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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97화 (497/1,826)

§ 나는 될놈이다 497화

“아버지…….”

태현은 김태산을 쳐다보며 말했지만 김태산은 모르는 척했다.

방금 보였던 반응을 없었던 일로 하려는 것이다.

그 모습에 이다비가 작게 말했다.

“화나신 것 같은데 사과하시는 게 낫지 않아요?”

“저건 화나신 게 아니라 삐지신 건데. 그리고 내가 사과할 게 뭐가 있어. 정정당당하게 이겼다고.”

“그게 정정당당…… 은…… 아닌 것 같은…….”

둘의 대화를 듣던 케인은 초조하다는 듯이 다그쳤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게임단! 게임단 어떻게 된 건데!”

부릅!

순간 케인에게 살기 넘치는 김태산의 눈빛이 작렬했다.

-이게 안 중요하다고?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은 눈빛!

‘아, 아차!’

케인은 그제야 스스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버지. 그만하시고 삐진 거 푸시면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할게요.”

“흥.”

“그러면 옆 테이블 가서 이야기하자 우리.”

탁-

김태산은 태현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뭐…… 말해봐라. 들어주기는 할 테니까.”

* * *

사실 정확히 따지면 유 회장이 제안한 건 아니고, 태현이 알아서 떠올린 방법이었다.

그러나 케인은 그걸 듣고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좋은 방법이……!”

“넌 왜 이렇게 좋아하냐?”

“나, 나! 나 넣어줄 거지? 나 정도면 잘 하는 편이잖아!”

케인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만큼 절박했던 것이다.

처음 대회 우승했을 때만 해도 행복하고 좋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와, 우승까지 했어? 정말 대단하다!’, ‘이제 완전히 프로게이머로 뛰는 거네?’, ‘게임단들이 선수 섭외한다던데 연락은 왔어?’ 같은 반응이어서 어깨가 으쓱했다.

그런데…… 연락이 안 왔다.

이제 슬슬 눈치가 보였다.

‘얘, 덕수야. 너는 왜 밖에 안 나가니? 게임단하고 이야기 같은 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같은 말들이 아프게 찔러오는 상황!

“들어오고 싶냐?”

“물론이지!”

“…….”

태현은 안쓰럽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원래라면 훨씬 더 좋은 다른 게임단에도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자기가 알아서 좋은 제안을 발로 걷어차고 힘든 길로 가고 있었다.

‘쯔쯔…….’

“안, 안 되냐?”

“안 되긴 무슨. 너하고 내가 그냥 사이냐? 만들게 되면 당연히 넣어줘야지.”

태현은 선량한 웃음을 지으며 케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웃음을 보며 이다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런 사악한 웃음을 짓는 거지?’

“진, 진짜지?! 나중에 말 돌리기 없기다?”

듣고 있던 김태산이 딴지를 걸었다.

“선수 두 명이서 뭐 하려고?”

“뭐 선수야 더 모으면 되죠. 이다비. 들어올래?”

“네? 월급 나오나요?”

“물론이지.”

“들어갈래요!”

“이제 세 명이고…….”

“…….”

김태산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렸다.

“상윤이도 부를까?”

태현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최상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윤아, 뭐하니?

-응? ST 파이브에서 한번 만나보자고 해서 지금 가는 중인데. 맞다, 너 자선대회 우승했다면서? 게시판 떠들썩하더라.

-뭐 그 정도야 당연한 거지.

-결승전에서 엄청 치사하게 이겼다고 하던데…… 너 욕하는 글이 1/3 정도던데. 가족 사이에 저런 빌드를 쓰는 놈이 어디 있냐고.

-…….

-어쨌든 아저씨 삐지셨겠네! 하하. 잘 달래드려. 아저씨 삐지시면 오래 가잖아.

-옆에서 듣고 계신다.

-……지,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다 들려, 인마!”

김태산은 울컥해서 따졌다. 최상윤은 태현에게 화를 냈다.

-옆에서 듣고 있으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아, 그건 중요하지 않고. 어쨌든 ST 파이브보다 더 좋은 제안이 있어.

-뭐? 어딘데?

-그건 직접 만나서 알려줄 테니까 일단 와.

태현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다비가 물었다.

“알게 되면 화를 내지 않을까요?”

