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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85화 (485/1,826)

§ 나는 될놈이다 485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김태현이 두 명이라도 되는 거냐? 김태현은 여기 있다고.

오단 성을 포위한 길드원들은 처음에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분명 김태현은 저기 안에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란 말인가!

-너 이 자식, 설마 습격당했는데 쪽팔려서 이러는 거면…… 나중에 조사하면 다 나오게 되어 있다!

길드원들은 오해하고 있었다.

종종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판온하다가 PK를 당하거나, 퀘스트를 실패했을 때 ‘김, 김태현이 와서 방해했어요!’라고 거짓말을 하는 일!

그냥 실패했다고 하거나 다른 평범한 플레이어한테 당했다고 하면 망신이지만, 태현한테 당했다고 하면 다들 ‘음……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김태현이 나쁜 놈이지’ 하고 이해해 줬던 것이다.

그러나 물론 이번 일은 그런 게 아니었다.

정말 태현이 나타났던 것!

-아니라니까요! 지금 아레네 시 중앙 광장 탑에 누가 습격했는데, 그중에 한 명을 김태현이라고 불렀고,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

-…….

길드원들은 침묵했다.

뭔가 묘하게 섬뜩하고 현실적인 말이었던 것이다.

특히 김태현이라면 분명 저렇게 할 것 같은 느낌이 확 왔다.

-잠…… 잠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김태현 오단 성에 있는 거 아니었어?

-은신하고 암살 뛴다며?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말하던 랭커들은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정작 김태현의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속, 속았다……!’

‘김태현 이 악랄한 자식!’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함정을 팔 수 있는 거지?!’

사실 태현이 판 함정은 아니었다. 오단 성에 남은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오해한 것이지만…….

상대하는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김태현이 아레네 시로 갔다!

-뭐라고요!? 지금 그걸 말해주면 어떡하란 겁니까!

-우리도 지금 알았어! 아레네 시에 있는 길드원들은 전부 탑으로…… 아니, 아니다. 랭커들만 가! 괜히 거기 길드원만 가봤자 피해만 커진다.

-지금 아레네 시에 있는 랭커들이 몇 명 없는데…….

-무조건 가라고 해! 안 가면 최대한의 페널티를 주겠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자기 욕심 챙기는 놈이 있으면 가만두지 않겠어!

아레네 시의 길드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지금 오단 성에 와있는 길드원들은 오단 성을 더 우선해야 했다.

이번 공성전을 계획한, 길드 동맹의 길마들은 분노의 외침을 터뜨렸다.

“으아아아아! 김태현! 죽일 놈!”

다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찰나에 이런 역습을 당하다니!

굴욕도 굴욕이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상황에서 공성전을 계속해야 하나? 김태현은 아레네 시로 튀었는데?

“어떻게 하지?”

“……저거라도 잡아야지. 여기서 물러서면 정말 최악이다.”

랭커들은 한쪽 성벽이 부서진 오단 성을 가리켰다.

거기에서는 웬 미친놈이 미친놈처럼 날뛰고 있었다.

물론 케인이었다.

* * *

길드 동맹의 길마들과 랭커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물론 바보처럼 당할 때가 많긴 했지만 그래도 바보는 아니었다.

태현이 암살을 뛴다고 하고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의심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

오단 성에 그보다 더 신경 쓸 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물론 갑자기 튀어나온 리치와…….

케인이었다.

“저, 저거 미친 거 아니냐?”

“크아아아! 크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아!”

케인은 맛이 간 것처럼 괴성을 지르며 성벽 위에서 날뛰었다.

성벽 위를 기어오른 플레이어들은 기겁하며 물러섰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은 저 기백!

‘강, 강하다! 케인이 이 정도 플레이어였나?’

‘레드존 길마 때 한 번 만나본 적 있었는데 그때는 별거 아니었는데!’

흑마법사 체세도가 리치가 되었지만, 그 뒤 가장 눈에 띈 것은 케인이었다.

훨씬 강력하게 강화된 언데드보다 더 날뛰는 케인!

“너희들만! 어! 너희들만 없었으면! 어!!!”

오단 성에서 가장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는 케인.

