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477화 (477/1,826)

§ 나는 될놈이다 477화

“쑤닝! 이렇게 의미 없는 소모전을 벌일 필요가 있나!”

“누가 쑤닝이냐! 난 마이크다!”

“쑤닝! 정정당당하게…….”

“난 마이크라고 이 XXX야!”

“아, 알겠다. 그래! 마이콜!”

“마이크라고!!”

“저, 마이크 님. 저 김태현이 놀리고 있는 것 같은데…….”

보다 못한 길드원이 작게 말했다. 그 말에 마이크의 얼굴이 붉어졌다.

“김, 김태현 이 XX…… 감히 날 속여? 속임수를 잘 쓴다는 말은 들었지만 나까지 속일 줄이야…….”

‘그걸 속였다고 할 수 있나?’

‘그냥 마이크가 멍청한 것 같은데…….’

마이크가 얼굴을 붉히는 동안, 태현은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해봤자 답이 안 나올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

“흥. 무슨 소리냐! 벌써 겁을 먹은 거냐!”

마이크는 그렇게 외쳤지만, 속으로는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지금 만든 공성 병기로는 답이 안 나올 거 같은데, 이걸로 계속해도 성벽을 부술 수 있나? 바로 김태현이 수리할 텐데…… 그렇다면 총공격을 한 다음 성벽을 때려야 하나? 다른 방법이 없어 보여. 그렇지만 총공격을 하면 피해가 커지고…….’

길드 동맹 입장에서도 성안에 박힌 태현은 부담스러운 존재였던 것!

“어때, 자신 있으면 지금 밖으로 나갈 테니 한 번 일대일로 붙어볼까?”

“……?!”

마이크는 깜짝 놀랐다.

이 상황에서 나와서 붙겠다고?

이 상황에서 저런다는 건 바보거나, 아니면…….

길드 동맹을 엄청나게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거였다.

“누구를 뭐로 보고…….”

“잠깐, 마이크. 나온다는데 굳이 뭐라고 할 필요는 없잖아?”

성기사 랭커, 곤잘레즈가 마이크를 말리고 들었다.

곤잘레즈는 이번에 언데드 대군세 때문에 발언권이 확 높아진 랭커였다.

언데드 상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성기사와 사제!

“그렇지만 저놈이 우리를 무시하잖아!”

“뭐든 어때. 나올 자신 있으면 나오라고 해봐. 자기가 알아서 무덤을 파겠다는데.”

“……그것도 그렇군. 좋아! 김태현! 어디 자신 있으면 나와서 붙어보자!”

말을 하면서도 마이크는 설마 태현이 나올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허세 한 번 부려본 거 아닐까?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보고 있었으니까…….

끼이익-

그러나 성문은 바로 열렸다.

“?!?!”

“진짜 나왔다?!”

길드 동맹 측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말로 나올 줄이야!

태현과 케인, 그리고 선별된 언데드들이 성문으로 나오고 있었다.

흑마법사들이 부리는 정예 해골마를 타고서, 태현은 당당하게 말했다.

“자, 나왔다. 마이크. 설마 이제 와서 못 붙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

“무슨 소리! 좋다. 어디 한 번 붙어보자!”

[싸움 전 1:1 신청이 받아들여집니다.]

[패배할 경우 아군 측의 사기가 크게 하락합니다.]

[승리할 경우 적군 측의 사기가 크게 하락하며, 추가로 보상이 있습니다.]

“누가 갈까?”

“내가 간다! 저놈 한번 밟아주고 싶었어!”

“으음…….”

랭커들 사이에서는 누가 나갈지 회의가 벌어졌다.

다들 PVP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상대는 태현. PVP에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그 태현이었다.

만약의 경우도 생각해야 했다.

“싸움이 끝나면 결과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총공격이다.”

“그래. 저쪽에서 저렇게 나와 줬는데 굳이 우리가 사정 봐줄 필요가 없지.”

“어, 그건 좀 비겁하지 않나?”

“비겁은 무슨…… 야, 너 김태현이 이제까지 한 짓들을 생각해 봐라!”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라면 몇 명 정도는 ‘아니, 그래도 그건 좀 비겁하니까 정정당당하게 하자’라고 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태현한테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자식이 판온 1 때 얼마나 악랄하게…… 아니다, 됐다. 지금 이걸 이야기할 필요가 없지.”

여기에는 판온 1 때 태현에게 당했던 랭커도 있었던 것이다.

“뭐, 마이크가 나가고 싶어 하는데 마이크가 나가지?”

