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470화
“뭐야?”
“에이, 늦게 와서 숟가락 얹으려고…….”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투덜거렸다.
뒤늦게 나타난 플레이어들이 에다오르 레이드에 끼어들려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려고 온 게 아니었다.
쉬이이익!
“크아악!”
“미쳤냐?! 눈깔 어디다 달고 마법 쓰는 거야?!”
마법이 등짝으로 날아들자 시전되고 있는 마법 중 몇 개는 취소되었다.
“뭐야?”
-침입자! 침입자다!
“동맹 만세!”
갑자기 나타난 동맹 길드원들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혼란에 빠졌다.
일부는 돌아서서 길드원들에게 공격을 준비했다.
-이놈들…… 마탑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대마법사가 격노합니다!]
그리고 분노한 건 대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암살 사건을 일으켜서 잔뜩 분노를 산 상태.
그런데 다시 이렇게 들어오다니.
-죽어라!
화아아아앗!
화염의 정령들이 길드원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길드원들은 스크롤을 쓰며 막아냈다.
“대마법사들 장난 아닙니다. 빨리 안 튀면 우리가 당하겠는데요?”
“에다오르! 빨리 날뛰어라!”
길드원들이 믿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에다오르!
그 믿음에 대답하듯이, 에다오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격이 멈추자 숨을 돌릴 기회가 온 것이다.
타타탓-
“에다오르가 빠져나왔다!”
“다시 마법으로 묶어!”
수십 개의 마법으로 묶고서 패던 에다오르가 빠져나오자 마법사들은 당황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에다오르가 질주하자 다들 긴장했다. 태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또 나냐?’
저렇게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이유가 달리 생각나지 않았다. 태현은 다시 언데드 군대를 움직여 막으려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태현의 생각이 빗나갔다.
-마계의 차원문!
허공에 거대한 차원문이 생겨났다. 에다오르는 태현을 노려보며 외쳤다.
-기억해라, 아키서스의 쥐새끼! 이 원한은 반드시 갚아주겠다!
파아아앗!
에다오르는 재빨리 튀어버렸다.
[44층의 악마, 에다오르가 도망쳤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태현도, 마법사 플레이어도, 대마법사도, 차원문을 쳐다보다가 길드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길드 동맹원들도 얼빠진 얼굴로 차원문을 보다가 헉 하고 정신을 차렸다.
“저, 저 악마 놈이 튀었어?!”
“악마 놈 믿지 말라더니……!”
길드 동맹의 계획은 간단했다.
정신없이 레이드를 하는 틈을 타, 그들을 공격하고 에다오르를 돕는다.
아무리 대마법사 NPC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뒤에서 방해를 한다면 제대로 신경을 쓸 수 없었다.
그 틈을 타 에다오르가 다시 날뛰면 도주!
그런데 에다오르가 혼자 날름 튀어버린 것이다.
물론 에다오르와 사전에 무슨 약속을 한 건 아니었지만…….
태현은 지팡이를 겨눴다. 그리고 말했다.
“죽여.”
그 말과 함께 분노에 찬 마법사 플레이어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 자식들이 어디에 와서 훼방질이야?!”
“너희가 게시판에 사기 친 놈들이지!”
콰콰쾅! 콰쾅!
온갖 마법들이 날아와 길드원들에게 작렬했다.
“너희 때문에 에다오르 놓쳤잖아!!”
“경험치 책임질 거냐! 아이템 책임질 거냐!”
“악마 무기 얻을 기회였는데!”
그 말에 이번에 태현이 움찔했다. 마법사 플레이어 중에서는 악마가 쓰는 장비를 탐내는 플레이어가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 무기는 태현이 예전에 뺏었고, 혹시 다른 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태현이 다른 플레이어에게 양보할 리가 없었지만.
상황이 꼬여 완전히 포위된 길드원들. 길드원들은 마지막 발악으로 태현을 보며 외쳤다.
“크크…… 크크크! 김태현! 이래 봤자 소용없다! 네 퀘스트는 끝났으니까!”
에다오르가 도망친 게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어쨌든 태현의 퀘스트를 방해했다!
길드원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무슨 개소리야? 에다오르가 도망쳤어도 달라지는 건 없는데.”
“에다오르를 놓쳤으니 마탑 시험은 실패겠지! 허세 떨지 마라…… 컥!”
“이것들이 두들겨 맞는 도중에 입은 살아가지고…….”
