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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75화 (475/1,826)

§ 나는 될놈이다 475화

결심을 한 건 우드스탁 길드뿐만이 아니었다.

최강지존무쌍 길드도 마찬가지로 움직였다.

“바로 지금! 지금이다! 그놈들 영지 가서 태우고 죽이고 뺏자!”

“…….”

길드원들은 살짝 겁 먹은 눈빛으로 김태산을 쳐다보았다.

덩치가 산 같은 오크 플레이어가 흉악한 눈빛으로 저런 말을 하니까 정말 무서운 것!

‘형님. 이미지 관리 한다고 하지 않으셨냐?’

‘그런다고 되겠냐. 냅 둬. 냅 둬.’

오크 아저씨들은 따뜻한 눈으로 김태산을 쳐다보았다.

분명 김태산은 진심으로 이미지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의미가 없어서 그렇지!

김태산은 새로 가입한 길드원들이 벌벌 떠는 걸 보며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가서 PVP하고 얻을 생각을 하니 기뻐서 저러는 거군. 나 같은 길마가 또 없다니까. 이렇게 다 같이 평등하게 약탈하고 나누는 길마가 또 어딨겠어?’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길마님. 지금 우리가 나서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현재 길드 동맹과 최강지존무쌍 길드는 서로 견제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는 싸우고 있지 않은 상황.

그런 상황에서 김태산이 먼저 선공을 가한다는 건,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변장을 해야지.”

“네? 변장이요?”

“그리고 이렇게 외치는 거다. ‘김태현 만세!’라고.”

“…….”

“…….”

오크 아저씨들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김태산을 쳐다보았다.

김태산이 뭘 노리는지 깨달은 것이다.

지금 태현이 깽판을 치고 있었으니, 그들이 치는 깽판도 태현이 한 짓으로 떠넘기려는 속셈!

“형님, 아니, 길마님…… 그건 좀…….”

“아니, 왜!! 태현이 그놈이 날 얼마나 등쳐먹었는데! 나도 좀 하면 안 되냐?!”

“그래도 그렇지 그건…….”

“시끄러워 이것들아! 누가 길마야!”

* * *

마을 두 개, 요새 세 개, 도시 하나, 성 두 개.

태현 일행이 파괴한 영지였다.

태현은 정말 사악하고 교묘하게 움직였다.

‘어떻게 대형 길드를 상대로 치고 빠져야 하는가?’라는 책을 쓴다면 교본이 될 수준!

뒤에서 적이 포위하기 위해 움직이면 미련 없이 점령한 영지를 버리고 다음 영지로 움직였다.

적 길드원들이 발을 묶기 위해 소수로 움직이면 놓치지 않고 재빨리 움직여서 밟아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로 모여서 공격을 하려고 하면 또 잽싸게 도망쳤다.

오스턴 왕국 내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고를 반복!

그러다가 만만해 보이는 영지가 있으면 전력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영주들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수비에 몰두했지만, 태현 일행의 공격력은 그들의 예상을 초월했다.

흑마법사 군단도 군단이지만, 태현이 부리는 토끼 떼가 한 번 안에서 날뛰면 어지간한 인원으로는 수습이 안 됐다.

영지의 시설 자체가 붕괴해 버리는 것!

-살다 살다 이런 공격은 처음 본다!

-언데드 토끼는 대체 뭐냐!?

공격에 공격을 거듭할수록, 태현 일행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져 갔다.

언데드 군단의 무서움!

[현재 흑마법사 주날이 부리는 언데드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흑마법사 베슈가 부리는 언데드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하급 스켈레톤은 소환 취소하고, 가능한 대로 다 승급시켜.”

“예!”

[언데드 군단의 전력이 상승했습니다.]

[언데드 군단의 <죽음의 오오라>가 증가합니다.]

[중급 구울 전사들이 상급 구울 전사로 승급합니다.]

[상급 스켈레톤 궁수들이 정예 상급 스켈레톤 궁수로 승급합니다.]

[데스 나이트들이 다음 전투를 원합니다.]

[거대 썩은 살덩이 골렘들이 다음 전투를 원합니다.]

[사기가 최고조입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무시무시한 전력들!

처음 왔던 일행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전력들이었다.