“마이크가 자신 있는 것 같은데 마이크가 나가면 되겠네.”

“흥. 어지간히도 자신이 없나 보군. 좋다. 내가 나가지.”

마이크도 대충 눈치를 챘다.

다른 랭커들이 그를 희생양으로 쓰려는 것을.

태현을 상대하는 건 큰 부담이었다. 잘못하면 한 방에 훅 갈 수 있었으니까.

일종의 독이 든 성배!

‘멍청하기는, 그렇게 겁이 많아서는 아무것도 못 해.’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건 기회였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름을 알릴 기회!

판온의 랭커라고 하면 엄청나게 강하고 유명할 것 같은 이미지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엄청나게 많은 판온 플레이어 숫자. 랭커도 그만큼 많았다. 무언가 특별하지 않으면 랭커도 이름 알리기 힘든 시대였다.

그런 면에서 굵직굵직한 퀘스트를 혼자서 해내고, 처음 열린 판온 대회에서 우승한 태현은 가장 유명한 랭커 중 하나!

게다가 판온 1의 이야기까지 겹치니 태현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였다.

지금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 공성전에서 태현과 맞붙게 된다면?

마이크의 이름도 그만큼 알려질 게 분명했다.

‘이기면 좋고…… 이기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버티기만 해도 본전이니까.’

마이크는 머릿속에서 계산을 마쳤다.

공격보다는 수비로 간다!

버티기만 해도 마이크에게는 남는 장사였다.

이기려는 것보다는 시간을 끌어서 ‘헉, 저 마이크란 플레이어는 누구지? 김태현하고 호각으로 붙잖아?’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주는 게 나았다.

다그닥다그닥-

마이크는 애마를 불러낸 후 멋지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좋다! 나와라!”

멀리서 상대방이 해골마를 타고 달려 나왔다.

케인이었다.

“…….”

* * *

“뭐냐?! 김태현!! 일대일로 붙자고 했을 텐데!”

“일대일이잖아. 숫자 못 세냐?”

태현은 뒤에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쨌든 일대일은 일대일!

해골마 위에 앉아 있는 케인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마치 저승사자 같은 얼굴!

위압감이 대단한 얼굴이었지만, 케인의 속마음은 복잡했다.

‘김태현 이 개XX…….’

이 상황에서 일대일 하라고 내보내다니. 설마 희생양으로 쓰려고 내보낸 건 아니겠지?

‘아니, 아닐 거야. 희생양으로 쓰려고 했다면 나한테 그 폭탄 스킬을 썼겠지. 안 썼으니까…….’

생각하던 케인은 문득 서글퍼졌다. 이런 걸로 안심하는 스스로가 갑자기 싫어졌다.

‘내가 뭔…….’

혼자서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는 케인.

그런 케인을 보며 길드 동맹 플레이어들은 감탄했다.

“와, 저 자식은 무섭지도 않나? 눈 하나 깜박이지를 않네.”

“진짜 배짱 하나는 대단하다니까. 김태현보다 더 대단한 거 같아.”

꿈틀-

마이크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듣고 눈썹을 찌푸렸다.

지금 상황은 그대로 둬서 좋을 게 없었다. 괜히 상대방만 더 주목을 받게 해주는 상황!

“좋다. 어디 한 번 붙어보자!”

마이크는 으르렁거리며 말의 배를 찼다. 그러자 말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흥, 김태현이면 모를까 케인이면……!’

마이크는 케인을 무시했다.

사실, 다른 랭커들도 케인을 어느 정도 무시하는 면이 있었다.

태현과 달리 케인은 PK 플레이어 출신이었다. 그것도 유명한 것도 아니고 흔해 빠진 PK 플레이어.

-김태현을 안 만났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놈!

그게 바로 케인에 대한 평가였다.

다그닥, 다그닥-

말에 탄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멀리서 돌진하기 시작했다.

중갑 계열의 탱커형 전사, 케인.

경갑 계열의 딜러형 검투사, 마이크.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어떻게 싸우게 될지는 지켜보는 랭커들도 궁금해했다.

‘그래도 마이크가 PK 특화 직업인데 케인한테 질 것 같지는 않은데.’

‘설마 마이크가…….’

둘이 만나기 10초 전.

케인은 마이크를 향해 스킬을 조준했다.

마이크는 두 개의 버프 스킬을 사용했다. 언제든지 말 위에서 뛰어오른 후 케인에게 덤벼들 수 있었다.

둘이 만나기 5초 전.

‘쇠사슬 먹인 다음 앞으로 끌고 들어와 스턴 상태에 빠뜨린다.’