태현은 언데드 망령들을 닥치는 대로 움직이고 어둠의 화살을 쏘아냈다.
입을 놀리던 길드원은 두들겨 맞고 로그아웃 당했다.
“으하하하! 으하, 으하하…… 크아악!”
* * *
길드원들은 착각하고 있었다.
에다오르를 마탑의 대마법사들이 소환하고, 그걸 잡는 게 태현의 퀘스트라고.
물론 아니었다.
“어떻습니까, 대마법사님.”
“…….”
“…….”
에다오르가 사라지고, 혼란이 수습되자 대마법사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또라이 자식…….’
“헉, 설마 아직도 안 되는 겁니까? 그러면 더 강한 악마를 소환…….”
“아, 아니야!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이미 충분히 봤네!”
태현을 말리는 대마법사들!
그 모습에 체시자는 감탄했다.
정말 흑마법사를 위해 태어난 인간이구나!
모르는 척하면서 협박을 하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김태현 백작, 그대가 시험을 통과한 걸 인정하겠소!”
[<마탑 학파의 계승자>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흑마법사 학파의 계승자> 칭호를 얻었습니다.]
[공적치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명성을 얻었습니다.]
[마계에 당신의 이름이 퍼져나갑니다. 모르는 악마도 당신의 이름을 알 수 있습니다.]
[44층의 악마, 에다오르는 한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겁니다.]
[…….]
[…….]
칭호:흑마법사 학파의 계승자
당신은 눈부신 재능을 보여줌으로써 에랑스 왕국 마탑의 흑마법사들을 이끌 자로 선택받았습니다.
흑마법을 사용할 때 추가 보너스, 흑마법사들을 상대할 때 추가 보너스, 흑마법사를 부릴 때 스킬을 빌릴 수 있음.
흑마법 전체에 막대한 보너스를 주는 강력한 칭호!
마법사들이 본다면 침을 흘리며 탐낼 만한 칭호였다.
‘스킬을 빌릴 수 있다고?’
다른 흑마법사가 쓰는 스킬을 잠깐 빌려와서 대신 쓸 수 있는 모양이었다.
레벨 업을 하기는 했지만, 원래 계획과는 좀 달라졌다.
‘원래는 에다오르 잡기 직전에 경험치 물약을 먹고 잡으려고 했는데…….’
경험치 물약을 먹고 에다오르를 잡으면 한 번에 폭발적으로 레벨 업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걸 길드 동맹이 훼방을 놓은 것이다.
‘이 자식들……! 감히 내 퀘스트에 훼방을 놔?’
태현이 놓은 훼방을 생각해 본다면 새 발의 피였지만, 태현이 그런 균형에 맞춰 생각할 리 없었다.
분노!
“김태현은 왜 퀘스트 다 깼는데 저렇게 분노하는 거지?”
“그러게? 지금 마탑 마법사들이 퀘스트 성공했다고 말해준 거 아니냐?”
“에다오르 놓쳐서 그런 거 아닌가?”
“멍청이들아. 그것도 모르겠냐? 김태현은 우리 때문에 화가 난 거야.”
“?”
“김태현은 에다오르를 잡은 적이 있잖아. 그렇게 아쉽지 않겠지. 그렇지만 이번에는 우리하고 같이 잡았잖아? 근데 저놈들이 방해해서 기회를 날렸지. 김태현은 우리를 위해서 화를 내주고 있는 거다!”
“!”
“그런……!”
“그저 빛……!”
케인이 있었다면 ‘아니야 미친놈들아 정신 차려!’라고 해줬겠지만, 지금 케인은 여기에 없었다.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감동받은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
이번에는 태현이 의아해했다.
‘에다오르 놓쳤는데 왜 표정들이 다들 저래? 난 열 받아 죽겠는데.’
턱-
“고생했어, 김태현 백작! 난 자네가 해낼 거라고 믿고 있었지. 실패하면 죽이려고 했었지만!”
체시자의 농담은 언제 들어도 소름 돋았다.
“감사합니다.”
“이제 자네는 흑마법사 학파의 계승자니 거기에 맞는 책임과 헌신을 보여줄 수 있겠지?”
[흑마법사 학파의 계승자로서 여러 퀘스트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현재 퀘스트 목록:<흑마법사들의 재료 수집>, <흑마법사들의 비원>, <사라진 흑마법사들을 찾아라>, <기부금 좀 내시죠>…….]