도시 하나를 점령하고, 거기서 언데드를 소환하고, 또 영지를 점령한 다음 그걸로 언데드를 추가 소환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상황이 이쯤 되자, 길드 동맹은 그들이 잘못 판단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플레이어 몇 명이서 난리를 쳐봤자 미리 대비하면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이다.

태현의 깽판 능력이 고렙 흑마법사 NPC들과 만나니 정말 끔찍한 수준이었다.

<사악한 흑마법사들을 토벌하라-오스턴 왕국 퀘스트>

하나의 유령이 오스턴 왕국을 떠돌고 있다. 흑마법사라는 유령이.

이 흑마법사들은 영지를 불태우고 언데드를 일으켜 오스턴 왕국을 혼돈의 구덩이로 빠뜨리고 있다.

용감하고 선량한 영웅들은 모두 모여서 무기를 들어라!

이들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오스턴 왕국의 앞날에 희망은 없다!

보상:?, ???, ???

<흑마법사들의 수뇌를 암살하라-오스턴 왕국 암살자 퀘스트>

최근 오스턴 왕국을 불태우고 있는 흑마법사들의 수장은 김태현이라는 사악한 모험가다.

이 김태현을 죽일 수만 있다면 흑마법사들은 구심점을 잃고 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조심해라! 이 김태현이란 모험가의 강함은 보통이 아니니, 잘못하다가는 거꾸로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상:?, ???, ???

벌써 오스턴 왕국 플레이어들에게 퀘스트가 뜰 정도였다.

이건 심지어 길드 동맹에서 건 퀘스트도 아니었다!

결국 길드 동맹은 계획을 수정하고 더 심각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잘못 판단했다. 지금 영지 근처에 있는 플레이어들, 고용할 수 있는 용병들 다 모아.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진짜 큰일 내겠다!

-저 미친놈은 대체 마법사도 아닌 놈이 어떻게 저렇게 언데드를 많이 굴리는 거야?

-마탑의 흑마법사들을 다 끌고 왔다는 소문이 있어.

-지금 저놈 내버려 두면 아레네 시까지 오겠다!

아레네 시.

현재 길드 동맹의 본부나 마찬가지인 도시였다. 아직 이르긴 했지만 수도라고 보기엔 충분했다.

그만큼 세력도, 시설도 강력했고 상징성도 강했다.

만약 여기를 공격당한다면?

길드 동맹은 내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이 많은 인원이 모여서 태현 하나한테 농락당했다고!

그런데 지금 태현은 아레네 시 코앞에 있는 성인 오단 성까지 점령한 상태.

길드 동맹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신전에서 공적치 포인트 써서 성기사 좀 데리고 가지.

-저도 용병들 끌고 참가하겠습니다.

-나도 언데드 부릴 수 있다.

결국 사태를 지켜보기만 하던 플레이어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위대한 신의 이름으로! 돌격!

-저기 김태현 놈의 목을 따라! 두 번 따라!

그 결과,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적들이 필드에 모였다.

거침없이 오스턴 왕국을 휘젓고 다니던 태현도 깨달았다.

‘야, 이거 정면으로 붙으면 깨지겠는데?’

뒤에서 쫓아오던 전력부터 시작해서 이곳저곳에 있던 길드원들이 다 모이니 장난이 아니었다.

사방팔방에 쫙 보이는, 필드를 둘러싼 대규모의 적 병력!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백작님?”

“일단 오단 성으로 후퇴하지.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네. 좀 더 늦장 부릴 줄 알았는데.”

“……영지를 그렇게 불태우고 박살 내고 다녔는데 거기서 더 늦장을 부릴…….”

다른 영지는 다 파괴하고 움직였지만, 마지막으로 점령한 오단 성은 아직 내버려 둔 상태.

길드 동맹에서 대규모로 일으킨다는 소문을 듣고 혹시나 싶어서 내버려 둔 것이었지만, 덕분에 운이 좋았다.

태현 일행은 그대로 언데드 군세를 이끌고 오단 성으로 후퇴했다.

하도 태현 일행에게 호된 맛을 많이 본 길드 동맹은 후퇴하는데도 감히 덤비지는 못하고, 천천히 뒤를 쫓았다.

그리고 오단 성을 빙 둘러싸고 포위했다.