‘쇠사슬 스킬 쓸 것 같은데 그럴 경우 말을 방패로 쓰고 뒤로 돌아간다.’

다다다다-

그리고 둘이 만나기 1초 전.

콰르르르르르륵!

땅이 갈라지고, 주변의 토끼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

* * *

밖에서 의미 없는 공성 병기 공격을 벌이는 동안, 태현은 토끼들과 언데드 토끼들을 시켜 땅 밑을 파고들게 했다.

일단 공성 병기들을 파괴는 해야 했으니까!

지금이야 저것만 공격하니 막을 수 있지, 만약 상대방이 피해를 감수하고 총공격에 들어오면 이쪽도 피해가 커질 것이다.

‘문제는 저걸 어떻게 부수냐인데.’

태현이 접근해서 부수는 건 너무 위험했다.

‘역시 토끼가 좋겠어.’

몇 번의 도시 공격으로 깨달은 것.

그것은 토끼들이 건축물이나 시설을 부수는 데 정말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하도 숫자가 많아서 몇십 마리는 죽어도 별 타격이 없었다.

‘공성 병기 가까이만 붙이면 되는데…… 방법이 없나?’

고민하던 태현의 눈에 케인이 들어왔다. 태현은 씩 웃었다.

“……왜 날 보며 웃는 거지?”

“하하. 잠깐 이리 좀 와봐.”

* * *

“김태현!! 이 비겁한 자식이 또……!”

“아, 일대일에는 안 끼어들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마이크의 외침을 무시하고, 태현은 앞으로 달려 나갔다.

갑자기 땅에서 튀어나온 토끼 떼를 본 길드 동맹은 긴장했다.

“조심해라! 저거 저렇게 보여도 보통 사나운 게 아니다!”

이미 다른 영지에서 털린 적이 있었기에 소문이 돌고 있었다.

태현이 웬 미친 토끼 부대를 몰고 다닌다고!

게다가 태현까지 저렇게 달려오고 있지 않은가.

“모두 앞으로! 랭커들은 김태현을, 나머지는 저 토끼들을 잡는다!”

“……진짜 내 마법 저 토끼들한테 써야 한다고?”

“야. 시끄러워. 하라면 하는 거야.”

토끼의 위력을 모르는 고렙 플레이어들은 투덜거렸지만 길드는 냉정했다.

-아키서스의 축복!

“!”

태현은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토끼들을 공성 병기 밑까지 파고들지 않고 중간 지점에서 튀어나오게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들킬까 봐.

다른 하나는 이 버프 스킬을 걸어주기 위해!

화르르륵! 콰직! 콰지직!

몰려드는 토끼들에게 온갖 마법들과 스킬들이 작렬했다.

그러나 토끼들은 대부분이 무사했다.

무시무시한 행운으로 인한 회피 효과!

“?!”

그리고 태현은 바로 몸을 돌렸다. 버프도 걸어줬으니 이제 할 건 끝낸 상황.

‘다시 성으로 돌아간다!’

보낸 토끼들은 쿨하게 버리는 태현!

“어, 어?”

“저건 뭔…….”

앞에서 달려드는 토끼들의 파도를 마주하게 된 플레이어들.

그들은 순간 멍해졌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토끼들을 상대해 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별 같잖은…….”

“토끼들이 덤벼 봤자 토끼들이지!”

그러나 토끼들은 그들을 지나쳤다.

그들이 노리는 건 하나, 공성 병기!

두두두두두두두-

“어딜 가는 거야?!”

“이것들이?! 왜 자꾸 회피가 떠!”

무기를 휘둘러도 태현의 축복 때문에 ‘공격이 빗나갔습니다’만 계속 떴다.

그사이 토끼들은 공성 병기들에 달라붙었다.

“저, 저거!”

“투석기를 노린다! 막아! 막아!”

-분노의 강타!

쾅!

“어떤 미친놈이 투석기 옆에서 범위 스킬 쓰냐! 죽고 싶냐?!”

“죄, 죄송합니다!”

이미 다른 영지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다시 한번 벌어지고 있었다.

토끼들이 한 번 공성 병기에 달라붙자, 보통 떼어내기 성가신 게 아니었다.

하도 숫자가 많아서 범위 공격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공성 병기도 공격에 맞았다.

이미 버프가 끝났는데도 쉽게 잡을 수 없는 이 곤란함!

“이게 대체 어떻게…… 컥!”

길드 채팅을 들으며 상황을 파악하려던 마이크는 둔한 충격을 느끼고 이를 갈았다.

케인이 그를 보며 히죽 웃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