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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72화 (472/1,826)

§ 나는 될놈이다 472화

그러거나 말거나 토끼들은 태현에게 엄청난 호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좋아. <토끼 조종>.”

[<토끼 조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신성 스탯이 소모됩니다.]

[행운 스탯이 소모됩니다.]

‘아니, 뭔 토끼 조종하는데…….’

태현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토끼를 조종하는 스킬치고는 너무 소모하는 게 많은 거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현재 행운 스탯에 따라 조종할 수 있는 토끼의 양이 정해집니다.]

이런저런 스킬을 써서 행운을 소모했어도 태현의 행운은 4,000을 가볍게 넘겼다.

근처의 토끼를 싹 모아도 아직 한참 더 조종할 수 있는 수준!

‘음, 일단 더 모아볼까? 그런데 정작 모아서 어디다 쓸지가 고민인데…….’

이 주변에 넘쳐나는 게 토끼들이고, 태현의 영지만 가도 넘쳐나는 게 토끼들이었다.

다 모으는 건 좋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쓸지가 고민이었다.

‘몬스터 드랍? 아냐, 몬스터치고는 너무 약해서 쓸모도 없고…….’

몬스터들을 유인해서 적에게 보내는 방법은 많이 썼지만, 토끼는 그게 힘들었다. 워낙 약한 몬스터였으니까.

광역기 한 방에 전멸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농사 방해인가? 영지 주변의 농사를 방해하는 것 정도인가…….’

기껏 권능 스킬을 써서 할 수 있는 게 이런 미적지근한 효과라니.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태현은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가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공격할 수단이 이거 하나만 있는 건 아니고, 흑마법사 NPC들도 있으니…….’

태현이 지금 크게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언데드 군단이었다.

그에 비해 이 토끼들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

그러나 태현은 알지 못했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모인 토끼들이 과연 어떤 짓을 할 것인지!

* * *

-쑤닝. 마탑에서 그렇게 난리를 쳐놓고 결국 김태현한테 타격을 입힌 건 없다니. 그걸 말이라고 하나?

-김태현은 분명 타격을 입었어. 악마를 잡지 못했으니…….

-겨우 그거? 김태현은 마탑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냈고, 털끝 하나 안 다쳤지. 우리가 보낸 길드원들은 전부 다 로그아웃 당했는데. 너 사망 페널티가 우습게 보이냐?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야. 에랑스 왕국 마탑에서 일을 크게 키웠다고.

마탑 내에서 습격을 하는 건 과격한 일이었지만, 길드 동맹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어차피 마탑에서 현상금 걸어도 길드원 몇 명만 뒤집어쓰면 되는 거니까.’

‘내 일도 아닌데 상관없지.’

마탑에서 PK를 하거나 싸움을 일으킨 플레이어가 그들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제까지 몇 번 그런 일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마탑이나 에랑스 왕국에서는 공적치 포인트를 까거나 현상금을 거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 습격은 조직적으로 마탑을 노리고 온 습격이다. 습격자와 습격자의 길드 모두에게 현상금을 걸도록! 에랑스 왕국에는 발도 못 붙이게 만들어라!

이제까지는 한 번도 없었던, 마탑 대마법사들의 엄격한 대응!

길드 동맹은 화들짝 놀랐다.

-아니, 뭔 미친 연대책임?!

-길드원 하나로 끝냈어야지! 대체 뭐 어떻게 된 거야?!

-김태현이 뒤에서 수작 부린 것 같은데…….

그랬다.

에다오르를 잡고 레벨 업 할 기회를 놓친 태현이 분노의 혓바닥을 보여준 것이다.

-대마법사님들, 이건 마탑을 무시한 것뿐만이 아니라 계승자인 저를 암살하려는 것으로…… 이 무슨 사악함…… 하는 짓 보아하니 사디크 신을 믿을 것 같네요!

덕분에 일이 엄청나게 커졌다.

-아무리 김태현이 수작을 부렸다고 해도 그렇지, 이게 말이 돼? 지금 에랑스 왕국에서 뛰던 길드원들이 난리 났다고. 단체로 빠져나와야 해서…….

구 길마들의 항의.

쑤닝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잘된 거 아닌가?

-뭐? 미쳤냐?!

-잘되긴 뭐가 잘 돼?

-어차피 오스턴 왕국을 먹을 생각이었잖아. 에랑스 왕국에서 쫓겨나면 어쩔 수 없이 오스턴 왕국으로 오겠지.