-이대로 가두기만 하면 된다! 포위만 하면 놈들도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할 테니까!

-어, 그냥 아까 도망칠 때 뒤에서 덤비면 되지 않았습니까?

-너, 이름 뭐냐!

-죄, 죄송합니다!

* * *

포위된 오단 성 안.

밖에는 살벌한 길드 동맹의 랭커들과 대규모 병력이 포위망을 깔고 있었다.

그러나 태현 일행은 딱히 겁을 먹거나, 절망한 기색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태현이 있었으니까!

‘김태현이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니까 생각이 있겠지.’

‘태현 님이니까 생각이 있겠죠.’

‘김태현 씨 정도 되는 사람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런 짓을 할 리 없겠지.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단단한 믿음!

모두 다 태현을 기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저 눈빛들은?

“흠흠. 태현 씨.”

“……?”

바하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꺼냈다.

“그래서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실 겁니까?”

“아, 그건…….”

“분명 엄청나게 대단한 방법일 거예요, 아버지!”

“맞아요. 아저씨. 이제까지 김태현이 했던 퀘스트들처럼 기상천외하게, 저 밖에 있는 놈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나갈 수 있는 그런 방법!”

굳건한 신뢰의 눈빛을 보내는 바허와 친구들!

그 모습에 태현은 멈칫했다.

“어…….”

사실 태현은 딱히 기막힌 도주 계획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태연하고 자신만만하게 있는가?

그야…….

‘나 혼자 빠져나갈 자신은 있었는데.’

태현 혼자는 무조건 빠져나갈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이 대규모 군세를 격돌시킨 다음, 혼란스러운 틈을 타 변장과 회피를 믿고 돌파를 하면 아무리 랭커들이 많아도 빠져나갈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영지 안쪽으로,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깽판을 쳤던 것!

문제는…….

‘지금 그거 말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이렇게 신뢰의 눈빛들을 보내는데, 태현이 ‘어, 사실 나 도망갈 계획 정도밖에 안 세웠는데’라고 말하면 정말 칼을 맞을 수도 있었다.

플레이어들이면 모를까, NPC들은 아무리 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어도 사기가 대폭 하락할 수 있는 것!

“……물론 그런 계획이 있지!”

“역시 태현 님!”

“역시 태현 님!”

“……?”

이다비는 태현의 표정을 보고 수상쩍다는 눈빛을 보냈다.

-태현 님. 진짜 있어요?

-쉿. 지금부터 생각해내야 해.

-……혼자 튀기 없어요!

-쯧. 눈치 빠르기는.

이다비는 즉시 태현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못을 박았다.

-저까지는 같이 데리고 나갈 수 있잖아요! 그쵸!

-여기서 바로 네 길드원들을 버리고 너만 챙긴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어.

-저라도 살아야죠!

-그래. 나라도 살아야지!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다른 사람들은 태현의 속마음도 모르고 연신 태현을 환호하고 있었다.

* * *

“으음…… 어쩐다?”

-주인님, 버리시면 됩니다!

“넌 정말…… 사디크 같은 놈이야.”

-예?

“아니야. 아무것도.”

흑흑이는 피부에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이번 오스턴 왕국 습격 사건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본 건 흑흑이였고, 그다음이 파워 워리어 길드였다.

“너 지금 레벨이 몇이지?”

-265입니다!

“…….”

태현의 얼굴이 구겨졌다. 뭔 놈의 레벨이 저렇게 빨리 올라?

“하, 하하…… 블랙 드래곤이라 성장이 빠른 모양이군.”

-예? 아닙니다. 주인님. 딱히 드래곤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이번 습격에서 워낙 어마어마하게 악명을 쌓으셔서…….

“시끄러.”

-…….

태현의 기분이 더럽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흑흑이의 레벨이 265라는 것은 기쁜 소식이었다.

훨씬 늦게 소환됐는데도 용용이와 거의 비슷한 수준!

그만큼 이번 깽판 규모가 컸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 성향인 용용이보다는 악 성향인 흑흑이가 내 플레이랑 잘 맞는 거 같기도 하고…….’

태현은 복잡한 기분으로 흑흑이를 쳐다보았다.

직업은 <아키서스의 화신>인데 어떻게 된 게 사디크의 신수와 더 잘 맞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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