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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71화 (471/1,826)

§ 나는 될놈이다 471화

대놓고 호구를 잡히러 오는 바하.

태현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야 날로 먹기 좋을 텐데!

“아, 태현 씨. 혹시 바허하고 친구들도 같이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예? 그렇게 호ㄱ…… 아니, 그렇게 하셔도 되겠습니까?”

순간 본심이 나오려던 태현은 입을 다물고, 다시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친절한 호구, 아니, 플레이어가 있다니!

“바허도 태현 씨 좋아하니, 말하면 오히려 좋아할 겁니다.”

태현 입장에서는 ‘아니,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친절하게 호구 짓을 하는 거지’ 싶었지만, 바하 입장에서는 반대였다.

바허같은 어린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태현과 같이 퀘스트를 뛸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기회였다.

보상이고 뭐고 같이 하는 거 자체가 영광!

실제로 바허는 바하의 말을 듣고 기뻐서 날뛰고 있었다.

-꼭 가고 싶어요! 꼭!

“아, 예. 그러시죠.”

* * *

“김태현 나와!!”

“?”

태현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지금 길드 동맹 플레이어들이 쳐들어왔다가 마탑 마법사들한테 두들겨 맞고 로그아웃 당했는데, 또 누군가 왔단 말인가?

누군진 몰라도 겁이 없거나 뇌가 없거나, 둘 중 하나는 확실히 없는 사람이 분명했다.

“반지 내놔!”

“아. 너였냐.”

“너였냐!? 그때 가만히 있으면 죽을 사람 구해줬더니!”

에반젤린은 씩씩대며 다가왔다.

저번에 태현이 ‘도와주면 반지 줄게~’라고 말한 뒤, 에반젤린은 직접 나서서 포위망을 뚫는 걸 도와줬다.

덕분에 그 이후로 이곳저곳에서 견제도 받았다.

아예 태현 쪽 사람으로 오해를 받은 것!

물론 에반젤린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고 억울한 일이었다.

‘받을 거 없으면 거기 100명에 포함되서 내가 팼을 거야!’

그러나 이미 사람들의 인식은 굳어졌고, 그걸 되돌리는 건 불가능했다.

남은 건 그나마 반지나 챙기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태현은 연락이 없었다.

-야. 반지 언제 줄 거야?

[현재 해당 플레이어는 귓속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저, 저기? 무시하는 거 아니지?

[현재 해당 플레이어는 귓속말을 받을 수 없습니다.]

-…….

에반젤린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XXXXXXXXX……!’

결국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태현은 금세 위치가 드러났다.

[김태현, 에랑스 왕국 마탑에서 마법사 계승자 퀘스트를 깨기 위해 악마 소환 후 레이드 도전 중…….]

‘……대체 뭔 일이 있어야 저런 퀘스트에 도전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자!’

그래서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아니, 까먹었다니까? 네가 귓속말을 했어야지.”

“했거든?!”

“아. 그래? 미안. 자꾸 귓속말 보내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지간한 건 다 차단을 해놓아 가지고…… 자. 여기 있다. 반지.”

“…….”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원하던 아이템을 받았는데도 뭔가 억울하고 찜찜한 이 기분!

에반젤린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눈을 감았다.

‘나는 분노 조절의 달인이다, 나는 화를 완벽하게 다스릴 수 있다, 김태현 저놈은 원래 저런 놈이다…….’

“눈 감고 뭐 하냐?”

“……그런데 너는 지금 무슨 퀘스트를 하고 있는 거야?”

에반젤린은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사실 궁금하기도 했다.

뭔 퀘스트를 하길래 갑자기 마탑 마법사 퀘스트를 깨고 있단 말인가!

“설명하자면 긴데…….”

설명을 듣던 에반젤린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해갔다.

“그러니까 요리 스킬 제자 찍은 플레이어가 우승하도록 도와주는 겸 여기 왔는데, 원하는 걸 찾기 위해 마탑으로 들어갔더니 마탑 대마법사 NPC들이 네 재능을 보고 반해서 시험을 보게 했다고?”

“거기에 가깝지.”

“……그래서 다 깬 거지?”

“어. 대충 원하는 건 얻었으니 이제 다른 곳 가야지.”

“어디 가게?”

