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473화
“어? 어? 뭐야?”
길드원들은 당황해서 태현 일행을 쳐다보았다.
웬 상인처럼 생긴 놈들이 ‘쳐라!’ 하면서 덤벼드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 미쳤…… 컥!”
대답 대신 매섭게 들어오는 공격들!
태현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파파파파팍!
“으아악! 너 뭐야!”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백작님? 왜 마법을 쓰지 않고 검을……?”
흑마법사들은 당황한 듯 태현을 쳐다보았다.
“왜. 검 쓰면 안 되냐?”
“아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마법사는 원래 검을 안 쓰는…….”
“필요하면 검도 쓰고 하는 거지. 왜, 별 같잖은 걸로 시비냐? 응?”
“죄, 죄송합니다!”
비싼 공적치 포인트를 내고 체시자에게 빌려온 흑마법사들이었기에, 태현은 그들을 가차 없이 대했다.
[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흑마법사들의 복종도가 올라갑니다.]
[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흑마법사들의 복종도가 올라갑니다.]
[에랑스 왕국 마탑 흑마법사 학파 내에서 당신의 악명이 높아집니다.]
‘일단 아이템 챙기고…….’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이다비, 이거 경매장에 좀 올려줄래?”
“네!!”
활기차게 대답하는 이다비!
태현을 따라다닐 때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이렇게 PVP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걸 본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감동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저런 수입이……!’
‘왜 다른 길드원들이 김태현 퀘스트에 참가할 일만 있으면 손 들고 나서는지 알겠다!’
“좋아. 반응하기 전에 빠르게 치고 들어가 볼까.”
태현은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준비에 나섰다.
살마란 시는 그렇게 높은 성벽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낮은 돌벽과 나무로 세운 목책. 그리고 초소 정도가 전부!
플레이어의 영지였기에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아낀 부분이었다.
김태산처럼 영지 성벽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언데드 소환해라.”
“예! <언데드 소환>, <데스나이트의 부름>, <시체 늘리기>, <죽음의 거부>…….”
“…….”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같은 흑마법사 직업인데도 이 차이는 뭐란 말인가!
‘나는 쓰면 원수 나올 확률 높은 악마 소환이랑, 쓰기 애매한 망령 소환밖에 없는데…….’
태현의 떨떠름한 기분과 달리, 언데드 군대는 빠르게 생겨났다.
판온에서는 레벨 높은 흑마법사 한 명은 군대라는 말이 있었다.
그렇다면 흑마법사 집단은?
-크르르륵…….
정답은 바로 나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빠르게 언데드 괴수들과 언데드 병사들을 불러내서 전투 준비를 하는 흑마법사들!
순식간에 도시 하나를 공격할 수 있는 군단이 만들어졌다.
“후. 공적치 포인트 쓴 보람이 있군.”
태현은 뿌듯한 눈으로 언데드 군단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번 습격에서 언데드 군단은 활약하지 못했다.
활약한 건 토끼 군단이었다.
* * *
[도시 내의 토끼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에이 씨, 이상한 거까지 다 메시지창으로 뜨네.”
도시의 영주를 맡은 플레이어는 시큰둥한 얼굴로 메시지창을 넘겼다.
토끼가 많이 나왔다는 건 전에도 이미 본 메시지창이었다.
안 그래도 신경 쓸 거 많은 영주 자리.
이런 것까지 굳이 일일이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늘어난 토끼들 때문에 도시 내의 식량이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NPC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성 내 주민들의 반란도가 올라갑니다.]
[토끼들이 영지 내 곡간 시설을 무너뜨렸습니다.]
“이게 토끼야 쥐새끼들이야?!”
영주는 기겁해서 벌떡 일어섰다.
영주가 생각하는 토끼는 귀엽고, 온순하고, 따뜻하고…….
하여튼 필드에서 보면 ‘어머 토끼잖아, 까르륵’ 하며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런 동물이었다.
농부 직업이 아닌 이상, 토끼가 많아진 것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플레이어는 드물었기에 영주도 이제까지 몰랐었다.
그러나 잘츠 왕국의 타이럼 시에서 시작한 플레이어들은 모두 알았다.
토끼는 얼마든지 사악해질 수 있는 동물이란 걸!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토끼들은 도시 내에서 온갖 깽판이란 깽판은 다 치고 다녔다.
‘아 토끼가 많나 보네’ 하고 넘길 수준의 피해가 아닌 것!
