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476화 (476/1,826)

§ 나는 될놈이다 476화

‘그나마 레벨 업을 두 번 했다는 게 다행이군. 다른 놈들에 비하면 턱도 없는 수준이지만…….’

태현은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김태현

레벨 : 86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27,640

MP : 26,450

힘 : 521 (+35)

민첩 : 514 (+35)

체력 : 594 (+35)

지혜 : 542 (+35)

행운 : 4533 (+35)

보너스 스탯: 0

언제나 볼 때마다 느끼는 압도적인 스탯창.

거기에 랜덤 배분으로 인한 기묘한 균형감도 별개였다.

보통 이런 식으로 균형 맞춰서 스탯을 키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명성하고 악명은…….’

명성 : 10,100

악명 : 18,160

‘…….’

태현은 살짝 아찔해졌다.

나쁜 짓을 할 때는 이상하게 신이 나서 뒷일은 생각 안 하고 팍팍 저지르게 됐다.

그러고 나서 악명 스탯을 보니 아득해졌다.

‘8천…… 8천 차이는 좀…….’

게임 캐릭터를 삭제하기 전에는 다시 뒤집을 수 없을 것 같은 수준의 스탯 차이!

태현은 아득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일단 오단 성은 괜찮고…….’

포위를 당했지만 공격은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서로 알고 있는 것이다.

오단 성은 나름 튼튼한 성이고, 태현이 이끄는 언데드 군세가 멀쩡하게 있다는 것을.

괜히 공격 잘못했다가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게다가 태현이 누구인가.

기계공학 대장장이 메타의 아버지 아닌가!

이런 공성전에서 가장 무서운 게 태현의 함정일 수밖에 없었다.

‘보아하니 한동안 안 오겠군. 일단 성물부터 써야겠다.’

한동안 깽판 치느라 정신이 없어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사용.

[신성이 오릅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화신으로서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다른 교단이 당신의 정체를 확실하게 짐작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대비해야 할 겁니다.]

[화신의 힘이 강해짐에 따라, 아키서스의 원수들이 당신의 위치를 찾기 쉬워집니다.]

[<아키서스의 권능:저주>를 얻었습니다.]

오싹!

<아키서스의 권능:저주> 스킬을 얻었다는 건 보이지도 않았다.

-아키서스의 원수들이 당신의 위치를 찾기 쉬워집니다.

이 메시지창 하나가 워낙 압도적이었던 것!

‘이제 권능도 생각하고 써야 하나?’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아키서스는 태현만큼이나 원한을 이곳저곳에서 사고 다닌 신이었다.

원수가 지금 당장 나타나도 전혀 놀랍지 않은 상황!

‘앞으로는 권능도 쓸 타이밍을 잡아야 하나…….’

어쨌든 이미 권능은 사용했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권능을 확인하는 것!

<아키서스의 권능:저주>

아키서스의 저주를 겁니다. 한 명에게만 걸 수 있으며, 풀기 전까지는 다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저주는 행운 스탯의 영향을 받습니다.

-시전자가 풀기 전에는 해제할 수 없습니다.

-사용할 경우 지속적으로 행운이 소모됩니다.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까지 얻었던 스킬들과는 방향성이 다른 저주 스킬!

‘효과가 좋긴 한데, 이걸…… 어떻게 써먹지?’

행운 스탯에 영향을 받고, 쓰는 순간 행운이 소모되는 권능 스킬.

딱 봐도 저주의 위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명한테만 쓸 수 있다니.

‘뭐 어떻게 쓰라는 건지 감이 안 잡히는데…… 에반젤린이 당한 것 비슷하게 효과가 나오는 건가?’

행운이 마이너스로 고정된 덕분에 내내 고생한 에반젤린.

그나마 직업 특성 덕분에 버틸 수 있었지, 패시브 스킬도 없었다면 예전에 접었을 것이다.

행운이 마이너스라면?

길을 가다가도 걸려 넘어지고, 간단한 아이템 제작이나 수리도 실패하고, 몬스터를 잡을 때도 제대로 퀘스트 아이템이 안 나오고…….

하여튼 사람 성질나게 만드는 데에는 제격!

만약 태현의 저주가 그런 류의 스킬이라면…….

‘한 명 골라서 판온 접게 만들라는 건가?’