“괜찮아. 괜찮아. ST 파이브 같은 곳에 가서 주전 다툼하는 것보단 여기가 낫지. 수혁이도 불러볼까?”

김태산은 태현이 하는 모습을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주먹구구식에 대충대충 하는 것 같은 저 모습!

‘저거 괜찮나? 저래도 괜찮나!?’

“야, 태현아. 너 제대로 계획은 세우고 있는 거 맞냐?”

“네. 대충 세웠어요.”

“대충 말고 인마! 제대로!”

“일단 선수 멤버 꾸린 다음 정 변호사님한테 연락해서 조언 좀 듣고, 최 법무사님하고 김 세무사님 불러서 견적 좀 내봐야죠.”

“……다 내 인맥이잖아!!”

제대로 된 계획이기는 했다.

다 김태산이 오랫동안 사귄 인맥이어서 그렇지!

“하하. 그분들 실력이 확실하니까 그런 거죠.”

“…….”

왠지 모르게 당한 느낌이 들었다. 김태산은 혀를 차며 물었다.

“그래서 수익은 나올 거 같냐? 전망은?”

“네? 그냥 취미로 하는 건데요?”

“……아오 이 자식이 진짜! 건물을 괜히 주는 게 아니었어!”

김태산은 울컥해서 태현을 붙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그러나 김태산은 알지 못했다.

태현이 앞으로 무슨 짓을 더 벌일지를!

* * *

“게임단…… 게임단이라…… 이름을 뭐로 지을까…….”

판온 내에서도 태현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유 회장의 말을 듣고 농담처럼 시작한 거였지만, 의외로 가장 할 만한 방법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게임단에 들어가서 거기와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

‘비용이야 뭐 충분하고, 몇 년은 가뿐하게 돌릴 수 있겠군. 숙소는…… 흠, 그냥 갖고 있는 건물 중 하나 쓰면 되려나? 그게 편하겠지?’

다른 프로게임단들은 지원을 해줄 스폰서를 찾아 헤맸지만, 태현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본인이 스폰서니까!

-주인이여! 주인이여! ……잠깐, 그 옆의 놈은 무엇이지?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로 돌아온 태현. 그런 태현을 맞이해준 건 용용이였다.

그리고 용용이는 날아오다 말고 정색했다.

-아, 얘는 흑흑이라고…….

-저, 저놈 사디크의 마수다! 주인이여!

-응. 알아. 내가 소환했거든.

-…….

용용이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표정을 지었다.

-……말…… 말도 안 된다……! 주인이 그런 짓을……!

-아니, 용용아. 사디크 힘도 좋게 쓰면 좋은 거 아니겠어? 나처럼 착한 사람이 쓰면 사디크 같은 것도 착한 힘이 되는 거야.

아무래도 용용이한테는 조금 미안해서, 태현은 용용이를 달래려고 애썼다.

물론 흑흑이는 태현을 미친놈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착하다고?

‘하는 짓만 보면 사디크의 화신 그 자체인데…….’

도시를 불태우기 위해 폭탄을 깔던 그 모습!

아무리 봐도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흑흑이처럼 용용이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주인이여……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억지 같다…….

-아니라니까. 그런데 너 왜 여기 있냐? 토끼 잡아야 하지 않아?

-토끼가 사라졌다. 그래서 왔다.

-뭐?

태현은 놀랐다. 토끼가 사라졌다고?

“이다비, 어떻게 된 건지 확인 좀 해줄래? 지금 토끼 사라졌다고 하는데 다른 곳도 그런가?”

“아, 네. ……그러네요. 지금 다 토끼 사라졌다고 반응이…….”

말하던 이다비는 무언가를 깨닫고 경악했다.

“안, 안 돼!”

“왜?”

“사놨던 곡물들이 대폭락할 거예요!”

* * *

“……그래서 가격이 다 대폭락했다고?”

“……예…….”

오랜만에 접속한 유 회장은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물론 유 회장이 아무 지시도 내려주지 않기는 했지만, 그들이 빠르게 팔았다면 손해를 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흠, 뭐 어쩔 수 없지.”

“……예?”

“내가 접속을 안 했는데 어쩔 수 없었겠지. 자, 여기 수고비. 이번 일 하느라 고생 많았네.”