“오스턴 왕국.”

“?!”

에반젤린은 깜짝 놀랐다.

지금 오스턴 왕국으로 간다는 건 한 가지 의미밖에 없었다.

-나 좀 죽여봐라! 하하!

완벽한 도발의 의미!

대형 길드들이 동맹으로 바뀌었지만, 태현을 공격한 플레이어 중 랭커는 찾기 힘들었다.

1:100의 사건은 태현이 정체를 드러낸 충격 때문에 판온 1 때의 플레이어들이 분노해서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었으니 예외적인 경우였다.

실제로 그 이후 길드 동맹에서 몇 번 보낸 플레이어들은 랭커보다는 PVP, 암살에 특화된 플레이어들이었다.

랭커들은 이기적이어서 확실한 기회가 아니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오스턴 왕국으로 간다면?

아무리 이기적인 랭커들이라도 ‘이건 기회다!’ 하고 우르르 몰려들 것이다.

길드 동맹도 전력을 다해서 덤벼올 것이고.

“어쩌려고?! 걸리면 바로 죽을 텐데?”

“그 정도는 아니야.”

태현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태현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플레이어들이 영지를 갖고 영주로 활동하고 있는 왕국, 오스턴 왕국.

덕분에 현재 오스턴 왕국은 복잡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1/2 정도는 원래 오스턴 왕국.

1/3 정도는 길드 동맹.

1/6 정도는 나머지 다른 길드들이 우후죽순처럼 갈라 갖고 있었다.

‘길드 동맹 영지 쪽으로 가면 플레이어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겠지만, 다른 곳을 이용하면 좀 쉽게 풀 수 있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길드 동맹이 오스턴 왕국을 먹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라도 곧 시간 문제!

실제로 길드 동맹은 계속해서 영지를 공격해서 늘려가거나, 상대 길드를 흡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태현은 겁먹지 않았다.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많은 깽판을 치고 다녔었으니까!

“어? 저기 에반젤린이네?”

“진짜다. 무슨 일이지?”

“저, 저기 사인 좀 해주세요!”

웅성웅성-

에반젤린과 태현이 떠드는 걸 본 플레이어들이 모여들었다.

“아. 네.”

“저도요! 저도!”

“같이 사진 한 번만 찍어요!”

우르르 줄을 서는 플레이어들을 본 태현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 눈빛은?”

“왜 줄을 서는 거지?”

“그야 내가 인기 있으니까…….”

“와.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할 줄이야.”

“네가 물어봤잖아!!”

에반젤린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자기가 물어봐 놓고 ‘와 뻔뻔해’ 같은 눈빛으로 보내다니!

“그리고 너도 이렇게 사람들 몰리잖아. 왜 놀라는 척이야?”

“아. 난 보통 변장하고 다니거든.”

“…….”

에반젤린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태현이 변장하고 다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둘의 이미지가 다른 것도 큰 이유였다.

대회에서 에반젤린이 보여준 이미지는 팀원들과 협조하고, 팀원들을 이끄는 선량한 이미지였다.

거기에 외모까지 겹쳐지니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그에 비해 태현은…….

‘말 걸어도 될까?’

‘저번에 소문 들어보니까 친한 척하다가 욕먹은 사람 있다던데.’

‘폭탄에 휘말린 사람도 있다고…… 여차하면 폭탄 재료로 쓴다는 소문도 있더라.’

‘그게 말이 돼? 그건 헛소문이다. 김태현 싫어하는 놈들이 퍼뜨린 헛소문 같아. 김태현이 겉은 저래도 속은 분명 따뜻하다고…….’

‘그러면 네가 말 걸어볼래?’

‘아니, 네가 걸어봐.’

인기가 있지만 왠지 말 걸기는 무서운 게 태현!

다들 나서지 못하니 다른 사람들도 분위기에 휘말려서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에반젤린은 여기 왜 나타난 거지?”

“둘이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김태현이 부른 거 아닐까?”

“김태현이 불렀다면…… 헉! 그렇구나!”

“뭐야? 왜?”

“왜 불렀겠어! 이유는 하나밖에 없지! 길드 동맹하고 싸우기 위해 부른 거야!”

“그런……! 그런 거구나!”