-…….

현재 길드 동맹의 목표!

그것은 태현의 말살…… 이 아니라, 오스턴 왕국의 통일이었다.

서버에서 처음으로 영지를 얻은 플레이어가 아닌, 서버에서 처음으로 왕국을 얻은 플레이어를 노리는 것!

야심 찬 계획이었고, 거대한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길마들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느끼는 거지만, 길드 동맹이라고 해도 길드원들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돼. 다른 곳에 있는 놈들도 다 오스턴 왕국으로 불러 모아야 한다고.

-말 돌리지 마. 쑤닝. 확실히 지금 다른 곳에 있는 길드원들이 많기는 하지만…….

오스턴 왕국이 길드 동맹의 주 영역이긴 하지만, 길드원들이 꼭 거기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당장 에랑스 왕국만 해도 마탑이 있었고, 잘츠 왕국, 에스파 왕국, 아탈리 왕국 등 각각 왕국들마다 장점이 있고 특색이 있었다.

플레이어들은 거기에 맞춰서 자리를 잡는 게 보통!

-그걸 핑계로 쓸 수는 없어. 지금 오스턴 왕국을 우리가 먹지도 못했는데 다들 쫓겨나서 불만이 크다고. 인정할 건 인정해라. 쑤닝. 이번 일은 네 잘못이다.

-맞아. 김태현한테 당한 게 많아도 그렇지 성급하게 움직이면 안 됐어.

‘이 새끼들이 진짜…….’

쑤닝은 마음속으로 참자고 몇 번을 다짐했다.

저번에 태현이 레이드를 성공할 것 같자 다 같이 초조해하며 ‘방해해야 한다!’고 동의한 게 누구란 말인가.

그런데 이제 와서 발을 빼다니.

‘두고 보자. 지금은 동맹이지만 곧 랭커들을 내 쪽으로 다 끌어들여서 너희 같은 놈들은 쫓아내 주마.’

-그래. 인정한다. 됐냐?

-한 가지 더.

-?

-앞으로 김태현 관련해서는 우리가 맡아서 처리할 테니까 넌 신경 끄라고.

-그걸 말이라고…….

쑤닝은 다시 한번 울컥했다.

제깟 놈들이 당해보지도 않고 태현을 상대하겠다고 날뛰는 모습이 웃기지도 않았다.

한 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잠깐만, 오히려 좋은 거잖아?’

쑤닝은 멈칫했다.

지금 길드 동맹은 덩치는 컸지만, 안에서는 구 길마들이 서로 견제하고 연합하느라 치열하게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태현을 상대하느라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멍청한 놈들…… 자기 무덤을 파는구나!’

쑤닝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상대가 태현이라면……!

미래가 벌써 보이는 것 같았다.

* * *

“판타지 크래프트…….”

“아, 시꺼.”

케인이 중얼거리는 걸 다물게 하고,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재 일행은 태현과 케인, 이다비와 파워 워리어 길드원 몇 명. 거기에 호구들…… 아니, 바하와 바허를 포함한 마법사 플레이어들.

‘추가로 에반젤린, 흑마법사들…… 마지막으로 토끼 정도인가.’

마지막은 어떻게 써먹을지 아직 잘 몰랐지만, 일단 주변을 돌며 엄청나게 많이 모으기는 했다.

“……뭐가 이렇게 많아요?”

이다비는 당황한 목소리로 뒤를 가리켰다.

우글거리는 토끼 떼들!

“아니, 이건 좀…….”

“무서워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각자 큼지막한 수레 하나씩을 끌고 있었다.

태현이 직접 만든 나무 수레!

그 안에는 물론 토끼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토끼가 하도 많아서 길드원들을 불러서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들고 가야 할 이유가 있나요?”

“음…… 사실 이게 크게 도움 될 것 같지는 않기는 한데…….”

태현도 이게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지는 확신을 못 하는 상태였다.

토끼들이 농작물을 다 먹어치우긴 해도, 그게 직접적인 타격으로 오려면 좀 멀었으니까.

“뭐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잖아. 안 그래?”

기껏 행운과 신성 스탯을 소모해서 쓴 스킬이니 뭐든 간에 써먹어야 한다!

그게 본심에 더 가까웠다.

“자. 자. 팍팍 들고 가자. 더 담을 곳 없나?”

“그, 저희는 마법으로 주머니를 만들 수 있는데…….”

“아주 좋아! 더 담아! 팍팍!”