“……!!”

그 많은 돈을 날렸는데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유 회장!

그 모습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이, 이 무슨…….’

‘이게 사랑?’

‘그건 아닌 거 같고…… 존경!’

유 회장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에잉, 게임단만 아니었어도 신경을 더 썼을 수 있었는데…… 그런데 어떤 놈이 토끼 문제를 해결한 거야?’

* * *

“김태현!”

“……?”

용용이는 달래고 흑흑이는 갈구며 서로 사이좋게 하려고 애쓰던 태현은 멈칫했다.

저 멀리서 누가 태현을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뭐지? 누구지?”

“네 팬 아냐?”

케인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태현이 영지에 있으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팬들이 찾아와 ‘팬이에요! 사인해 주세요! 사진 찍어주세요! 제가 지금 XX 직업을 키우는데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질문들을 던져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케인은 완전히 무시당했다.

‘흑흑…… 그때 PC방에 있던 애들은 내 팬이었는데…….’

“내 팬치고는 너무 험악하게 날 노려보는데?”

“……?”

태현의 말에 케인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저 멀리서 오고 있는 얼굴은…….

“장, 장, 장…….”

“장장장이 누구야?”

“장쓰안이잖아 이 자식아!!!”

케인은 그렇게 말하고서 재빨리 무기를 뽑았다.

“아키서스 성기사들! 이리로 와! 야! 너희들도 와서 싸울 준비해!”

“예? 무슨 일입니까?”

“김태현을 노리고 온 놈이 있어! 위험한 놈이야! 랭커라고!”

“오오. 지금 갑니다!”

“폭, 폭탄 저리 치워! 싸울 때 꺼내 이 미친놈들아!”

케인은 후회했다.

일단 보이는 대로 불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근처를 돌아다니던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을 부른 건 실수가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깜짝 놀라거나 긴장했는데 얘네들만 혼자 ‘와! 폭탄 터뜨릴 기회다! 신난다!’란 얼굴로 해맑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태현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장쓰안이 누구더라?”

“…….”

케인은 순간 어이가 저 멀리 마계까지 가출하는 감각을 느꼈다.

“네가 그때 습격해서 이겼던 대회 선수!!”

“그런 놈이 한둘이 아니어서…….”

“대회 밖에서!”

“아아, 그놈? 걔가 장쓰안이었군. 미안. 이름 일일이 기억 안 해서.”

그러는 사이 장쓰안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어째서인지 싸구려 말을 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케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서 싸울 테니 비싼 탈것은 탈 필요가 없다 이건가. 역시 랭커답군. 방심해서는 안 되겠어!’

“김태현……!”

장쓰안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쑤닝.”

“……쑤닝이 아니라 장쓰안이라고.”

“아차. 그래! 장…… 장쓰안? 장쓰안 맞지?”

케인은 분명히 보았다. 장쓰안의 얼굴이 꿈틀거리는 것을. 그러나 장쓰안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넘어갔다.

‘못 들은 척하기로 했구나.’

케인이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자, 장쓰안은 왠지 모르게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이 불쾌한 기분은?’

“크흐흠. 김태현. 내가 여기 왜 왔는지는 알겠지.”

“……모르겠는데?”

“적당히 해라. 그때처럼 또 연기할 생각이냐! 그렇게 함정을 팠으면서 모르는 척하기는!”

“???”

태현은 케인을 마주 보았다. 지금 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장쓰안은 착각을 하고 있었다.

-김태현 저 자식이 언젠가 내가 찾아올 걸 노려서 타이럼 시에 함정을 판 게 분명해! 내가 <뜨거운 울음의 검>을 찾는 건 널리 퍼진 사실이니까!

물론 태현은 그렇게까지 장쓰안에게 관심이 없었다. 장쓰안이 타이럼 시에서 두들겨 맞고 나온 건 장쓰안이 싸가지 없게 굴어서였다.

“아. 알았다.”

“역시.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군.”

“죽여 달라고 온 거구나?”

“……응?”

태현은 무기를 뽑았다. 상대방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때에는 일단 두들겨 패는 게 좋았다.

“그냥 그렇게 말을 하지. 솔직하지 못하기는.”

“잠, 잠깐, 그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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