‘퀘스트 이름이 뭔가 이상한 게 있었는데?’
태현은 일단 퀘스트는 나중에 확인하기로 했다.
지금은 다른 걸 먼저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 자식들이 봐줬더니 아주 끝까지 달라붙어서…….’
길드 동맹!
이번에 한 번 밟아줘야 할 것 같았다.
길드 동맹은 태현을 공격하면서 설마 그들이 역습을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태현을 공격한 놈들이 잡히거나 반격을 당해 죽을 수는 있어도, 설마 태현이 본거지로 쳐들어오지는 못하겠지!
그러기에는 전력이 너무, 엄청나게 차이가 났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에 겁먹어서 물러설 사람이라면 태현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
왜 태현이 그렇게 수많은 원수들을 만들고 원한 포인트를 적립해 왔겠는가?
상대가 어떤 놈이든 간에 일단 패고 봤기 때문!
태현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폭탄 테러, 암살, 그러고 보니 토끼들을 써먹어도…… 흑마법사들을 부릴 수도 있겠군. 이번에 공적치 포인트가 나왔으니…….’
순식간에 떠오르는 방법들.
태현은 고민 후 결정을 내렸다.
다 쓰면 되지!
상대방을 괴롭히는 방법의 종합선물세트!
그러는 사이 체시자가 무언가를 꺼내 태현에게 건넸다.
“이거 받게.”
“이게 뭡니까?”
“자네는 아키서스를 믿는다며? 아키서스와 관련된 책이지.”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키서스의 권능이 기록된 신성한 책:
아키서스의 권능이 담겨 있는 책이다. 자격이 있는 자가 읽을 경우 아키서스의 권능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다.
“…….”
태현의 얼굴이 굳었다. 그걸 모르고 체시자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마탑 비밀 서고에서 아키서스 관련 책을 찾느라 좀 늦었지. 어때? 마음에 드나?”
“……보통 이런 아이템은 마탑 던전에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그랬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 거 같은데…….”
“…….”
태현은 한 대 날리려다가 말았다. 아직 체시자는 쓸모가 많았고, 한 대 날리면 태현이 질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아오, 이 인간이…….’
체시자가 잘못 알려준 덕분에 별 필요도 없는 마탑 던전에서 시간을 낭비한 셈이었다.
태현은 한숨을 쉬며 아이템을 챙겼다.
-퀘스트 끝났다. 다들 준비해라.
-응? 뭘?
귓속말을 받은 케인이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오스턴 왕국으로 간다.
-거기는…… 왜?
-왜긴 왜겠냐. 팰 놈들이 있으니까 가지.
-잠, 잠깐만! 설마……! 야! 우리 그냥 판타지 크래프트 연습을 하지 않을…….
뚝!
귓속말을 끊고, 태현은 체시자에게 말을 걸었다.
“체시자 님. 제가 절 공격한 원수 놈들과 싸우려고 하는데, 힘을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래야지!”
[공적치 포인트를 소모해서 흑마법사들의 힘을 빌립니다.]
[현재 공적치 포인트로 빌릴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급 흑마법사 NPC, 전투 악마들, 언데드 부대, 강력한 저주 스크롤 등…….
흑마법사 학파에게는 태현에게 탐이 나는 전력이 많았다.
태현은 마치 쇼핑하듯이 하나씩 고르기 시작했다.
‘일단 흑마법사 NPC들은 넣고, 언데드 부대 부릴 거니까. 음, 시체를 만들어서 부대 만들어도 되지만 좀 갖고 가는 게 낫겠지? 헉, 골렘도 있네. 와이번도 있잖아? 이것도 사고 이것도 사고…….’
이번에 얻은 공적치 포인트를 한 번에 날려버릴 수준의 쇼핑!
그러는 사이 한 명의 플레이어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흠흠, 태현 씨. 이번에 레이드도 끝났는데…… 이제 시간 좀 되십니까?”
태현에게 원하는 아이템을 뺏긴 플레이어!
바로 바하였다.
“아. 그렇죠. 주사위 원하신다고 했나?”
“흠흠,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파신다면…….”
“그러면 안 팔고 그냥 제가 쓰죠.”
“꼭 갖고 싶습니다!”
바로 돌변하는 바하!
태현은 바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바하는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
“혹시 저하고 같이 어디 좀 가주시겠습니까? 제 일만 도와주면 주사위는 바로 드리도록 하죠.”
“정말입니까?! 좋습니다!”