* * *

“김태현으로 의심되는 놈이 있으면 말하라니. 여기 지나가는 놈들이 한둘이 아닌데 어떻게 찾아요?”

“그만 투덜거려. 찾는 건 의외로 쉬울 수 있으니까.”

길드 동맹의 산적 플레이어, 느레와 느페 형제는 오스턴 왕국으로 향하는 길가에서 매복하고 있었다.

길드 동맹에서 나온 명령은 하나.

-김태현이 수상쩍은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오스턴 왕국으로 올지도 모르니 길목을 잡고 제대로 감시하도록.

산적 직업은 약탈이나 PVP에서 장점이 많은 직업이었다. 대신 왕국이나 대도시에는 들어가기 힘들었지만, 그런 단점은 길드 동맹에서 충분히 채워줬다.

그런 면에서 느레와 느페 형제는 길드 동맹에 들어간 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판온 최대의 길드 아닌가!

“의외로 쉬울 수 있다고요? 김태현 그놈 변장 엄청 잘하잖아요. 우리 스킬로는 꿰뚫어 볼 수 없을 텐데…….”

“어휴. 봐라. 이 형이 추리 만화만 100권 넘게 읽은 사람이야. 김태현의 특징을 잘 떠올려봐. 그러면 아무리 김태현이 변장을 잘하더라도 맞출 수 있지.”

“?”

“먼저 김태현은 혼자 다니냐, 여럿이서 몰려다니냐?”

“아……! 혼자 아니면 소수의 인원으로 다녔던 거 같아요.”

“그래. 그러면 저렇게 우르르 다니는 놈들은 김태현이 아니겠지.”

느레가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길에서는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레들을 이끌며 움직이고 있었다.

딱 봐도 상인들 같은 모습!

“그렇지만 아무리 김태현이라도 혼자서 싸우는 건 무리일 수 있으니까, 사람들을 불러 모았을 수도 있잖아요.”

“그랬다면 따로 모여서 만났겠지! 저렇게 뭉쳐서 움직이면 대놓고 수상해 보이잖아.”

“그렇군요……!”

둘이 떠드는 동안, 흑마법사 NPC 중 한 명이 태현에게 말을 걸었다.

“태현 님. 저기 누군가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선공 안 하면 내버려 두자고. 우리 갈 길 바쁘니까.”

필드에서 PVP를 노리고 숨어 있는 플레이어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굳이 먼저 덤비는 게 아니라면 잡고 갈 이유가 없었다.

동생이 감탄하자, 느레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솔직히 말해서, 김태현이라면 하늘로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날아다니는 탈 것 있는 놈이 뭐 하러 이렇게 걸어오겠어. 길드 놈들도 다 멍청하다니까.”

“정말 그러네요, 형님!”

“어휴, 길드 일만 아니면 저 짐들 다 털어서 푼돈이라도 챙기는 건데.”

길을 걸어가면서 이다비가 태현에게 물었다.

“그런데 태현 님. 이렇게 대놓고 정면에서 걸어가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다들 변장하고 가잖아.”

“아뇨, 아무리 변장해도 인원도 그렇고…….”

“판온에 이 정도 인원으로 움직이는 건 흔하니까. 굳이 나눠서 움직일 필요를 못 느꼈어. 그런다고 뭐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만나면 싸워서 가려고.”

길드 동맹의 생각과 달리, 태현은 만나면 싸울 생각으로 가득했다.

지금 데리고 있는 마탑의 흑마법사 NPC들이 가장 큰 전력!

그 전력을 활용하려면 역시 시체들이 필요했다.

“만나면 싸우고, 안 만나면 여기서 직접 찾아가는 거지. 아, 저기 도시 있군. 야, 수레 꺼내라.”

살마란 시. 오스턴 왕국에 있는, 길드 동맹의 도시 중 하나였다.

태현은 그 근처 숲에서 일행을 세웠다.

바글바글-

“자! 가라!”

마치 파도처럼, 안에 담겨 온 토끼들이 미친 듯이 빠르게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보이는 걸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움직여라!

태현은 그 명령을 마지막으로 토끼들의 조종을 멈췄다. 이제 그 이후부터는 토끼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좋아. 그러면 우리는 도시를 공격하러 가볼까?”

“이거 녹화해서 방송해도 되나요?”

“……마음대로 해.”

태현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저 도시에서 길드 동맹의 길드원들이 나오는 게 보였다.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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