뭘 원하는데! 빨리 말해라!”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저놈은 왜 지가 불리한데 저렇게 당당한 거야?”

“저런 성격인 거겠지.”

“흠…….”

태현은 턱을 긁적이며 장쓰안을 쳐다보았다.

지금 태현의 눈에는 장쓰안이 닭으로 보였다.

양 날개에 대추와 인삼을 들고서 ‘저 좀 잘 삶아 먹어주세요!’라고 외치는 닭!

‘저런 정보 주면 내가 감동해서 제작법을 던져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미친놈인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태현은 이번 기회를 잘 사용하기로 했다.

‘이놈을 어디에 써먹어야 잘 써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어?’

갑자기 태현 앞에 우르르 뜨는 메시지창들!

[플레이어, 제카스가 토끼의 신 카르바노그를 모욕했습니다. 카르바노그의 이름으로 제카스를 벌하십시오!]

그리고 뜨는 퀘스트창.

‘……그걸 왜 나를 시켜?’

시킬 거면 카르바노그의 화신에게 시켜야지, 왜 아키서스의 화신에게 부탁한단 말인가!

당황했지만 메시지창은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퀘스트도 같이 뜨고 있었다.

<믿음을 지켜라-아키서스 교단 교황 퀘스트>

위험하고 거친 우르크 지역에도 아키서스에 대한 믿음은 있다.

그러나 믿음을 위협하는 사악한 적들의 숫자는 많고 세력은 강하니, 그들을 돕지 않으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우르크 지역으로 가서 아키서스를 믿는 자들을 돕고, 믿지 않는 자들을 믿게 만들어라!

-우르크 지역 원시 인간 부족 (아키서스를 믿음)

-붉은 바다 무법자 부족 (아키서스를 믿지 않음)

-옛 땅굴 고블린 부족 (아키서스를 믿지 않음)

보상:?, ????, ?????

-퀘스트 거절 시 막대한 페널티 있음

‘이런…….’

이건 방금 뜬 토끼 관련 메시지창보다 훨씬 더 중요한 메시지창이었다.

거절했다가는 페널티가 막대한 직업 퀘스트!

‘토끼 퀘스트는 거절해야겠군.’

-퀘스트 거절.

[카르바노그의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카르바노그가 서운해합니다.]

“…….”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죄책감!

‘아니, 나랑 상관없는 신이 왜 이러는 건데?’

[카르바노그가 당신에게 다시 한번 부탁을…….]

-거절!

[카르바노그가 많이 서운해합…….]

태현은 아예 메시지창을 꺼버렸다. 지금 중요한 건 아키서스 퀘스트였다.

우르크 지역.

지금 중앙 대륙의 동쪽으로 가면 나오는, 상당히 위험한 고레벨 지역이었다.

예전보다는 나름 많이 밝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안 밝혀진 곳이 많은 땅!

‘그리고 날 매우 싫어하는 오크 대족장이 아직 안 죽은 곳이기도 하고…….’

오크 대공세 이후, 대족장이 크게 부상을 당하자 오크들은 후퇴해서 우르크 지역으로 돌아갔다.

태현이 거기 가면 ‘와! 아키서스의 화신! 과거의 원한을 잊고 화해해요!’ 이럴 리는 없었다.

죽이겠다고 달려들겠지!

‘일단 오크는 최대한 피하고, <붉은 바다 무법자 부족>이랑 <옛 땅굴 고블린 부족> 관련 퀘스트 깨서 아키서스 믿게 하고…… 원시 인간 부족은 수혁이가 깬 부족이었나? 얘네도 지금 위험에 처한 것 같은데 도와줘야 하려나…… 바쁘겠군.’

태현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며 장쓰안을 쳐다보았다.

“장쓰안.”

“왜 부르냐?”

“사실 <차가운 울음의 검>의 제작법을 받아간 사람이 전에도 한 명 있었지.”

“안다. 구성욱이라는 플레이어지?”

“그래. 안다니 잘됐군. 그 플레이어가 어떻게 얻었는지 아나?”

“……?”

“나를 따라다니면서 내가 깨는 퀘스트를 도왔거든.”

“……음, 그래 뭐 그 정도야 도와줄 수 있지. 빨리 끝내도록 하자!”

태현이 이제야 제작법을 줄 기색을 보이자, 장쓰안은 의욕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케인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이 좋을 때다.’

* * *

“그래서 수혁아. 우르크 상황이 어떠냐?”

여기서 우르크 지역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건 정수혁이었다.

거기서 대부분의 퀘스트를 해결했으니까.

“위험한 놈들이 많긴 한데, 익숙해지기만 하면 나름 괜찮습니다. 전 인간 부족하고 좀 친해져서 견딜만했습니다. 마을 들어가서 쉴 수 있다는 게 큽니다. 그게 아니면 언제든지 공격받을 수 있어서…….”

“다른 부족들은?”

“다른 부족들은…… 실패했습니다.”

정수혁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아키서스를 전도하는 게 퀘스트였지만, 원시 인간 부족 말고는 성공하지 못했다.

같은 마법사인 만큼 원시 인간 부족은 나름 설득이 쉬웠는데, <붉은 바다 무법자 부족>하고 <옛 땅굴 고블린 부족>은 설득이 어려웠다.

시도하고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 것이다.

“뭐, 그게 어디냐. 충분히 잘했어. 나머지는 같이 해보자고.”

“선배님!”

정수혁은 감격한 얼굴로 그렇게 외쳤다. 태현은 정수혁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걸 보면서 김세형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왜 부른 거……?’

정수혁이 온 건 이해를 하겠는데 왜 그까지 여기 오게 된 거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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