결국 케인은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에이 XX. 죽으면 죽는 거지! 사망 페널티 받고 만다! 나중에 김태현 멱살이나 잡아야지!’

그런 마음과 함께 케인은 덤벼들었다.

“저, 저거…… 너무 위험하다. 마법 날려라.”

“네? 저기 길드원들 올라가서 붙었는데…….”

“지금 다섯이서 케인한테 밀리는 거 안 보이냐?! 갈겨! 어차피 저대로 내버려 두면 케인한테 죽을 거야!”

케인의 기세에 눌린 길드원들은 케인 주변으로 마법을 난사했다.

콰콰쾅! 콰쾅! 콰콰쾅!

불덩이와 벼락이 작렬하고, 거대한 바윗덩어리까지 날아오자 케인이 있던 성벽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케인은…….

[<굳건한 신체> 스킬로 보너스를 받습니다. 스탯이 오릅니다.]

<굳건한 신체> 스킬. 많이 맞으면 맞을수록 스탯이 성장하는 강력한 패시브 스킬.

물론 케인은 쪽팔려서 싫어했다.

[<노예의 근성> 스킬로 화염 저항에 성공합니다.]

[<강철 같은 신앙심> 스킬이 저항력을…….]

[<내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스킬이…….]

케인은 눈을 깜박였다. 마법이 날아왔을 때만 해도 죽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버틴 것이다.

‘내가 이렇게 강했었나?’

케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죽지 않는다면 끝까지 싸울 뿐!

-노예의 각성!

화르륵!

케인의 몸이 신성한 불꽃으로 뒤덮이며 변했다.

“날 죽여봐라! 어! 죽여보라고! 자신 있으면 덤벼봐!”

“으아아! 케인 저놈 미친 거 아냐?!”

탱커가 하라는 방어는 안 하고 칼 들고 덤벼드는 모습에 플레이어들은 기겁해서 물러섰다.

약간 맛이 간 것 같아서 더 무서웠던 것이다.

그 순간 리치가 된 체세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을 로브로 감싸고 있어서 안은 보이지 않았지만, 허공에 둥둥 떠서 사악한 오오라를 사방에 퍼뜨리는 분위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리치 체세도를 목격했습니다.]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아, 안 돼!”

공포 저항력이 낮은 플레이어들은 공포 상태에 빠져 페널티를 입었다.

체세도는 오만하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보아라! 저 김태현 백작의 하인, 케인이 저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다.

“누가 하인이야 XXX들아!”

케인은 울컥해서 외쳤다.

지금 그가 이렇게 반쯤 포기하고 날뛰는 이유가 뭔데!

저놈들이 갑자기 리치가 된다고 해서 그런 것 아닌가!

-아. 실례. 노예였군.

“…….”

반박하고 싶지만 반박할 수 없는 상황.

-가서 도와라, 나의 군사들아! 콜 데스 나이트! 영예로운 죽음의 오오라! 필멸자의 돌격!

‘리치가 됐는데 쓰는 스킬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 헉!’

케인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눈을 깜박였다.

무너진 성벽을 뚫고 나오는 데스 나이트들의 숫자가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이건 데스 나이트 몇 마리가 아니라, 데스 나이트 기사단 수준!

와르르르르-

-돌격, 돌격, 돌격!

-죽음을 위하여!

푸른 안광을 내뿜는 유령마를 탄 데스 나이트들이 다짜고짜 돌격을 시도했다.

콰콰콰쾅!

그 돌격은 공격에 집중하고 있던 길드 동맹에게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위험해! 마법사를 지켜!”

“서쪽 부대! 돌아와!”

길드 동맹은 이를 악물고 피해를 수습했다. 간신히 돌격은 막아냈지만 그럼에도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덕분에 오단 성 안의 플레이어들은 다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 * *

“지금 몇 차 공격이지?”

“7차.”

“…….”

길드 동맹 길마들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7차까지의 공격으로 성을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들 안일하게 자기 몸을 챙기는 사이 안의 흑마법사는 갑자기 리치가 됐고, 케인이란 놈은 뭘 잘못 먹었는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덕분에 공격하는 측인 길드 동맹의 기세도 많이 죽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태현이 아레네 시의 중앙 광장 시계탑을 점령하고 폭탄을 터뜨리려고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냥 폭탄이 아닌, 더럽게 강력한 폭탄!