미운 놈 하나만 골라서 정말 끝까지 괴롭혀라!

그거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 * *

“그런데 여러분들은 긴장 안 되세요?”

바허와 친구들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에게 물었다.

아무리 태현이 믿음직스러워도 그렇지,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바깥을 포위하고 살벌하게 버티고 있는 길드 동맹의 군대!

굳이 성벽 밖으로 고개를 내밀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게시판만 들어가면 [길드 동맹의 분노! 이번에야말로 김태현을 잡겠다!], [길드 동맹 공성전 준비], [이제까지 본 적 없던 규모의 군대가 온다! 길드 동맹 군대 분석!] 같은 동영상들이 우르르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핵심적인 정보나 랭커들의 위치는 거기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런 정보를 제외해도 충분히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태연했다.

“긴장?”

“뭔 긴장?”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본전을 뽑고도 남은 것이다.

이제 로그아웃 당해도 두렵지 않다!

다른 길드와 달리, 파워 워리어 길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망 페널티? 하하. 사망 페널티를 받아도 상관없으면 되지!

-귀한 아이템 얻으면 무조건 경매장에 바로 올려서 현금으로 바꿔. 그러면 죽어도 괜찮아.

-나는 일부러 허접한 장비들 들고 다니다가 죽을 것 같으면 재빨리 바꿔 입고 죽지.

다른 길드에서는 ‘어떻게 하면 PVP를 잘할 수 있는지’, ‘숨겨진 명당 사냥터는 어디인지’, ‘좋은 퀘스트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파워 워리어 길드는 ‘어떻게 하면 남들이 PVP 할 때 옆에 끼어들어서 콩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는지’, ‘주운 아이템을 언제 경매장에 올려야 할지’, ‘남한테 걸려서 죽을 때 어떻게 죽어야 가장 피해가 없을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전 특화형 길드!

“전혀 긴장이 안 되세요?”

“당연하지!”

“그럼!”

이미 영지를 약탈하면서 잽싸게 주운 아이템들을 처리한 그들이었다.

물론 그런 뒷사정을 바허나 친구들이 알 리는 없었다.

‘대단해……!’

‘정말 겁을 먹질 않는구나!’

‘김태현하고 매번 같이 다니니까 이 정도는 이제 껌이라는 건가?’

바허와 친구들은 존경의 눈빛으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쳐다보았다.

“뭐, 뭐야? 왜 그런 눈빛으로 날 보는 거지?”

생전 처음 받아보는 눈빛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당황했다.

“그런 눈빛을 보낸다고 우리가 챙긴 아이템은 안 나눠줘! 너희가 알아서 챙겼어야지!”

“네?”

후다다닥!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잽싸게 도망갔다. 더 있다가는 발목이 잡힐 거라고 예상한 것이다.

바허와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시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대단하다! 조금도 긴장하지 않다니. 파워 워리어 길드, 말로만 들어봤는데 정말 대단한 길드야! 나도 들어가고 싶어!”

“나도!”

“??????”

옆에서 걸어가던 이다비가 그들의 대화를 듣고 깜짝 놀랐다.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지?!

“왜 그래?”

“태, 태현 님. 저기 저 마법사들이 파워 워리어 길드에 들어오고 싶다고…….”

탁-

태현은 이다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거짓말은 좀 아닌 것 같다.”

“거짓말 아니거든요?! 저도 안 믿기는데, 진짜로 그렇게 말했다고요!”

“정말로? 미친 건가?”

“…….”

이다비는 살짝 상처받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음…… 생각해 보니 대회 이후에 파워 워리어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

“괜찮다고 말해주셨겠죠?”

“물론이지.”

그 말을 듣고 이다비는 생긋 웃었다. 그리고 태현의 등을 탁탁 두드렸다.

“역시! 믿고 있었어요!”

“쟤네들도 그런 거 아닐까? 원래 밖에서 보면 다 좋아 보이고 그렇잖아.”

쉬이이이잉-

“……?”

“……?”

그러는 사이 멀리서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콰직!

그리고 성벽 위에 작렬하는 돌덩이!

“어…….”

“공격이다! 공격이다!”

-카르르륵! 카륵!

-일어나라, 내 군대들이여! 적들을 막아라!