에반젤린은 고개를 홱 돌렸다. 저게 뭔 소리?

사인을 받던 마법사 한 명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도 아까 레이드 열심히 참가했는데 방해받아서 정말 화났는데……! 이렇게 나서서 도와주시다니!”

“아, 아뇨…… 저는 아직…….”

에반젤린은 말을 더듬었다. 당황해서 말을 더듬은 걸, 다른 플레이어들은 다르게 해석했다.

“아직?”

“뭐가 아직이라는 거지?”

“나는 아직 배고프다, 즉 선량한 플레이어들의 레이드를 방해한 길드 동맹을 박살 내기 전까지는 분이 안 풀린다는 거겠지!”

“그런……!”

“…….”

“에반젤린! 에반젤린! 에반젤린!”

짝짝짝짝-

지금 마탑 근처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악마 레이드에 두근거리며 참가했던 플레이어들이었다.

처음으로 악마 레이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길드 동맹 때문에 날려버린 플레이어들!

원래 이런 원한이 가장 오래가는 법.

그래도 상대가 워낙 무시무시하니 항의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서주는 랭커들이 있다니!

“너희들밖에 없다!”

“맞아! 길드 동맹은 자기들밖에 모르는 자식들이야!”

“김태현 만세! 에반젤린 만세!”

“……너 노렸지?!”

에반젤린은 태현에게 사납게 속삭였다. 물론 태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아닌데? 내가 이걸 어떻게 노려?”

“너라면 충분히 가능하잖아!”

“아무리 나라도 그렇지 이런 걸 어떻게 노릴…… 생각해 보니 노릴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내가 한 거 아니야. 그냥 오해라고, 나한테 받을 거 있어서 왔다고 하라고.”

“…….”

에반젤린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대의 눈빛으로 가득 찬 플레이어들!

‘거, 거절을 할 수가 없어……!’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아, 내 일 아니니까 꺼져’라고 말할 수 있는 태현과 달리, 에반젤린은 아직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최, 최선을 다할게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에반젤린은 고개를 푹 숙였다.

* * *

[프로즈란드의 저주를 해결하는 데 성공합니다.]

[대륙의 저주가 풀립니다.]

“해냈다아아아아아아아아-!”

-와. 축하해요.

-결국 해내네!

탐험가 플레이어, 호마는 양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기뻐했다.

결국 저주를 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제카스보다 먼저!

“여러분! 보셨죠! 이제 대륙의 추위는 끝입니다!”

호마는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했다. 보고 있던 사람들도 다 같이 기뻐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추위도 끝이구나!

-농사부터 다시 지어야지. 씨 뿌리면 다 얼어 죽어서 제대로 뭘 하질 못했네.

-맞아. 그러고 보니 아키서스 영지는 뭘 했길래 그렇게 농작물이 많이 나오는 거지?

-그러게. 거기 개간된 땅 봤는데 별로 안 넓던데.

-그게 뭐가 중요하냐, 이제 우리도 다시 하면 되는데.

그러나 농부 플레이어들은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

농사가 망한 이유 중 하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

그것은 바로…….

토끼 떼였다.

“??”

필드에 뭔가 새하얀 것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걸 본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세히 보니 토끼 떼였다.

“왜 저렇게 숫자가 늘었지?”

“들어보니 대륙에 온 겨울 저주가 풀렸다네요. 호마라는 탐험가 플레이어가 깼대요.”

“잘됐네. 어떤 놈이 그런 민폐를…….”

태현은 뻔뻔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뒷사정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거 때문에 토끼가 늘어난 거야?”

“네. 그런 거 같은데요.”

“음…….”

태현은 아이템 <카르바노그의 펜던트>를 꺼냈다.

카르바노그의 펜던트:

내구력 35/35, 물리 방어력 25, 마법 방어력 25.

스킬 ‘토끼 조종’ 사용 가능, 스킬 ‘토끼의 행운’ 사용 가능.

카르바노그의 힘이 담긴 펜던트다. 착용하면 토끼와 친해질 수 있다.

-착용.

팟!

주변에 돌아다니던 토끼들이 태현을 보더니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친근함이 넘치는 눈빛!

‘<토끼 학살자> 칭호가 있는데 이러니까 뭔가 좀…….’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토끼들을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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