“랭커들 전부 모여 봐. 안 되겠다.”

“?”

“모두 힘을 합쳐서 저 성벽을 뚫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케인을 잡는다.”

암살자 랭커, 앨콧이 가리킨 건 케인이 있는 성벽이었다.

“왜 갑자기?”

“다 모여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지금 그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야, 이 멍청이들아! 김태현의 속셈이 뭔지 깨달았다.”

“?”

“왜 김태현이 기껏 빠져나갔는데 아레네 시로 갔겠냐?”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야.”

갑작스러운 일들 때문에 혼란에 빠졌지만, 생각해보니 그건 이상했다.

태현을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들은 오단 성 안에 갇혀 있지 않은가?

김태현 입장에서도 그건 상당히 부담일 것이다.

“왜 그런 폭탄을 들고 갔을까…… 생각해봤더니 답은 하나다. 놈은 협상을 하려고 간 거야.”

“협상?”

“그래! 우리한테 아레네 시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잘 알고 있을 테니, 거기에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 폭탄을 터뜨리려는 협박을 하려는 거다! 그걸 터뜨리지 않는 대신 자기 동료들 목숨을 구하려는 거겠지!”

“그런……!”

“그런 건가!”

길마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일단 아레네 시는 지킬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 공격이 늦어지고 있지 않나.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맞는 말이다.”

태현이 협상하려고 폭탄을 준비했는데, 정작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성 하나 공략 못 하고 있다면 김태현의 생각이 달라질지도 몰랐다.

물론 길드 동맹은 시간만 더 주면 이 오단 성을 함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시간은 그들 편이 아니었다.

“최소한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고, 우리가 망신당하지 않게 일을 끝내려면 최대한 빠르게 성을 점령하고 김태현 놈의 동료들을 인질로 잡아야 해. 특히 케인은 무조건이다!”

“케인…… 그래. 확실히 케인은 가장 친한 친구라고 들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혼란스럽고 걱정은 많았지만 머릿속은 정리가 되었다.

김태현이 미친놈처럼 그냥 폭탄을 터뜨리러 간 게 아니라, 협상을 위해 간 것이라고 하니 일단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터뜨리지는 않겠지!

“랭커들, 이제 더 이상 늑장 부릴 때가 아니야. 진짜 위험한 상황이라고.”

“잔소리 그만해. 알아들었으니까.”

“맞아. 실력을 보여주지.”

랭커들은 자신만만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황이 급하기도 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태현이 여기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저쪽 랭커는 잘해봤자 케인이나 에반젤린 정도.

눈 깜박할 사이 기습당해서 죽을 일은 없었다.

“가자! 일단 케인부터다!”

“케인 놈 잡으러 가자!”

* * *

“아, 거치적거리네. 너희 덩치 좀 못 줄이냐?”

“그, 그게…… 저희는 이게 한계라서…….”

날개 악마는 기가 죽어서 태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시계탑 꼭대기로 올라간 태현은 어디에서 폭탄을 터뜨리면 좋을지 위치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탑 위로 올라갈수록 공간이 좁아지다 보니, 날개 악마들의 덩치가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다.

“날개를 접어도 저 정도면…… 음?”

태현은 탑 안에 설치된 조각상을 발견했다.

조각상이나 예술품은 볼 때마다 일시적인 스탯 버프가 붙었다. 그렇기에 설치한 거겠지만…….

“꽤 크군.”

“앗. 가져갈까요?”

“그래. 일단 가져가고.”

이다비는 능숙한 동작으로 커다란 조각상을 들어 가방에 넣었다.

영웅 직업, <죽음의 황금 상인>인 이다비인 만큼 이런 짐 옮기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커다란 조각상들이 빠지자 그 빈 공간이 크게 느껴졌다. 태현은 그걸 보고 생각에 잠겼다.

“흠…….”

그리고는 날개 악마들을 쳐다보았다.

“흐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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