조용했던 오단 성이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흑마법사들은 재빨리 언데드들을 대기시켰다.

바로 싸울 수 있도록!

“공격 시작이군. 어디서 오냐?”

“사, 사방에서…….”

“그래. 보인다.”

태현은 성벽 위로 뛰어오른 후 주변을 확인했다.

작정을 하고 준비를 했는지, 길드 동맹은 사방에서 천천히 조여오고 있었다.

‘저건 공성 병기군.’

공성전의 수단은 크게 두 가지였다.

마법사들을 동원해서 강력한 마법을 퍼붓거나, 대장장이들을 동원해서 공성 병기를 만들거나.

후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대신 마법사들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공성전에 쓸 만한 마법이 가능한 마법사는 흔치도 않고, 소모도 심했던 것이다.

‘길드 동맹이니 대장장이는 당연히 구했을 테고…….’

태현은 멀리서 다가오는 공성 병기를 훑어보았다.

거대한 투석기가 바퀴를 굴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나마 폭탄은 없군.’

사실 폭탄을 쓰려면 기계공학 대장장이가 필요한데, 지금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대부분 다 태현의 영지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김태현! 항복해라!”

길드 동맹의 랭커, 검투사 마이크는 군대 앞에 서서 외쳤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폼을 잡는 그였다.

그러나 태현은 시큰둥했다.

“저놈들 진짜로 내가 항복할 거란 기대를 하고서 저런 말을 하는 건가?”

“글쎄…….”

태현이 대답도 하지 않자, 마이크의 얼굴이 붉어졌다.

“김태현! 듣고 있는 걸 안다! 대답하지 않는다면…….”

태현은 계속 마이크를 무시했다.

‘저런 놈 상대하는 건 무시가 최고지.’

태현은 마이크 같은 사람을 잘 알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고, 폼을 잡고 싶어하는 놈!

태현이 안 받아주면 스스로 화를 낼 놈이었다.

“이 성벽 밑에 바위 좀 더 깔아라.”

-크르륵. 알겠습니다.

마이크를 무시하고 언데드들을 부려 성벽을 더 보강하는 태현!

그 모습이 멀리서 눈에 들어오자, 길드원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무시당한 거야?”

“지금 무시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쉿. 크게 말하지 마. 마이크 님 귀에 들어가면 화내신다.”

“맞아. 무시당하지 않으신 척 하려고 하시잖아. 이해해 주자.”

“…….”

빠드득!

“공격! 공격! 모두 다 공격해라!”

쐐애애애애액!

투웅, 투웅-

투석기들이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쏘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태현 일행도 만만치 않았다.

“데스 나이트들은 모두 언데드 와이번을 타고 날아올라라! 날아오는 공격을 격추시켜라!”

-죽음의 바람, 심연에서의 붉은 눈, 광폭한 손의 강림!

흑마법사들은 재빨리 언데드들을 강화시켜 격추에 나섰다.

“데스 나이트들까지 있어?!”

“진짜 더럽게 많이 죽였나 보네.”

“얼마나 강화를 한 거야……?”

허공을 날아다니는 언데드 와이번들과 데스 나이트!

데스 나이트는 네크로맨서 계열의 흑마법사가 부릴 수 있는 언데드 중 정예에 속했다.

소환 스킬도 얻기 어려웠지만, 소환하려면 일단 시체의 레벨도 어느 정도는 높아야 하는 것!

그런 데스 나이트들을 저렇게 부리고 있으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최근 본 언데드 군세 중 가장 규모 있는 군세!

-죽음의 창!

콰직! 콰지지직!

데스 나이트들은 스킬을 써서 날아오는 바위를 격추시켰다.

“정화시켜!”

“무리입니다! 거리가 너무 멀어요!”

“더 접근해서 마법을 쓰라고!”

“그건 좀…….”

성기사나 사제 플레이어들은 난색을 표했다.

물론 언데드에게는 상성상 매우 유리했지만, 지금 저 성안에는 쌩쌩한 태현과 흑마법사 파티가 있었다.

뒤에서 받쳐주지 않는데 먼저 앞으로 갔다가는 죽을 게 분명!

“으음, 으음…….”

“잠깐!”

“?!”

성벽 위에서 들려오는 태현의 목소리. 마이크는 고개를 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