“야! 너희들은 뭘 하는데 이 상황이 되도록 아무것도……!”
말을 하려던 영주 플레이어는 입을 다물었다.
길가를 휩쓸고 있는 토끼 떼를 본 것이다.
“저, 저, 저게 대체 다 어디서 온 거냐?!”
[영지 내 4번 대장간이 내려앉았습니다. 빠르게 수리하지 못할 경우 복구할 수 없습니다.]
[광장 분수가 파괴되었습니다.]
[수리 퀘스트를 낼 수 있습니다.]
-야! 당장 모여! 토끼 잡아야 한다!
-네? 영주님 술 마셨어요?
-……모이라고 이 XX들아! 도시 꼴 좀 봐!
주변에서 사냥하고 있던 길드원들은 길마의 말에 의아해했다.
왜 갑자기 모여서 토끼를 잡자는 거지? 미쳐버린 건가?
그러나 도시로 오자, 길마가 왜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잡아! 잡아!”
“저쪽 골목으로 또 몇십 마리 갑니다!”
“불 질러서 잡자!”
“야 이 미친놈아! 멈춰! 거기 불 지르면……!”
화르륵!
[저택 건물에 불이 붙었습니다.]
[주민들이 극도로 분노합니다!]
엄청난 숫자로, 빠르게 움직이는 토끼들을 잡으려고 하다 보니 기본적인 것도 착각하게 된 길드원들이었다.
스스로 도시를 파괴하는 그들!
“광역기 금지! 규모 큰 마법 금지!”
“그러면 뭐로 잡습니까?!”
“일일이 손으로 잡아! 건물 부수지 말고!”
미친 소리 같았지만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일손이 부족하자 영주 플레이어는 주변에 순찰 돌고 있던 플레이어들부터 시작해서 닥치는 대로 불러 모았다.
-지금 어차피 김태현 머리털도 안 보이지? 그래. 김태현 왔으면 느레 느페 두 놈이 말해줬겠지. 그리고 김태현이 올 거면 하늘로 왔겠지 여기로 왔겠냐! 다들 모여! 토끼가 먼저다!
* * *
“모두 공격 시…….”
퍼퍼펑! 퍼펑!
“……?”
도시 곳곳에서 연기와 소음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태현 일행은 모두 태현을 쳐다보았다.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은 한 명밖에 없는 것!
“태현 님…… 또 스파이 보냈나요?”
“응? 안 보냈는데?”
“그런데 갑자기 왜 저래요?”
“……그러게?”
태현은 순간 당황했다.
설마 함정인가?
‘아니, 자기 도시 저렇게 불태워가면서 함정 팔 놈들이 아닌데? 뭐지?’
“일단 공격! 함정이면 무슨 함정인지 한번 보자!”
태현 일행은 공격을 개시했다.
-캬르르릉!
언데드 괴수들이 먼저 앞장서서 달려가고,
-산 자들에게 죽음을……!
언데드 병사들이 비교적 느린 속도로 따라서 뛰어갔다.
파파파파파파팍-
언데드들이 쏘아낸 화살 비!
-곪아 터지는 역병!
흑마법사들은 거기에 또 저주를 걸어서 추가 데미지를 입혔다.
“뭔……?”
“습격이다! 습격이다!!!”
도시 밖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눈을 의심했다.
갑자기 숲속에서 언데드 군대 하나가 통째로 튀어나온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그들!
“길드 동맹 편이냐? 아니냐?”
“네? 네??”
“3, 2, 1…….”
“아, 아닙니다! 편 아니에요!”
“그러면 비켜.”
태현은 그들을 밀치고 앞으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제야 그들은 이들이 누군지 짐작했다.
“저거 설마…….”
“김태현이다! 김태현!”
“김태현이 길드 동맹 공격하고 있구나!”
태현은 <고대의 망치>를 꺼내 들고 도시 밖에 설치된 돌벽들과 목책들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도시의 목책을 부쉈습니다. 도시의 치안이 하락합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도시의 초소 건물을 부쉈습니다. 도시의 치안이 하락합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흑흑이의 힘이 회복됩니다.]
-주인님……! 주인님은 타고난 사디크 신도십니다!
-넌 그걸 칭찬이라고 하는 거냐?
<성 파괴자>, <성벽 파괴자>를 걸쳐서 얻은 <위대한 파괴자> 칭호.
거기에 <공성의 달인>, <철거의 달인>까지.
태현은 이미 혼자서도 도시를 철거할 수준의 괴물이 되어 있었다.
와장창 쾅쾅!
“…….”
“…….”
태현을 따라온 플레이어들은 입을 떡 벌리고 구경하고 있었다.
무슨 썩은 짚더미 무너뜨리는 것처럼 묵직한 건물들을 와장창 박살 내고 있는 태현!
케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자식은 깽판 치기 위해서 태어난 게 분명해.’
타타타타-
토끼 잡느라 정신없던 길드원 중 한 명이 소란을 듣고 달려왔다.
“어떤 미친놈이야?! 크아악!”
“나다. 이 자식아. 어? 에다오르를 잡는 걸 방해해? 그거 잡았으면 경험치가 얼마인데! 네 경험치로 보상해라!”
“아니, 내가 한 게 아닌 크악!”
태현은 처음 공격으로 길드원의 무기를 날려 버리고 두 번째 공격부터는 길드원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야. 얘 좀 붙잡아라.”
누구 명령이라고 거역하겠는가. 흑마법사들은 바로 속박 마법을 걸었다.
“흑흑아, 먹어라.”
“헉?!”
와작와작!
흑흑이는 플레이어의 등에 달라붙어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다비나 케인이야 별로 놀라지도 않았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경악했다.
‘정말 끝까지 빨아먹는구나……!’
‘저걸 배워야 해! 한 명을 잡아도 그냥 잡는 게 아니라 끝까지 빨아먹은 다음에 잡는 거지! 저 악랄함!’
그러는 동안 태현은 붙잡힌 플레이어에게 물었다.
“야. 근데 도시에 뭔 일이 있길래 이러는 거냐?”
“크윽…… 너! 김태현이구나!”
“용케 알아보는군.”
“이런 짓을 할 놈이 너 말고 더 있냐!!”
“그래. 알겠으니까 도시는 왜 이러는데?”
“뻔뻔한 자식! 날 놀리지 마라! 네가 해놓고 어디서!”
“??”
길드원의 말에 다른 일행은 ‘역시 그러면 그렇지’ 하는 눈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 님. 그냥 하셨다고 말해도 저희는 아무 말도 안 할 텐데…….”
“안 했다니까?!”
툭-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안 그러면 오해를 산다고.”
에반젤린까지 어깨에 손을 올리며 끼어들었다. 물론 태현은 가차 없이 반응했다.
“뭐라는 거야? 어디서 케인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사람 이름을 욕으로 쓰지 마…….”
그렇게 떠드는 사이에도 흑마법사 NPC들은 열심히 일했다.
저주 걸고 시체 일으켜서 언데드로 만든 다음 강화시키고…….
계속해서 강화되는 언데드 군단!
상급 스켈레톤 전사, 상급 스켈레톤 궁수, 질병을 옮기는 구울 전사…….
“태현 님, 언데드 마법사의 숫자를 좀 늘릴까요?”
“그러도록.”
“태현 님, 언데드를 더 만들려면 아무래도 시체를 더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 만들면 되지. 곧 여기로 또 올 텐데.”
“!”
묶여서 듣고 있던 길드원은 식겁했다. 태연한 얼굴로 뭐라는 거야?!
와르르-
콰쾅!
“뭐야? 내가 안 무너뜨렸는데?”
태현은 거리 앞쪽의 건물 하나가 무너지자 의아해했다. 아직 망치도 안 휘둘렀는데 무너지다니?
그리고 그 건물 안쪽에서는 토끼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
“…….”
일행이 전부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은 깔끔하게 인정했다.
“음. 내가 한 짓 맞군.”
* * *
[토끼들을 이끌고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냈습니다.]
[고대 뱀파이어의 권능 <몬스터 조종>을 갖고 있습니다.]
[카르바노그 신의 권능 <토끼 변신>을 갖고 있습니다.]
[전설 직업 <토끼 몰고 다니는 사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퀘스트가 취소됩니다.]
[<몬스터 조종> 스킬과 <토끼 변신> 스킬이 합쳐집니다. <토끼 지배>로 변합니다.]
[스킬 <토끼 강화>를 얻었습니다.]
[스킬 <분노의 토끼>를…….]
[…….]
“……아니, 이건 좀 아니지.”
메시지창을 본 태현은 어이가 없어서 혼자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